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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난민에 대해 쓴 '장 지글러'의 《인간 섬》을 읽게된 건 작년에 읽었던 소설 '카밀라 그레베'의 《애프터 쉬즈 곤》때문이었다. 애프터 쉬즈 곤은 살인사건을 다루면서 난민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자연스럽게 녹아있기도 하면서 주인공의 상황을 통해, 우리 모두 언제든 우리의 의지와 바람과는 달리 난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언급했던 거다. 카밀라 그레베는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쓰게 됐을까, 왜 난민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을까, 생각하다가 난민에 대해 좀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장 지글러의 책을 읽게된 것이다. 난민에 대한 책을 검색하다가 국내 다른 여러 학자들이 난민에 대해 언급한 책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좀 더 전문적인 글을 읽고 싶었다. 실제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상황을 잘 아는 사람. '장 지글러'는 책 날개의 작가소개에 의하면 '2000년부터 2008년 4월까지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으며, 현재 유엔 인권위원회 자문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나는 항상 책을 통해 궁금해하고 책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했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한 건, 내가 몇년전 읽게된 '최명희'의 《혼불》때문이었다. 혼불에서 여주인공을 비롯한 여성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어이가 없고 화딱치가 나고 빡이 쳐서, 도대체 이게 왜이런가, 어째서 이런 일이 당연하다는 듯 일어나는가, 페미니즘을 알게 된다면 이해가 되려나 싶었고, 그렇게 페미니즘의 도전 부터 읽기시작한 거다. 결국 나는 페미니즘 빠가 되었다....
책을 통해 알고자 하고 방법을 찾고자 했던 건 난민과 페미니즘 뿐만은 아니었다. 섹스도 그랬다. 몇 해전에 한창 섹스에 대해 더 잘 알고싶다는 생각에 몸부림 쳤더랬다. 그것은 더 잘하고 싶다는 압박에서 온 것이기도 했고, 어떤 지점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컴플렉스에서 온 것이기도 했다. 나의 이 고민을 아는 어떤 친구들은 나와 함께 어떻게 잘 할 수 있나 영상을 찾아주기도 했지만, 또 어떤 친구는 책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그 유명한 《카마수트라》도 한 친구에게 추천 받아 읽게 됐는데(너는 모든걸 알게 될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카마수트라 읽고 더럽게 까는 리뷰 써놨다. 아마 추천한 친구가 남자사람이었기 때문에 내가 이 책을 읽고 깔 줄은 몰랐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책은 깔 거 투성이었다. 이게 뭐야, 뭐 이런 게 다있어..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제는 사랑을 알고자 한다. 나는 내가 사랑을 무척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사랑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사랑에 대한 것도 책을 통해 알고자 시도를 한다. 사랑을 알고자 했던 시작은 '마리 루티' 였지만, 이제 내가 '에바 일루즈'를 알게된 바, 에바 일루즈의 책을 읽기 시작하고 있다. '사랑은 왜 불안한가'가 에바 일루즈를 시작하는 책이었고 또한 사랑을 알고자 시도하는 두번째 걸음이었다면(첫번째는 마리 루티), 그 다음 걸음은 에바 일루즈의 《사랑은 왜 아픈가》이다.
사랑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큰 기쁨과 큰 아픔을 동시에 가져오는 감정이다. 나는 몇해전 봄, 사랑 때문에, 사랑을 하고 있는 중에 크게 아팠던 적이 있다. 그 때는 연애중이었는데 상대로부터 상처를 받아서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며칠을 괴롭고 고통스러워 했다. 이걸 어떡하나, 이 마음을 어떡하나, 내가 왜 이러나,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나를 좀 어떻게 해달라고 상대에게 울부짖고 싶었는데, 그러나 나는 그 당시 상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혹여라도 그 사람을 잃게되면 내가 어떻게 사나 그것은 더 힘들텐데,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결국 나를 더 아프게 만드는 일은 피하고 싶어 좀 더 시간이 흐른뒤 이별을 말하게 되었지만, 그 때 내가 며칠을 잠도 못잘 정도로 아팠던 것을, 고통스러웠던 것을 기억한다. 그 해 5월을 나는 몇 번이고 산다. 사랑은 내가 혼자 잘하고자 하는 의지만으로 잘 되는게 아니었다. 사랑은 당신과 내가 필요하고, 당신과 내가 소통해야 하며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었다. 내가 혼자 아무리 사랑을 잘하고 또 아무리 큰 사랑을 품고 있다고 해도 상대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고 또 상대의 삶의 방향이 나와 같지 않다면 마찰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사랑에 대해 모든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더 아프기 싫어서 그리고 더 잘하고 싶어서 사랑에 대한 책을 앞으로 열심히 읽어보려고 한다.
책 너무 좋지 않나. 나는 책이 진짜 너무 좋다. 책 만만세다. 책이 다른 책을 불러오는 것도 너무 좋고 책이 생각을 불러오는 것도 좋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책은 책을 읽는 내내 자꾸 생각하고 고민하고 의심하게 만드는 책이고 책을 다 읽고난 뒤에도 머릿속에 끊임없이 생각이 파도치게 만드는 책이다. 그래서 며칠전에 다 읽은 캐럴 제이 애덤스의 《육식의 성정치》가 너무 좋았다. 매우 좋은 독서였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책 읽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인스타그램에는 남자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보면서 촬영하고 본인의 허락을 받고 올리는 계정이 있다.
나는 이 사진들 보는 거 진짜 너무 좋아한다. 서서 읽는 것, 지하철 안에서 읽는 것, 까페에서 읽는 것 모두 너무너무 좋다. 게다가 어떤 남자들은 책을 읽고 있는 팔의 전완근이 도드라진다. 책과 전완근이라니, 너무나 완벽하지 않은가! 육체와 정신을 모두 단련하는 참다운 모습이 아닌가 말이다!!
개인적으로 책 많이 읽는 남자를 좋아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책 안읽는 남자가 좋다는 건 아니다.
책이 원작인 영화 《제인오스틴 북클럽》에는 제인 오스틴의 책들로 북클럽을 결성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매달 제인 오스틴의 책을 선정해 읽고 감상을 나눈다. 덕분에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자주 볼 수 있어서 진짜 좋아하는 영화인데, 그 영화속에서 책 읽는 모습을 좀 찾아볼라 했더니 스틸컷은 몇 개 되지 않더라.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그래도 여러개 찾았네.
책읽는 모습에 반하게 되는 영화는 크- 내가 좋아하는 《아델라인》에도 나온다. 내가 반하기도 하지만 영화속에서 남자 주인공도 책읽는 여자주인공의 모습에 반한다. 이건 책읽는 모습 자체가 좋은 것일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블레이크 라이블리.. 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 그 편의 확률이 더 높겠지.
영화속에서 아델라인은 남자로부터 꽃 대신 꽃 이름이 들어간 책을 세 권 선물 받는다. 멋져..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힣. 좋으다. 그런 반면, 나는 당신에게 책 읽는 모습으로 어필하지 못하고 늘 술마시는 모습만 보여줬나 싶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인생은 책과 술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엊그제는 알라디너들의 벽돌책 인증 사진들을 보고 너무 좋아서 나도 찍어보고자 했다. 그런데 내 방 책장이 엉망인거죠... 네.. 이 지경.....
저길 정리를 좀 해야 뭘 찍어도 찍지 않겠나. 다른 분들 올린거 보면 책장 근사하던데. 나는 왜... 어째서.. 왜때문에..
그렇게 장갑을 찾아 끼고 책장을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아니, 이걸 어떻게 한단 말야? 책장의 공간은 제한되어 있고.. 저게 저기 나와 있는건 들어갈 자리가 없기 때문이고, 저것들의 들어갈 자리를 마련한다면 이미 들어가있는 책을 빼야 할텐데, 그렇다면 그 책들은 다 어디로 간담? 결국 이렇게 되었다.
네... 킁.
그래도 벽돌책은 따로 책장 만들었고 사진 찍어 보았다. 벽돌책 올리고 싶은 마음 너무나 컸다니까?
그렇게 나의 벽돌책. 다른 분들이 가진 것에 비하면 사실 그렇게 어마어마하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ㅋㅋㅋㅋㅋ
저기서 푸코 성의 역사 빼고 나머지 벽돌책은 하나도 안읽었다는 건 함정.. 퇴사하면 읽을겁니다. 네...
벽돌책은 페미니즘에서도 빠질 수 없지!
책읽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벽돌책 몇 권쯤은 가지고 있는 법이잖아요? 가부장제의 창조가 얇아 보이는구나. 훗.
언젠가부터 알라딘에서 원두를 사서 내려마시고 있는데 새로 커피가 나오면 너무 기대가 된다. 이건 어떤 향일까 어떤 맛일까, 제대로 맛을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기대하고 좋아하는 거다.
주말에는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집에서는 네스프레소 머신으로 마신다. 토요일과 일요일, 평일동안 마시지 못했던 네스프레소를 한 잔 내려 마실 때면,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이렇게 맛있어? 너무 맛있어 진짜. 네스프레소 겁나 맛있네. 그렇게 또 주말에는 네스프레소 마셔야지, 기다리게 되고 평일엔 원두 마셔야지, 하고 기다리게 된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
저렇게 케이스에 캡슐 꽉꽉 채워놓으면 어째서 가슴까지 차오르는 것 같은지. 만족감과 안정감 같은 것이 불쑥 차오르고야 말아... 그렇게 캡슐을 살 때는 많이 사야 하는것이다. 너무 좋아! ♡
일전에 친구로부터 배쓰밤을 선물 받았더랬다. 여행을 좋아하고 호텔을 좋아하는 나에게 호텔가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우앗, 너무 좋구나, 고마워하며 받았는데, 하아-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이유로 나는 여행을 가지 못하고 예약해두었던 비행기며 호텔은 계속 취소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배쓰밤은 사용하지 못한 채로 내 방에 그대로 있었는데, 퇴근 후에 방에 들어가면 은은하게 너무 좋은 향기가 나는 거다. 응? 이게 무슨 향기지? 하다가 내가 이 배쓰밤을 내 방에 두었단 걸 알게된거고, 언제 다시 여행갈지 모르는데 집에서 사용하긴 너무 아깝고, 그러나 이 향기가 너무 좋으니, 아예 내 방의 방향제로 쓰자, 하고서는 어디다 담을까 하다가 빙고- 용기를 찾아내어 담아서 침대 헤드에 두었다.
너무 좋다. 헤헤헤-
아무튼 책장의 저 책들 정리 안된 상태로 계속 저렇게 있기 때문에... 나는 2월달에 책을 안사기로 했다. 일단 2월달 한 달만이라도 안사보자. 저 책들 다 어떻게 할거야. 정리하려고 시도하다 보니 우앗, 나에게 이런 책이 있어? 하는 것들도 수두룩이야. 저렇게 보여도 나름 정리하려고 했다니깐요? 아무튼 그래가지고 2월 한달은 책 사지말자, 28일밖에 안되니까, 할 수 있어! 하다가, 아직 1월이니까 어제는 책을 주문했다. 2월 아직 안됐잖아.
지금 목표는 가진 책들 부지런히 읽고 다 팔아서 저기 저렇게 가로로 쌓인 책들을 모조리 없애버리는거다.
나는 할 수 있어.
I can do it!!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