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잃어버리고 다시 사는 것들, 어떤 종류로든 나뉘는 것들, 세계 어디서도 먹을 수 있는 중국음식들, 소화가 되지 않는 햄버거라도 먹어야 되는 일상, 매일 타기는 어려운 첫차와 탈 수 없는 행선지의 막차가 다니는 거리 어디쯤에서 나는, 자신 없어서 만날 수 없는 인연과 나라서 너라서 더욱 그리운 인연, 가을이라서 생각났다는 수신 문자와 가을이라서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답한 문자 그리고 끝, 이삿짐 정리가 안돼 모임용 의상만 입고 다닌다는 사람, 모르는 사람이어도 그들의 장바구니를 들여다보는 마트에서의 만남, 인사와 함께 만나고 인사 없이도 떠나는 관계들, 허물어지고 있는 집들과 새로 설치되는 방범 쇠창살, 쏟아진 술과 쏟아지는 비 속의 배회와 우울, 어딘가에서부터 시작된 멍과 피들, 예약된 도서와 예정된 약속과 지켜지지 않을 약속에 대한 확신, 습득보다 부주의하게 버리는 게 더 많은 한 권의 책 속 언어, 신발을 신고 이리저리 배회하고픈 작업실에 대한 욕구, 떠오르지 않는 음률에 대한 갈망과 공포, 잘못된 선택으로 계속되는 불운의 뫼비우스, 꿈속의 지워진 얼굴, 구걸에 가까운 愛, 탄내, 재활용·일반·음식물 쓰레기까지의 모든 처리와 마지막에 남는 나에 대한 처리에 대한 딜레마, 매일 집으로 돌아오면 버릴 것을 찾는 시선, 미래의 빈 집과 미래의 침묵에 대한 기다림, 내일의 책은 기다림과 망각 사이에서 무한하리

천사들이여, 가득 떨어져도 좋아
낙엽으로든 무엇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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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1-25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낙엽이 그림에 함께 있으니, 그림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 합니다. 짙어지는 잎의 색깔은 시간의 흐름을, 왼쪽 나열된 색연필과 잘 조화된 것 같네요. 다만 아쉬운 점은 조금만 일찍 그리시지 하는 마음이 듭니다. 어제 눈이 많이 와서, 이제는 가을을 추억하게 되네요..ㅋ

AgalmA 2017-11-25 15:49   좋아요 1 | URL
제 가을은 아직 다 가지 않아서요. 겨울이야 언제든 불러 올 곳에 있죠.
 

 

갑자기 사방에서 까치가 날아들었다. 왜 그런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다른 날 같은 시각에 다시 오면 알 수 있을까. 다른 순간일 뿐일텐데. 어떤 확증을 위해 기어코?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데카르트는 우리의 의심이 자신의 존재만큼은 말해 준다고 했지만 니체는 우리가 믿는 존재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믿음이란 뭘까? 그것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모든 믿음은 참이라고 여김이다. 니힐리즘의 극단적인 형식은, 그 어떤 믿음도, 그 어떤 참이라고 여김도, 필연적으로 가짜라는 점이리라. 왜냐하면 참인 세계는 결코 없으니까. 이렇듯 참인 세계란 우리 안에서 유래한 관점주의적 가상이다. ... 우리가 바닥으로 가지 않으면서, 가상성을, 거짓말의 필연성을 어디까지 시인할 수 있느냐가 힘의 양이다˝ ㅡ Nietzsche
(김재인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p248)

 

그렇더라도 '순간'을 믿은 니체의 니힐리즘을 오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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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3 0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11-23 08:07   좋아요 1 | URL
맞아요. 이미지에 매혹돼 찍긴 했지만 내 것도 아니고 이게 대체 뭘까 싶죠...

양철나무꾼 2017-11-23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나무에 까치밥이 적당히 남았을 뿐이고,
그 까치밥 감들이 알맞게 익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진 좋습니다~^^

AgalmA 2017-11-23 19:59   좋아요 0 | URL
저도 까치밥이라고 감을 남겨 둔다고 하는 말 들은 적 있는데요. 현장에서 유심히 본 바로는 감을 먹으러 온 건 아니더라는. 무슨 반상회 하듯이 우르르 모여서는 잠시 떠들다 휙 다 날아가더라고요-.-;; 저 감나무가 이 동네 까치 주민센터인가 했었는데 바로 옆에 큰 공원도 있는데 왜 하필 동네 저 나무에서 그렇게 시끄럽게 모였다 가는가 싶었죠. 시끄럽게는 오로지 인간인 제 기준이겠습니다만^^;

사진 때문에 더 산책하고 싶죠^^
 

 

 

●거울
가끔 저 거울을 볼 때마다 내게 뭔가 보여 줄 거라 생각했다. 그게 오늘이었다. 내게 그것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저녁을 보여줬다.

 

 

 

 

● 세탁소
폐업하는 와중에도 돈을 들여 현수막을 만들어 이웃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세탁물을 찾아가라는 마음씀. 세와 탁 사이에 앉아 아저씨는 아무 일도 안 하고 계셨다. 가게 안은 정지된 기다림으로 가득했다. 세탁소의 마지막은 마음의 다림질이었다.

 

저녁 한때, 나의 배움은 컸다.

 

 

 

 

Unforgiven - Claudia's Theme

https://youtu.be/z5q5YP9kB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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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6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11-2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에 언포기븐 들으니 좋군요, 아흑~--;
 

 

●1일 1그림 - blank

 

 

미완성인 그림도 완성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게 다 도달하지 않는 빛이 있는 것처럼 아득바득 채우지 않아도 된다고 마지막은 그림이 말한다.

 

 

 

 

 

 

●1일 1사진 - A Tale of Autumn

 

 

 

 

우리를 강력하게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세상에 가장 많은 사랑의 형태는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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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1-07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위의 분 다리가 참 길어 보여 부럽네요.ㅋ

AgalmA 2017-11-07 21:33   좋아요 1 | URL
다 그리고 나서 저도 그 생각ㅎ; 제 희망사항이 몹시 투영된 그림이랄까요ㅎㅎ;;;

2017-11-07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11-07 21:39   좋아요 1 | URL
폰으로 찍은 거치고는 제 인상을 그럭저럭 잡아줘서 폰에게 감사할 지경요^^;

syo 2017-11-07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분이 손에 들고 있는 빨강이는 무엇일까요?

AgalmA 2017-11-07 21:50   좋아요 0 | URL
저 그림은 스토리가 있는 만화인데요. 어머니와 이별할 때 받은 ‘시계‘라는 설정이 있어요. 기억과 상처를 계속 본다는 뜻이 있죠. syo님 눈썰미 대단^^b

syo 2017-11-07 21:54   좋아요 0 | URL
그 풀 스토리가 엄청 궁금해집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11-07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 하는 음악 중 Tales of mystery and imagination 이란 앨범이 있습니다. 그 앨범과 딱 어울리는 그림과 사진입니다. ^^

AgalmA 2017-11-15 16:45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 님이 말씀하신 그 앨범 nocturnal rites와 alan parsons project 두 팀이 뜨는데 아무래도 알란 파슨스쪽? 제가 알란 파슨스를 더 좋아해서ㅎㅎ

단발머리 2017-11-08 0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일 1그림 너무 멋져요~~
Agalma님이 쓱쓱 그렸더니 이런 작품이 나온다는 거죠~~~ 키햐~~!!

AgalmA 2017-11-15 16:46   좋아요 0 | URL
누가 그려도 그림 그리는 풍견은 다 좋죠^--^ 쓱쓱이라고는 하지만 그릴 땐 나름 머리 싸매고ㅎ;;;

cyrus 2017-11-08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 속 인물의 손가락에 있는 빨간 것이 다쳐서 생긴 상처인 줄 알았어요.. ^^;;

AgalmA 2017-11-15 16:47   좋아요 0 | URL
재밌네요^^ 하긴 제가 그려놓고도 이게 뭐지 할 때 있어요. 글도 그렇잖아요. 시간 지나고 나서 아니, 내가 이런 글을! ㅎㅎ

페크pek0501 2017-11-08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 속 인물이 어떤 생각으로 지은 표정인지 상상하는 재미를 주는 그림으로 봤습니다.

AgalmA 2017-11-15 16:48   좋아요 0 | URL
pek0501 님 다운 감상포린트인데요^^
 

 1일 1그림 - 붕어빵과 소녀

 

붕어빵 어디부터 먹어?

음, 붕어빵이 괜찮다고 하는 데부터 먹어요.

그걸 어떻게 알아?

붕어빵 대답 안 기다리고 먹는 사람은 앗, 뜨거워! 비명을 지르니까요.

.
.
.

붕어빵이 말하는 것도 귀 기울이는 아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1. 나혜석 外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세계 여성 시인선,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여도 죽었다"ㅡ크리스티나 로제티

아티초크 디자인 좋아하는데 이 시집에 담긴 시들의 무게에 비해 표지가 너무 가볍다. 페미니즘 메시지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책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다. 키치로 마무리된 거 같아 아쉽다. 이런 산뜻한 색감이 여성 고객 취향에 맞을 거라는 듯한 계산이 보인다.
내가 가진 조르디 사발 시디 재킷이 더 어울려서 같이 한 컷. 하긴 사진 찍고 나니 셜록 홈스 쿠키 트레이도 에러ㅎ;;; 알라딘 굿즈 사랑이 넘 지나쳐서 탈...고음악과 빵의 콜라보도 현명한 건 아닌-_-;

 

 

 

 

 

 

 


 

 

2. 김재인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강의를 정리한 것이라 어렵진 않다. 다루는 챕터마다 골똘히 생각하게 되는 산호섬(딱 잘라 해결이 안 나는 여러 문제들- 의식, 자유의지 같은 거)이 자주 나타나서 그렇지. 저자가 끌어가는 방식을 더 눈여겨보게 된다. 이런 주제들을 평소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생각 윤활유가 될 수도. 기초 입문 성격이라 너무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해서 관련 분야 책을 섭렵해 온 독자에게는 반복적이고 템포가 좀 느리다는 게 흠.

"사이버네틱스 cybernetics의 창시자인 과학자 베이트슨 Gregory Bateson (1904~1980) 「Mind and Nature: A Necessary Unity」(1979)에서...
이미지 형성 과정들은 무의식적이다.
이 일반화는 어떤 정보 원천 쪽으로 감각기관을 향하게 하는 나의 종종 의식적인 작용과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냄새 맡은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에서 정보를 도출하는 나의 의식적 작용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해 참인 것 같다. 고통조차도 분명 창조된 이미지이다.... 지각 작용 perception의 과정들 processes은 접근 불가능하다. 지각 작용의 산물들 products만이 의식적이다. 물론 필요한 것은 산물들이다. 나에게 경험적 인식론은 다음의 두 일반적 사실에서 시작한다. 첫째, 내가 의식적으로 보는 이미지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내게 무의식적이다. 둘째, 이 무의식적인 과정들 속에서 나는 완성된 이미지 안에 장착될 모든 광범위한 전제들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우리 모두는 우리가 '보는' 이미지들이 실제로는 뇌 또는 마음에 의해 제조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단지 지식으로서 알고 있는 것과 진정으로 느껴서 깨닫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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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5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11-06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붕어빵 소녀는 AgalmA님이신가요?^^:

AgalmA 2017-11-07 20:30   좋아요 2 | URL
제가 어릴 땐 붕어빵이 없었던 걸로^^? 겨울호랑이님 어릴 때 있었던가요? 넘 옛날이라 가물가물....

겨울호랑이 2017-11-07 21:18   좋아요 2 | URL
사실 저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ㅋ 확실한 추억 속의 불량식품은 ‘달고나‘지요.ㅋㅋ

AgalmA 2017-11-07 21:19   좋아요 2 | URL
저 달고나 때문에 유치원 중퇴ㅜㅜ;...아침마다 그거 해먹느라고(주인이 넘 부지런;;) 유치원 빼먹고 그래서 엄마가 가지마! 버럭ㅎㄷㄷ;;;

겨울호랑이 2017-11-07 21:21   좋아요 2 | URL
이런.. ‘달고나‘는 AgalmA님께 눈물의 불량식품이군요..사실 다들 국자 2~3개 정도는 그냥 해드신 기억들이 있으시지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