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감과 무기력 그리고 저항과 반란
자, 좀전에 쓴 페이퍼에 이어서 쓰는 페이퍼다. 책을 샀다는 페이퍼. 굳이 이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헝거 게임 때문에 이어보는 걸로..
(왜이렇게 책탑 사진이 조잡해보이는걸까? 흐음..)
헝거게임을 읽어야겠다고 페이퍼 썼을때 원서에 대한 추천을 받았고(쉽다고 하셨..죠?) 일단 사두었는데, 어제 헝거게임 번역본 읽고나니 원서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내가 원서를 읽을 수 있다거나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갖고 있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너, 갖고 싶다. ㅋㅋ 그런데 이미 가졌지롱~
<몰타 한달 살기>는 왜 알라딘에서 저 구버젼으로만 검색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 삶의 일정 부분은 몰타에 가서 어학연수 할 계획인지라 한달 살기 사서 어제 훑었는데 이 책은 영... 아마 그전에 <트립풀 하노이>를 본 탓이리라.
<트립풀 하노이>는 분량도 얇은 책인데 사진들이 다 너무 좋아서 트립풀 시리즈 다 갖춰놓고 싶어졌다. 아무때나 아무곳이나 꺼내서 넘겨보면 기분이 넘나 좋아질 것 같은 거다. 한장씩 넘겨 보면서 내가 갔던 곳을 확인하는 것도 좋았고, 오오, 역시 내가 안가본 데가 이렇게나 많군! 하면서 앞으로 갈 곳들을 체크해보기도 했다. 하노이.. 너는 내가 계속 가줄거야.
<로드>는 나로 하여금 코맥 매카시를 다 읽어보겠다! 하게 만든 책인데, 읽은지가 아주 오래되었다. 그동안 만난 코맥 매카시가 어느 순간에는 매우 난해하기도 했던 터라 전작을 다 읽겠다! 하던 의지는 좀 사라졌는데, 얼마전에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의 리뷰에서 로드 재미없었다는 리뷰를 보고 다시 읽어보고 싶어져서 또(!) 샀다. 과거의 내가 좋아했던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여전히 좋을까? 지금 읽으면 너무 구릴까? 갑자기 확인해보고 싶어져서 샀다. 저때도 저 띠지 문구가 있었던 것 같다. 성서에 비견되는 소설. 나 이제 소설 완독 유경험자 이니(한....번.....) 성서에 비견될만한가 어디 한 번 확인해보자.
오래전에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트로이>를 봤을 때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브리세이스'가 궁금해서 집에 돌아와 <그리스로마 신화사전>을 찾아 읽어보았던 적이 있다. 잡아 감금해두고 강간하는 장면이었는데 뭔가 낭만적으로 표현됐던 것 같은 기억이다. 그러니까 브리세이스가 싫어하지 않았던 그런 분위기랄까. 그런데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가 그 브리세이스의 이야기라는 거다. 와 너무 궁금하다. 마침 나는 내일부터 이번달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인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을 참이다.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가!
<법정의 얼굴들>은 친애하는 알라디너의 극찬을 보고 샀는데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하고 봤더니 내가 읽었던 <어떤 양형 이유>의 그 판사더라. 내가 그거 읽고 뭐라고 썼더라? 백자평 썼던 것 같은데, 하고 다시 찾아본다. '문장력 좋은 판사님의 따뜻한 에세이'라고 써놓은 걸 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특별한 인상은 남지 않고 막 좋았던 건 아니었나보다. 이런걸 사고 나서 찾아보다니.. 사기 전에 찾아보지...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읽어보자.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는 어쩐지 영화 불초상 생각나는 제목인데, 아무튼 김혜리의 글을 읽어본 적 없던 바, 얼마전에 만났던 친구들이 '정희진 쌤이 우리나라에서 김혜리가 글 제일 잘 쓴다고 하셨다'는 말을 듣고 구뤠? 하고 사본 책이다. 정희진 쌤, 정찬이 좋아요 김혜리가 좋아요? ㅋㅋㅋㅋ
아, 얼마전에 다이소 갔다가 방토 씨앗을 화분,배양토와 셋트로 팔길래 사서 심었는데 싹이 난거다. 그래서 초등조카에게 사진 찍어 보내주면서 이모가 심은 방토 싹났다~ 했더니 사진 보고 귀엽다고 답이 오더라. 바로 이 때, 참았어야 했는데 나는 이런 때 참지 못하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립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모가 귀여워 방토가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카는 당연히 이렇게 답을 보냈다.
"방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그래. 방토가 더 귀엽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다른책들은 뭐 다 그때그때 살만하니까 샀겠지, 뭐.
엔도 슈사쿠, 내가 다 읽어보도록 하겠다. <침묵>이 너무 좋았어서 <깊은 강>을 샀다. <사무라이>도 곧 살 예정이다.
<은유로서의 질병>은 사실 이 책보다 사고 싶은 다른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이 절판이라 이걸 샀다. 절판된 책은 <통증 연대기>
나이가 들면서 각기 다른 통증들이 수시로 내 육체에 찾아들게 되었고, 처음엔 당황스럽고 화도 나고 슬펐지만 어느 순간, 아 이 통증들은 이제 내가 끌어안고 가야 하는거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통증에 대한 생각을 좀 읽어보고 싶은거다. 그 때 생각난게 이 <통증연대기> 인데 절판인것이다. 그리고 중고.. 비싸게 팔고 있더라고요들? 내가 이 책 읽고 싶어 출판사에도 문의해보았지만 긍정적 답변을 받지 못해 구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은유로서의 질병>을 읽자고 방향을 돌려버렸다.
최근에는 '빈 곳'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사람에게는 각자의 빈 곳, 빈 공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그것을 채우고 싶어하는게 아닐까. 이를테면 (그것이 상실이든 혹은 일방적 폭력이든)아빠로부터의 충족된 관계가 없다면, 어떻게든 그것을 채우고 싶어서 다른 관계들을 맺게 되고 그 성질이 결정 되는 거다. 이게 어떤 모습의 빈 공간이든 우리 모두는 그것을 타인으로부터 채워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다가 문득 아, 저게 저 사람의 빈 공간인것 같아, 혼자 생각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렇다면 나의 빈공간은 뭘까? 생각해보게 됐다. 빈 곳은 그러나 트라우마와는 다르다. 트라우마도 빈곳도 모두 내가 함께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지만 하나는 극복해야 하는 성질의 것이라면 하나는 채워나가야 하는 성질의 것이랄까.
그러다 내가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매일 생각하지만 매일 얘기할 수 없는 것. 나는 질리지 않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듣는 사람은 이제 그만 좀 해라, 할 것 같아 얘기할 수 없는 것. 그래, 그것이 나의 빈 부분이겠구나, 그래서 그렇게 얘기를 하고 싶은거구나, 싶었던 거다. 내 빈 공간 역시 타인이 채워줘야 하지만, 그러나 타인은 내가 아니다.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타인이 존재하진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빈공간을 채워가며 살아가고 어느 순간 충족될만큼 채울 수도 있을테지만, 나는 채우지 못한 채로 살겠구나, 체념하게 됐다.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오래전 헤어진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보게됐다. 현실에서 그는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어떤 SNS 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꿈에서는 그에게 인스타 계정이 있었고, 나는 우연히 그 계정을 보게됐다. 그가 올려둔 사진 속에서는 그와, 그의 아내와, 그의 두 아이가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누군가와 정착해 살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그는 그걸 원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렇게 살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아이.. 는 내 예상 밖이었다. 이거.. 헝거게임 읽어서 이런 꿈 꾼건가? 사진 속의 아이들까지 보고 나자, 아, 아이까지 있으면... 이제 정말 안되겠구나, 체념하는 내가 꿈속에 있었다. 이건 뭐 어떻게 안되잖아. 끝이지, 뭐. 그러니까 나는 오래전 헤어진 관계에 아직도 끝이라는 맺음을 못하고 있었던 거다. 그의 가족 사진을 보면서, 아 정말 끝이네, 이건 끝이야, 계속 생각하면서도 머릿속 한 구석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은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하다가 알람이 울려 깼다. 엄마는 계란프라이를 해주셨고 나는 케첩을 찍어 먹었다.
야... 노래 선곡에서 나오는 나이... 어쩔겨.....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