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그것이 알고 싶다> 1098회 “악마를 보았다-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두 얼굴”을 보면서 《콜럼바인》과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에서 읽었던 내용을 되짚어보았다. 사건 보도를 듣는 순간 누구나 그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도를 넘는 행각을 보였다. 학창시절 자신의 범행을 퇴학당할 정도로 과시하기도 했다. 콜럼바인의 에릭만큼 치밀하진 못했지만 대담성은 범죄자의 전형이었다. 자라면서 범죄에 치밀함이 더 붙기 시작한 것 같았다. 교묘하게 사람들 속이기, 후원을 받기 위한 온갖 사기, 아내 죽음을 둘러싼 의혹. 많은 전과를 저질렀지만 이번 사건이 성폭력 살인사건으로 처음 적발된 사례인데 과연 이번이 처음이었을까.
2. 10월 두 번째 큰 목표였던 로런스 블록 外 《빛 혹은 그림자》 표지 그림 《케이프코드의 아침》으로 단편 쓰기를 완료하지 못했다. 하지만 혼자 프로젝트로 완성할 것이다. 소설책도 내 프로젝트도 만족스럽지 않아 아쉬운 책으로 기억되리라.
3. 레이 브래드버리 《멜랑콜리의 묘약》을 읽고 “서정적 과학소설의 개척자”란 수식에 동감했는데, 스티븐 밀하우저 《밤에 들린 목소리들》 단편집을 미리보기로 읽다가 이 두 사람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영향받은 작가 목록에 브래드버리가 있더만ㅎ. 그가 영향받은 “작가라 고백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토마스 만과 더불어 에드거 앨런 포, 너새니얼 호손, 이탈로 칼비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레이 브래드버리” 보니 이 작가 주목해야겠다 싶어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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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읽고 “한 사회의 이념은 그 사회의 지배계급의 이념이다.”를 그의 명언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르크스 · 엥겔스 《공산당 선언》을 읽으니 그들이 먼저 말했더군^^; 2015년 2월에 사놓고 2년 만에 완독^^;;; 마르크스 《경제학 철학 수고》는 언제 다 읽을까;; 다른 《공산당 선언》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펭귄클래식 버전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레스 스테드먼 존스의 서설이 도움이 많이 됐다. 다른 버전으로 또 읽고 싶다.
5.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꿈의 포로 아크파크 1:기원》 은 독특한 그래픽노블이다. "아크파크"가 주인공의 성이기도 하면서 카프카(Kafka)를 거꾸로 한 단어라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돋울텐데, 시공간 구멍을 설명하는 웜홀(wormhole)이 물리적으로 구현되는 것에서 쾌감이^^!
6. 이번 달 읽은 시집은 3권이다. 이병률 《바다는 잘 있습니다》, 김이듬 《표류하는 흑발》, 최지인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이병률 시집은 모두가 맘에 드는 시를 발견할 좋은 시집이다. 최지인 시인은 분명 발전을 기대할 신인의 참신함이 엿보인다. 김이듬 시인의 시집은 각자 문제적인 부분을 발견할 텐데 그럼에도 좋은 시가 보석처럼 있다. 이 시집에 대해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하나 고민인 채 10월이 다 갈 모양이다. 한 가지 당부할 것은 이 시집을 ‘페미니즘’ 프레임에 가둘 때 시 읽기가 얼마나 협소해지는지 경계하시라. 페미니즘 패러다임에서 문제가 ‘여성들의 희생사 or 투쟁사’로 좁혀지는 걸 자주 목도하기 때문이다.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그 사람’으로 보는 인식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뷰를 꽤 쓰다 보니 내 인생 고민도 많은데 작가들 고심도 대신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책에 손도 안 대고 잠만 잔다. 요며칠 계속 그렇다.
마카롱
한창 차를 몰아 달리고 있었다
더 밟아, 눈과 입술이 새빨갛게 부은 언니가 말했다
어디 가는데? 대체 왜 이러냐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미끄러운 도로에 백합 같은 짐승이 죽어 있었다
유턴하지 않은 시간의 빙판 너머 가는 수가 있다
최소한은 천천히 멈추거나
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렇다
새는 울지 않고 날아갔다
우리는 큰 하수구가 있는 갓길에 앉아
나는 하늘을 보고 바닥은 언니가 보았다
저기 시체가 있어, 언니가 하수구 아래를 가리켰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서 비춰 보았다
놀란 눈으로 검은 웅덩이를 보았다
우리는 반 토막 시신도 목격할 수 없었고
진흙 더미에 고인 페수도 달빛처럼 마를 것을 알았다
나는 차를 몰고 오며 이천만 원을 고민했고
라디오 주파수를 못 잡는 언니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백단향 파는 데를 아니?
그게 뭔데? 뭐에 쓰려고?
사소한 얘기로 시작했지만 사회 문제로 흘렀고
별생각 없이 펼쳤는데 모든 페이지가 끔찍한 스토리였다
나는 기억하지 않는다
급하게 멈출 거면서 발끝까지 뿌려지던 눈발과
미세먼지처럼 스며들던 기분 나쁜 음악이나 말하지 않는 공포
그러나 울고 난 이후의 표정이 좋았다
새하얀 코트 자락으로 얼굴을 감싸고 그녀가 잠들었다
깃털 속에 부리를 처박은 닭처럼
내 우정이 날개처럼 퇴화하여서 날아오르게 할 수는 없지만 마름 목을 감쌀 수는 있겠지
바닐라 우주선을 탔다고 상상했다
우주선이라도 내가 몰아야 했고 그것은 이미 내 혀에 생겼다
詩 김이듬
7. 마르그리트 뒤라스 소설은 의식의 흐름 기법이 문제가 아니라 그의 작품 대부분에 끈덕지게 달라붙어 있는 ‘권태’가 더 힘겨운데 《부영사》는 독특한 인물 때문에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피츠제럴드의 “개츠비”만큼 강렬했던 라호르 주재 부영사 "장 마르크 드 H"가 가장 인상깊다.
8. 있는 책 또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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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속수무책 늘어나면서 있는 책 또 사는 짓을 자주 하는데 얼마 전 책장 정리하다가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 구판 발견-,.-;; 아는 책이라 개정판이 더 반가웠나봐ㅋㅋ 페이지,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똑같고 심지어 개정판이 구판 중고가보다 더 싸다...내가 미쳐)))
아, 문서 정리 프로그램을 쓰든지 책을 현격히 줄이든지 이래선 안 되겠다...
9. 알라딘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리뷰를 써서 더 관심이 간 최고요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가 교보문고 분야 1위 하고 2쇄 들어갔다고 작업하신 에디터와 출판사가 좋아하는 모습 봤다. 최고요 저자가 사인과 메모를 담은 5장을 교보문고 자신의 책에 끼워두셨다는 글도 봤다ㅎㅎ 이런 홀로 미션 좋아합니다b
좋아하는 것에서 성취를 이루는 것, 언제나 축하할 일이다.
10. 선물들~
파스칼 키냐르 《부테스》가 드디어 내게 왔다. 그o소님이 보내주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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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님이 보내주신 원두도 잘 받았다는/ 내가 알라딘 원두 100자 평을 자주 남기는 걸 알고 홀빈 주문자라는 것도 정확히 파악한 센스~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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