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도서관에 가 책 몇 권을 빌렸다. 그중에는 정희진 쌤이 공저자로 참여한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이 있다. 다른 글은 관심이 없는데 정희진 쌤의 글만은 읽고 싶어 책장에서 꺼내와서는 자리 잡고 앉아 정희진 쌤의 글을 읽었다.
















2007년의 강연을 책으로 낸것이니 한참 전의 글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대답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대답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시간이 흐른만큼 이 글에서 나타난 생각과는 또 많은 부분들이 달라져있지 않았을까 싶었던 거다. 어쨌든 이토록 오래전의 글이라 해도 무척 좋다. 아, 역시 정희진 선생님이다, 감탄했다. 지금에야 간혹 흐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의문을 품고 고개를 갸웃하긴 하지만, 나로 말하자면 세상에 나온 정희진 선생님의 글들이라면 모두 찾아 읽고 싶고 외우고 싶다. 사고의 확장이란 게 무엇인지 정희진 선생님 덕에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까. 선생님의 모든 글을 외우고 싶다고 해서 외워진다면 좋겠지만, 크... 그것은 나에게 너무 어려워..


또한, 내가 아무리 책을 읽고 공부한다고 해도 정희진 선생님을 따라갈 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전에 제자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목표는 결국 청출어람이 아닌가, 라는 글을 쓴 적도 있지만, 그러나 나는 스승을 앞서는 제자가 될 순 없을 것 같다. 게다가 그 스승이 정희진 선생님이라면..  배우고 싶고 공부하고 싶지만, 그런 한편 공부해서 뭐하나, 싶은 마음도 동시에 든다. 해봤자 나는 이렇게 똑똑해지지도 못할텐데, 따라잡지도 못할텐데, 그래봤자 고만고만할텐데...하고 의기소침해지는 거다.


어쩌면 내가 가질 수 있는 건 읽으면서 느끼는 기쁨이 전부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정희진 선생님의 글을 읽고 감탄하고 기뻐하는 것, 그것이 내가 독서에서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닐까.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해봤자 내가 여기서 뭐 더 어떻게 되겠어, 그냥 읽고 감탄하고 기뻐하는 거지. 설사 그렇다해도 나쁘지 않다. 이렇게 정희진 쌤 글 읽으면서 기뻐하는 건 그것 자체로 좋으니까.


좀전에는 캐서린 맥키넌의 책을 다 읽었다. 북마크를 여러개 붙였고, 여기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아 내일 아침에 정리해 페이퍼 쓸 생각이다. 안드레아 드워킨의 책까지 같이 읽고 쓰고 싶지만, 하아, 상호대차로 신청한 책을 ㅠㅠ 동대문 도서관에서 잘못 보내줬다. 리스트는 맞게 뽑아서 보내주고서는 책은 다른 걸 줬어 ㅠㅠ 결국 동시에 읽을 수 없었다. 흑흑.


어쨌든 정희진을 읽고 맥키넌을 읽고 ... 너무 좋은 것이다.



이 사람들의 글을 읽고 달달 외우고 싶다.

지적인 이상형들이다 ㅠㅠ


남녀평등은 남성이 여성과 같아지는 것인가요? 아니면, 여성이 남성과 같아지는 것인가요? 여성과 사회적 지위가 같아지려고 노력하는 남성은 거의 없을 겁니다. 여성이 남성과 같아지는 것은 평등이고 ‘여권 신장‘인데, 남성이 여성과 같아지는 것은 아마 남성분들 대다수가 추락으로 생각하지 않을까요? (청중 웃음) 여성에게 "남자 못지않네"라고 하는 것과 남성에게 "계집애 같은 놈"이라고 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의 의미 자체가 이미 불평등하다는 거죠. 남녀평등, 양성평등 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 P224

저는 평등의 기준을 문제 삼고 싶습니다. 남녀평등을 위해 남성들은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서, 왜 여성에게는 군대에 가라고 합니까? 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등을 위해서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구조를 개선해야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아지기 위해 장애를 ‘초월‘하고 ‘극복‘해야 하나요? 평등은 공정한 것, 사회적 정의를 원하는 것이지, 똑같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들이 남성하고 같아지겠다고 남성들이 여태까지 잘못해온 고문이나 전쟁 같은 일까지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처럼 다양한 차원에서 "여자도 군대 가라"라는 이야기를 비판할 수 있겠지요. - P224

여성주의는, 어떤 면에서 여성이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성별이라는 사회 제도를 문제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성별 때문에 여성(남성)들이 이익을 보기도 하고, 차별을 받기도 하죠. 예를들면, 대개 남자 아이에게는 하늘색 내복을 입히고 여자 아이한테는 분홍색 내복을 입히죠.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요. 이런 걸 가지고 저 같은 사람이 성차별이니 인권 침해니 억압이니 하면, 정신 나간 여자가 되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가사노동을 하지 않는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때가 속 비트‘라든가 ‘강력 슈퍼타이‘같은 세제의 포장지는 다 푸른색이에요. 강력함을 나타날 때는 푸른색을 쓰죠. 그런데 ‘울샴푸‘같은 섬유 유연제들은 다 분홍색이거든요. 어린아이들에게 성별에 따라 내복을 입힐 때는 그 자체가 사회적 의미를 발생시키지 않지요. 그런데 푸른색이 힘을 상징하면서부터는 사회적 의미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그것이 남성성하고 연결되면 그때부터 문제가 되는 것이죠. - P226

일단 자본주의 사회에는 남자와 여자 두 개의 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성, 곧 남성만 존재하죠. 이분법은 하나만을 위한 세계고나 입니다. 여성은 남성의 대립적, 대칭적 범주가 아니라 잔여지요. 곧 남성은 남성이지만, 여성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 아닌 존재‘를 의미하지요. - P227

누군가 제게 농담 섞어서, "보통 여성주의자들이 재수 없는 말을 많이 하니까, 그런 이미지를 상쇄시키려면 페미니스트들도 예쁘고 섹시하면 된다"라고 말해서 충격받은 적이 있습니다. (청중 웃음) "사람들이 너를 싫어하는 것은 네가 페미니즘을 말하기 때문이 아니고, 못생겨서 그렇다"라는 거예요. 페미니스트든, 간첩이든, 강도든 간에 여자는 예쁘면 만사 오케이라는 거니다. 간첩 얼짱, 강도 얼짱...., 이게 다 그런 이야기 아닙니까? 여성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활동은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그러니까 저한테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위해서 예쁘게 하고 다니라는 거죠. (청중 웃음) <황진이>같은 드라마들이 사람들에게 여성의 미모가 얼마나 대단한 자원인가를 학습하게 하지요. 그런데 사실 여성은 또 너무 예뻐도 안 돼요. 너무 예쁘면 실력이 없어 보이거든요. 그러니까 어차피 이중 메시지예요. - P229

가부장제에 대한 정의 중에 이런 게 있어요. 가부장제는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언어"다. 여성이 아이를 낳기 때문에, 계보를 따진다면 인간사회는 여성 중심일 수밖에 없어요. 모계일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면, 어떤 여성이 열 명의 남자하고 잤다고 칩시다. 그러면 임신한 아이가 누구의 애인지는 여성 본인만 알죠. ‘성(姓)‘이라는 글자에 계집 녀 변을 쓰는 것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계보를 남성이 가족제도로, 언어체제로 여성의 권리를 삐앗아간 거죠. 남자의 승인이 있어야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으며 상속도 가능하고, 동성동본을 따지는 것도 남성의 성이 기준이 되죠.
결국 아이는 여자가 낳는데, 그것에 대한 소유권과 시민권을 남성이 독접한 것이 가부장제입니다. 그리고 여성의 노동력과 몸에 남성의 의미를 부여함으로썬 남성의 계열로 만든 것이 족보죠. - P231

쉽게 이야기하면, 계열을 만드는 노동과 일은 다 여성들이 하는데, 남성이 자신들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름을 붙이고 조직한다는 것입니다. - P231

제가 좋아하는 사람 중에 프란츠 파농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인도 제도에서 태어난 정신과 의사인데, 알제리 혁명투쟁에 참가해서 민족해방을 위해 싸우다가 서른여섯 살에 죽었죠. 그런데 파농한테 흑인들을 고문하는 유럽 제국주의 경찰이 정신과 상담을 청합니다. 어차피 고문하는 것이 직업이니까,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죄의식도 느끼기 싫고, 직장을 잃기도 싫으니까요. 하지만 이 둘은 굉장히 양립하기 어려운 거잖아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여학생들이 자주 합니다. "선생님, 여성주의를 괴롭지 않게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사람마다 괴로움과 쾌락의 정의가 다르겠지만, 고통 없는 앎은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P233

남성들은 계급이나 권력 등 자원이 많을수록 여자들이 많죠? 어떤 의미에서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동산(動産)‘이잖아요. 모든 남성이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남성들이 자기 여자친구나 부인한테 살 빼라고 말하는 이유가 뭐예요? 여성의 미모가 자기 계급을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부자가 미인을 얻는다‘등이 그런 말들이죠. 예쁜 여자는 남성의 자존심이나, 남성이 갖고 있는 재산 가운데 하나라고 여겨집니다. 반면에 계급이 낮은 남성들은 여자가 없죠. ‘농촌총각 문제‘가 이런 거지요. 성매매는 계급이 낮은 남성들이 한 명의 여성도 ‘가질 수 없기 대문에‘ 전통적인 집결지(‘사창가‘)에서 한 여성을 많은 남성들이 공유하는 거잖아요? - P237

반면 여성들은 계급이 높을수록 남자가 많나요? 물론 그런 ‘훌륭한‘여성들도 간혹 있겠지만,(청중 웃음) 계급이 높거나 지식이 많은 여성들은 대부분 싱글이거나 한 명도 감당이 안 되서 이중노동에 시달리죠? 반대로 계급이 낮은 여성일수록, 많은 남성을 상대해야 할 경우가 많지요.
다시 말하면, 성별에 따라서 계급과 섹스가 맺는 관계가 정반대입니다. - P238

사회운동이 실패하는 이유는 사회가 남성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남성들이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갖고 있지는 않잖아요. 지배적 남성성을 갖고 있는 엘리트 계층 남성들은 극히 소수죠. 대부분 남성들은 약자예요. 계급적으로 성적으로 그렇고, 연령이나 학벌, 지역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러면 그 많은 약자들이 왜 사회운동에 참여하지 않는가? 자신을 이상적인 남자들하고 동일시하면서, 성차별을 하잖아요. 쉽게 이야기하면, 계급이 높은 남자한테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걸 여자한테 풉니다. 여자들과 단결해서 그 남자를 칠 생각을 하지 않고.... 모든 그룹에 남성이 있고, 모든 그룹에 여성이 있어요. 각 집단의 남성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있습니까? 자기 그룹의 여성들과 연대하지 않고, 다른 그룹의 남성들과 남성 연대를 합니다. - P250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장애 남성 여러분, 당신은 비장애 남성한테 억압을 받았으면 우리랑 같이 연대해서 비장애 남성들의 잘못된 성매매를 바꾸고 대안적인 성문화를 만들어야지, 왜 당신을 억압하는 사람들과 동일시를 하나요?" 오늘은 장애를 예로 들어 이야기했지만, 동성애자 차별, 계급 문제, 이주노동자 문제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지배계급 남성보다 그렇지 않은 남성들이 여성 비하가 심한 경우가 많잖아요? 자신의 소외성을 남성성으로 보상받기 위해서. 사실 노동운동을 분열시킨 것은 여성노동운동이 아니라 가부장제죠. 남성 노동자들이 여성 노동자하고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자본가들과 연대하는 것은, 어떤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똑같이 발생하는 문제죠. - P250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12-09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0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19-12-10 08: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아 입간지러!!! 이야기 듣는데 너무 두분같아서 맞네 맞아~ㅋㅋㅋㅋ 햇눈뎈ㅋㅋㅋ 좋은 이야기였어요 ㅋㅋㅋ

2019-12-10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19-12-10 09:33   좋아요 0 | URL
정희진 샘 강연에 두분이 나타나신적 잇죠?ㅋㅋㅋㅋㅋㅋ 그때 강연들으러 갓엇대요 ㅋㅋㅋ케

다락방 2019-12-10 09:34   좋아요 0 | URL
악 네 맞아요! 아니 근데 저를 어떻게 알아봤을까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섹스와 거짓말 :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가 모로코에서 살고 있는 여자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듣고 기록한 책.

지금 여기의 내가 읽기에 특별할 건 없지만, 그러나 '이런' 모로코에서 여자들의 이야기들이 말하여지고 읽혀지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여자들의 처녀성이 중요한 나라, 결혼 전까지 처녀성을 지켜야 하지만,

그러나 연애하면서 섹스를 하지 않으면 쿨한 여자가 아니라, 삽입 외의 섹스를 시도하고(항문과 오럴), 쳐녀막 재생 수술도 받는다.

너랑 결혼할거니까 섹스하자~ 라고 해놓고는, 결혼은 정작 섹스를 허락하지 않는 여성과 하려는 남자들이 있는 나라.


우리는 더 이상 두고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
출산을 위한 목적 이외에 모든 성적 욕구가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여성들에게 만연한 재난과도 같은 상황, 결혼 전엔 반드시 처녀성을 간직해야 한다는 의무, 결혼 후엔 수동적이며 순종적이어야만 하는 여성들의 처지를 두고 보기만 할 수는 없다. 자기 몸을 이처럼 불합리한 사회적 규약에 저당잡혀야 하는 여성이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없으리나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이렇게 ‘성적인‘ 관점에서 침묵과 속죄만을 강요당한 여성들은 한 개인으로서도 철저히 부정된다. - P20

"열여섯 나이에 단지 이성과 손을 잡았다는 이유로 경찰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제발 경찰서로 끌고 가지 말아달라고 애걸복걸해본 적 있는 사람들, 그랬다간 가족들에게 경찰서에서보다 더 혹독하고 잔인한 일을 당할 거라고 빌며 매달려본 사람들, 독재 권력에 의해 팔다리가 잘려나간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 P21

사춘기가 되면 세상이 두 그룹으로 나뉜다. 섹스를 하는 그룹과 하지 않는 그룹. 여기서 하는 선택은 서구 세계 사춘기 소녀의 선택에 댈 바가 아니다. 모로코에서는 거의 정치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처녀성을 잃음으로써 여성은 자동적으로 불법의 세계로 떨어지는데 이것도 물론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구체적인 욕망 실현의 문제가 있고, 거기에 제약이 너무나 많다. 젊은 연인들은 어디에서 사랑을 나누어야 하나? 부모님이 계신 집에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호텔에서? 돈이 있어도 불가능하다. 한 방을 쓰고자 하는 한 쌍에게 혼인 증명서를 요구할 권한이 호텔에게 있다. 그러므로 갈 수 있는 곳이란 자동차 안, 숲 속, 해변, 공사장이나 황무지다. 그런 곳에서 발각될지 모른다. 경찰에게 연행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불안감을 가지고 사랑을 나눈다. - P35

가장 많은 잉크를 흘리게 만든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아미나 엘피랄리 사건일 것이다. 2012년 3월 탕헤르 부근 라라슈에서 열여섯 살 소녀가 쥐약을 먹고 자살했다. 집안끼리 친구 사이로 지내던 남자에게 강간당한 소녀는 가족과 강간범 가족의 주선으로 강간범과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피해자와 결혼할 경우 강간범은 더 이상 법의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는 형법 475조의 실체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법에 따르면 미성년자 유린의 경우 1년에서 5년의 징역형 또는 200에서 500디르함의 벌금형에 처한다. 문제가 된 것은 다음 구절이었다.
"납치되거나 유린된 결혼 적령기 미성년이 가해자와 혼인하는 경우, 가해자는 혼인 무효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 사람의 제소가 있는 경우에만 기소될 수 있으며 혼인 무효가 발효된 후에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P59

사건은 새벽, 모하메디아의 해변가 낡은 벤츠 승용차 안에서 일어났다. 사건의 주인공은 62세의 파티마 네자르, 그리고 63세의 오마르 벤하마드. "성행위 체위"가 경찰의 눈에 포착된 두 사람은 "명백한 간통 혐의"로 그 자리에서 체포된다. 모로코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다른 나라에서도 매일같이 목격되는 이 장면은 주인공이 누군가에 따라 아주 달콤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이날의 주인공 커플은 PJD의 이데올로기적 분파인 개혁과 단일 운동당의 존경받는 간부들이었다.
히잡을 단단히 여민 파티마 네자르는 엄정하고 근엄한 얼굴로 세간에 각인된 인물이었다. 미망인인 그녀는 특히 매우 보수적인 연설을 하기로 유명했다. 가령, 자료 비디오 속 그녀는 여학생들에게 육욕을 금할 것을 권하고 지나치게 여성스러운 시선과 웃음은 간음을 유발하니 피해야 한다고 역설하곤 했다. - P65

그녀의 파트너, 이슬람학 박사 물라이 오마르 벤하마드는 유부남인 데다, 2013년 페이스북에 사랑과 관련된 글들을 금지하는 파트와를 발표하여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은 악행과 일탈에 맞서 싸우는 데 앞장선 인물들이었다. 둘은 간음, 동성애를 격렬히 비난하며 모로코 사회에 병적인 엄격주의를 주입했을 뿐 아니라, 여성들의 자유와 음악의 축제의 존폐 여부마저 공격해온 인물들이었다. 지나칠 만큼 신실한 사람들이 종종 그렇게 되듯 성은 두 사람에게 오히려 강박관념으로 자리 잡아, 그들은 한번도 법을 거스른 적 없는 이들이 으레 지니는 후안무치로 호색가들을 향한 위협, 인간 혐오, 각종 증오를 양산하게 되었다. - P66

까놓고 말하면, 이 모든 게 사실은 돈에 대한 거라고 해야 맞을 게다.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하지. 안된 일이지만, 매춘굴을 단속할 때 대가를 치르는 건 매춘부들이지 돈 주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야. - P111

"프랑스 학교를 다닌 전 남자 친구는 대체로 개방적이고 쿨한 사람이었어요. 그렇지만 결혼은 어리고 처녀성을 간직한 여자애하고 하고 싶어 했죠. 그러면서도 규칙적으로 매춘부를 만나러 다닌다고 우쭐댔고요. 좀 놀라는 기색을 보이는 내게 이렇게 말하던군요. ‘ 왜 이렇게 이해심이 없어? 이건 내 권리야. 나에겐 섹스할 권리와 처녀와 결혼할 권리가 있다고.‘ 그에게는 조금도 이상할 게 없는 당연한 사실이었죠. 다른 많은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성적으로 완전히 미숙한 녀석이었어요."
말리카가 이미 몇 번이나 거듭 말했듯이, 남자들에게는 선택권이 많다. 바로 이 위선으로 인해 고통받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적어도 남자들에겐 메뉴판이 있어요 . ‘메뉴‘에서 먹고 싶은 걸 쏙쏙 고를 수 있죠. 한쪽으론 같이 자고 싶은 여자를, 그리고 또 한쪽으론 결혼할 여자를요." - P124

아랍 위성 방송에서 이슬람교 율법학자들은 지속적으로 섹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장 이름난 정통 이슬람교 설교자 셰흐 알 카라다위는 알자지라 방송국의 [이슬람교의 법과 생활]을 진행하는데, 시청자가 수천만 명에 달한다. 그는 이따금 성적 문제들에 접근하기도 하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가령, 그는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을 어떻게 해소할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변으로 자위행위를 권한다. 2008년, 네덜란드의 한 이맘은 무슬림 여성들에게 자전거를 금지했다. "자전거 안장에 걸터앉는 것이 여성들에게 성적 욕망을 부추기므로 자전거는 금지되어야 할 물건"이라는 의견이었다. 2007년, 알아자르 대학의 두 교수가 이런 제안을 했다. "여성은 동료에게 하루 다섯 번씩 모유 수유를 함으로써 그와 가슴으로 유사 성관계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엄마와 젖먹이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지극히 합법적인 방식으로 사무실에 둘만 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 P138

관련 기록에 따르면, 최근의 파트와는 여성들에게 바나나와 오이를 만지는 것조차 금지하였다. 그것이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 P139

카사블랑카나 다른 큰 도시에서는 독립적인 젊은 여성들이 그들의 섹슈얼리티를 자기 것으로 보장받아요. 거짓 순수함 속에 감추지 않고 섹슈얼리티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죠. 하지만 절대 다수는 여전히 껍질뿐인 관계, 삽입이 없는 관계예요. 많은 여성들이 처녀막 재생 수술을 받으며 가부장 중심 사회가 요구하는 체제로 편입하고 말죠. 이 여성들은 끝없이 거짓말과 위선을 반복해가며 성행위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수많은 여성들이 이런 말을 하죠. "그가 결혼을 약속했기 때문에 관계를 가졌어요." 하지만 말이죠, 남성들은 성관계를 허락한 여성과 결혼하는 걸 ‘특히‘ 싫어해요. - P184

언젠가 성추행을 주제로 텔레비전 방송에 출현한 적이 있어요 추행 가해 남성들에게 내가 이렇게 말했죠. "본능을 조절할 수 없다면 당신들은 짐승과 다름없습니다." 그날 저녁 집에 들어오자마자 상황이 걷잡을 수 없더군요. 페이스북 페이지에 각종 공격과 욕설이 흘러넘쳤죠. 사람들은 나를 매춘부로 취급하고 입에 담기 힘든 욕을 쏟아냈어요. ‘네가 감히 성적 자유를 옹호하면서 추행에는 반대할 수 있느냐?라는 게 요지였어요. 이 두 가지가 절대적으로 다른 문제라는 데엔 눈을 감고 싶은 거겠죠. " - P1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텔 뒤락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9
애니타 브루크너 지음, 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결혼에 만족하지 못하는 한 남자는 그녀를 애인으로 두고

또다른 남자는 그녀에게 결혼을 하자고 말한다, 애인은 따로 두고.

도처에 결혼이 널려 있었으나 그 누구도 결혼으로 인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호텔 뒤락에 오기 전에도 그랬고

호텔 뒤락에 오고 나서도 그랬다.


"차도 줄 거요?" 그러나 차를 마시는 순간 몸놀림은 점점 빨라지고 단호해진다. 그가 서두르고 있음을 그녀는 알게 된다. 그의 손이 짙은 붉은색의 짧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길 때면 이디스는 그가 이제 떠나리라는 것을, 곧 옷을 입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나면 이디스는 그를 잘 알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커프스단추와 시계, 이런 것들은 그의 또 다른 삶에 속한 것, 그의 아내가 학교에 늦는다고 아이들을 불러대는 그 아침마다 그가 하는 일인 것이다. 급하게 차로 달려나가 밤을 뚫고 요란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커픈 뒤에 서서 지켜보노라면 끝내 이디스는 그를 거의 알지 못한다고 느끼게 되었다. 늘 마치 아주 영원히 가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항상 돌아왔다. 데이비드는 곧 돌아왔다.
낮 시간은 순전히 그를 기다리며 보내는 시간이라 느껴졌다. - P35

아이리스 퓨지가 호텔 뒤락에 매년 잠깐씩 모습을 드러내는 목적은 단 한가지였다. 쇼핑을 하러 오는 것이었다. 사별한 남편이 사려 깊게도 스의스 은행에 부인 명의로 꽤 많은 돈을 예치해놓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 P44

"전자 기술에 관한 겁니다. 꽤 큰 규모의 전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놀랄 정도로 잘되고 있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저절로 굴러가지요. 내 밑의 사람들이 잘 맡아서 해주는 덕분에요. 모든 일에 책임은 내가 지지만 일에 쓰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어요. 그 덕에 좋아하는 농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 P109

"당신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물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왜 내가 로맨틱한 사람이 되는 거죠?"
"당신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에 잘못 끌려가고 있으니까요. 사랑한다고 수없이 고백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완전한 조화란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나요? 단순히 감정의 단계가 서로 잋리하지 않는 탓에 많은 시간과 추측을 낭비하며, 끊임없이 고뇌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단 말인가요? 가볍게 알고 지내는 것이 깊은 열정보다 언제나, 실제로 더 유효하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입니까?" - P111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디스." - P114

"당신은 더는 사랑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게 없는 편이 더 좋죠. 이디스, 당신에겐 사랑이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사랑이 당신을 비밀스럽게 만들고 감추게 만들고 게다가 아마도 정직하지 못하게 만들지 않았나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이 당신을 이 철 지난 호텔 뒤락으로 보냈고, 여자들과 앉아 옷 이야기를 하게 만들었죠. 이게 당신이 바라는 건가요?"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아니에요." - P117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나는 네빌 씨나 그의 돈을 좇지 않아요. 돈은 내 손으로 직접 벌어요. 돈은 어른이 되면 누구나 버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후보자를 탐색하는 여자들의 시각이 나는 싫어요."
"그게 왜 나쁜지 모르겠네요." 모니카가 열의 없이 대꾸하더니 조금 쉬었다 덧붙여 말했다. "남자들도 그러는데요." - P171

데이비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낵 돌아가면 과연 기쁘게 맞아줄까? 아니, 그의 진심을 알기까지 과연 견딜 수 있을까? 만일 그가 거기 없다면? 어디서 그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이디스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길 수 있었다. 휴가를 갔을 수도, 병에 걸렸을 수도, 죽었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서 아주 행복하게 지낼 수도 있었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자 이디스는 괴로움 몸짓으로 머리핀을 빼냈다. 머리카락이 얼굴 위로 흩어졌다. 그게 사실일까?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그의 관심을 잡아두지 못하는 그저 얌전하고 충실한 여자일까? 그저 다른 여자와 다르고 신중한 여자라 소동을 피우지 않을 거라 믿고, 까다롭고 환상적이고 도발적인 자기 아내에게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때 만나는 그런 여자인 걸까? 그냥 잠시 마음을 움직인 막간의 여흥일 뿐일까? 아니면 나를 경험 많은 여자라고 생각한 걸까? 내가 자기와 똑같은 이기심으로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걸까?" - P1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사IN 제605호 : 2019.04.23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초,중,고,대학까지 여자가 더 유능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러나 직장에서의 남녀임금격차는 '정당'하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왜? 여자들은 일로 성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니까.

결혼해도 아이를 낳아도 자신들의 사회적 성취는 방해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혼은 여자에게 유리하다... 


인용문에도 나와있지만, '논리적 일관성보다는 단호한 결의가 더 두드려져 보인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나쁘다고 말했을 때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년이 나쁘네' 라고 동조하지만(쌍년은 그렇게 탄생한다), 한 여자가 한 남자가 나쁘다고 말했을 때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정말이지 진심이다. 여자는 나쁠 수 있고, 여자는 유리하지만, 남자는 '억울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그래서 언제나 가해자일지도 모를(그러나 억울할 가능성이 높은) 남자의 편에서 (그들이 생각하는)공정을 기하려 애쓴다. 이 현상들이 논리적 일관성보다는 단호한 결의가 더 두드려저 보이는 것과 다 통하는 게 아닌가.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댓글(13) 먼댓글(1)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그러니 우리는 책을 사자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2-03-11 21:10 
    나도 책을 샀다. 얼마 없는 독서종족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빡칠 때나 뭐 여타의 때를 명분삼아 책을 산다. [기사 링크] ‘추적단 불꽃' 박지현 “민주당은 졌지만 2030 여성들은 이겼다. 우린 더 강해질 것이다.” http://naver.me/GtbGODtq아침에는 박지현 기사를 읽고 굳게 마음 먹었다.부자가 되야겠어. 박지현 후원하게. 개표 방송 보면서 심상정 후원하는 데… 내가 돈 버는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하지만 뭐, 내가 부자가 되고
 
 
2019-04-17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7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7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7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7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7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9-04-17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요? 최근 뉴스를 장식하는 여성혐오자들에 대해 왜 남성또래집단이 ˝쪼다같은 놈들˝이라고 왕따시키지 않는지가 늘 의문이예요.

다락방 2019-04-17 14:49   좋아요 1 | URL
대부분의 남자들이 다 그 쪼다같은 놈들이라서가 아닐까요. 여성혐오가 일상이니까요.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너무 반페미니즘 신념이 강해, 아무리 다른 이들이 뭐라해도 아무것도 안들리고 안보일 것 같아요..

나시즈 2019-04-17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페미니즘 이라기보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자 집단처럼 느껴지네요.

다락방 2019-04-18 08:02   좋아요 0 | URL
저는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해서 어떻게든 해결방법을 찾아보자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건 도무지 방법이 생각나질 않더라고요. 학교 교육으로도 불가할 것 같고 같은 남자선배들의 말로도 안될것 같고, 대체 어떤 방법이 있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답답합니다.

나시즈 2019-04-17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궁금했는데 밑줄까지 쳐주시고 캡처햊 셔서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9-04-18 08:03   좋아요 0 | URL
저도 내용이 궁금해서 두 권 모두 구입해 읽었어요. 다음호가 아마도 완결일 것 같습니다.

공쟝쟝 2022-03-11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우 정말 천재가 아닐 수 없다. 과거에도 천재 지금도 천재 미래에는 대천재!
 
시사IN 제604호 : 2019.04.16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내 주변에는 20대 남자가 없어서 20대 남자와 대화할 일이 없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걸 아는 터라, 20대 남자들도 그런거려니 했는데, 읽다보니 그들은 아예 '반페미니즘' 성향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논리가 없다. 논리는 없는데 신념은 강하다.


이걸 어쩌나,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가르쳐야 하는 거 아닌가, 교육으로 페미니즘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사전적 정의조차 무시해버리는 집단이라니. 몰라도 너무 모른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이것은 모르는 것과는 또 다른, 자신의 신념만을 믿는것이라 교육으로 해결될 일일지 확신할 수가 없다. 무지나 무식과는 다른 어떤 것인것 같은데, 그걸 뭐라 불러야할지 모르겠다.


아, 네 명중 한 명이 이렇게나 반페미니즘 성향이 강하고 그들은 비슷한 사람들과 언제든 대화할 수 있고 집단을 형성할 수 있다니, 페미니즘이 이렇게 치떨리게 싫고 자신들이 차별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다니, 20대 페미니스트들은 얼마나 고생이 심할까.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소통은 가능할까.


읽는 내내,


'이건...뭐지?' 하며 두려워졌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4-17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7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9-04-19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전자책으로 이제 읽으려고 해요.
604, 605호 두권 다 읽고 나서 다시 댓글을 남길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