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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발렌타인 - 아웃케이스 없음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 미쉘 윌리엄스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아, 이건 정말이지 가슴이 서늘해서 견딜수가 없다.
사랑이 시작될 때 우리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상대방이 하지도 않은 말에 조차 귀를 기울인다. 혹시라도 내가 그의 말을 놓치지는 않을까 내 모든 감각은 섬세해진다. 그의 모든 것을 감싸줄 수 있을 것 같고 그의 모든것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큼 그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것 같고, 역시 그 만큼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사람이 왔을까, 어쩌면 나는 신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었던건 아닐까, 몇 번이고 고맙고 감사하다고 속삭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 사랑은 왜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버리고 마는걸까. 세상에 변하지 않는건 아무것도 없다지만, 왜 이제는 더이상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되는걸까. 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먹을 수가 없는걸까. 왜 한마디를 꺼내면 그 말은 비틀리고 꼬여서 상대의 귀에 가 닿는걸까. 왜 더이상 속삭이지 못하고 크게 소리치게 되는걸까. 사랑의 제스쳐조차 상대의 분노를 일으키게 되는 일들은 대체 왜 일어나는걸까. 왜 이제 그들은 더이상 함께 있어도 웃지 못할까. 마주보던 그들이 이제는 왜 뒷모습만을 보게 된걸까. 왜 그들은 이제 더이상 함께 있는걸 견디지 못하게 된걸까. 왜 그들은 이제 이런 말을 내뱉게 되는걸까,
이렇게는 더이상 살 수 없어.
달콤한 순간이 없었다면 고통스러운 순간도 결국 찾아오는 일이 없었을텐데. 언제 여름이었냐는 듯 바람이 찬데, 바깥에서 부는 바람보다 내 가슴에 부는 바람이 더 차다. 뜨거운 커피를 내렸는데도 도무지 마음까지 따뜻해지질 않는다. 사랑이 참, 별 게 아니다. 그건 고작 이따위였다.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바꿀 듯 보였던 그것이, 이젠 바닥을 보여준다. 그래, 그게, 참 별게 아니라니까. 사랑 따위.
운명적 사랑? 웃기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