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다보면 인용된 책들을 꼭 한 번씩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을 안읽고 나는 대체 뭐했단 말인가, 하고.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도 세 권 포함되어 있었는데, 나는 이 책 속의 글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으면서도 내심, 소설을 더 많이 다뤄주었다면 더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크게 느낀 건, 유시민의 대학생활은 나의 대학생활과 어마어마어마어마어마하게 달랐구나, 하는 것.


그리고 가장 크게 놀랐던 책, 아니, 이런 책이 있단 말이야? 했던 책은 '맬서스'의 [인구론]이다. 쉽게 말하면 인구가 늘어나면서 식량은 부족해 기근으로 죽게 될것이니 질병에 걸려도 예방하지 말자, 같은 내용을 주장한다는데, 게다가 인구를 늘리지 않기 위해서 '여성의 순결'까지 주장하는 게 아닌가. 헐. 


예로부터 참으로 모순된 주장 중 하나가 '여성의 순결'이 아니었나 싶다. 여성이 순결하지 않다면, 여성이 누군가와 성관계를 맺었다면, 그것은 대체 누구와 한 것이란 말인가.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성관계를 갖는데 여성이 순결해야 한다고 하면 자연스레 남성도 순결해야 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어떻게 남자는 괜찮은데 여자는 순결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그건 논리가 부족한 사람도 알 수 있는 모순 아닌가? 


어쨌든 '맬서스'의 인구론은 이런 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한다. 정말이지 핵충격이었다. 아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하고. 



















아.. 너무 충격적이었어...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의 인용문 중에서도 인상 깊은 게 있었다. 사실 매 인용문이 그랬는데, 어쨌든 옮겨보겠다. 샤롤 드골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베트남전에서 손을 떼라고 충고하며 한 말이란다.




나는 케네디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이 지역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당신은 끝없는 미로에 빠질 것이다. 민족이라는 것이 한번 눈을 뜨고 궐기한 다음에는 아무리 강대한 외부적 세력도 그 의사를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은 스스로 이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일부 현지 지도자들이 순전히 이기적인 이유와 목적에서 당신을 섬실 생각이라 하더라도 민중은 그들을 따르지 않을 것이며, 더구나 당신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당신이 내세우는 이데올로기는 그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불러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인도차이나 민중은 당신이 말하는 이데올로기를 당신의 지배욕과 동일시 할 것이다. 당신이 그곳에서 반공주의를 내세워 깊이 개입하면 할수록 (……) 민중은 공산주의자를 더욱 따르고 지지하게 될 것이다. (……) 불행한 아시아와 아시아의 민족들을 위해서 우리나 딴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그들 민족이나 국가의 살림살이를 우리가 떠맡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나 전횡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을 낳게 하는 원인인 인간적 고통과 욕된 상태에서 그들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책속에서, 『전환시대의 논리』, 356쪽에서 재인용)






『공산당 선언』은 포악한 권력의 무자비한 압제와 넘어설 수 없는 절대 빈곤의 장벽에 절망한 사람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무거운 현실에 짓눌려 숨이 넘어가는 영혼을 일으켜 세우고 생기를 불어넣는다. 억압과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연대하고 투쟁하는 것이, 단지 자기 자신의 행복을 도모하는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라,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종식하고 역사와 문명의 승리를 앞당기는 거룩한 행위가 된다는 신념은 그 얼마나 매력적인가! (p.53)



아, 국민학교 다닐 때, 해마다 반공스크랩을 해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공산당, 그 이름은 아주 무서운 것이었는데.. 아아..나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가...




이 책에서 언급된 책들을 보관함에 넣으면서 또 어떤 책들은 장바구니에 넣으면서, 장바구니에 담겨 있는 책들을 보았다. 5만원에 맞추려면 정리 좀 해야 될테니까. 장바구니에는 18권의 책이 들어있었다. 어휴, 몇 권만 살릴 수 있는데 도대체 뭘 살린담, 하고 책들을 보는데, 어어, 소설책이 다섯 권 밖에 안되더라. 이게 무슨일이지? 나는 백프로 소설만 읽었었는데..어쩌다가 장바구니에 소설이 아닌 것들이 이렇게 많이 담기게 된거지?


갑자기 소설에 미안해진 나는, 부랴부랴 당일배송으로 소설 한 권을 주문했다. 내내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이었다. 계속 걷는 여자가 나온다고 한 책이었다. 오늘 퇴근길에는 소설을 읽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배송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친구 한 명이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너 밀양을 살다도 읽었더라, 라고. 그래서 응, 이라고 했더니, 방통대 과제 참고도서로 이 책이 있어서 사려고 들어갔더니 이 책에도 내 페이퍼가 있었다며 도대체 언제 이렇게 다 읽은 거냐고 한다. 일전에도 과제 때문에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검색하다가 거기에 달린 내 페이퍼를 봤다고 했고, 또 무슨 책이더라, 뭐 검색하다가 내 페이퍼를 봤다면서, 검색하는 책마다 네 글이 있어, 라고 하더라. 아하하하하. 좀 그렇지?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올바른 정신건강과 뛰어난 공감능력 타인에 대한 넓은 이해는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독서로부터 왔다. 배우도록!>


ㅋㅋㅋㅋㅋㅋㅋ 그러자 친구는 알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주 많이 웃었다. 많이..아주 많이...정말 많이.......




남동생은 얼마전에 내가 추천한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읽고 재미있고 좋았다고 했다. 나는 항상 녀석이 책을 읽고나면 어땠어? 라고 물어보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스토너]에 대한 것이었다. 어땠어? 라고 물으니 이렇게 답했다.


졸 애잔하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감상이 진짜 간단하다 ㅋㅋㅋㅋㅋㅋ근데 저 책 읽고 저렇게 느낀 게 너무 좋다. 오래전에, 자기가 읽은 책이 마흔 권도 넘었다며, 이제 자기도 책 한 권 쓸 수 있다는 헛소리를 한 적이 있는데, 스토너를 읽고서는, '스토너가 나같다' 이런 되도 않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년 여름에 칠봉이랑 함께 갔던 장어집 <금강수림>에서는 줄기차게 문자메세지가 온다. 오늘은 이런 문자메세지가 왔다.


<모든생명이 기지개를 펴는 봄이 시작되는 3월입니다.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금강수림>


아하하하. 더덕장어구이 먹으러 가기 전에 예약을 했고, 그때 전화번호를 남겼었는데, 그 후에 이렇게 꼬박꼬박 문자가 온다. 웃겨. 장어를 먹으러 한 번 가야겠구나.






그리고 이런 책이 나왔더라.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 이번에 책 살 때 이 책은 꼭 넣기로 해야겠다.














아 밥 먹고 싶다. 밥 먹으러 가야겠다.

어쨌든 [청춘의 독서]는 좋은 책이었다. 읽기를 잘했다, 정말.


그리고 오늘 책 한 권 주문하고 받은 메일. 결제 내역이란다. ㅋㅋㅋ 보고 빵터짐 ㅋㅋㅋㅋㅋ








언어가 있다는 것, 문자를 쓴다는 것,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가 있다는 것, 솔제니친과 같은 작가가 있다는 것,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축복이다. (p.198)

선거가 진실과 진리의 승리를 확인하는 무대가 되는 일이 가끔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대중의 욕망을 활용하는 능력을 가진 잘 조직된 기득권의 승리다. (p.259-260)

`근본적 변화`는 아름다운 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에 이르지 못하는 부분적·점진적인 개선을 아름답지 않거나 의미 없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누구도 변화를 일으키려고 도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것이 토지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구각 경제 위기나 기업의 도산에 직접적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을 경제 위기 극복이나 기업 회생을 명분으로 대량 해고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부당함을 지적하는 노동조합의 항의에 국가는 물대포와 강제해산, 손해배상과 구속, 유죄 선고로 대응할 뿐이다. 이런 부조리를 해소하는 `근본적 변화`가 너무도 어려운 일이기에 사람들은 이런저런 부분적 점진적 개선이라도 해보려고 노력한다. 조지와 같은 성자를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해서 그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반드시 비난하고 멸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p.266-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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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03-09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 덕분에 <청춘의 독서>을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ㅎ
저도 지금 <인구론> 부분을 읽고 있는데 진도가 비슷하네요ㅎㅎ

앞으로도 좋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돌로레스 클레이본>과 <스토너>도 언젠가 읽어봐야겠네요~^^

다락방 2016-03-09 13:56   좋아요 1 | URL
저 청춘의 독서 다 읽었어요. 밑줄긋기는 이 페이퍼에다 수정해서 옮길거고요.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정말 좋더라고요. 고양이라디오님 말씀처럼 즐겁게 읽었어요. 인구론 부분이 정말 쇼킹하더라고요. 아 세상엔 이런 걸 주장한 사람이 있구나 하고 말예요.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 그의 주장 논리가 고개 끄덕여지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사람 사는 게 그래도 그게 아니지, 라는 생각도 들고요. 진짜 재미있고 의미있는 독서였어요. 제가 이 책을 사두고 있었다는 게 좋을만큼 말이지요.

돌로레스 클레이본과 스토너도 정말 강추합니다, 고양이라디오님. 아, 세상에 이렇게 추천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이 있다는 게 진짜 재미있고 씐나요! >.<

alummii 2016-03-0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싶어지는 리뷰였습니다 감솨^^

다락방 2016-03-09 13:57   좋아요 0 | URL
우히히. 네네, 즐겁고 의미있는 독서였어요. 추천합니다. :)

blanca 2016-03-0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동생 <스토너> 리뷰 진짜 압권 ㅋㅋㅋ 나 쓰러져요. 촌철살인, 락방님 동생 자격 있습니다. 어떡해요. 자꾸 생각나서 혼자 있다가 막 웃고... 책임져요.

다락방 2016-03-09 14:25   좋아요 0 | URL
저걸 육성으로 들으면 진짜 빵터져요. 아니 이런 우아한 책에 `졸 애잔하다` 라는 감상이라니. ㅋㅋㅋㅋ 녀석이 마침 돌로레스 클레이본도 다 읽은 참이라 다음 책을 골라 추천해줘야 하는데, 뭘 해줄까 지금 혼자 고민중이에요. 정작 녀석은 어제도 그제도 술 마시고 늦게 와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지만....하아-

책읽는나무 2016-03-10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 애잔하다....ㅋㅋㅋ
전 아직 스토너를 읽지 않아서요.
도대체 어떤 느낌인거지?? 스토너 빨리 찾아읽고 싶어젠요.
나도 졸 애잔할 수 있을까요?ㅋㅋ

`청춘의 독서`는 열심히 서가를 뒤져도 대출중이었고 반납은 또 언제 될지 모를 지경에 놓인 책이더군요.
다락방님의 글을 읽을수록 청춘의 독서를 읽다가 포기한 것이 아쉽군요.
꼭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6-03-11 08:54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아직 스토너를 읽지 않으셨군요! ㅎㅎ
읽게 되신다면, 그리고 끝까지 읽으신다면, `졸 애잔하다`가 확 와닿으실 거에요. 그렇게 되실 거라 믿습니다! ㅎㅎㅎㅎㅎ

[청춘의 독서] 너무 재미있어요. 한편으로는 아아 나는 왜이렇게 사유가 깊지 못했을까, 싶기도 하고 유시민은 저와 차원이 다를 정도로 너무 똑똑한 사람이란 생각도 들고요. 고등학생 때부터 원서도 읽고 그랬더라고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ㅠㅠ 전 지금도 원서는 손도 못대는데... ㅠㅠ

읽게 되신다면 책나무님도 하실 얘기가 되게 많으실 것 같아요. 꼭 글로 남겨주세요! 저도 책나무님의 감상이 궁금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