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작업실을 갖고 싶었지만 설사 갖는다해도 작업실에서 작업할 게 없다.
나이가 들면서 공간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생기는데, 얼마전에는 회사 업무 때문에 안양에 있는 빌딩의 골프연습장에 들렀다가 15층의 공간으로 빛이 들어오는 걸 보고 너무 좋아서, 와 여기 내가 갖고 싶다. 여길 가져서 그렇다면 뭘할까, 여기 공간도 넓고 한 층 다 쓰는 곳이니 요가센터로 만들면 좋겠구나 했다. 요가센터로 만들어서 빛이 잘 들어오는 낮에 매트 깔고 요가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일단 요가센터를 만든다해도 선생님은 구해야 할것이야. 나는 나의 신체구조상... 요가 쌤이 될 순 없어. 요가 선생님 구하고 나는 그저 센터의 주인이 되어 등록도 다른 회원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하고 낮에 생각나면 요가하러 오는 삶을 살고 싶고, 이 공간이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 싶은거다. 그러나 그 공간을 살 돈.. 머니는 어딨지요? 빛이 잘 들어오는 15층이다 보니 요가센터가 아니라면 내 작업실로 써도 되겠다. 다시 말하지만, 작업실에서 할 작업이 없다해도....
일요일에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를 보는데, 나는 1편이 잘 기억 안나지만, 어쨌든 '제인 포스터'가 박사더라. 업적이 훌륭한 박사였고 책도 내고 연구실에서 막 연구도 하는거다. 개인의 연구실을 갖고 있고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와, 나 연구실 갖고 싶어. 그거 보면서 '나도 연구실 갖고 싶다' 하였지만, 나는 연구할 게 없어... 하아- 나는 왜 작업할 것도 없고 연구할 것도 없냐.
그러다 어제 점심시간. <헤어질 결심>에 나왔던 '김신영'이 문명특급에 나온다길래 그걸 틀고 봤다. 김신영은 작업 환경이 너무 좋았노라 얘기했다. 예능 촬영할 때 18시간 씩 일하던 경험이 수두룩인데 열두시간 딱 채우면 다음 씬이 남아 있어도 촬영을 중단한다고, 그게 놀라웠노라 얘기했다. 그리고 밥차! 박찬욱 감독 영화현장의 밥차는 밥이 항상 따뜻하다는 거다. 그게 너무 좋았다고. 오... 궁금하다. 어제 점심 먹으면서 그걸 보고 걸어서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나도 박찬욱 감독 영화현장에서 밥차 의 밥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박찬욱 감독 영화현장에 있고 싶다. 거기서 밥 먹고 싶어. 근데.. 영화현장에서 내가 할 게 없네?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현장에서 쓸모 있는게 하나도 없어. 책 읽는 거, 글 쓰는 거... 영화현장에서 뭘 하지요?
김신영은 김다비 음악방송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박찬욱 감독이 시나리오 보내고 싶다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했다. 박찬욱 감독은 그간 김신영의 코미디를 눈여겨 보고 있었다고 한다. 코메디를 잘하는 사람은 정극도 잘한다고. 김신영의 연기야 말해 뭐해, 나는 김신영 너무 웃겨서, 쿠알라룸푸르의 호텔에서 혼자 잠못들던 밤, 밤새 김신영의 영상을 보고 그 시간을 견뎌냈던 적이 있다. 아무튼, 그 얘길 들으면서 나도 뭐 박찬욱 감독한테 연락올 일이 없나?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봐도 올 게 없어. 그렇다면 나는 박찬욱 감독 영화현장에서 밥차.. 못받아보는 것인가. 영화현장에 있고 싶지만 내가 할 일이 없네.
시 한 편 나오겠다.
작업실을 갖고 싶지만
작업할 게 없어
연구실을 갖고 싶지만
연구할 게 없어
영화현장에 있고 싶지만
할 일이 없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럴 때 보면 진짜 문학 신동이다. 문학 천재야. 생가하는대로 시를 써내. 천재다. 시적 감수성이 터져버려. 팡팡!!
(위의 영상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건데 이걸 보고 남들 알지도 못하는데 "너도 바보 나도 바보 다 바보다~" 이런 드립 치고 다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작업실 갖고 싶고 연구실 갖고 싶고 박찬욱 감독 영화현장 가고 싶다. 그런데 박찬욱 감독 영화현장에는 밥 먹으러 가고 싶어. 나란 여자... 인생.....
책을 샀다. 책이 왔다.
사실 어제 저녁에 받을 박스가 있어서 그것도 뜯어서 같이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오늘 아침까지 도착하지 않았다... 히융-
《UGLY LOVE》는 원서 같이읽기 친구들과 함께 읽을 책이다. 어제 번역본을 조금 읽었는데 흐음. 영 별로였어. 그러나 그간 원서 읽으면서 깨달은 건 초반에 별로라고 계속 별로이진 않다는 거. 너무 로맨스 로맨스 전형적 로맨스 타입이라서-상처를 가진 잘생기고 매너 있는 남주, 껄떡거리고 질척거리는 유부남 양아치- 당황스러운데 더 읽어봐야 알겠지. 이러다가 혹시 아나, 내가 남주와 사랑에 빠질지.. 그런데 너무 애긔애긔다. 27세인듯.. 흐음... 아직 많이 자라야겠어요.
《BEAUTIFUL WORLD, WHERE ARE YOU》는 샐리 루니의 신간인데, 샐리 루니를 더 읽어보고 싶어서 샀다. 샐리 루니라면 번역본이 필히 나올 터. 번역본 나오면 원서랑 같이 봐야지. 껄껄.
《글쓰는 딸들》는 알고 있었지만 사진 않았던 책인데 얼마전에 친애하는 알라디너 분이 이 책 좋다 하셔서 그래 사자, 하고 당장 구입했다. 마침 뒤라스의 소설을 읽은 뒤였다. 나는 뒤라스의 소설을 몇 권 읽었지만 뒤라스를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나마 내가 읽었던 뒤라스의 소설 중에 제일 좋은게 이번에 읽은 《태평양을 막는 제방》이다. 글쓰는 딸들 구매해놓고 태평양 책 다 읽고 뒤에 해설을 읽는데, 뒤라스의 삶의 이야기를 해설을 통해 만나면서, 나는 뒤라스를 좋아하게 되진 않을 것 같았다. 친구중 한 명도 뒤라스를 엄청 좋아하는데 나는 왜 뒤라스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좋아하는 마음, 취향이라는 것은 당연히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지만, 나는 그 친구는 좋아하는데 나는 왜 좋아하지 않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태평양 읽는 거 좋았지만 나는 왜 뒤라스가 좋아! 라고 하지 않을까?
얼마전에 친구들 여러명 만나면서 내가 굉장히 칸트적 사고방식을 한다는 얘기를 친구들과 하게 됐다. 그러다 바타유 얘기가 나왔고, 나는 바타유가 쓴 소설 한 권 읽으면서 다 읽지도 못하고 우엇 바타유는 못읽겠다! 하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칸트는 바타유를 좋아할 수 없지, 이런 얘기를 하게 된거다. 나는 만약 선을 긋고 한 쪽은 바타유 한 쪽은 칸트 라고 한다면, 뒤라스가 칸트가 아닌 바타유 쪽에 있을 것 같은거다. 이 말이 이해가 되시나요?
그러면서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뒤라스가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자유로운 영혼이 있기에 앞서 억압받았던 시간이 있었던 것 같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엄청난 압박으로 눌러놓았던 스프링이 손을 놓는 순간 더 멀리 퉁- 튕겨 나가는? 그런 느낌. 나는 어느 부분에서 자유롭지만 어느 부분에서 고지식하고 바타유가 그려낸 소설속 인물들처럼 뭔가 섹스하면서 오줌싸고 그런 일들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이 인다. 아니 그러니까, 바타유가 꼭 오줌으로만 퉁쳐지는 사람은 아니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합니다, 내가 처음 읽은 바타유가 오줌.. 이었어요. 하아- 아무튼 그런 자유로운 영혼은 감히 내가 따를 수도 없고 나는 동경도 안되는거다. 유 노 왓 아 민?
토니 브랙스턴 생각도 났다. 아버지가 목사였었고 그런 아버지에 반항해 가수가 됐다는... 잘 기억 안나지만 그런 배경을 가진 이야기를 들었더랬다. 세상에는 내가 감히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자유로운 영혼이 있고, 나는 그런 영혼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뒤라스에게서 더 멀리 튀어나간 자유로운 영혼을 느꼈다. 혹은 그렇게 되고자 하는 시도나 의도 혹은 애씀.
사소한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내가 섹스를 하게 됐을 때 내 상대가 오줌싸면서 쾌락을 느끼는..그런 사람은 아니길 ... 나는 그런거 막 '너가 좋다면 알았어' 하고 허락하는 사람 아니야. 내가 이렇게 괴로운데도 너는 좋냐? 이러고 돌아선다. 마치 아나스타샤처럼.....
《링컨 하이웨이》는 에이모 토울스의 신간인데, 어엇, 에이모 토울스의 신간이라니, 무조건 사야해! 하고 있었건만, 이거 나오길 기다려 내게 선물해준 알라디너가 있다. 고로 나는 이 책 선물받았단 말씀. 크- 세상 진짜 겁나게 잘 살아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소식에 들떠있는데, 오오 이거 나오면 다락방 사줘야지 이러고 똭- 사서 보내는 친구가 있다는 거다. 인생 졸라리 멋지지 않습니까? 한 번 사는 인생, 다락방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근데 겁나 두껍네.. 에휴. 에이모 토울스 할아버지 왜 이렇게 두껍게 써요... 모스크바의 신사도 그러더니.. 저 어떻게 들고 다니면서 읽어요. 내 출근길 노동으로 만들고 이쒀... ㅠㅠ
《임신중지》는 8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여서 샀다. 나 이거 산 줄 알았는데 집에 가 페미니즘 책장을 살펴보니 내가 가진게 이게 아니라... 뭐더라... 《턴어웨이》였다. 껄껄. 그래서 잽싸게 주문.
《감찰관》은 친애하는 알라디너 분의 리뷰를 보고 잽싸게 구매했다. 책 사는데 다른 알라디너들의 리뷰나 페이퍼가 너무 충동..을 해. 모든 즐찾을 다 없애버려야 할까. 휴.....
자, 저는 이제 다음주에 다른 새로운 (구매한)책들을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 그때까지 안녀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