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사진 - 전깃줄에 걸린 수세미

 

 

역시 새벽 산책은 날 실망시키지 않아.
어느 날 수세미가 모두 사라지면 슬플 거야.
이상하지. 내 것이 아닌데 날 행복하게 하고 곧 슬프게 만드는 풍경.
상관없이 넌 계속 자랄 테고 나 몰래 또 갈 테지.
이 행복과 이 슬픔은 그래서야.

 

 

 

 

 

 

하반기

 

 

책상과 나무 사이에서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웃고 있다

 

한 삽만 더 파면 찾는다고

소년은 내게 인내를 요구했다

 

버려진 개의 부서진 마음으로

 

정원에 흙더미 열고 올라온 손가락

 

누군가 재능 없어도 인생에 실패하면 시를 쓰게 된다고 했다

지난번에 만든 작품 냄새가 났다

잘 닦지 않은 프라이팬처럼

 

어제는 한숨도 못 잤어

오늘은 자자


눈을 기다린다

 

이유는

맴돌 뿐

 

찾지 못했다

소멸 직전의 얼음의 의미

허물없는 친구의 무례

 

손바닥을 바닥에서 꺼낸다

머리끈을 끼워 둘 수 있게

 

보잘것없이 사라진다

가까워지고 싶은 이들이 있었으나

손을 맞잡고 한 걸음도 안 갔다

 

흠집 없는 고통을 향해

 

 

 

詩 김이듬

 

 

배경 속 cd는 인디밴드 속옷밴드(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1집), 모임 별(Byul.org), 조월(Jowall)

음울한 우리 기분을 알아준다네~

오랜만에 밤새 리플레이해서 들었다.

속옷밴드 - Bluemoon

https://youtu.be/E4YAjUDL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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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4 0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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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10-24 08:49   좋아요 0 | URL
앗, 시대를 아는 수세미ㅎ!

단발머리 2017-10-2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세미 그림 참 좋네요.
저도 지금 이 시집 읽고 있어요. ㅎㅎㅎㅎㅎㅎ
김이듬 참 좋네요.
반가운 마음에^^

AgalmA 2017-10-24 11:28   좋아요 0 | URL
김이듬 시집 리뷰 쓰려니 저는 고민이 좀 많네요^^;.....아아....쓴소리 많이 할 거 같아 재차 읽어보고 생각을 고르는 중이오ㅜ;;;

2017-10-25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