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아가고 싶어 한 것은 창원에서의 삶이 아니었다. 바로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 있던,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는 안온한 생활이었다. 내가 자꾸만 매달리고 싶었던, 그곳으로만 가면 뭐라도 해결될 것 같은 기대감의 실체는 도망치고 싶다는 두려움이었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한 사람 몫의 삶이 너무도 컸고, 그걸 뒤늦게 깨닫고는 겁에 질린 것이다. - P21

평전 맨 뒤에 실리는 연보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 인물의 행적과 행적 사이에 상당한 햇수가 생략된 걸 발견할 때가 있다. 이 사람은 이때 뭘 했지? 의아하기도 하다. 내 변변찮은 인생을 굳이 연보로 정리해 본다면 어떨까. 아마 대학원졸업과 취직 이후 몇 년이 그 공백 기간이 될 것이다. 원룸으로 독립하고, 분갈이 달인이 되고, 사내 동호회에서 악기를 배운 건 연보에 들어가지 않을 테니까. 그럼 매달 칼럼을 쓰고,
매주 한 편씩 짧은 소설을 쓰게 된 것은 어떨까. 나는 넣을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넣을 것이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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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피킷

거기에 덧붙여 결혼에 있어서도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 몇몇 연구에서 결혼은 확실히 남성의 건강에 좋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혼한 남성이 가장 건강해요. 하지만 여성의 건강은 다르게 나타났죠. 혼자 사는 여성이 기혼 여성보다 더 건강했습니다. 결혼에 있어서도 ‘여성이기에’ 불평등을 겪는 거죠.
파트너십을 갖는다는 것, 결혼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남성에게 훨씬더 이롭습니다. 남성은 보살핌을 받고, 사랑을 받습니다. 하지만 여성에게 그리 대단한 뭔가를 해주지는 않죠. 여성은 오히려 훨씬 더 힘들어집니다. 집에서 일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이는 밖에서 일하는 데 제약을 주죠. 아이를 키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등 모든일이 스트레스를 줍니다. 어쨌든 현재까지 결혼은 ‘남성’에게 참 좋은 제도죠. - P86

그건 한국에서 양육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가로 판단해야 한다고봐요. 아이들이 실제 누구의 수고로 키워지는지로, 알다시피, 핀란드에서는 병원에서 임신 진단을 받자마자 정부로부터 박스를 받습니다.
종합 선물 세트예요. 태어날 아기에게 필요한 온갖 물품이 다 들어 있습니다. 그 상자는 아기의 침대가 되고요. 스코틀랜드도 이런 정책을 실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정책이 단지 물질적인 지원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국가가 말하는 방식입니다. "우리 사회는 당신의 임신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라는 표현이죠. 국가의 이런표현 방식은 중요한 상징성을 지닙니다. - P87

케이트 피킷Kate Pickett

영국 요크대학교 사회역학과 교수이자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제도 개선을 이끄는 정책가. 1965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대에서 형질인류학을, 코넬대에서 영양학을, UC버클리에서 사회역학을 공부했고 시카고대에서 강의했다. 2007년부터2012년까지 영국 보건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참여했으며, 영국 왕립학회, 영국 공중보건기구회원으로 있다.
사회계급, 소득 불평등, 거주 지역 내 인종 밀집 현황에 따른 기대수명, 이동성, 10대 출산, 비만, 유아돌연사증후군 등의 역학적 원인을 규명하면서, 사회역학 분야뿐 아니라 정치, 경제분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해왔다. 피킷이 몸담은 자본주의 대안 기구들의 면면은, 현재 그가집중하는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피킷은 불평등 감시 과학위원회, 진보 경제 위원회,
새로운 경제적 사고를 위한 기관, 지속성과 번영을 위한 연합, 요크 평등위원회와 생활임금위원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2009년 남편이자 동료인 리처드 윌킨슨과 함께 「평등이 답이다」를 발표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책에서 피킷은 사회정의가 어떻게 개인의 건강을 좌우하는지를 조명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대중의 사회 참여를 유도했다. 같은 해 리처드 윌킨슨, 빌 케리와 함께 신자유주의에서 심화되는 불평등을 통제하고자 공익 재단 이퀄러티트러스트TheEquality Trust를 창립한다. 이퀄러티트러스트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평등을 위한 연구들을 지원하고 모든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2013년 평등 수호를 위한 연대로부터 실버로즈상을, 2014년 아일랜드 암 학회로부터 찰스컬리 기념 메달을 수상했다. - P106

네, 친구와 함께하는 이들의 면역 체계가 더 건강하다는 거죠. 또 다른 연구도 있습니다. 피실험자들에게 가벼운 찰과상을 입히고, 아무는 데 걸리는 시간을 관찰했습니다. 연인이나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맺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빨리 나았어요.
죽음에 있어 어떤 요인이 주요하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살펴본 연구도있었는데요. 상당히 장기간 진행된 연구였습니다. 여기서도 우정이 건강을 지켜주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정은 인간의 삶에서 정말로 귀한 부분이죠.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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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2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4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1-01-06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앍ㅋㅋㅋㅋ 연구결과가 ㅋㅋㅋㅋㅋ 그럴 거 같았는 데 정말로 그럴 줄이야 ㅋㅋㅋ 근데 진짜 혼자사는 여성이 더 건강할 거 같아요! 확실히!!!

다락방 2021-01-07 09:55   좋아요 1 | URL
저 연구결과는 <백래시>였나, 거기에서도 나왔던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 사귀면 스트레스 스트레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의 역사 3 : 자기 배려 - 제3판 나남신서 138
미셸 푸코 지음, 이혜숙.이영목 옮김 / 나남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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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테투스가 그에게 주는 훈계는 두 가지 요점에 근거하고 있다. 먼저, 간통을 행함으로써 남자는 '우리가 정절을 위해 태어났다는 정절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픽테투스는 '정절'을 결혼제도의 틀 안에 국한시키지 않는다. 그는 부부관계를 본질적 형태들 중 하나로 제시하지도 않는다. 더구나 그는 정절을, 한 남자를 그의 이웃, 친구들, 국가에 연결하는 관계들에 의해 특징짓는다. 그리고 그의 눈에 간통이 과오가 되는 이유는 각자 타인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인지하도록 요구받는 남자들 간의 관계망에 간통이 균열을 만들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정절을 위해서 태어나 그것을 팽개치고 우리 이웃의 여인에게 덫을 놓는다면 도대체 이 무슨 짓인가? 해치고 파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누구를? 충실한 남자, 훌륭한 남자, 신앙심이 두터운 남자를. 그것이 전부인가? 또한 좋은 이웃 관계들, 바로 그 관계들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가? 또한 우정을, 또한 국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닌가? 간통이 침해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과 인간 존재로서의 다른 남자들이다.  -p.197


그렇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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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20-12-29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기상 🎉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20-12-29 12:16   좋아요 2 | URL
아 보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저는 너무 실망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백만원 탈 생각에 부풀어 있다가 오만원 받는 거라 대실망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축하는 감사드려요!! >.<

잠자냥 2020-12-29 13:23   좋아요 0 | URL
그것봐요, 내가 다락방 님 인기 있다고 했잖아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29 13:29   좋아요 0 | URL
저는 인기보다 돈이 좋다니까요? 돈 주세요, 돈!! 돈 달란 말이에요!! 엉엉 ㅠㅠ 오만원 가지고 책 세 권 사려나 ㅠㅠ 그것 가지고는 안돼요 저 3개월 순수구매액이 제 한 계정에서만 70만원이 넘는다고요 ㅠㅠ 돈이 필요합니다. 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0-12-29 14:06   좋아요 0 | URL
내년에 백만원 꼭 타세욧~!

다락방 2020-12-29 14:24   좋아요 0 | URL
저 방금 심사평 읽었는데 책 내용보다 개인적인 글을 쓰거나 가벼운 감상은 아쉽다고 하더라고요. 아, 내 글 타입이 리뷰대회용은 역시 아니구나.. 했습니다. 전... 역시 글로 돈을 버는 건 안되는가봐요. 다른 일 찾아봐야지, 에휴..

잠자냥 2020-12-29 15:07   좋아요 0 | URL
에이, 책 두 권이나 내신 분께서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ㅎㅎ

다락방 2020-12-29 15:28   좋아요 0 | URL
책 너무 안팔려서 돈도 못벌었어요... 인생........ 역시 회사를 다녀야 하는겁니다..............
 

치마가 들춰지고, 마음대로 볼일도 못 보고, 남자아이들의 잘못으로 소문에 오르내려도 ‘행실 잘하라‘며 오히려 혼나던 여자아이들이 자라나, 남자 사진을 촬영해 유포하거나 남자로부터 당한 일을 그대로 되갚자며 똑같이 하려고 하거나, 혹은 하고 있다. 이른바 ‘미러링‘이다. 여자들이 미러링하는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데, 내 눈에는 싫어하는 벌레가 온몸에잔뜩 들러붙었는데 이를 떼어내지 못해 몸부림치는 고통으로 느껴진다. 내 눈에 미러링은 여성의 비명이다. - P20

남성들이여, 제발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 ‘동의‘나 ‘사랑‘을 했다고 말하지 말라. 그렇게 사랑한다면 아직은 어린 그들이 건강하게 무사히 성인으로 성장하게 지켜보라.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라. 미성년자가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했다는 이유로 그것을 자발적이라고 하지 말라. 아이들의 성을 사는 사람이 누구인가.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더 이상 아이들에게 묻지 말라. ‘남성‘이라는 이름이 더이상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 P66

필리핀 등 가톨릭 국가의 여성이 대리모인 경우 종교적 이유로 낙태를 거부하는데, 쌍둥이 중 하나가 장애아로 태어나자 의뢰인 부부가 비장애인 아이만 데려가는 사례도 있었다. 대리모 계약에서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철저히 돈의 지배하에 놓이고, 인격을 가진 여성은 사라지며, 생명은 선별된다. 이것이 바로 현재 성행하고 있는 대리모 계약의 민낯이다. - P174

국민개병제에 입각한 징병은 참정권 등 시민적 권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제도인데, 이때의 시민은 여성이 아닌 남성만으로 전제되었다. 서구의 경우 국가와 시민(남성)간의 계약으로 시작된 징병은 여성을 시민에서 배제하고 시민인 남성의 권리를 확대하는 제도의 일환이었다. 남성 시민들은 남성만이 시민인 국가를 지키기 위해 징집되었던 것이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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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착되어 있는 순간은 결코 새롭지 않다. 과거와의 관계 속에서만 비로소 순간은 새로워진다. 바로 지금 출현한 형태는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배경이 뚜렷하고 분명해야만 자신의 모습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나무 그늘의 시원함이 귀중한 것은 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대낮의 길가에서이다. 휴식은 고된 일과를 마친 뒤의 편안한 긴장 이완이다. 작은 산꼭대기에서 나는내가 돌아다녔던 길을 바라본다. 내 성취감의 기쁨 속에 현존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길 전체이다. 이 휴식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은 보행이다. 그리고 이 한 잔의 물을 귀중하게 만드는 것은 나의 갈증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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