당신의 목소리
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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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 이 책 재미있다. 처음부터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내가 성경을 이미 읽어본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지만, 어릴적에 교회 다니면서 잠깐 들었던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다. 또한 교회에 다니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도 이미 아는 이야기들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유명한 성경속 이야기들에 대해 주제 사라마구는 '깐다'. 성경과 여호와에 대한 이 신랄한 비판에 어쩐지 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랄까.


'도킨스'의 책, [만들어진 신]을 백쪽쯤인가 읽고 중고샵에 팔아버렸는데, 그 책을 다 읽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히친스'의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와,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까지, 이 책, [카인]과 함께 읽으면 뭔가 풀셋트일 것 같다. 아, '닐 게이먼'의 [멋진 징조들] 도!!




옮긴이는 이 책을 '구약의 재해석' 으로 평가하던데, '재해석'이란 표현은 너무 얌전한 게 아닌가 싶다. 아하하하. 

'신약의 재해석'인 [예수복음]이란 책도 있다던데 찾아보니 2010년에 국내에 나온 책이더라. 이것도 읽어봐야겠다. 아하하하. 밑줄 그을 부분이 너무나 많았어!






만들어진 신 다시 사야겠다. 하하하하.





둘째로, 여호와가 앞날을 보는 데 개탄할 만큼 둔했다는 것인데, 만일 정말로 그들이 그 열매를 먹는 것을 그가 바라지 않았다면 그냥 그 나무를 심지 않거나 다른 곳에 두거나 철조망으로 둘러싸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p.14)

네 아우가 어디 있느냐, 여호와가 묻자 카인은 질문으로 대답했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 네가 네 아우를 죽였구나. 네, 죽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주이십니다, 주가 내 생명을 파괴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우를 위해 내 생명이라도 주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너를 시험하는 문제였다. 주께서 직접 창조한 것을 왜 시험한단 말입니까. 나는 만물의 주권자인 여호와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존재에 관해서 말씀하시는 것은 좋지만, 저와 내 자유에 관해서는 말씀하지 마십시오. 뭐, 죽이는 자유 말이냐. 주에게 내가 아벨을 죽이는 것을 막을 자유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주께서 얼마든지 하실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p.39)

저곳을 덮은 피는 내가 흐르게 한 것이 아니며, 너는 선과 악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악을 택했으니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망을 봐주려고 자리를 뜨지 않은 사람도 실제로 포도밭에 들어가는 자와 마찬가지로 도둑입니다, 카인은 말했다. (p.40)

이삭이 물었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아버지는 저를, 아버지의 독자를 죽이고 싶어 하셨나요. 너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 이삭. 그런데 왜 마치 제가 어린 양이라도 되는 것처럼 제 목을 따고 싶어 하셨나요, 아들이 물었다, 만일 그 사람, 여호와께서 그 사람을 축복하시기를, 그 사람이 나타나 아버지의 팔을 잡지 않았다면, 아버지는 지금 시체를 안고 집에 가시는 중일 겁니다. 그건 여호와의 생각이었다, 시험을 해보시려는 거였지. 무엇을 시험하는데요. 나의 믿음과 나의 복종을. 도대체 무슨 하나님이 아버지더러 자기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합니까. (p.97-98)

사람들은 사전이나 통역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바스크어로 말하고 있었고, 일부는 라틴어와 그리스어, 심지어, 누가 생각이냐 했겠냐만, 포르투갈어로 말하고 있었다. 왜 이런 부조화가 일어난 겁니까, 카인이 묻자 남자는 대답했다, 우리는 동쪽에서 이곳에 정착하러 왔지요, 모두 같은 언어를 사용했어요. 그 언어는 뭐라고 불렀나요, 카인이 물었다. 그거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이름이 필요 없었습니다, 그냥 언어였죠. (p.102-103)

롯의 아내는 뒤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는 바람에 소금 기둥이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왜 그녀가 그런 벌을 받아야 했는지 그 이후로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여호와가 호기심을 치명적인 죄로서 벌하고 싶어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지능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 벌어진 일도 마찬가지다. 만일 하와가 아담에게 그 열매를 먹으라고 주지 않았다면, 하와 자신이 그것을 먹지 않았다면, 그들은 여전히 에덴동산에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우리는 그 생활이 얼마나 지루할지 잘 알고 있다. (p.116-117)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우연히 아브라함이 여호와와 이야기를 했던 곳에서 잠깐 발을 멈추었고, 그때 카인이 말했다,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게 뭐요, 아브라함이 물었다. 불에 타버린 소돔과 다른 도시들에도 틀림없이 죄 없는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여호와가 그들의 목숨을 구해주겠다고 내게 하신 약속을 지켰겠지요.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카인이 물었다, 아이들은 틀림없이 죄가 없었을 텐데요. 맙소사, 아브라함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신음 같았다. 그래요, 노인장의 하나님일지는 모르나 그 사람들의 하나님은 아닌 거지요. (p.117)

모세는 선언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각각 허리에 칼을 차고 야영장 이 문에서 저 문까지 왕래하며 각 사람이 그 형제를, 각 사람이 자기의 친구를, 각 사람이 자기의 이웃을 죽이라 하셨다. 이런 식으로 거의 삼천 명이 죽었다. 땅에서 솟아 나온 큰물처럼 천막들 사이로 피가 흘러, 마치 땅 자체가 피를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에나 목이 베었거나 창자가 밖으로 늘어진 채 둘로 갈라진 몸통이 늘어져 있었으며, 부녀자들의 비명은 너무 커서 여호와가 복수를 기뻐하고 있을 시나이 산 꼭대기에도 이르렀을 것이다. 카인은 눈에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소돔과 고모라를 잿더미로 만드는 것도 여호와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으니, 여기, 시나이 산 아래 그의 사악함을 명백하고 논란의 여지없이 보여주는 증거가 있었던 것이다. 단지 황금 송아지를 만든 것에, 그런 경쟁자로 여겨지는 존재를 만든 것에 여호와가 분노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삼천 명이 있었던 것이다. (p.121-122)

카인은 릴리스에게 여호와로부터 아들을 희생으로 바치라는 명령을 받은 아브라함 이라는 사람, 또 하늘에 닿기를 바라던 사람들이 지은 거대한 탑과 그것을 여호와가 허리케인으로 땅에 쓰러뜨린 사건, 또 남자들이 다른 남자들과 동침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도시와 여호와가 미래에 무엇을 바라게 될지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들 위에 벌로 불과 유황을 내린 사건, 또 시나이라고 부르는 산의 기슭에 모인 엄청난 사람들과 그들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섬겼다가 그 죄로 죽임을 당한 사건, 이스라엘 백성이라고 알려진 군대에 속한 서른여섯 명을 감히 죽인 도시와 마지막 어린아이까지 완전히 사라져버린 그 주민, 또 여리고라고 부르는 다른 도시와 그 성벽이 숫양의 뿔로 만든 나팔 몇 개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로 무너지고 안에 있던 모든 것, 남녀, 노소, 심지어 소, 양, 나귀까지 다 죽은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p.153-154)

미래는 이미 적혀 있어요, 우리가 그것이 적힌 페이지를 읽는 법을 모를 뿐입니다, 카인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이 어디에서 이런 혁명적인 생각을 발견했는지 의아했다. 너는 왜 네가 그런 경험을 할 사람으로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글쎄요, 내가 선택받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배웠어요. 그게 뭔데. 우리 하나님, 하늘과 땅의 창조자는 완전히 미쳤다는 것. 감히 여호와 하나님이 미쳤다고 말하는 거야. 오직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미친 자만이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자신의 직접적임 책임이라고 이정하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겁니다, 물론 진짜, 진정한 광기에 사로잡힌 경우가 아니라 진짜 단순한 악에 불과하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하나님은 절대 악할 수가 없어, 악하다면 하나님이 아니지, 악은 악마에게나 해당하는 거야. 하나님이라 해도 단지 믿음을 시험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자식을 죽여 장작 위에 올려놓고 태우라고 명령하는 건 옳을 수가 없어요, 가장 사악한 악마라도 어떤 사람한테 그런 걸 명령하지는 않을 겁니다. (p.154-155)

당신도 내가 본 것을 보았다면 같은 여자일 수가 없을 겁니다, 하늘의 불로 타서 재가 되어버린 소돔의 아이들을 보았다면. 소돔이 어디야. 남자가 여자보다 남자를 좋아하는 도시지요. 그래서 모두 죽임을 당한 거야. 모두, 한 사람도 탈출하지 못했어요, 생존자는 없었어요. 그 남자들이 냉대한 여자들도, 릴리스가 다시 물었다. 여자들도. 여자란 게 그래, 비에 당하지 않으면 바람에 당하지. 어쨌든 이제 죄 없는 사람들은 죄인의 대가를 치르는 데 익숙해졌어요. 여호와는 정의 관념이 아주 이상한 모양이군. 네, 인간의 정의가 어때야 하는지 조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자의 관념입니다. (p.155)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거라면 여호와와 사탄이 내기를 했는데, 이 욥이라는 사람은 자기를 두고 하나님과 악마라는 두 도박사가 협정을 맺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거네요. 그렇지, 두 천사가 목소리를 합하여 소리를 질렀다. 여호와가 그렇게 하는 건 공정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카인이 말했다. 만일 내가 들은 대로 욥이 그 모든 부에도 불구하고 선하고 정직한 사람이 맞고 또 신앙도 깊다면 그 사람은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런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돈과 소유를 모두 잃는 벌을 받을 참이라니, 다른 많은 사람들은 여호와가 의롭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아브라함에게 일어났던 일이 떠오르는군요, 여호와는 아브라함을 시험하기 위해 아들 이삭을 죽이라고 명령했지요, 여호와가 자신을 믿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데, 왜 그 사람들이 여호와를 신뢰해야 하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p.162-163)

카인은 인간의 표현을 사용하자면 동지애와 우정의 유대라고 묘사할 수 있는 관계를 확립한 천사 둘에게, 정말로 지금 인류를 멸하고나면, 그다음에 나오는 인류는 똑같은 오류, 똑같은 유혹, 똑같은 어리석음과 범죄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대답했다, 우리는 천사에 불과해, 우리는 네가 인간 본성이라고 부르는 이 불가해한 그림자극에 관해 아는 게 거의 없어, 하지만 정말 솔직히 말해서, 우리도 어떻게 두 번째 실험이 첫 번째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첫 번째 실험은 우리가 지금 눈앞에 보고 있는 일련의 긴 참사들로 끝이 났는데 말이야, 간단히 말해서, 천사로서 우리의 솔직한 의견으로는, 모든 증거를 볼 때, 우리는 인간이 삶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지 않아. 정말로 인간이 살 자격이 없다고 믿나요, 충격을 받은 카인이 물었다. 우리는 그렇게 말한 게 아니야, 우리가 한 말은, 반복하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의 행동을 살펴볼 때 그 많은 어두운 면, 그 모든 아름다움, 웅장함, 장엄함이 있는 삶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거야, 한 천사가 대답했다. (p.18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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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2-0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인 읽고 있어요. ^^

다락방 2016-02-02 16:29   좋아요 0 | URL
오, 문나잇님은 어떻게 읽고 있나요? 어때요?

moonnight 2016-02-02 16:32   좋아요 0 | URL
아직 40페이지정도밖에 안 읽었어요.ㅎㅎ 그런데 웃겨서 몇번 ㅋㅋ했어요. 여호와도 아담과 이브도 약간 코미디영화 ^^ 다락방님 재밌다하시니 계속 기대@_@;

다락방 2016-02-03 08:37   좋아요 0 | URL
저는 무척 좋았어요. 신약 재해석이라는 [예수복음]도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아 이런 거 너무 좋아요.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되게 욕먹을 책일 것 같아요. 하핫

유부만두 2016-02-0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2복음`을 읽었는데요 웃기기보단 완전 비극으로 (복음이 없으니까요) 틀어서 쓴 이야기라 헉, 하면서 빨려들어 읽었어요. 책 괜찮았어요. 종교가 관련된 책이라 심하게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꽤 멋진 책이에요.

다락방 2016-02-03 08:37   좋아요 0 | URL
제2복음은 절판이고 지금은 [예수복음] 으로 나와있는 것 같아요. 궁금해져서 이것도 읽어보려고요.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말씀하신것처럼 호불호가 아주 극명하게 갈릴 책일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좋습니다, 이런 책!

무해한모리군 2016-02-02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어서 읽어보고 싶네요 아응!

다락방 2016-02-03 08:37   좋아요 0 | URL
저는 읽으면서 막 신나더라고요! >.<

조 가저리 2016-02-0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으려고 했던 책인데,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16-02-03 08:38   좋아요 0 | URL
저는 `카인`이란 제목부터 호기심이 생겨서 주제 아저씨 책은 처음 읽게 된건데, 오 좋았어요!

alummii 2016-02-02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싶어지네요ㅎㅎ

다락방 2016-02-03 08:38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히히

징가 2016-02-03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 했습니다

다락방 2016-02-03 08:38   좋아요 0 | URL
네, 다 읽으신 후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transient-guest 2016-02-0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했슴다!

다락방 2016-02-03 09:34   좋아요 0 | URL
저는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다시 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백 쪽 읽고 더이상 안읽어서 팔아버렸는데 ㅎㅎ

노란곰 2016-02-03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겠어요! 만들어진 신도 읽어보고! ㅎㅎ

다락방 2016-02-03 10:44   좋아요 0 | URL
만들어진 신은 두께가 있으니까 일단 러셀과 히친스를 추천합니다! 꺅 >.<

머큐리 2016-02-0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ㅎㅎ

다락방 2016-02-03 18:00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도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아요. 아, 저는 정말 신났어요. 히히.

건조기후 2016-02-03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때 기독교개론 교필이어서 억지로 듣고 엄청 까는 레포트 냈다가 C 받았던 기억이 ㅋㅋㅋ 까더라도 이렇게 멋지게 깠으면 C는 안 받았을텐데 말입니다 ㅎ 구구절절 완전 재밌네요! 저도 장바구니로 ^^

다락방 2016-02-03 18:00   좋아요 0 | URL
기독교개론.. 이라니. -_- 엄청 까는 레포트에 c 라니, 잘 받으셨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라마구 님의 이 책 읽어보시고 다시 까는 레포트 쓰시면 점수 잘 나올 것 같아요! ㅎㅎ
밑줄 재미있죠? 저도 읽으면서 막 짜릿짜릿 해서 좋았어요. 히힛 이런 거 너무 좋아요! >.<

에이바 2016-02-0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밑줄 꼼꼼하게 읽었어요. 다시 읽으니 재밌습니다. 제가 그은 밑줄이랑은 조금씩 다른데 페이퍼에 한 번 써 봐야겠어요. ㅎㅎ

다락방 2016-02-03 17:59   좋아요 0 | URL
40페이지의 `망을 봐주려고 자리를 뜨지 않은 사람도 실제로 포도밭에 들어가는 자와 마찬가지로 도둑입니다` 라는 문장이 너무 좋은 거에요! 여호와한테 한 방 먹인 기분이 들지 뭡니까! ㅎㅎ

에이바 2016-02-03 18:15   좋아요 0 | URL
제가 그은 밑줄은 좀 더 원색적인 디스였네요... 헷

서상권 2016-02-07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현학적인 삶을 즐기는 듯 보입니다. ㅎㅎ 글쎄요. 세상 모든 일에 자기 주관을 가지는 것은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오지랖 넓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마치 축구장 와서 야구 룰 적용한 해설한다는 느낌??? 적정한 비유는 아닌지 알면서도 설명드릴 능력이 박약하여... 뭐든지 비틀어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바닥 심성이기도 하지만. 종교는 믿는 사람들만 평가할 자격이 있는 것 아닐까요? 믿지 않으시는 분들은 그들대로의 삶이, 믿는 바보들은 그들대로의 삶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남을 위해서까지도 기도하는 믿는 사람들이 보다 생산적인 구성원이 아닐지... 필요하시면 가지고 있는 ˝The God delusion˝ 보내드릴 수 있어요.

다락방 2016-02-10 18:08   좋아요 0 | URL
뭐든지 비틀어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바닥 심성이기도 하다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므로 빠가 까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종교는 `믿는 사람들만 평가할 자격이 있다`는 말씀에는 동의할 수가 없군요. 저의 경우 교회를 다닌 오랜 기간동안에는 그 안에 있어서 오히려 문제를 볼 수 없었거든요. 바깥으로 나오고나서야 얼마나 배타적이고 이기적이었는지 보였습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그 안에 있지 않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보여집니다.

황인규 2016-02-1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와 인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를 인간이 감히 알 수 있는걸까?
기독교에서는 신을 매개로 너무나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논리를 만들어 간다는 것 같아서 반감이 많았는데...
주제 사라마구가 아주 신랄하고 해학적으로 까주는군요...
만약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제 생각에는 그 신이라는 존재는 아주 잔인하거나, 아무 생각없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는거...
전지전능한 신이라면서 인간에게 왜 시험에 들게 하고 삶에서의 고통을 주고 하는 것인지...
그것도 다 의미가 있는 거라고? 정말 잔인한 존재로군. 꼭 그렇게밖에 의미를 전달해 줄 수 없는건가?
신이란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 함부로 결론내릴 순 없겠지만... 적어도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란 인간의 나약함이 만들어낸 문화적 부산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것!

황인규 2016-02-1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얼마전에 샀는데 얼른 읽어야 겠네요.
아주 기대 됩니다.
다락방님 말씀처럼 관련 서적들 모두 사서 읽을 계획입니다. ^^

다락방 2016-02-10 18:09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칭찬보다는 비판이기 때문에, 비틀어대는 글이기 때문에 더 `재미`가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제가 성경을 더 잘 알았다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도 읽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저도 관련 책들을 천천히 더 읽어볼 생각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세요!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포털에 접속한 순간 '출산후에도 여전한 미모' 어쩌고의 타이틀이 눈에 확 들어왔다. 한 여자연예인이 출산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여전히 날씬하고 아름답다.. 식의 기사인 듯했다. '출산후에도' , '여전한 미모' 에서 주는 압박에 확 짜증이 치밀었다. 왜? 왜 출산후에도 '여전한 미모'로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할까? 그리고 저렇게 저런 기사들이 보이면 어느틈에 출산후에도 날씬한 몸과 아름다운 얼굴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자꾸만 설득력이 생기게 되는 게 아닐까? 다들 그렇게 되려고 하지 않을까? 졸 폭력적인 기분이다. 출산한지 얼마 안 되었다면 몸은 여전히 부어있어야 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 어마어마한 일을 한 몸으로 해내었는데, 그 후에 바로 다시 출산전의 몸을 만들어야 하나? 일전에 읽었던 '리사 랭킨'의 [마이 시크릿 닥터]속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부탁한다. 부디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앤젤리나, 케이티, 하이디, 니콜, 할리와 비교하지 마라. 우리 대부분은 애초에 그들처럼 예쁘게 생기지 않았다. 그런 우리가 아기를 낳은 뒤의 모습이란… 잊어버리자. 자신을 슈퍼스타와 비교하는 건 불안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슈퍼마켓 계산대에 `출산 후 몸매 관리`기사가 붙어 있는 걸 볼 때마다 나는 속이 메스꺼워진다. 이제 막 엄마가 된 여성들인데, 아직도 압력이 더 필요한가? 산후6주 검사를 받을 때쯤엔 슈퍼모델처럼 보이기라도 해야 한다는 건가? 이게 뭔 개소리야! (p.278-279) 


















일전에 여동생이 첫 출산을 한 후에, 처음으로 샤워를 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었다. 거울을 보니 자신의 몸이 자신이 알던 몸과 지나치게 달라져 있었던 것. 이미 그 사실을 감당하기에도 벅찬데 거기에 몸매 관리까지 해야 된다고?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소개]

1945년, 종군 간호사 생활을 마치고 전쟁터에서 돌아와 남편과 함께 신혼생활을 맞이하는 클레어 랜들. 어느 날, 고대 돌기둥을 만져보던 그녀는 잉글랜드 사람들을 이방인 취급하는 200년 전, 서기 1743년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어 또 하나의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그녀의 삶을 위협하는 지주의 음모와 정탐, 여기에 맹렬한 열정과 절대적인 사랑을 품고 그녀에게 다가오는 젊은 스코틀랜드인 용사, 제이미. 정절과 욕망,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클레어의 이중인생 속에서 펼쳐지는 역사와 로맨스, 그리고 모험. 




'다이애너 개벌든'의 유명한 소설 [아웃랜더] 시리즈에서, 여주인공 '클레어'는 어찌어찌 하여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남자 '제이미'를 만나 결혼도 하게 되는데, 하루는 제이미가 클레어에게 깜짝 놀라면서 묻는다. 당신 지금 뭐하는 거냐고. 클레어는 종아리 제모를 하는 중이라고 답하지만, 대체 왜 털을 미는거냐며 제이미는 충격을 받는 거다. 그러니까 이백년전 쯤에는 제모를 하는 게 굉장히 낯설고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었던 거다. 그 부분을 찾아서 올리고 싶었는데, 아웃랜더인지 호박속의 잠자리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집에는 아웃랜더 뿐이라 어제 자정 넘어 뒤적뒤적여 봤지만 못찾겠더라. 이럴 때 인용문을 딱- 올려야 멋진데... 잘 안찾아져. -0-




나는 연애할 때만 제모에 신경을 써왔다. 종아리털 같은 거는 연애를 하든말든 사실 그다지 관심도 없었고, 겨드랑이 털만을 연애할 때 밀었는데, 밀면서, 좀 짜증이 나긴 했었다. 왜 나는 이걸 밀어야 할까? 어쩐지 억울한 기분도 들었던 거다. 그리고 겨드랑이 털을 밀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귀찮다. 때론 아프다. 상대는 밀지 않는데 나는 이걸 밀어야 한다는 게 어쩐지 자존심도 좀 상했지만, 그래도 겨드랑이 털이 무성한 채로 상대 앞에서 옷을 벗고 팔을 들어올릴 순 없으니-왜?-, 밀긴 밀어야겠지, 근데 왜 그러면 안되지? 하는 생각들이 수시로 찾아들었고, 어떤 때는 '겨털 밀기 귀찮으니까 연애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실제로 이런 워딩으로 몇 년전에 페이퍼에 쓴 적도 있을 것이다. 

면도하기 귀찮으니 그렇다면 레이저로 털구멍을 아예 막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건 영 마뜩지 않았다.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지 못한 행위를 나는 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털이 거기에 난다면, 거기에 날 이유가 있어서일텐데, 그런데 내가 그걸 부러 없애러 병원에 간다는 건, 어딘가 좀 이상하잖아?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고 연애를 한다면 신경쓰일 것 같았고, 그 신경쓰임은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 싫었다. 신경 쓰이느니 그냥 밀고말지, 의 기분으로 겨드랑이 털을 밀어왔다고 보면 맞을텐데, 어제 겨드랑이 털에 대해 칠봉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겨드랑이 털에 대해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말했고, 칠봉이는 '너의 제모가 나를 위한 거라면 하지 말아라' 라고 했다. 아까 제모에 대해 검색을 하다 보니 '이성에게 환상을 무너뜨리는 요인'의 1위로 '상대의 정리되지 않은 겨드랑이 털' 같은 게 꼽혀 있더라. 어디서 설문조사를 한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의 털이 연애 상대에게 환상을 무너뜨리는 무엇이 되지 않을까 약간 염려되었던 마음에, 나의 무성한 털이 당신은 괜찮으냐, 라고 물었는데 칠봉이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도 겨드랑이에 털있지 않냐며. 또한 네 겨드랑이 털이 내 허락을 받아야 되는 부분이 아니다, 라고도 했다. 그 말은 맞다. 내 털을 어디서 누구에게 허락받아. 그래서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는 앞으로 제모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겨드랑이 털을 무성하게 자라게 둔 채로 살기로 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신나서 한참 웃었다. 한껏 자유로워진 느낌이랄까. 아침에 회사 동료와 인사를 나누자마자 '나는 겨드랑이 털을 무성하게 자라게 둘거야!'라고 선언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겨드랑이 털 만세!!!!!!!! 





(출처: 이코노믹리뷰 2015.07.25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55133 )




그렇지만 겨드랑이 털을 염색하는 것은 내가 하지 않을 것 같다. 귀찮아..머리 염색도 안하는데 무슨 겨털 염색을 -0-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이 싫어하겠지, 라는 생각을 했던 내가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물론 많은 남자들은 여자들의 매끈한 겨드랑이를 좋아하겠지만,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닐 터. 그간 연애 상대들에게 내가 '너 혹시 여자 겨드랑이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냐, 털 밀지 않으면 홀딱 깬다고 생각하냐, 정 떨어지냐' 라고 물었더라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일찍부터 들었을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들중 누군가가 '야, 겨털 밀어야지, 그걸 안밀으면 어떻게해' 라고 했다면 그와 나의 이별의 순간이 더 빨리 찾아왔을 수도 있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네 몸이고 네 털이잖아'라고 했다면 나에게 이 자유로움 역시 조금 더 일찍 찾아왔을 텐데. 그걸 묻지 않은 나도 편견과 고정관념에 막혀있었던 게 아닌가. 만약 물었다면, 그리고 상대가 어떤 대답을 했다면, 거기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하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고 또 좋았을텐데. 상대와 나의 의견이 다르다면, 그 다르다는 걸 알려주는 것 만으로도 소득이 있었을텐데. 나와 헤어진 그남자는 그 다음 연애에서 분명 '어떤 여자들은 겨드랑이 털 미는 걸 싫어한다'는 걸 학습한 채로 시작하게 될테니, 그게 모두에게 더 나았을텐데. '어차피 넌 그럴테니까' 라는 고정관념을 내가 가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여름휴가 비행기 티켓을 10개월 할부로 끊어놨다. 그 말은 즉, 어딘가에서 나의 소비를 줄여야함을 뜻한다. 내가 소비 줄일 게 뭐가 있나. 책밖에. 그래서 나는 이제 그 할부가 끝날 때까지 책을 안사기로 결심했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흔들릴 것이고, 중고책 알림 뜰 때마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텨내야 할부를 착실히 갚을 수 있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준비 하다가 책장을 보니, 안 읽은 책이 진짜 많더라. 그래, 할 수 있어. 책 안 살 수 있어! 또한 너무나 고맙게도 며칠전에 o 님이 내게 읽고 싶었던 신간 한 권을 선물로 보내주셨다. 요즘 내가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 받는 탓에 위로하기 위함이라며, 기운내라며 책을 날려주셔서 ㅠㅠ 신간도 있다 ㅠㅠ 게다가 어제 잠깐 만난 다른 o 님도 내게 한창훈 님의 신간을 선물해주셨다. ㅠㅠ 그래서 나는 지금 신간을 사지 않아도 신간이 있는 상태. 그래, 7월달까지, 책 안 사고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당분간 책을 사지 않겠어요. 10개월 정도... 그렇다면 그냥 아싸리 2016년엔 책을 안사는 걸로 해야겠다. 2016년엔 책을 사지 않고 책을 내는 걸로...(응?) 뭐, 그렇다는 거다.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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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2-0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겨드랑이털염색이라니ㅠㅠ;
저도 안 읽은 책들 진짜진짜 많은데.. 어제 또 새책을 샀ㅠㅠ;orz;;;

다락방 2016-02-01 13:50   좋아요 0 | URL
염색은 아무리 생각해도 귀찮아서 못하겠어요. 핑크색으로 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ㅋㅋㅋㅋㅋ
귀찮귀찮..

저는 2016년 책안사기 목표를 세워두고 달성하고자 합니다. 불끈!

건조기후 2016-02-0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무지 멋진 사람이랑 연애하시는구나 ^^

다락방 2016-02-01 13:51   좋아요 0 | URL
그게 다 제가 멋져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무개 2016-02-0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겨털을 일년에 두세번 정도 서너개쯤 뽑아요.
겨털이 안납니다 네네...
그래서 이렇게 여자분들이 고민을 해야하는 부분인걸 몰랐네요.
근데 왜 여자만 정리하죠? 왜 남자는 안해요? 왜지??

저도 책은 당분간 안사는 걸로...
안사기 시작하니까 또 딱히 사고 싶은것도 없더라구요.


그나저나 칠봉씨는 왜케 멋진건가요 *^^*

다락방 2016-02-01 13:52   좋아요 0 | URL
오, 겨털이 안나다니.. 어쩐지 부럽네요. 전 겨털 많아요. ㅋㅋㅋㅋㅋㅋㅋ 무성무성 ㅋㅋㅋㅋㅋㅋㅋ 리본으로 묶어가지고 다녀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아무개님 잘 떠올려 보세요. 매끈한 겨드랑이를 위한 크림이나 면도기 등등 선전할 때 무조건 모델이 여자잖아요. 우리는 이런식으로 세뇌당한 것 같아요. 여자의 겨드랑이=매끈해야 한다, 하고 말이지요. 내 겨드랑이는 거칠것이다!

저는 사고싶은 거 많지만 진짜 읽어대기가 버거우므로 멈춰야겠어요. 힛.
칠봉씨가 멋진 이유는, 그러니까, 음, 저의 칠봉이라서? ㅋㅋㅋㅋㅋ

감은빛 2016-02-0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행에서 무지막지하게 오래 기다리는 동안 이 글을 읽었습니다.
역시 다락방님 다운 글입니다.
제가 연애할 때 만나본 여성들도 겨드랑이 제모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내는 결혼 후 평소에는 제모하지 않고,
여름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을 경우에만 하는 듯합니다.

저도 왜 여성들만 제모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
남성의 털은 괜찮고, 여성의 털은 왜 안 되는 걸까요? 이상하네요.

아무개 2016-02-01 14:59   좋아요 0 | URL
남성의 털은 남성성을 상징하므로 부끄러워 하지 않고 내세우기 까지 할 수도 있지만,
여성의 털은 여성성을 상징하다보니 부끄러워해야 하고 감추고 숨기는 것이 미덕이 된게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을 감은빛 님의 댓글을 읽다가 떠올렸습니다.....

다락방 2016-02-01 15:04   좋아요 0 | URL
저는 궁극적으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어도 겨털을 밀지 않는 쪽으로 가고 싶어요. 지금 생각으론 그런데, 저 역시 그동안 살아온 게 있으니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지금은 일단 내가 편한 쪽,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행동하자,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까 검색도 살짝 해봤는데, 고대에는 남녀 모두 제모를 하기도 했었나봐요. 어쨌든 최근의 여성 제모가 일반화 된 것은 면도기 회사(질레트)의 상술인 것 같아요. 남성 면도기 시장의 포화로 인해서 여성 면도기를 팔기 위해 여성이라면 매끄러운 겨드랑이를 가져야 하고, 그걸 우리 질레트가 도와주겠다, 라는 식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제 본 기사에서는 그렇더라고요. 하나의 `설`일지도 모르겠어요.). 자꾸 그렇게 광고해대니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된 것 같고요. 여성의 겨드랑이=매끄러워야 한다, 이렇게요.

꿈꾸는섬 2016-02-0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효진 하정우가 나왔던 영화(제목 생각 안나요) 공효진의 겨털이 생각나네요. 하정우가 공효진의 겨털에 놀라던......공효진은 겨털을 정리할 생각이 전혀 없었죠.ㅎㅎㅎ

꿈꾸는섬 2016-02-0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러브픽션 이네요. 공감되실만한 영화일 듯해요.^^

다락방 2016-02-01 15:05   좋아요 0 | URL
ㅎㅎ 네, 꿈섬님. 저 그 영화 봤습니다. 하정우가 채식주의자로 나오는 영화였지요. 하정우가 처음 공효진과 잠자리를 가질 때 약간 멘붕에 빠졌던 게 생각나요. 겨드랑이 털 있는 여자는 처음 봤는데, 그렇다고 딱히 `너 털 없애라` 라고 말할 당위성이 없잖아요. 그래서 `액모부인`이었나, 하는 소설을 연재하기도 하잖아요. ㅎㅎ 그 영화 봤습니다~

세실 2016-02-0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정말요? 여름휴가때 나시 입고도 안하실 수 있으려나용?
전 겨털이 몇가닥 없어서 표시는 잘 안나요. 헤~~ 언제 밀었더라?
여름휴가 비행기 티켓은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우실까요^^

다락방 2016-02-01 17:54   좋아요 1 | URL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궁극적으로는 민소매 티를 입었을 때도 제모 하지 않는 게 제가 생각하는 바입니다. 제 몸이고 제 털이니까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건데, 그간 밀면서 환경에 적응했던 지라 이제와서 잘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제모하지 않는 게 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에요. 불끈! ㅎㅎㅎㅎㅎ

아무개 2016-02-0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부터 왼쪽 머리통이 송곳으로 찌르는듯이 아프네요.
동시에 왼쪽 귓속과 왼족 목안쪽까지 같이 통증이 느껴져요.
이런거 편두통인가?
흠...이래저래 컨디션 빵쩜이네요.
퇴근하고 걍 술이나 퍼마시고 잘까봐요............

겨털은 안나지만 다리털이 많고 두꺼워서 반바지 입고 다닐때
남자들에게 한소리씩 듣기는 했습니다만,
내다리털 내가 안밀겠다는데 지들이 뭐라고 췟, 킁 그러고 안밀었습니다....

다락방 2016-02-01 17:56   좋아요 0 | URL
저는 겨털도 많고요. 다리에도 털 있지만, 다리 털에 대해서는 일절 신경쓰지 않아요. 어째서 저는 다리털에는 신경쓰지 않을까요? 여름에 스타킹 안신고 치마 입고 다니면서 다리털에 대해서는 1도 신경쓰지 않았네요. 앞으로도 안써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씀하신 증상은, 글쎄요, 흐음, 그게 편두통인지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머리통이 송곳으로 찌르듯 아픈 거면..편두통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흐음. 집에 가서 편히 쉬어요, 아무개님. 저는 와인을 마실까 합니다. 안주는 뭘로 하지... 안주 생각하며 집에 가야겠어요. -0-

네꼬 2016-02-0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 이 여유! 저는 근데 털이 제가 불편해요. 저 때문에 정리한다고 곤란함. -_- 영구 제모는 비싸기도 하고 왠지 무섭기도 하고요. 아무려나 염색은 하지 맙시다. (다락님 털이지만 염색에는 제가 반대)

다락방 2016-02-02 16:30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면도하는 게 더 귀찮아요. -0- 귀차니즘..귀차니스트..
저는 염색할 거면 그냥 밀어버릴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가 타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어딘가에서 이 책에 대한 글을 보고 읽고 싶었었는데 품절이라 실로 애가 탔었다. 그렇게 중고알림등록을 신청해놓았었고, 드디어 겟! 해서 기쁜 마음으로 봤는데, 제일 처음에 실린 단편 <애가 타다>를 읽고 멘붕.. 이거, 계속 읽어 말어? 처음 실린 단편이 이렇다면 그 뒤의 단편들은.. 읽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닐까? 하고 고민고민하다가, 아니야, 그렇게 섣불리 판단하지마, 라고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며(!) 읽었는데, 하하하하, 역시 첫 단편이 이렇다면 그 다음 단편들도 마음에 안들긴 마찬가지일거라는 내 판단은 옳았다. 독서경력이 쌓이면서 이제 척 하면 착 이 되어버렸달까. 제기랄. 내 느낌을 믿을걸.


그러니까 단편에 등장하는 주연,조연 모두가 다 병맛 캐릭터인 거다. 첫번째 단편의 <애가 타다>는 삼십대초반(31이었나 30이었나 그즈음)의 여성이 24살의 젊은 남자랑 연인인지 뭔지 모를 관계로 지내는 이야기인데, 그녀는 남자를 좋아해서 더 다가가고 싶은데 그러면 흉해보이지 않을까 싶어 망설이는 거다. 



결국 깨질 때 깨지더라도 박터지게 부딪혀보자는 일념으로 마호코 씨는 전근 간 뒤 연락 없는 남자를 만나러 훗카이도로 간다. (p.278,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옮긴이라면 책에 대해 반드시 좋은 말만 써줘야 할까? 그렇다면 그도 못할 일이겠다,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저 옮긴이의 말을 보면 뭔가 여자가 과감한 결심을 하고 용기를 낸 것처럼 느껴지는데, 내가 읽은 본문에서는 그렇다기 보다는 좀 끔찍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전근이라 이사를 갔고 그래서 바쁘다고 연락도 잘 안하는 남자를 여자는 무작정 찾아가는 거다. 남자가 여자에게 자신의 집이 어디다, 라고 데려가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쨌든 물어물어 찾아가서는, 우편함에 세 차례에 걸쳐 쪽지를 써서 넣는다. 이건 뭐... 내가 이 여자의 상대였다면 너무나 불쾌해지는 일인 것이다. 아, 너무 싫어. 이건 사귀는 사이라도 싫은데 관계가 뭔지 애매모호한 사이에는 더 불쾌한 일 아닌가. 싫다. 아니, 그러니까, 또 이 못난이 젊은 남자는, 왜 또 여자한테 확신을 안줘? 여자가 '아닌가보다' 포기할라치면 남자는 또 '기다려줘요' 이딴 소리를 해대니까 여자는 다시 희망을 갖고 이러는 거다. 애초에 미적지근하게 만났다가 연락없다가 기다리랬다가 같은 개수작 부리지 말고 노선을 확실히 했으면 사실 여자도 이렇게 애가 타서 거기까지 찾아가는 일은 없었을 거 아닌가. 물론 연애는 저마다의 것이지만, 상대에 따라 다른 내 모습이 나오는 거지만, 나 또한 병맛 연애를 해본 적이 있지만, 어쨌든지간에 진짜 병맛 캐릭터들의 병맛 관계였다. 어휴.. 여자가 노선을 확실히하기 위해 움직인 것은 맞다. 그리고 그건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었다. 노선을 확실히 하는 게 둘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혹은 다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이 젊은 놈이 못하니까 전전긍긍하는 여자가 하려던 거였는데, 어쨌든 좀 거시기했다. 짜증..



옮기이는 이 책이 노처녀의 이야기라고 했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되게 구린 시선을 가지고 있어서, 중간에 나는 이 작가가 몇년생인가, 다시 작가의 말을 봐야 했다. 왜 대체 이런 생각을 하는거지? 하고.



스도 안네는 전업주부다. 남편의 벌이로만 생활하고 있다. 유부초밥인지 즉석식품인지 모르겠지만, 그것만 준비하면 마음대로 놀러다녀도 되는가보다. 아주 팔자 좋네, 하고 말해주고 싶어지는 것은 내 심성이 곱지 않아서일까. (한 걸음 더, p.247)



하아- 한숨이 났다. 이건 심성이 곱지 않아서가 아니다. 심성의 문제가 아니다. '시선'의 문제다. 책 속 노처녀들은 모두 남자를 사귀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 게다가 남자를 사귀고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인정'받고 싶어한다.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 받고 싶어하는 걸까? 그러면서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고 로맨틱한 사랑을 꿈꾼다. '좋은 신부'가 되기 위해 회사에서도 남자사원들의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도맡아하는 여자 이야기가 나오는 <고마도리 씨 이야기>는 그중 가장 끔찍하다. 회사의 남자직원들에게 '좋은 신부가 되겠어' 라는 말을 듣고 자기가 정말 좋은 신부가 되겠다고 믿는 여자라니, 그렇게 직원들의 담배를 사다주는 여자라니. 진짜 씨발스럽지 않은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좋은 신부가 되겠다고 칭찬하는 남자들은, 자기 담배심부름 해주는 여자라서 그런 거다. 진짜 개같아서 원 ㅋㅋㅋㅋㅋ 어디 칭찬하면서 사람 부려쳐먹냐 씨발놈들아. 어느 단편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1도 나오질 않아..



고마도리 씨는 로맨틱을 믿고 있다. 만남은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만남은 우연한 것이 좋다. 우연한 기적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다. 친구에게 소개를 부탁할 마음은 없었다. 내 쪽에서 움직여선 안 돼. 고마도리 씨 쪽에서 먼저 기회를 만들면 잘 안 되었다. (고마도리 씨 이야기, p.191)



(위의 박스 이상해... 왜이렇게 된거야 제기랄 ㅠㅠ)



배려를 하지 않는 인물들이 어느 단편에서나 툭툭 튀어나오는 데, <막내 여동생> 에서는 '전남편'이 그렇다. '전아내'가 다니는 회사의 거래처에 근무하는 '전남편'은 그러니 그 회사에 올 일이 많은데, 그 둘이 부부였던 걸 당연히 회사 사람들이 다 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이러고 다닌다.



나이는 쉰 살 정도로 가슴이 떡 벌어진 사람이다. 활달해서 분위기 메이커로 알려진 다무라 씨는 여복 많기로 유명하다.

결혼은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노라고 공언하고 다녔다. 다 젊은 혈기에 한 짓이었지, 하고 회사에 올 때마다 전처인 구와타 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혈색 좋은 피부로 웃었다. (막내 여동생, p.74)



아니, 전처의 회사에서 전처의 어깨를 두드리며, 너랑 결혼한 건 젊은 혈기에 한 짓이지, 이렇게 말하는 개새끼라니, 그러면서 사람좋은 웃음을 웃는 놈이라니..참. 하아- 배려없는 놈들이 지천에 깔렸구나. 아니 이건 진짜 예의 문제지. 



어제 여자1과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그녀는 얼마전 썸남과 헤어진 얘기를 하면서, 그 썸남의 이해할 수 없는 발언에 대해 덧붙였다. 썸남은 '나는 할 말을 다 하는 사람이야' 라며 자신이 당당한 캐릭터임을 알린 거다. 그러면서 예로 든게, '나는 못생긴 여자한테 너 못생겼다 라고 얘기해. 할 말 다 하고 살아' 라더란다. 아니 여기에도 씨발놈이... 내가 그 말을 듣고 여자1에게 그 남자랑 안사귀길 정말 잘했다며, 그건 할 말을 하는 게 아니라 할 말 안할 말 구분도 못하는 병신이라고 말했다. 더 웃긴건, 그런 얘기 듣는 게 불편해서 여자1이 '오빠도 잘생긴 건 아니야' 라고 했더니 불같이 화를 내더란다. 뭐 이런... 예의가 예의인줄 모르는 개놈들이 사방에 깔려있는건가... 


작가의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시선이 불편하다. 예의 없는 사람, 배려를 모르는 사람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그런 사람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의미 있는 일이다. 예의 없고 배려 모르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소설이 세상 천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얘기를 하고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시선 조차도 내가 보기엔 구리다. 작정하고 쓴 노처녀(!) 소설인 것 같은데, 노처녀라서 남자를 사귀지 못해 안달하는 것 자체가 지금과는 맞지 않는다. 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그 어떤 여자들보다 나이가 많지만, 남자에게 선택받고 싶어서, 남자의 눈에 들고 싶어서 안달하지 않는다. 물론 책 뒷표지에 나와있듯이 



서른한 살이 되었다.

연애중인 그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연애를 하면서 나 역시 상대에게 기대하는 말들이 있고, 상대가 해줬으면 하는 제스쳐들이 있지만, 그래서 불안하기도 하고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그럴때마다 그것이 '내 나이가 벌써 얼마인데..' 해서는 아니다.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그걸 남에게 보여야 한다, 고 이 책 속의 여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못할 경우 위축되는 거다. 그 점이 지금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소설이 쓰여진 시대 탓인지, 작가의 시선 탓인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나이에 연애 한 번 못해보다니 쪽팔리다' 라든가 '결혼도 못하고 지금까지 뭐한거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이 소설과 내가 맞지 않는다. 


나는 결혼을 하게 되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혼이란 게 살면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애를 하고 남자를 사귀면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그렇다고 애인이 없을 때 존나 우울해서 죽을 것 같거나 하지도 않다. 내 나이는 벌써 이렇게 훌쩍 많아졌지만,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한 언제든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하의 남자와 연애하게 되면 간혹 신경 쓰이고 기가 죽기는 하지만(내가 너무 늙었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상대앞에서 쪼그라들진 않는다. 이런 내가 완전히 다른 성향의 여자들이 잔뜩 나오는 글을 읽으려니 읽는 내내 즐겁지가 않았다. 그냥 당신 혼자 살아, 그런 병신 같은 애인은 걷어차버려, 혼자이면 어때 우동이나 먹으러 가! 같은 말들을 이천번쯤 내뱉고 싶었다. 




음.. 재미없는 책의 리뷰를 참 재미있게 잘도 썼다는 생각이 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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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29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지막에 제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딱 해주시네요^^ 스도 안네 이야기에선 폭발할 뻔 했어요... 나 참!
이렇게 재미없는 소설에도 재미난 리뷰를 달아주시는 대인배 다락방님^^ 점심 맛있게 드세요!!

다락방 2016-01-31 15:02   좋아요 1 | URL
네, 소설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왜, 어떤 소설에서도 짜증나는 캐릭터는 등장하잖아요. 그러나 그런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해서 소설 자체가 짜증나거나 하진 않는데, 이 소설은 왜 소설 자체가 짜증이 날까.. 어쩌면 작가의 시선이 그 인물들을 그려냄으로써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 알수 있게 되고, 그게 나랑 안맞을 때 짜증나는 걸까. 이를테면 짜증나는 캐릭터를 그려놓지만 이야기 자체는 아름다울 수 있잖아요. 연민이 생길 때도 있고요. 그런데 이 책속의 인물들은 그렇질 못하더라고요. 하아- 아름다운 소설을 읽고 싶습니다.

302moon 2016-01-2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년 전에(;) 구입해서 읽었는데, 정말 짜증나서; 읽고 난 뒤의 리뷰도 쓰지 않고, 읽고 싶어 하는 지인에게 건넸습니다.
밑에서 두 번째 문단, 엄청 공감하고 갑니다.
리뷰, 재밌게 잘 쓰셨어요.:) 저는 리뷰쓰기도 팽개쳤는데/

다락방 2016-01-31 15:03   좋아요 1 | URL
아, 302문님도 짜증나셨었군요! 아우 저는 진짜 읽다가 집어 던질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회사 동료 남자 담배심부름에선 어찌나 빡이 치던지. 게다가 왜저렇게 남자남자 .. 남자를 사귀지 않으면 자기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것 같은 그런 조급함이 아주 신경질 나더라고요. -0-
 















책 표지의 사진은 근사하지만 표지 자체는 좀 후졌다. 두꺼운 도화지 표지-이것도 아주 두껍지는 않아-에 종이 포장지로 한 겹 싼 느낌. 그래서 금세 구겨지고 낡기 쉽다. 전체적으로 약한 표지다. 흠.. 



나처럼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이든 소설가이든 시인이든, 그러니까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든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이든, '나는 이런 글을 쓸 순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그런 생각을 종종 하는 편인데, 우아한 글을 읽을 때도 그렇고 체계적인 글을 읽을 때도 그렇다. 아, 이런 글은 내가 쓸 수가 없겠어. 이렇게 우아하고 체계적인 글, 논리정연한 글을 쓸 순 없어, 이건 내 능력 밖의 일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지.


그러면서 나는 내 글이 감성 떨어지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좋게 말하면 감성이 묻어나고 나쁘게 말하면 감성이 흘러넘치는 글이라고 생각해온 거다.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한 글을 쓰고 싶은데 지나치게 기분파랄까.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한다. 뭔가 정리하고 쓰는 글이 아니라 쓰면서 정리가 되는 스타일이니까. 어쨌든 나는 내 글이 지나치게 감상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감성으로도 나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책의 서문에서 나는 이런 글을 본 것이다.




"네 이름을 발음하는 내 입술에 몇 개의 별들이 얼음처럼 부서진다."


오래전 이렇게 시작하는 메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서문에서



아니, 네 이름을 발음하는 내 입술에 몇 개의 별들이 얼음처럼 부서진다......라니. 이야, 이건 내가 쓸 수 없는, 감히 생각해낼 수 없는 문장이다. 이런 아름다운 문장이라니. 그러나 사실 아름답다는 생각은 했으되, '좋다' 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좋다 혹은 싫다 고 말하기에는 뭣한, 그 중간지점 어디의, 약간 멘탈에 붕괴를 가져오는 문장이랄까. 아, 나는 결코 이런 문장을 쓸 수가 없어. 시인은 다른 건가... 그러니까 박연준은 장석주로부터 저런 문장이 담긴 메일을 받았단 거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박연준, 저런 메일을 받고 가만히 있었느냐, 하면, 그럴 리가!



먼 곳에서 나를 향해, 별들이 걸어오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녁이 되자 슬퍼졌습니다.

무릎을 꿇고 '얼음을 주세요'란 제목으로 시를 썼지요.

그 시로 시인이 될 줄은 몰랐지만 시를 쓰던 순간,

파랗게 내가 곤두선 불꽃이 된 기분이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 서문에서



이래서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있나보다. 별들이 얼음처럼 부서진다, 라는 메일을 나한테 보냈다면 내가 감히 얼음을 주세요 란 제목으로 시를 쓸 수 있었겠는가. 파랗게 곤두선 불꽃...같은 기분을 내가 느꼈을 리 없잖아? 그래서 장석주는 박연준에게 저런 메일을 보낸 것이고, 그래서 박연준은 얼음을 주세요란 시를 쓴 것이다. 내가 아니라서. 그 어디에도 내가 없어서. 그들은 장석주고 박연준이라서. 아...내가 될 수 없는, 내가 어울릴 수 없는 그들이다.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좋게 쓰이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여기서는 진짜 그 말 밖에 생각이 안난다.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린다. 그러니까 나로 말하자면,


먼 곳에서 나를 향해, 별들이 걸어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그 누구로부터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고, 당연히 별들이 부서진다는 식의 메일을 보낸 이도 한 명도 없었던 거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싶고, 설사 앞으로 누군가 내게 네 이름을 발음하면 별들이 쏟아진다 는 식의 메일을 보낸다면, 음..... , 나는 답장 할 수 없을 것 같다. 당연히 시도 쓸 수 없을 것 같고.



국문과를 들어가 다시 공부할까,

하는 생각을 몇 년전부터 지금까지 쭉 해오고 있다.

물론,

생각만 하고 있다.

들어가봤자 어차피 공부 안할 나임을 알기에.. ♪ 잘 알기에~ ♬ 어머님 용서하세요 그녀에겐 저밖에 없는데 그녈 버릴 수가 없어요~ ♪ 너의 몸이 낫는대로 어디 멀리 떠나자~ 아무도 없는 곳으로~




사람은 궁극적으로 나에게 맞는 대화상대를 만나기 위하여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인생이란 게 그런 거 아닐까.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 결국 잘 맞는 대화상대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게 아닐까. 잘 맞는 것 같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도 금세 헤어지게 되는 경우는, 잘 맞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거나 혹은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맞춰주려고 했던 경우가 아닐까. 결국 대화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치게 한다는 거니까. 그래서 끊임없이 우리는 이 사람과 이별을 고하고 또 저 사람과 헤어지면서 자꾸만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 결국 내 옆에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은, 나와 대화가 가장 잘 통하는 사람인 것 같다. 


얼마전에 [꽃보다 청춘]이란 프로를 잠깐 봤는데, 그전부터 본 게 아니라 각자의 캐릭터 파악이라든가 그 프로그램의 분위기라든가 하는 걸 내가 알순 없었지만, 오로라를 보고 들어와 다같이 감흥에 젖어, 그 늦은 밤, 한잔더? 를 외치고 침대에 내 명이 함께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걸 보는 게 좋았다. 물론 '너는 뮤지컬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하는 질문은 뭔가 설정스러워서 별로였지만, 그것은 티븨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일테고, 친근한 이와 함께 무려 오로라!! 를 보고 숙소로 돌아온다면, 그 침대 위에서 우리는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은 것이다. 그래서 말랑말랑 낭만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손을 잡고 누군가와 오로라를 보고 함께 숙소로 들어와 씻고 지친 몸을 침대에 철푸덕 얹어놓고서는, 준비되어 있는 술을 꺼내와서 홀짝이며, 긴긴밤 지쳐 잠들때까지 얘기를 하는 거다. 아, 너무 좋지 않은가! 그러고보면 나는 항상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했던 것 같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서로의 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좋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가 좀전에 같은 경험을 했어! 그렇다면 우리에겐 같은 감정이 그리고 또 다른 감정이 쌓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 마음맞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지는 아래 사진이 좋았다.



나란히 앉아 같은 방향을 보면서 이야기나누는 게 눈앞에 확 그려지지 않는가. 너무 좋은 거다. 이것은 내가 오래전에 한 번 페이퍼에도 언급했던 그 포치가 아닌가! 낮에도 밤에도 이른 아침에도 또 새벽에도, 저런 곳에 앉아 이야기나눌 수 있다면 뭐랄까, 삶이 굉장히 충족스런 느낌일 것 같다. 삶에 있어서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은 느낌? 

얼마전에 마음이 꽉 찬 느낌, 빈 틈이 없는 것 같은 충족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만약 저런 곳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앉아서 뭔가를 먹고 마시며(반드시!!)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때는 삶 자체가 완벽하게 느껴질 것 같다. 아, 아름다운 인생..


무엇보다 좋았던 건 아래 사진이다.



이런 사진은 그냥 내 스타일. 완전 사랑하는 사진. 스테이크를 구웠대...하아- 인생... 스파게티도 먹었대.. 아아. 와인과 맥주가 빠지지 않는 저녁이라니, 아, 도대체 이들은 얼마나 근사한 삶을 산거야! 저렇게 여러 병의 와인을 보노라니, 그들의 행복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다. 뭐 실상 저 식탁에 마주앉아 서로 싸웠을지도 모르지만, 사진으로 보는 내게는 완벽하고 충족된 마음만이 전해진다. 내 로망이야. 술, 맛있는 안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과의 대화.


멋져...



그렇지만 이 책은 재미 없었다. 아하하하하. 지루했어 ㅠㅠ 박연준은 걸으면서 맞닥뜨리는 풍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장석주는 걷는다는 행위 그 자체에 더 많은 의미를 둔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둘의 글 스타일도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그 다른 스타일의 글 모두,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박연준은 앞으로 시로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연준과 장석주는 한 달간 시드니에서 살아보게 됐다. 호주에 집을 가지고 있는 지인이 오랜 시간 여행을 떠나면서 '여기서 늬들이 살아보지 않을래?'라고 제안했던 것. 그래서 훌쩍 그 먼 데로 날아가 그 집의 침실, 부엌, 욕실들을, 사용하던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 되게 편하겠다. 뭣보다 호텔이나 모텔이 아닌, '가정집'인데 거기에 우리 둘밖에 없고(꺅!!), 게다가 그런 집을 구하는 험난한 과정 역시 생략되어 있었으니. 아, 이 얼마나 땡보..(응?) 


나도 그렇게 한 번 지내보고 싶기는 했다. 먼 데서 한 달간 혹은 두 달간. 그냥 그 동네나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면서. 몇 시가 됐든 일어나서 푸짐한 아침(!)을 먹고 점심도 푸짐하게 먹고 저녁은 더 푸짐하게 먹고(!!), 술도 퍼마시고 랄라~


일단 회사를 때려쳐야해..


그리고 내가 그렇게 지낼거라면 나는 호텔이어도 좋겠다.


아, 저렇게 와인 쌓아두고 먹고싶다.. 저렇게 쌓아둔 와인병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와인 한 박스를 선물하며 청혼했다던 남녀가 떠오른다. 가장 이상적인 청혼방법인 것 같아...  그런데 그 책의 제목은 왜 맨날 생각이 안나지? 도리스와 .. 뭐였지? 찾아보고 와야겠다. 아, 힘들게 찾았다. [둘런과 모리스의 컬렉션] 이었다. 도리스는 개뿔..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_-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 보고난 후에는 가슴이 서늘해지더라. 그 웅장한 자연 앞에 숙연해지는 기분도 들고. 어휴, 자연이 얼마나 위대하고 무서울 수 있는지 정말 잘 보여준다고 할까. 양쪽으로는 절벽이며 가운데 길은 눈으로 가득 쌓였는데, 거기를 혼자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이라니. 하아- 너무나 쓸쓸하고 고독해보여서, 아, 인간은 원래 이토록 외로운 존재인가, 하고 되게 추웠었다. 춥구나, 인생..


남자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는데, 그렇다면, 그 복수가 끝난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그에게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목적이 있었으나 그 복적을 이룬 삶이라면, 그러면 그 후엔..무엇이 남는걸까? 



서늘하다.






얼마전에 동생네 가족이 와있었을 때 나의 고모가 나의 조카들과 놀겠다며 오셨더랬다. 그때 칠 살 조카가 고모의 손을 잡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며 '고모할머니, 내가 도서관에 데려다줄게요' 했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 꼬마가 도서관에 가봤다고, 내 방을 도서관이라고 부르더라. 자기는 도서관이랑 책 파는 데 말고는 이렇게 책 많은 데는 본 적이 없다며. 친구들 집에 놀러가봤지만 이렇게 책이 많지 않았단다. 나는 칠 살 조카와 네 살 조카를 앞에 두고, 너희들 자라면 이 책 다 줄게, 다 읽어, 했었더랬다. 어쨌든 고모를 내 방으로 데리고가길래 우리 엄마가 '거긴 왜, 이모방인데, 이모 없을 때 들어가지마' 했더니 칠 살 조카가 그러더란다.



이모가 나는 언제든지 들어오랬어.



하하하하하하하. 사실 내가 그렇게 말한 기억은 진짜 1도 안나. 그렇지만 틀리지 않아. 그래, 언제든 들어가렴. 그렇게 고모를 데리고 내 방에 들어가서는, 고모할머니, 도서관이야, 하면서는, '우리 엄마는 이 책을 제일 좋아해' 하면서 책 한 권을 꺼내 고모를 보여줬단다. 그게 이 책이었다.





여동생이 와있는 동안 내 책장에서 책을 몇 권 꺼내 봤는데 이 책이 참 좋았던가 보다. 언니 이 책 좋더라, 다 먹고싶고. 그래서 내가 그랬다. 응 이거 내 힐링북이야, 이 책 들여다보면 막 힐링 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아름다운 음식 사진 보면 힐링힐링... 책은 [simply italian] 이다. 물론, 설명은 읽지 않는다. 영어니까. 나는 그저 사진만 본다. 충분히, 충분히 영혼에 쉼이 찾아온다. 



세상의 모든 음식들에게 축배를!


그리고 나, 여기 가보고 싶다.


록스The Rocks 거리를 먼저 둘러보았다. 금요일이라 'Friday foodie market'이 열리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했지만 브런치를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구경만 했다. 돌바닥으로 이루어진 고풍스러운 거리가 인상적이었다. 책을 찾아보니 록스는 이민자들이 시드니에서 가장 먼저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지역이라고 했다. (p.71, 박연준)


내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 록스 거리의 friday foodie market 에 가보는 걸 넣어야겠다. 아... 얼마나 많은 음식이 거기 있는걸까?



일요일 저녁부터 침을 삼킬때 목구멍이 아팠는데 어제는 점점 더 심해지더라. 그래서 아 일찍 자야겠어, 하고는 열시부터 잤는데, 오늘 아침에 남동생이 '목은 좀 어때?' 하고 안부를 물어주었다. 응, 어제보다는 좀 나은데 그래도 아프네, 라고 답하면서, 매일 보는데도 이렇게 안부를 물어주는 동생이라니, 나는 참 좋다, 생각했다. 그 무슨 시에 그런 구절이 있었는데.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것이다, 라는 구절.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것이다.




페이퍼를 적다보니 '널 만지고 널 느끼고' 하는 신해철 노래가 생각이 났다. 그런데 제목이 도무지 생각이 안나. 그래서 널 만지고 널 느끼고, 를 검색창에 넣어보니 김종국 이름만 나오더라. 아니야, 이거 신해철인데.. ㅠㅠ 그래서 남동생에게 물었다.


널 만지고 널 느끼고 

이 가사 노래 뭐지?


나는 신해철이란 부연 설명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남동생으로부터 딩동- 답장이 날아들었다.


월광



아, 멋져 ㅠㅠ 감동 ㅠㅠ 넌 진짜 완벽해 ㅠㅠ 퍼펙트 ㅠㅠ


그렇지만 일전에 나도 똑같이 해준 적이 있다. 남동생이 회사에서 점심 먹고 어떻게 이야기가 팝송으로 흘러가서 얘기하다가 도중에 제목이 생각이 안나 나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본거다. 누나, 이 노래 뭐지?



따라 따라라라 따라라~



이놈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사도 몰라서 정말 저랬다. 그런데 내가 바로 답해주었다.



시카고. 하드 투 세이 아임 소리.



아, 고마워! 하고 끊고서는 집에서 만나서 누나 진짜 대단하다, 했더랬다. 그걸 어떻게 알아들었냐,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월광> 이었다.



너의 눈빛 너의 몸짓 너는 내게 항상 친절해
너를 만지고 너를 느끼고 너를 구겨버리고 싶어

걷잡을수 없는 소유욕 채워지지 않는 지배욕
암세포처럼 지긋 지긋 하게 내 몸을 좀 먹어드는 외로움

나의 인격의 뒷면을 이해할수 없는 어둠을
거길 봐줘 만져줘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내 결점을 추악함을 나를 제발 혼자 두지마
아주 깊은 나락속으로 떨어져가고 있는 것 같아

나의 마음은 구르는 공위에 있는 것 같아
때론 살아 있는것 자체가 괴롭지
날 봐 이렇게 천천히 부숴지고 있는데 아주 천천히

끝없이 쉴곳을 찾아 헤메도는 내 영혼
난 그저 마음의 평화를 원했을 뿐인데

사랑은 천개의 날을 가진 날카로운 단검이 되어 
너의 마음을 베고 찌르고 또 찌르고

자 이제 날 저주 하겠니 술기운에 뱉은 단어들
장난처럼 스치는 약속들
나이가 들수록 예전같지 않은 행동들

돌고 도는 기억속에 선명하게 낙인찍힌 윤리 도덕 규범 교육 
그것들이 날 오려내고 색칠해서 맘대로 이상한걸 만들어 냈어

내 가죽을 벗겨줘 내 뱃살을 갈라줘
내 안에 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나도 궁금해

커튼 사이로 햇살이 비칠때 기억나지 않는 지난밤
내 마음을 언제나 감싸고 있는 이 어둠은 아직 날 놔주지 않고..





한 남자아이의 아버지는 작은 구슬 두 개에 `럭키`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수로에 부러 빠뜨렸다. 그는 아이가 두 개의 럭키를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도와주었다. 얕은 물살에 흘러가는 두 개의 `럭키`를 찾는 것은 아이였지만 나 또한 눈으로 럭키를 쫓고 있었다. 아이는 지치지도 않고 구슬을 던지고 찾기를 반복했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럭키를 대신 찾아주기도 했다. 아이는 30분동안 럭키를 잃어버렸다, 다시 찾았는데 아이 아버지는 귀찮아하지도 않고 그 놀이에 동참했다. 보는 내가 다 귀찮았는데 말이다. 아이가 구슬을 찾을 때마다 외치는 "럭키!"라는 소리에 기분이 상쾌해졌다. 아이는 그날 아버지 덕분에 얼마나 많은 행운을 거머쥔 걸까?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가 자라면서 `행운을 능동적으로 찾는 사람`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때마다 옆에서 지켜주고, 응원해줄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p.63 박연준)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 스튜와 빵, 샐러드와 베이컨 등 음식을 잔뜩 시켰다. 롱블랙도 두 잔 시켰다. 롱블랙은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물을 섞어 마시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아메리카노와 비슷하다. 처음엔 이름이 근사해서 감탄했다. 내 멋대로 `긴 긴 밤` 이라고 의역도 해봤다. 긴 긴 밤 한 잔이요! 얼마나 멋진가? 밤을 한 잔 마시는 시간이라니. 커피 속에 기다란 검정도, 기다란 기차도, 기다란 밤도 넣어보며 홀짝였다. 이름이 중요한 법이다. 무엇이든 호명하고, 불러주고, 사랑해주는 순간 빛나게 된다. 완전히 달라진다. (p.70, 박연준)

"걷기는 `곳`안에서 무엇의 길을 트고, 시간 안에서 무엇을 구멍낸다."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신비한 결속』에 나오는 구절이다. 『신비한 결속』은 사랑에 실패한 여자 주인공이 혼자 산과 바닷가를 하염없이 걷는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이다. 최소한으로 먹고, 최대한으로 걷는 일이 삶의 전부인 여자. 몸에는 지방 한 점이 없고, 눈빛은 수도승처럼 깊어진 여자. 갈망이 깊어질수록 그녀는 걷고 또 걸었다. 목적 없이, 무작정 걸었다. 걷는 일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 듯했다.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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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1-2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이 스피드퀴즈를 할때 어?하면 아~~하고 맞추는 광경같아요^^

남동생분과는 음악취향도 비슷한가 봅니다
영원한 볼매 남동생이어요
볼수록 매력적인^^

그나저나 이책은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까?로 마음속으로 노선변경이^^

기억의집 2016-01-26 20:49   좋아요 1 | URL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사면 좀 아까울 것 같아요. 지루하다하니.... 전 여자분이 시인인 줄 몰랐어요.

책읽는나무 2016-01-26 22:01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언능 희망도서신청 해야겠군요^^
여자분도 남자분도 둘 다 시인이어서 더 좀 특별해 보이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락방님 글을 읽어보니 시집을 사는 것이 더 나은가?싶긴 하네요^^

기억의집 2016-01-26 22:08   좋아요 0 | URL
두분이 결혼했다 하던데.. 나이차가 많이 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다락방 2016-01-27 10:43   좋아요 0 | URL
저는 지루해서 책장이 잘 안넘어가더라고요. 그런데 글의 분위기라는 게 저랑 안맞아서 그렇지 또 다른 분들께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조용조용히 잘 읽으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테고요(밑에 건조기후님 댓글 참고하세요!). 음, 그렇지만 도서관가서 글의 분위기를 살펴보시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ㅎㅎ

저는 박연준 시인의 시집을 좋게 읽었던 터라(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뭔가 아끼는 마음 같은 게 있어요. 이 책의 서문에서 김민정 시인도 `우리 연준이`라고 한다는데, 저는 `우리 연준이` 까진 아니지만, 어어 박연준, 하게 되는거죠. 신간 나오면 반갑고요. 그래서 산문집 [소란]도 내내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너무 감상적인 글들이 저랑 잘 맞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 다른 시인도 그랬거든요. 시가 좋아서 에세이를 읽었는데 그냥 시만 읽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그 시인의 산문집을 읽고 들었더랬어요. ㅎㅎ

아, 오늘은 칠봉이랑 스피드 퀴즈 했어요. 리즈 위더스푼 나오는 영화 얘기하려는데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고, 그러니까 리즈 위더스푼 이름도 생각이 안나고, 영화 제목이 w 로 시작했다는 것밖에 생각이 안나는 거에요. 그래서

˝그 뭐지? 워크 였나?˝
하니까 칠봉이가
˝와일드거든?!˝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김요



기억의집님/ 네, 두 분이 결혼을 하셨고 결혼소식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쓰셨대요. 그래서 무척 관심이 가서 저도 읽게 되었답니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데 뭔가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는 이 책에 거의 없어요. ㅎㅎㅎ 근데 둘 다 시인인만큼 어떤 식으로 살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뭐, 시인도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과 똑같겠지만 ㅋㅋ

건조기후 2016-01-2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표지 벗겨서 펼치면 안쪽에 그들이 지냈던 곳 지도가 있어요 ^^ 동선 떠올리며 천천히 훑어보는 것도 괜히 행복하더라고요, 내가 갔다 온 것처럼 ㅎㅎ

다락방 2016-01-27 09:57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뭔가 종이가 너무 약해서 벗겨볼 생각도 못했어요. 건조기후님 이 책 읽으셨군요! >.<

건조기후 2016-01-27 10:2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조용조용 잘 읽은 사람이 저예요 ㅎㅎ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한번 꼭 안아보기까지 했답니다. 특별해보이는데 특별히 특별할 거 없이 그냥 조곤조곤한 분위기가 참 좋더라고요. 유난스럽지 않은 연인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도. 저 역시 장석주보다는 박연준의 글이 더 좋았어요.. 소소하게 많이 웃었네요. 시집도 사보려고요! ㅎㅎㅎ

다락방 2016-01-27 21:45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건조기후님은 박연준의 시보다는 이 산문을 더 좋아하실 것 같아요. 아, 제 생각이니까 제 말을 신뢰하진 마시고요. ㅎㅎㅎ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유난스럽지 않은 연인의 모습을 보여준 건 저도 좋았어요. 유난스러운 거 싫거든요. 신형철의 공개 청혼같은... -0- 신형철의 그 서문 이후로 저는 신형철을 버렸습니다. -_-
그런데 장석주의 글을 읽어보니 사실 박연준을 좋아한다는 게 뭐랄까, 전혀 드러나지 않더라고요. 약간 서운하기도 했어요, 저는.

보물선 2016-01-2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결혼, 은근 멋짐~

다락방 2016-01-27 09:57   좋아요 0 | URL
그쵸 멋지죠? 좋은 방법이다, 저도 생각했어요. ㅎㅎ
그리고 뭔가 시인들의 만남인 것도 좋아요!

2016-01-26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27 09:58   좋아요 0 | URL
네, 두 분 결혼 축하는 결혼 축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는 없었습니다. ㅎㅎㅎㅎㅎ

기억의집 2016-01-26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석주가 시인이자 예전에 청하츨판사 대표였죠?! 저렇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울 남편은 와인보다 소주를, 스테이크보다 찌개나 국이라서.... 한번도 저런 장면을 연출한 적이 없어요. ㅠㅠ.

다락방 2016-01-27 09:59   좋아요 0 | URL
제가 장석주를 이 책에서 처음 만났거든요. 다른 분들은 이미 장석주를 알고 또 좋아하고 계시던데 저에겐 사실 관심밖의 인물이었어요. 박연준을 좋아해서, 박연준한테 관심이 있어서 이번에 장석주한테도 관심을 갖게 된건데, 음, 저는 딱히 이 책으로 인해서 더 호감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더라고요.

기억의집님 남편하고 저런 장면 연출이 불가하다면, 그냥 혼자 연출하세요! 저는 혼자서 술상 잘 차려 먹어요. 사실 저렇게 근사하게는 못차리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고기 사다가 막 구워가지고 와인하고 먹고 그래요. 저도 남동생이 맥주,소주파라서 집에서 함께 먹을 때는 남동생은 소주나 맥주 마시고 저는 와인 마셔요. 각자가 좋아하는 술로 알아서 마신답니다. 다만 함께 마실 뿐이죠. 훗.

heima 2016-01-27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용조용 아껴가며 읽은 사람 중 한 명이에요. 난다 걸어본다 시리즈가 대체로 이렇게 조용조용한 것 같더라고요 (저도 세 권 밖에 안 읽어서 다른 책은 어떤지 모르지만 ㅎㅎ) 저 역시 박연준 글이 더 좋았답니다. 저 소란 있는데 보내드릴까요?

다락방님과 남동생분은 늘 사이가 참 좋아보여요. 이런 남동생이라면 저도 하나 있었음 좋겠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6-01-27 21:43   좋아요 0 | URL
헤이마님도 조용조용 잘 읽어주셨군요! 아니 그런데 박연준과 장석주 두 분에게 미안해지네요. 재미없게 읽은 사람만 포스팅을 하게 되어서 .. 하하하하하하하하핫. 저는 난다 걸어본다 시리즈 이 한 권 밖에 안읽었고요, 그 아내.. 생각하며 걷는 책인가? 그건 읽어보고 싶어서 보관함에 넣어두었어요. 흣. 저기.. 저 .. 소란 보내주셔도 돼요? 제가 덥썩 받아도 될까요? 히히히히히.

저도 제가 남동생과 친한 것, 여동생과 친한 게 너무 좋아요. 이렇게 지낼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다행이다 라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이게 제가 받은 큰 복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

2016-01-27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8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1-28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테이크와 와인이 있는 저녁` 다음번 대선공약이면 어떨까요?ㅎㅎㅎ 저도 요즘 이상하게 사서 읽고 후회하는 책이 종종 발견됩니다...-_-:: 자꾸 헛다리를 짚네요.

다락방 2016-01-28 09:14   좋아요 0 | URL
저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완전 메롱이라서 짜증이 어마어마해요. ㅠㅠ 좋은 책 한 권 제대로 골라 읽어야겠다고, 이 구린 책 읽으면서 생각하고 있어요. 이건 구리다고 꼭 언급하고 가야할 책이에요. 흙 ㅜㅜ

노란곰 2016-02-0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버넌트는 보는 내내` 왜 안끝나지? 정말 끝까지 가는구나.` 란 생각으로 봤는데. 보고 나서도 별로였는데. 다음날부터 먼가 자꾸 마음속에서 울렁울렁하네요. 제겐 좋은 영화였어요^^

다락방 2016-02-03 11:09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 보면서도 괜찮았고요 보고나서 극장을 나서면서도 좋았어요. 그 좋았다는 게 즐겁다와 행복하다 같은 감정이 아니라 되게 서늘한 감정이었고요. 저 사람, 아들의 복수를 위해 저렇게 이를 악물고 삶을 버텨왔는데, 그게 사라져버린 앞으로는 어떻게 살게될까, 하는 생각에 되게 쓸쓸해지더라고요. 앞으로 그의 남은 삶이 참 고독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늘했어요..
 















대학시절 나는 공부를 못했다. 뭐 대학시절만 못했겠나. 고등학교때도 못했다. 음..잘했던 때가 있긴했는데, 남들 다 잘하는 초등학교때가 그랬다. 좋은 시절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활발해서 전교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남자아이들은 곧잘 따라와서 집앞에서 크게 내 이름을 부르며 나오라고 하기도 했고, 다른 반 남자아이가 와서 나 좋다고 내 얼굴 보고 가기도 했다. 좋은 시절이었다. 선생님들은 나를 예뻐했고 나는 어디를 가나 인기만점의 똑똑하고 예쁜 학생이었다. 잘난 시절이었다. 음... 그러나 사람은 어떻게 성장할지 아무도 알 수 없어...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자 내 앞에 앉은 아이가 나를 돌아보며 '우리 학교에 너랑 이름 똑같은 애가 있었는데 걔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달리기도 잘하고 남자애들한테 인기도 많은 애였어' 라더라. 그래서 나는 '그게 나야' 라고 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니가???????????????

고등학교 때는 교복 안에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왔다갔다하다가 아빠를 만났는데, '널 아는 척 하고 싶지가 않았다' 라고 고백하셨다. 


아빠...


좋은 시절이었다.


이십대 중반에 그 동창 찾아주는 사이트로 초등학교 동창 남자 아이를 한 번 만났는데 술 마시며 얘기를 하다가 그러더라. '너 남자애들한테 인기도 많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었는데.....'


응?

근데?

왜 그렇게 말을 끝내?



...................


그 후로 나는 동창찾기 사이트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과거는 과거대로 묻어두자...고 새삼 결심했다. 저녀석도 만나는 게 아니었는데..그간 다른 아이들이 만나자는 거 잘 피해왔는데 내가 미쳤지 왜 나갔었나....그 후론 연락도 씹었다. 아 나의 과거여...



이십대 중반에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어릴적 사진을 몇 장 보여준 적이 있었다. 다 본 후에 남자친구가 그러더라. "그 후에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니?"



..................................

씨발...





아 나 이런 얘기 하려던 거 아니었는데, 공부 얘기 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네. 그러니까 이게 그렇다. 나는 한글이나 워드 같은 데다가 써야할 글을 정리한 뒤에 옮기는 게 아니라 그냥 알라딘 페이퍼 쓰기 창을 열고 다다다다닥 쓰는 타입이라 그냥 머릿속에서 글이 막 나와가지고 원래 쓰려던 목적을 잊고 이렇게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다. 어쨌든, 나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고, 대학시절에는 성적표에 한 번도 A를 받아본 적이 없는 거다. 그런데 그네누나의 성적표를 보노라니 우와- 싶어지는 거다. 저렇게 A 를 막 받다니...대단하구나!!!! 그런 한편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공부를 잘한다는 건....뭐지?



공부를 잘한다고 회사 일을 잘하는 게 아니고 공부를 잘한다고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확실히 알게 된 게, 공부를 잘한다고 정치를 잘하는 것도 아니라는 거다. 게다가 공부를 잘한다고해서 소통을 잘하느냐, 전혀 아니다. 공부는 단순히 머릿속에 지식을 넣는 일이다. 그 지식은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으면 누구나 넣을 수가 있다. 물론 집중력이라든가 아이큐라든가 하는 개인차에 의해서, 같은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누군가는 100점을 받고 누군가는 40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앉아서 머리에 넣으려고 하면 넣을 수 있는 게 지식이란 거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인데, 단순히 내 머릿속에 지식이 많다고 해서 그 지식을 꺼내서 더 빠른 속도로 일을 하고, 더 나은 해결방법을 찾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거다. 지식이 많다고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게 아니라는 거지. 




나는 1학년 1학기때 학사 경고를 받았고... 8과목 들었는데 F 가 다섯개 D 가 세 개 였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이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있다. 어제 시사인에서 저 성적표를 보는 순간 으응? 내 성적표와 나란히 놓고 싶어지는 거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공부는.. 뭐지?


여튼 나는 공부에는 전혀 소질이 없는 걸로. -0-

공부에 별로 소질이 없는데...나 안챙피하다!! 안챙피해!! 안부끄러워!!!

챙피해가 맞나요 창피해가 맞나요?


인생...




어제 술을 마셨기 때문인지, 오늘 아침 알람을 끄면서 '아웅, 오늘이 토요일이라 좋아, 안일어나도 돼' 했다. 그러다 갑자기 등골이 싸해지면서, 그렇지만 내 알람은 평일에만 설정해놨는데.....하고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보니 금요일이더라. 아하하하하하하하. 인생..................인생은.. 뭐지? 



아, 인간은 왜 출퇴근을 반복하며 살아야 하나, 싶었다. 그냥 그렇게 살면 안되나. 자다가 먹다가 마시다가 음악 듣다가 섹스하다가 또 자다가 먹다가 섹스하다가 마시다가 노래도 부르다가... 그냥 그렇게만 살면 안되나.... 인생.......



그렇지만 그렇게 먹는 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섹스하려면 콘돔 사야 하고, 마시려면 술 사야 하고, 호텔에 머물려면 호텔비 내야 하고...그러려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돈을 벌어야 되는거겠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 거 안하고는 누릴 수가 없는 거겠지.....



인생..................

달콤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 노동을 담보로 하는 것이 인생인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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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16-01-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읽으셨을지 모르겠으나,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락방 2016-01-22 10:30   좋아요 0 | URL
오오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가 잘 읽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별족님, 그 책을 제게 왜 추천하고 싶으신거에요?

별족 2016-01-22 13:42   좋아요 0 | URL
이상적인 삶에,대한 묘사때문에,요.

감은빛 2016-01-2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학시절 학사경고 받았죠. 선동렬 방어률과 학점을 비교해야할 상황이었어요.

전 단 한번도 공부를 잘 한적은 없는듯해요. 늘 평균 수준이었죠.

학창시절엔 자랑할만한 시절은 없으나, 운동하면서 칭찬도 많이 받고, 인정도 많이 받았죠.

이런 천상 운동권이란 소리군요. 썩 좋은 것 같진 않은데요.

다락방 2016-01-22 10:32   좋아요 0 | URL
전 고등학교랑 대학교 시절 그리고 이십대 시절이 `없었던` 시절이라고 생각해요. 제게는 말이지요. 그 때를 통째로 들어내도 아무런 변화를 못 느낄 것 같달까요. 뭔가 30대가 되고나서부터 제가 저 다워지기 시작한것 같은데, 그렇지만 그 때를 들어낸다면 저는 또 지금의 제가 아니기도 하겠죠. 아하핫.

그렇지만 공부를 못한 제가 부끄럽지 않습니다! (단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6-01-2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미녀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겁니다.. 미녀 다락방님.

오거서 2016-01-22 09:58   좋아요 0 | URL
미녀는 잠꾸러기라잖아요 ^^

다락방 2016-01-22 10:33   좋아요 0 | URL
음.. 저는 미녀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군요. 아하하하하

치니 2016-01-2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제 약 8시간만 버티면, 2박3일의 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힘을 내어 보아요!

다락방 2016-01-22 10:35   좋아요 0 | URL
네, 힘을 내야지요. 일단 두 시간 버티면 점심시간... 점심시간이 기다려져요. 꺅 >.<

다락방 2016-01-2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칠봉이가 이 페이퍼 읽고 전화했다. 술이 아직 덜 깬 채 쓴 글 같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다 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말해놓고 두 줄 지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징가 2016-01-2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을 살아가는 건 삶에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짜로 얻는 행복은 노력해서 얻는 행복만큼에 기쁨을 안겨주지 못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 모르는 불확실성이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그 불확실성 때문에 인생이 한번 살아 볼만한 가치가 있진 않은건지

다락방 2016-01-22 12:38   좋아요 1 | URL
민정식 님의 댓글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유명한 대사를 생각나게 하네요.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지만 또 기대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살기 위해 일정 부분의 힘겨움을 감수하는 거겠죠.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이라는 문장을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징가 2016-01-22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참고로 그네같은 저능아 때문에 기분상하지 않기를

다락방 2016-01-22 12:39   좋아요 0 | URL
그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속상한 부분은 있죠, 분명히.

징가 2016-01-2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이다` 멋집니다 이 문장 ..

다락방 2016-01-23 17:3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저 만화책 읽고 기억나는 게 저 문장 뿐이네요. ㅎㅎ

초딩 2016-01-22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초딩이지만, 음 제 대학1년때 성적표랑 같으시네여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1-23 17:35   좋아요 0 | URL
아, 저랑 같은 성적을...받으셨던 겁니까? ㅋㅋㅋㅋㅋ 반갑습니다!

clavis 2016-01-2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4학년때 4.5만점에 4.43받았는데 어떤 얼굴도 이쁘고 얼굴도 이쁜애가 4.5를 받는바람에 전액을 못받았어요

고3때 불어를 가 받았는데
담학기에 만회하려고 수 받고

대학1학년때c 두개때매 계절학기 들었는데 생리학과 물리학 둘 다 f받았어요

성적잔혹사인가요?
아님 인생총고해?
우어ㅠ

다락방 2016-01-23 17:35   좋아요 0 | URL
오,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점수를 받으셨군요! 저는 대학교 4학년 1,2 학기에 미친듯이 노력해서 결국 졸업할 때는 평점 2.0 으로 졸업했습니다.

인생...

clavis 2016-01-2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을 읽는 내내ㅡ특히 초반부에 혼자서 읇조리던 말이 드디어 와락 얼굴을 내미니 깜짝 놀라기도하고 반갑기도 하고.

뮈 보태준거 인냐고 ㅇㅇ
저도 인생의 황금기 초딩시절 저를 알던 사람들이 중학시절 저를 못알아봐서 그심정알아요

다락방 2016-01-23 17:37   좋아요 1 | URL
인생의 황금기가 초딩시절이라니.. 흑흑 저는 중학교때는 재미있게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고등학교때부터 이십대 후반까지가 없었던 시절이었어요. 그리고 삼십대부터 다시 나타나 심지어 이제는 빛난다고까지 생각해요. 각자가 빛나는 순간은 다를텐데, 좀 더 젊었을 때 빛났다면 그건 그대로 좋았을테지만 저는 지금 이렇게 살아있음을 느끼는 게 무척 좋아요! 힛.

초딩 2016-01-22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전 `초딩` 이라는 제 닉네임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 무척

다락방 2016-01-23 17: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그 초딩에는 초딩님의 깊은 뜻이 담겨있는 것이로군요! 흐흐

clavis 2016-01-23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지요?
번쩍.하고 빛나는 순간^^

다락방 2016-01-28 12:04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나 있지요. 힛 :)

뽈따구 2016-01-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대학교때 학점 3.0 한 번 넘어보자하고 일년동안 엄청 달렸거든요?
근데 그 일년동안 학점이 2.99, 2.99가 나온거예요! ㅠㅠ 휴......
그 뒤로 그냥 학점은 학점인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1-28 12:04   좋아요 0 | URL
아 뽈따구님..그런 안타까운 일이 ㅠㅠ
저는 4년 내내 2.99도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네요. 제일 잘했을 때가 2.8이었던 것 같아요. 아하하하하.

transient-guest 2016-01-28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점만 잘 받는 인간들이 망쳐놓은게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평생 공부못한 저도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ㅎ 끝으로 애비가 독재자면 미국대학교를 가도 A받을 수 있었을겁니다...(저 말고, 그네가요)

다락방 2016-01-28 12:06   좋아요 0 | URL
네. 어떻게 사느냐는 공부와는 사실 별 상관 없는 것 같아요. 지식을 우겨넣는다고 그 사람이 지혜로워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지식을 우겨넣는다고 대화가 잘 통하는 것도 아니고요. 공부를 잘하면 물론 좋겠지만, 공부를 반드시 잘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요. 늘 A 를 받았던 누군가 때문에 공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됐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