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나와 길이 맞이했던
수많은 새벽
몇몇을 빼고 우리는 모두 아침을 보았다

 

2017. 11.2 - 나와 길과 새벽

 

 

 

현재 써본 건 오늘 1일 1그림에 쓴 pelikan 4001 잉크.
물감들과 색연필, 잉크들 구비는 갈 길이 멀다...
몰스킨 대신 하네뮬레 사 봤는데 일단 가벼워서 좋다.
사서 써보고 싶은 게 한가득. 스텐실도 해 보고 싶고...
다시 한 번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 소환.
˝고통보다 큰 수수께끼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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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7-11-02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많은 도구들이 있는지 몰랐는데,
완전 눈호강 하고 갑니다~^^

제가 아는 것이라곤 찰필과 크러키 북 정도?
붓은 anb인가요?
저는 화홍 붓 쓰는데,
쟤도 좋아보이는 걸요~^^

AgalmA 2017-11-02 18:17   좋아요 2 | URL
저 붓도 화홍붓이에요^^ 본조 세트. 작은 크기 그림을 그리다보니 세필붓이 아쉽더라고요. 가지고 있던 건 다 망가져서ㅎ;
수채 흑연 연필이랑 수채 물감에 섞어쓰는 바나쉬, 색연필 그라데이션 효과주는 블랜더 펜 등이 기대되는 중이오~

stella.K 2017-11-02 18: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 멋지군요!

전 그림 도구 뭐가 있는지 아는 게 없어서리
그냥 구경만 하고 갑니다.^^

AgalmA 2017-11-02 18: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문구류는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죠. 저도 다른 사람들 어떤 재료 쓰나 늘 궁금해 하거든요ㅎ

[그장소] 2017-11-02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뭇가지 느낌들이 넘 좋아요. 이건 펜화?

AgalmA 2017-11-02 18:36   좋아요 1 | URL
끄덕끄덕)) 그장소님이 예전에 보내주신 <아무래도 좋을 그림> 영향이 컸죠ㅎ 나도 이제 블루블랙 잉크가 있다네T^T)o~~~ 느낌 넘 좋아요! 하나 보내 드릴까요? 담 화구들 살 때 주문하면 되니까^^...그장소님 저한테 뭔가 또 보내신 듯 하던데....-_-;;;;;

[그장소] 2017-11-02 18:40   좋아요 1 | URL
아..그 거 ..페북에서 출간전 안내할 때부터 나오면 보내야지 하고 작정했던 거라서 오늘 나온거 확인하고 ㅎㅎㅎ
블루블랙 잉크 있을걸요. 아마. 안꺼내서 그렇지 .. 저도 그리고싶은 풍경을 봐뒀어요. 화구를 꺼내얄지도... ^^

cyrus 2017-11-02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그리기 위한 공구들이 제법 갖추어졌군요. 좋은 미술 도구를 사기 위한 돈 ‘지름‘이 멋진 작품을 탄생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어요. ^^

AgalmA 2017-11-02 20:29   좋아요 0 | URL
지름이 지름길이다! 명언이네요^^
 

 

 

 

 

*

가을은 어느 때보다 다양한 붉은색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황색. 더 다음은 진갈색.
겨울로 넘어가며 회색.... 검정... 흰색. 죽음은 검정이 아니라 내겐 희다. 별의 마지막이 백색왜성이듯.
프리즈마 색연필 150색이 수중에 들어오면 저 색감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윈저 뉴턴과 펠리칸 잉크 등등이 오늘 도착한다. 말 대신 색에 더 골몰하고픈 계절이다.

 

 

 

가을에 말을 배웠다



망각되기에 좋은 계절이다
이별을 준비중인 나무들과 구름에 갇힌 그림자, 한참 동안을
잠언에 빠져 있던 그가 뒤틀린 소리를 밟으며 계단을 내려간다
그는 오랫동안 말들의 반대편에서 살았다
눅눅한 혀를 피하여 곧고 딱딱한 침묵 속에서 지냈다
좀처럼 껍질을 벗지 않는 말, 금속들의 표면 밖에서 이슬처럼
낮게 웅크렸고 때론 잠도 오지 않았다
어떤 햇살도 구름을 통과하면서 무광택한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일광욕에 필요한 웃음들은 모두 다 날아가 버렸다
창에서 바라보이는 것들은 쓸쓸히 뒷걸음질치는 것들과
어리석은 외출들뿐
아이의 늙은 조카들과 늙은이들의 젊은 조상이
서로의 손을 잡고서 배회하는 듯한 풍경, 말을 걸지 않는 건
자신 속 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 흐린 오후
이름 모를 페이지에서 빠져나온 낙엽 한 장처럼 그의 입 근처에서
단풍 든 활자들이 쏟아졌다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
공원 벤치 쪽으로 구르는 자신의 말을 좇아 그가 빠르게 걷고 있,
었다



박경원 《시멘트 정원》(민음사, 2001)
 

**

이 시집에 낙엽 대신 세 잎 클로버가 끼워져 있었다. 이 시집이 12월 25일 나온 걸로 보면 봄에 읽었기 때문이리라. 많은 시간이 흘러도 말에 대한 고민, 계절에 대한 말은 변함없어라. 내가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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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1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10-31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받으신 상금으로 프리즈마 색연필 150색을 구입하고, 크레마 그랑데를 마저 산 후에 남는 돈으로 전자책을 구입하시면 훌륭하겠네요 ㅋㅋ

AgalmA 2017-10-31 16:05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 돈없음 미술 못 한다는 게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고요ㅎ 프리즈마 색연필 150색 사고나면 남은 돈으로 소설책 두어 권 살까 말까요ㅎㅎ 카렌다쉬 색연필은 더 비싸서 80색도 그 돈으로는 사지 못합죠;
크레마 그랑데는 상금에서 돈을 더 보태야 살 수 있어요ㅋㅋ
잔돈 남겨오라는 농담이시겠으나ㅜㅋㅜ;

겨울호랑이 2017-10-31 16:06   좋아요 1 | URL
ㅜㅜ 색연필 가격이 장난이 아니네요.. 예술분야에서도 개천에서 용나기는 힘들겠군요...

양철나무꾼 2017-10-31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72색을 유성, 수성으로 갖고 뿌듯해 했었는데,
150색이라니요~OTL.
72색도 색이 너무 많아서 버거운데, 150가지 색은 또 어떨까요?
엄청 뿌듯하긴 할 것 같아요.
구입하시게 되면 (꼽사리 껴) 대리만족을 위해 인증샷이라도 올려주세요~^^

AgalmA 2017-11-01 21:42   좋아요 0 | URL
최저가를 열심히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ㅎ; 저도 150색이면 어떤 효과가 나올 지 기대되는 중이요^^
 

1. 어제 <그것이 알고 싶다> 1098악마를 보았다-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두 얼굴”을 보면서 콜럼바인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에서 읽었던 내용을 되짚어보았다. 사건 보도를 듣는 순간 누구나 그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도를 넘는 행각을 보였다. 학창시절 자신의 범행을 퇴학당할 정도로 과시하기도 했다. 콜럼바인의 에릭만큼 치밀하진 못했지만 대담성은 범죄자의 전형이었다. 자라면서 범죄에 치밀함이 더 붙기 시작한 것 같았다. 교묘하게 사람들 속이기, 후원을 받기 위한 온갖 사기, 아내 죽음을 둘러싼 의혹. 많은 전과를 저질렀지만 이번 사건이 성폭력 살인사건으로 처음 적발된 사례인데 과연 이번이 처음이었을까.

 

2. 10월 두 번째 큰 목표였던 로런스 블록 빛 혹은 그림자 표지 그림 케이프코드의 아침으로 단편 쓰기를 완료하지 못했다. 하지만 혼자 프로젝트로 완성할 것이다. 소설책도 내 프로젝트도 만족스럽지 않아 아쉬운 책으로 기억되리라.

  

 

 

 

 

 

3. 레이 브래드버리 멜랑콜리의 묘약을 읽고 서정적 과학소설의 개척자란 수식에 동감했는데, 스티븐 밀하우저 밤에 들린 목소리들 단편집을 미리보기로 읽다가 이 두 사람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영향받은 작가 목록에 브래드버리가 있더만. 그가 영향받은 작가라 고백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토마스 만과 더불어 에드거 앨런 포, 너새니얼 호손, 이탈로 칼비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레이 브래드버리보니 이 작가 주목해야겠다 싶어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

  

 

4. E. H. 역사란 무엇인가읽고 한 사회의 이념은 그 사회의 지배계급의 이념이다.”를 그의 명언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르크스 · 엥겔스 공산당 선언을 읽으니 그들이 먼저 말했더군^^; 20152월에 사놓고 2년 만에 완독^^;;; 마르크스 《경제학 철학 수고는 언제 다 읽을까;; 다른 공산당 선언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펭귄클래식 버전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레스 스테드먼 존스의 서설이 도움이 많이 됐다. 다른 버전으로 또 읽고 싶다.

 

 

 

5.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꿈의 포로 아크파크 1:기원》 은 독특한 그래픽노블이다. "아크파크"가 주인공의 성이기도 하면서 카프카(Kafka)를 거꾸로 한 단어라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돋울텐데, 시공간 구멍을 설명하는 웜홀(wormhole)이 물리적으로 구현되는 것에서 쾌감이^^!

 

 

 

6. 이번 달 읽은 시집은 3권이다. 이병률 바다는 잘 있습니다》, 김이듬 표류하는 흑발, 최지인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이병률 시집은 모두가 맘에 드는 시를 발견할 좋은 시집이다. 최지인 시인은 분명 발전을 기대할 신인의 참신함이 엿보인다. 김이듬 시인의 시집은 각자 문제적인 부분을 발견할 텐데 그럼에도 좋은 시가 보석처럼 있다. 이 시집에 대해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하나 고민인 채 10월이 다 갈 모양이다. 한 가지 당부할 것은 이 시집을 페미니즘프레임에 가둘 때 시 읽기가 얼마나 협소해지는지 경계하시라. 페미니즘 패러다임에서 문제가 여성들의 희생사 or 투쟁사로 좁혀지는 걸 자주 목도하기 때문이다.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그 사람으로 보는 인식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뷰를 꽤 쓰다 보니 내 인생 고민도 많은데 작가들 고심도 대신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책에 손도 안 대고 잠만 잔다. 요며칠 계속 그렇다.

 

마카롱

 

한창 차를 몰아 달리고 있었다

더 밟아, 눈과 입술이 새빨갛게 부은 언니가 말했다

어디 가는데? 대체 왜 이러냐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미끄러운 도로에 백합 같은 짐승이 죽어 있었다

 

유턴하지 않은 시간의 빙판 너머 가는 수가 있다

최소한은 천천히 멈추거나

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렇다

새는 울지 않고 날아갔다

우리는 큰 하수구가 있는 갓길에 앉아

나는 하늘을 보고 바닥은 언니가 보았다

 

저기 시체가 있어, 언니가 하수구 아래를 가리켰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서 비춰 보았다

놀란 눈으로 검은 웅덩이를 보았다

우리는 반 토막 시신도 목격할 수 없었고

진흙 더미에 고인 페수도 달빛처럼 마를 것을 알았다

 

나는 차를 몰고 오며 이천만 원을 고민했고

라디오 주파수를 못 잡는 언니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백단향 파는 데를 아니?

그게 뭔데? 뭐에 쓰려고?

사소한 얘기로 시작했지만 사회 문제로 흘렀고

별생각 없이 펼쳤는데 모든 페이지가 끔찍한 스토리였다

 

나는 기억하지 않는다

급하게 멈출 거면서 발끝까지 뿌려지던 눈발과

미세먼지처럼 스며들던 기분 나쁜 음악이나 말하지 않는 공포

그러나 울고 난 이후의 표정이 좋았다

 

새하얀 코트 자락으로 얼굴을 감싸고 그녀가 잠들었다

깃털 속에 부리를 처박은 닭처럼

내 우정이 날개처럼 퇴화하여서 날아오르게 할 수는 없지만 마름 목을 감쌀 수는 있겠지

바닐라 우주선을 탔다고 상상했다

우주선이라도 내가 몰아야 했고 그것은 이미 내 혀에 생겼다

 

김이듬

 

7. 마르그리트 뒤라스 소설은 의식의 흐름 기법이 문제가 아니라 그의 작품 대부분에 끈덕지게 달라붙어 있는 권태가 더 힘겨운데 부영사는 독특한 인물 때문에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피츠제럴드의 개츠비만큼 강렬했던 라호르 주재 부영사 "장 마르크 드 H"가 가장 인상깊다.

 

 

 

 

 

 

8. 있는 책 또 사기

책이 속수무책 늘어나면서 있는 책 또 사는 짓을 자주 하는데 얼마 전 책장 정리하다가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 구판 발견-,.-;; 아는 책이라 개정판이 더 반가웠나봐ㅋㅋ 페이지,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똑같고 심지어 개정판이 구판 중고가보다 더 싸다...내가 미쳐)))

, 문서 정리 프로그램을 쓰든지 책을 현격히 줄이든지 이래선 안 되겠다...

 

  

 

9. 알라딘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리뷰를 써서 더 관심이 간 최고요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가 교보문고 분야 1위 하고 2쇄 들어갔다고 작업하신 에디터와 출판사가 좋아하는 모습 봤다. 최고요 저자가 사인과 메모를 담은 5장을 교보문고 자신의 책에 끼워두셨다는 글도 봤다ㅎㅎ 이런 홀로 미션 좋아합니다b

좋아하는 것에서 성취를 이루는 것, 언제나 축하할 일이다.

 

 

 

 

10. 선물들~

파스칼 키냐르 《부테스》가 드디어 내게 왔다. 그o소님이 보내주신 선물^^

    

S님이 보내주신 원두도 잘 받았다는/ 내가 알라딘 원두 100자 평을 자주 남기는 걸 알고 홀빈 주문자라는 것도 정확히 파악한 센스~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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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10-29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 바다 보고 왔는데, 바다는 잘 있더라구요. ㅎ

AgalmA 2017-10-31 11:54   좋아요 0 | URL
바다가 지금까지 만난 인류가 얼만데 당연하지요ㅎ 바다 구경 좀 하게 사진 좀 올려주시지. 북다이제스터님 사생활 관리 참 철저하시다니까요ㅎ

겨울호랑이 2017-10-2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리뷰 상금 수령 감축드립니다^^

AgalmA 2017-10-31 11:56   좋아요 1 | URL
아직 제 수중에 없어서 실감이 잘 안 납니다. 상금 받은 기분 내게 한방에 크레마 그랑데 지를까 싶기도 하고ㅎ; 열린책 세트와 묶음 상품이 없어서 머뭇)) ㅎ;
아무튼 감사합니다 :)

syo 2017-10-29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AgalmA님!!

AgalmA 2017-10-31 11:56   좋아요 0 | URL
저보다 더 많이 읽으시는 분이 역시 라뇨ㅎ;;;

cyrus 2017-10-3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세금 공제는 유쾌하지 않아요. 즐거운 마음을 확 꺾게 만들어요. ^^;;

AgalmA 2017-10-31 11:57   좋아요 0 | URL
cyrus님은 상금 많이 타 보셔서 세금 공제의 씁쓸함을 잘 아실 듯ㅎㅎ)) 감사요^^

나와같다면 2017-10-3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콜럼바인>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지낸다> 가 인상적이였어요

Agalma 님 예지자한테 커피한잔 사셔야죠^^

AgalmA 2017-10-31 12:00   좋아요 0 | URL
나와같다면 님이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지낸다> 까지 읽으신 거 보고 이 분은^^;;; 했었습니다.
이런 책들 많이 읽으셔서 예지력 풍부하신 거 아님까ㅎㅎ)
뵙게 되는 날이 있다면 커피 한잔 살게요^^
 

 1일 1사진 - 전깃줄에 걸린 수세미

 

 

역시 새벽 산책은 날 실망시키지 않아.
어느 날 수세미가 모두 사라지면 슬플 거야.
이상하지. 내 것이 아닌데 날 행복하게 하고 곧 슬프게 만드는 풍경.
상관없이 넌 계속 자랄 테고 나 몰래 또 갈 테지.
이 행복과 이 슬픔은 그래서야.

 

 

 

 

 

 

하반기

 

 

책상과 나무 사이에서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웃고 있다

 

한 삽만 더 파면 찾는다고

소년은 내게 인내를 요구했다

 

버려진 개의 부서진 마음으로

 

정원에 흙더미 열고 올라온 손가락

 

누군가 재능 없어도 인생에 실패하면 시를 쓰게 된다고 했다

지난번에 만든 작품 냄새가 났다

잘 닦지 않은 프라이팬처럼

 

어제는 한숨도 못 잤어

오늘은 자자


눈을 기다린다

 

이유는

맴돌 뿐

 

찾지 못했다

소멸 직전의 얼음의 의미

허물없는 친구의 무례

 

손바닥을 바닥에서 꺼낸다

머리끈을 끼워 둘 수 있게

 

보잘것없이 사라진다

가까워지고 싶은 이들이 있었으나

손을 맞잡고 한 걸음도 안 갔다

 

흠집 없는 고통을 향해

 

 

 

詩 김이듬

 

 

배경 속 cd는 인디밴드 속옷밴드(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1집), 모임 별(Byul.org), 조월(Jowall)

음울한 우리 기분을 알아준다네~

오랜만에 밤새 리플레이해서 들었다.

속옷밴드 - Bluemoon

https://youtu.be/E4YAjUDL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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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4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10-24 08:49   좋아요 0 | URL
앗, 시대를 아는 수세미ㅎ!

단발머리 2017-10-2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세미 그림 참 좋네요.
저도 지금 이 시집 읽고 있어요. ㅎㅎㅎㅎㅎㅎ
김이듬 참 좋네요.
반가운 마음에^^

AgalmA 2017-10-24 11:28   좋아요 0 | URL
김이듬 시집 리뷰 쓰려니 저는 고민이 좀 많네요^^;.....아아....쓴소리 많이 할 거 같아 재차 읽어보고 생각을 고르는 중이오ㅜ;;;

2017-10-25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Okinawa Road

 

 

 (2010년 9월)

"동시에 나는 안다. 배고픈 천사가 내 죽음이라고 여길 무엇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음을"

ㅡ헤르타 뮐러

 

 

 

 

 

(2010년 9월)

이글루는 틀림없이 빙산을 닮았겠지

 

 

 

 

 (2010년 9월)

, , 더 파란 무엇을 원해.

부산과 경주 사이 꿈

 

 

 

 

2009 4월의 연인들(남산)

연인들의 窓

풍선처럼 부푸는 마음들

 

 

 

 

 

 2010년 10월의 연인들(교동)

 

"그렇게 되면 아무도 거울에 비친 자신을 감히 바라보지 못할 것이다. 기괴하면서도 비극적인 모습이 얼굴의 윤곽에 핏자국과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 억제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덧칠할 것이다. 매일매일의 안락하고 평온한 조화 한가운데서, 절망처럼 뜨거운 불을 내뿜는 화산이 폭발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쾌락에 찬 공포를 느낄 것이다. 아주 작은 상처가 돌이킬 수 없이 벌어져 우리 존재 전체를 피투성이로 만드는 것을 보게 된다면! 오로지 그때서야 우리는 고통을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고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인간의 고독이 가진 장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안에 누적된 고통의 독성이 화산처럼 분출한다면 온 세상을 중독시키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ㅡ 에밀 시오랑 "고통의 척도"

 

 

 

 

(2010년 11월의 어머니)

멀리서 보면 더 아파

효도합시다...

 

 

 

 

 

(2010년 12월의 길동무 질 들뢰즈)

"삶에서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러한 것, 삶이 내포하는 공백들이다"

ㅡ G. Deleuze

 

 

 

 

 

 (2013년 9월 천사가 나를 스쳐갔던 담)

 

 

 

 

 

2013년 11월 딱 한 번 있었던 하늘)

 

 

 

 

 

 

  (2014년 서대문 형무소)

범죄자로 간 건 아니고

 

 

 

 

 

 

바닥엔 낙엽

가을에도 스니커즈와 시

 

 

 

 

 

 

 

https://youtu.be/-0zNuI51s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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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7-10-21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구도도 무심하고, 화면도 빈듯하고, 색채도 허름해서 ‘뭐야, 이게 정말 좋다고 생각해서 찍은 거야?’ 싶다가도 왠지 다시 한 번 보게 되고. 참, 뭐랄까. 독특한 맛이 있어요, 그림도 그렇고. 전 이걸 딱 집어내지를 못하겠네요. 이게 뭔지. 검이불루 화이불치도 아니고. 뭐냐! 하긴 꼭 집어내야 되는 건 아니지만요.

천사는 국빈관에서 아갈마님을 스쳐갔던 모양이군요! 보통 그런데 천사가 있긴 하죠.

서대문 형무소에 저런 장면이 있었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누구의 석상일까요. 반사된 망루는 알 것 같은데. 제 할아버지는 독립운동 하다 저기 3년을 계셨죠. 유관순도 3년을 받고 저기에 있었고요. 가서 보면 참 3년 있기 싫게 생겼어요. 특히 먹방이라고 빛 안 들어오는 손바닥 만 한 곳은. 으으.

스니커즈 예뻐요. ㅎㅎ 진심입니다. 전 평생 스니커즈(못생겼다고 생각해서) 신어 본 일이 없는데, 아갈마님이 신으신 건 아주 예쁘네요, 어디서 샀어요? 비싼겁니까!?

언제 아갈마 사진론에 대해서도 한 꼭지 써 주세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찍으시는지. ㅋㅋ

뷰리풀말미잘 2017-10-21 01:44   좋아요 1 | URL
아, 첫 사진 왼쪽 하단에 캐리어로군요. 경주, 부산, 서울. 사진 사이사이 컨텍스트가 재미있는 페이퍼네요. 첫 사진에 입고 계신 의상과 마지막 사진에 입고 계신 의상이 같은 거죠? 이렇게 수미쌍관을 이루는군요. (마, 맞겠지?)

뷰리풀말미잘 2017-10-21 01:50   좋아요 1 | URL
사진 구경하다 댓글 달다 시간 잘 가네요. 벌써 두시. ㅠ_ㅠ 언뜻 다시 보니까 분량이 늘었는데, 너무 어려운 문장들이라 맑은 정신으로 봐야 이해가 되겠어요. 즐겁게 봤습니다. 내일 또 놀러올거에요. 히히. 굿밤!

AgalmA 2017-10-21 17:35   좋아요 1 | URL
제 사진으로 뷰리풀말미잘 님이 사진론 펼치고 있으시네요ㅎㅎ 저도 궁금합니다. 서둘러 찍고 나서 사진을 보며 나는 왜 이걸 좋다고 생각하는지.
아니, 독립운동 후손이셨어요? 멋짐 10 추가요~

스니커즈의 대명사 브랜드고요. 이 신발이 좋은 건 알아서 떨어지기 때문에 새 신발을 빨리 사게 된다는 거ㅋ 저 스니커즈도 금방 끈 늘어나고 고무 떨어져서 지금은 없어요. 단종되기도 했고ㅎ 스니커즈는 조심해서 신지 않음 3년 넘기기 어려운 신발 같음요. 헤진 멋스러움도 한계가 있지ㅎ;;; 스니커즈가 바닥이 빨리 닳아서 착화감이 썩 좋진 않은데 디자인이 독특한 스니커즈를 보면 또 사고 싶죠^^;

서니데이 2017-10-21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사진들이네요. 날씨가 쌀쌀해요.
a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AgalmA 2017-10-21 16:23   좋아요 1 | URL
사진은 흐른 시간을 정말 잘 보여줘요. 그리고 시간을 보관해 주기도 하고^^
서니데이 님도 주말 잘 보내시길/

2017-10-21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1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21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거에 찍은 사진들을 잘 보관하고 계시는군요. 사진을 소중히 여기는 AgalmA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

AgalmA 2017-10-21 16:27   좋아요 0 | URL
장비 갖추는 덕후 정도는 아니지만 늘 찍고 싶어하는 나름 사진 취미꾼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