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정기구독을 그만둔지 오래인데, 이번에는 노회찬에 대한 기사를 읽어보고 싶어 오랜만에 구입했다. 내가 시사인을 읽을 때면 늘 그랬듯이 뒤에서부터 읽어오다가, 나는 '조영선' 교사가 쓴 <학생에게 배우는 '사람책'>이란 기사를 읽게됐다. 전문을 가져왔다.





나는 국민학교를 거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졸업한지 오래이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경험하고 졸업후에는 지금까지 쉼없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차장이라는 직급을 가지고 일하고 있고, 나이도 어느정도 있으니, 사실 나는 세상에 별로 무서운 게 없고 무서울 것도 없다. 이제는 누가 물어뜯는다 하면 같이 물어뜯을 마음의 자세가 되어있고 공격한다면 받아칠 준비도 되어있다. 무엇보다 상처를 입으면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그렇게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는 내 기본적 성향도 있었겠지만, 그동안 살아온 '시간'도 쌓였음이 분명하다. 이런 내가 지금 페미니스트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사회가 여성불평등의 구조를 바꾸어야 하기 때문임이 당연하지만, 앞으로 자라날 어린 여자아이들이 더이상은 성적대상화와 차별 그리고 혐오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해서이다. 땡볕에 나가 몇 시간씩 앉아있으면서 목이 터져라 불법촬영을 해서는 안되고 편파수사를 해서도 안된다고 규탄하는 것은, 그런 사회 구조를 바꾸고자 함이지만, 어린 여자아이들이 그 드러운 꼴을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서이다.



그런데 오늘 시사인에서 이 기사를 읽으니, 아, 아이들은 저절로 자란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싶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저들이 깨닫는구나. 자기들이 깨닫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스스로 알고 행동하는구나. 그 점이 몹시 고마웠다. '해나 개즈비'가 백인 남성들에게 '백인 남성들이여 분발하세요!' 말했던 것처럼, 남성들이 분발해야 겠구나. 지금을 사는 학생들은 다 알고 있구나. 다 알고 있다. 다 알고 있어. 


'학교가 준비되지 않아도 학생들은 밀려'오는 구나.



나는 이 학생들에게 고마웠다. 


아직 초등학생인 내 조카가 자랄 세상이 너무 끔찍했는데, 이 세상 속에서 이 아이가 무엇을 보고 자랄지, 아무리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도 바뀌지 않아서, 땡볕에 여자들 몇만명이 모여서 소리를 질러대도 안희정은 무죄라서, 일베에 여자친구 누드사진을 올려도 풀려나서, 그래서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순대국이 들어있던 뚝배기를 옆테이블에서 안희정의 편을 대며 낄낄대던 남자들의 면상에 던져버리고 싶었는데, 


학생들은 알고 있고, 그래서 밀려오고 있었다.



학교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학생들이 밀려오고 있다면, 내가, 어른들이 준비되지 않아도 그럴 것이다. 나는 좀 더 강해져야겠다고 새삼 마음먹었다. 내 조카가 지금보다 더 자라서 이 모든 것들을 스스로 깨닫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그래서 자신도 무엇을 해보고자 하고, 그런데 적당한 언어를 찾지 못해 답답해하고 발을 구를 때, 그럴 때 내게 혹여라도 묻는다면, 나는 조카가 묻는 말에 성심껏 대답해주는 이모가 되고 싶다. 그럴 땐 우리가 이렇게 하면 어떻겠니, 그건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린 조카와 조카의 친구들이 찾지 못한 언어가 있다면, 그 언어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내가 더 강해지고 더 똑똑해져야 겠다. 내가 더 많이 알고 준비를 해둬야겠다. 준비해두지 않아 조카와 친구들을 비롯한 학생들이 밀려올 때 어버버 하며 뒷걸음 치지 않을 수 있도록, 나는 준비된 어른이 되기로 했다. 준비된 어른이 되어야지. 



조카야, 나는 니가 밀려올 때를 대비해 준비해둘게. 

이모가, 그리고 이모의 친구들은 열심히 준비해둘게. 

혹여라도 너와 너의 친구들이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할 때, 언어를 찾지 못할 때, 그럴 때 돌아보면 이모가 답을 , 방향을 말해줄 수 있도록 준비해둘게. 

네가 자랄 때 그리고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 되기를 바라지만, 혹여라도 여전히 이모양 이꼴이라면, 그 때 너 외롭지 않게 이모가 준비해둘게. 열심히 열심히 준비할게. 강한 신체와 강한 정신으로 무장하고 너를 기다릴게. 그리고 너의 옆에 있을게.


너와 너의 친구들이 밀려올 때, 이모는 준비되어 있도록 할게.



해나 개즈비가 백인 남성들에게 분발하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은 지구의 모든 남성들에게 해줄 말이라 생각한다.

남자들이여, 분발하라. 




그나저나,

시사인 .. 다시 정기구독 해야할까?

오랜만에 읽으니 좋으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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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8-08-16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때 너 외롭지 않게 이모가 준비해둘게..저도 그럴게요. 지금 여기에서요.

단발머리 2018-08-16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 옆에 있을거라고
타미에게 말해줘요.
용감한 이모 옆에
사람 더 있다고
사람들 많이 있다고
전해줘요.
 
허연-오십미터

















오십 미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너머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 버리기를 몇 번.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hnine님 서재에서 허 연 시인의 오십 미터 시집을 보고는, 제가 좋아하는 이 시가 생각나 올려봅니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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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10-3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그리워하는 병...
다락방님께서도 이 시인 알고 계셨구나... ^^ (좋아서)

다락방 2017-11-01 08:31   좋아요 0 | URL
저 이 시 너무 좋아해요. 너무 좋지 않아요?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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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17-09-20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성도 군복무를 해야한다는 것은 니들도 고생을 하보라는 변태심리가 아니라 그것이 국민의 기본의무이기 때문입니다 병역의 의무를 꼭 군대에 가서 수행하지 않더라도 공익요원이나 대체복무 또는 병역세 부과 등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여성들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진지한 논의조차 없었었지 않나요? 여성들 스스로가 사회적 약자를 자처하면서 여성으로서 누릴 수있는 이점(특권)에는 약삭 빠르면서도 국민으로서 당연한 의무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과연 페미니즘에는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군요

다락방 2017-09-20 11:52   좋아요 4 | URL
ㅎㅎ 이하라님 댓글 읽으니 ‘젠더 이슈로 논쟁이 벌어지면 그게 어떤 문제든 상관없이 군대 이야기가 나온다‘는 이 시사인 글의 도입부 생각나네요. 아까 글샘님도 리뷰에 댓글에서 언급하셨듯이, 서민 교수님을 비롯한 페미니스트들은 군대 얘기 페미니즘 책에서 저마다 다 하고 있어요. 저는 이해시키거나 설득시킬 의지나
마음이 지금 1도 없고요, 이하라님도 여기저기 군대 댓글 달고 다니시기 보다는 페미니즘 도서를 읽어보시는 게 이하라님을 위해서도 또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하라 2017-09-20 11:53   좋아요 0 | URL
여기저기 군대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제가 댓글을 단 원문은 읽어보신겁니까? 다들 군복무를 논점으로 삼고 있기에 댓글이 병역의 의무를 피해갈 수 없었을뿐입니다 그 보다 더 심한건 여성들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더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얼마전 맘충이라는 특정층의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남성들이 만들었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억측과 피해의식이 요즘 여성들의 의식을 대변하는듯해 씁쓸합니다

다락방 2017-09-20 12:00   좋아요 2 | URL
저도 이하라님의 댓글이 참 씁쓸합니다....

syo 2017-09-20 12:15   좋아요 4 | URL
하하, 듣고 보니 며칠 전 스치듯 봤던 그 말도 안되는 댓글이 이하라님 작품이셨군요. ˝한국 남성의 내면에 모성이 신화처럼 아로새겨져 있어서˝ 맘충 같은 단어를 만들어낼수 없을거라는. 그 말씀이 근거가 된다고는 1도 생각하지 않자만, 이하라님 말씀대로 그 단어를 남자가 만든게 아니라고 쳐도, 이하라님이 말씀하신 그 ˝모성이라는 신화˝는 맘충이라는 말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는 신성하지만, 이미.만들어져 있는 맘충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만큼 신성하지는 않나봐요? 아니면, 이번에도 같은 논리로 남자들은 그 말을 쓰지 않는다고 말하실건가요? 혐오표현을 직접 만들지 않았으면, 사용하는데도 면죄가 되나요? 아니면 여성이 만들었으니, 만든 여성을 먼저 단죄하기 전에는 남성을 탓하면 안되는건가요? 폭행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을 찾아내 벌하기 전까지는 폭행을 실제로 행한 사람을 벌할 수 없는 건가요? 실제로 입은 피해를 증언하는 사람들에게 어째서 억측과 피해의식이라고 함부로 말씀하십니까.

모성의 신화에 대해서 남자인 저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데요? 제 동의와 상관없이 심층심리는 그런 거고 단지 제가 의식하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만약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다면, 여성들 또한 이하라님께 이하라님의 의식은 국민의 기본의무를 말하지만 이하라님의 동의와 상관없이 ˝내면˝은 사실 니들도 고생을 해보라는 뜻이다- 라고 단정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하라 2017-09-20 12:57   좋아요 2 | URL
모성에 대한 신화 때문에 남성 이 만들지 않았을것이다는 말은 제가 생각해도 억측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남성이 만들었다는 딱 그만큼의 억측이겠죠 그리고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걸 옹호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다만 저나 제 주위에서는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맘충이란 단어 자체를 안지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병역의 의무를 대체할 방법들이 있으니 그런 논의라도 해보아야 한다는 입장이지 니들도 고생해 보라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성이 누려야할 권리는 페미니즘을 논하기전부터 당연히 누려야 마땅하지 이것이 사회적 사안으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이 더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외치는 딱 그만큼만 자신들의 의무도 고려하는 것이 좋지않을까 생각했을뿐입니다 그런 생각이다보니 여성의 권리나 피해의식이 묻어나는 글에 댓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를 낳아주신 분도 여성이고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이도 여성이란 것을 늘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남녀를 이분법적으로 나눠 본다한더라도 일방적인 피해의식만을 두둔하지 못하기에 보시기에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여성의 기본의무 문제는 앞으로 이야기하지 말아야 겠군요 딸이 태어나면 당당히 자신의 권리에 대한 주장만큼이나 의무에 대해서도 깨어있기를 바라는데 그건 그냥 제 가정에서나 말해야겠네요 제 댓글들이 많이 보기 거슬린다면 앞으로 여성문제가 담긴 글들에는 댓글을 달지않겠습니다

syo 2017-09-20 13:13   좋아요 1 | URL
여성의 복무 문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이하라님의 의견 자체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선행해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댓글이 달린 글에 충분히 드러나 있는)을 등한시한 채 지금 당장 복무해라 그게 의무다, 아니면 지금 부당한 이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있었는데, 그것이 이하라님께 표출된 것 같습니다. 제가 나댄 부분도, 부당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 점은 사과드립니다.

댓글을 달거나 말거나 하시는 것은 이하라님의 자유입니다. 제게 꼴보기 싫으니 앞으로 댓글을 달지 마라는 말씀을 드릴 권리가 어딨겠습니까. 그저 의견이 충돌한 것이고, 이 충돌이 이하라님과 저 사이에 의미있는 합의점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만 명확해진 것뿐이지요. 알라딘에서는 항상 그렇더라구요. 그걸 다른 분들은 가 아시니까 다들 마음 좋게 하하하 하고 싸움이 안 되는 댓글 달고 마는데, 어디나 syo같은 희한한 놈이 하나씩 있습니다. 에이, 재수 없었네, 하고 덮어버리시길 권합니다. 제 댓글들이 보기 거슬리신다면 제가 앞으로 이하라님의 댓글에 댓글을 달지 않겠습니다^^

이하라 2017-09-20 13:23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syo님 말씀대로 의견충돌이지요 전혀 거슬리지않습니다 앞으로도 다시 뵈어요^^

雨香 2017-09-20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종의 보상심리, 피해의식이 이성을 능가하는 것 같습니다. 실상 군대내에서도 국방의 의무 보다는 잡일, 갑질피해, 위계에 의한 폭력(육체적 폭력은 아니더라도)이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하니까요. 제대로 된 군대, 국방의 의무에만 충실한 군대라면 피해의식이 덜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한 한국군 출신과 카투사 출신과의 군대에 대한 기억과 군대에 대한 피해의식은 거의 정반대니까요.

근본적으로는 40여년이 넘게 북한보다 많은 국방비를 쓰고, 지금은 30배나 넘는 국방비를 쓰는데, 아직도 징병제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가는 것만이 국방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만들어진 허상도 벗어나야 할 착각중에 하나고요.

(어제 배달된 시사인 챙겼는데, 읽어봐야 겠습니다.)

다락방 2017-09-20 14:01   좋아요 4 | URL
네, 저 역시 군대에 대해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할 것은 군대내의 인권 감수성과 또 제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군대에 다녀온 이들이 저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말하는데, 그걸 개선할 논의보다 여성의 병역의무에 대한 걸 논하다니, 대체 어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싶어요. 궁극적인 답일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는 모병제가 되어야 하지 않나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모병제 역시도 합리적인 답이라고 확신할 순 없겠지만 저로서는 그것보다 더 나은 답을 아직은 모르겠더라고요. 처우를 개선하고 모병제로 바뀌는 것이 지금보다 더 나은 군대를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고요. 군대라는 게 본래의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인간이 지낼만한 곳이라면, 그리고 모병제라면, 그때는 가고 싶은 사람이 가서 하고자 했던 바를 할 수 있는 곳이 되겠지요.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건 군대라는 곳의 환경과 제도의 개선인데, 아주 많은 남자들이 ‘페미니즘 주장할거면 여자도 군대가!!‘만 부르짖고 있네요.

다락방 2017-09-20 14:08   좋아요 2 | URL
아, 우향님.
위의 글은 어제 배달된 시사인이 아니라 지난주에 배달된 시사인에 있습니다.
지난 주에 배달된 걸 제가 오늘 뜯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다하다 시사인도 밀리는 1人)

雨香 2017-09-20 14:35   좋아요 0 | URL
아.. 네 ^^ 저 표지 이군요. 저는 뜯기만 한 것 같습니다. ㅋㅋ

2017-09-20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0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Nebula 2017-09-25 0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갈IN다운 글이네요
구독햇던돈으로 치킨한마리 더사먹을걸
남자가 바라는게 여성징병이 아니라 돌봄과 성적서비스를 제공하는 2등시민으로 남길 바란다?
아주 대단한 ‘문화평론가‘께서 헛소리를 해도 그럴싸하게 해놔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뻔했네요
 
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가 생각할 때 무례함과 독재는 깊은 연관이 있었다. 그는 레닌이 자신의 정치적 유서를 구술시키고 후계자가 될 만한 사람을 고를 때, 스탈린의 큰 결점을 ‘무례함‘으로 보았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세계에서 ‘독재자‘로 감탄스럽게 묘사되는 지휘자들이 보기 싫었다. 최선을 다하는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독재자들, 지휘봉을 잡은 황제들은 그런 표현을 즐겼다-마치 오케시트라를 채찍질하고 멸시하고 굴욕을 주어야만 그들이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듯이. (p.120-121)

예술은 시대의 소음 위로 들려오는 역사의 속삭임이다. 예술은 예술 자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어느 인민이고, 누가 그들을
정의하는가? 그는 항상 자신의 예술이 반귀족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그가 부르주아 코즈모폴리턴 엘리트 층을 위해 작곡을 했는가? 그렇지 않다. 그를 비난하는 자들이 그에게 바라듯, 교대 근무에 지쳐 마음을 달래주는 위안거리가 필요한 도네츠 광부들을 위해 작곡을 했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는 모든 이들을 위해 작곡을 했고, 누구를 위해서도 작곡하지 않았다. 그는 사회적 출신과 무관하게 자신이 만든 음악을 가장 잘 즐겨주는 이들을 위해서 작곡을 했다. 들을 수 있는 귀들을 위해 작곡을 했다. 그래서 그는 예술의 참된 정의는 편재하는 것이며, 예술의 거짓된 정의는 어느 한 특정 기능에 부여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p.135-136)

모스크바 밖에 있는 별장에 가면 제일 먼저 우편이 믿을 만한지 확인해보려고 자기 앞으로 엽서부터 보냈다. 때로는 이런 행동이 살짝 도를 넘을지라도 그렇게 해야만 했다. 넓은 세상이 통제 불가능하게 된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만이라도 확실히 통제해야 한다. 그 영역이 아무리 작을지라도. (p.199-200)

1936:1948:1960. 그들은 12년마다 그를 찾아왔다. 물론 매번 윤년이었다.

‘그는 자존심을 지킬 수가 없었다.‘ 그것은 하나의 표현에 불과했으나 정확한 표현이었다. 권력층의 압력을 받다보면 자아는 금이 가고 쪼개진다. 남들 앞에서 겁쟁이는 마음속으로는 영웅으로 살아간다. 혹은 그 반대이거나. 아니면, 더 흔한 경우는 남들 앞에서 겁쟁이는 마음속으로도 겁쟁이로 산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사람의 생각은 도끼날에 반으로 쪼개진다. 차라리 산산시 쪼개져서 조각들이-그가-한때는 딱 들어맞았음을 헛되이 기억하려 애쓰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p.223)

그의 친구 슬라바 로스트로포비치는 예술적 재능이 위대할수록 박해를 더 잘 견뎌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맞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슬라바에게는 확실히 맞았다. 그는 어떤 경우건 낙관적인 성향을 잃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나이가 더 젊고, 예전 시대가 어땠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또는 영혼이, 신경이 박살 났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일단 신경이 망가지면 바이올린 줄을 갈듯 바꿀 수는 없는 법이었다. 영혼 속 깊숙이 뭔가가 사라져버렸고, 남은 것은-뭘까?-어떤 전략적인 교활함, 세상물정 모르는 예술가인 척할 수 있는 능력,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자신의 음악과 가족을 보호하겠다는 결심뿐이었다. 그는 드디어 이렇게 생각했다-생기와 결의가 다 빠져나가버려서 기분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의 기분으로-어쩌면 이게 오늘 치러야 할 대가인지도 모른다.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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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제506호 : 2017.05.27
시사IN 편집부 지음 / 참언론(잡지)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밀렸다 읽는 시사인에서 이런 걸 보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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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9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6-09 09:22   좋아요 0 | URL
저는 시사인을 받으면 뒤에서부터 읽거든요. 그래서 이 페이지를 먼저 읽는 편이에요. 이번 글은 특히나 좋았어요.

나비종 2017-06-11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며칠동안 고민고민하다가 갔던 산부인과 의사선생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감기 걸리면 콧물이 나듯 이건 그저 질에 걸리는 감기일 뿐이라고요. 대수롭지 않은 거라는 말에 어찌나 감격스러웠던지^^;
글이 참 좋네요. 무지가 자아내는 공포를 훅 날려버리는 통쾌함이 있습니다ㅎㅎ

다락방 2017-06-11 12:1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읽다가 너무 좋아서 같이 읽자고 가져왔어요. 저 역시 질염으로 한도 끝도 없이 우울해지기도 했었는데, 그냥 나타났다가 자연치유 되기도 한다고 해서, 거기에 너무 우울해하지 말자, 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산부인과 가는 것도 처음엔 겁났었는데, 이제는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고민없이 가자고 생각하고 있고요. 여전히 산부인과에 가는 건 참 어렵지만, 다른 병원 가듯이 드나들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