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 51~56은 문학 제재다. 계랑의 시조와 조위의 가사, 그리고 국어학자 양주동의 수필이 출제되었다.

계랑의 시조의 경우 익히 잘 알려져 있고, 조위의 가사 또한 유배가사의 하나로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양주동의 수필 또한 쉬운 문장과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 전반적으로 지문 이해도는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51~5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 리(千里)에 외로운 만 오락가락 하노매

- 계랑의 시조 -


(나) 

이 몸이 녹아져도 옥황상제 처분이요

이 몸이 죽어져도 옥황상제 처분이라

녹아지고 죽어져서 혼백(魂魄)조차 흩어지고

공산 촉루(空山髑髏)*같이 임자 없이 구르다가

곤륜산(崑崙山) 제일봉에 만장송(萬丈松)* 되어 있어

바람비 뿌린 소리 임의 귀에 들리기나

윤회 만겁(輪廻萬劫)하여 금강산 학(鶴)이 되어

일만이천 봉에 마음껏 솟아올라

가을 달 밝은 밤에 두어 소리 슬피 울어

임의 귀에 들리기도 옥황상제 처분일세

한이 뿌리 되고 눈물로 가지 삼아

임의 집 창 밖에 외나무 매화(梅花) 되어

설중(雪中)에 혼자 피어 침변(枕邊)*에 시드는

월중 소영(月中疎影)*이 임의 옷에 비치거든

가엾은 이 얼굴을 네로다 반기실까

- 조위, 「만분가(萬憤歌)」 -

*공산 촉루: 사람 없는 산중의 해골.

*만장송: 만 길이나 되는 소나무.

*침변: 베갯머리.

*월중 소영: 달빛에 언뜻언뜻 비치는 그림자.


(다)

우리 집 이웃의 늙은 부부는 늦게야 아들 하나를 얻었는데, 자기네가 목불식정(目不識丁)*인 것이 철천의 한이 되어서 아들만은 어떻게 해서든지 글을 시켜 보겠다고, 어려운 살림에도 아들을 서당에 보내고 노상 “우리 서당 애, 우리 서당 애.” 하 아들 이야기를 했었다. 그의 집 단칸방에 있는 다 깨어진 질화로 위에, 점심 먹으러 돌아오는 예(例)의 서당 아이를 다리는 따뜻한 토장찌개가 놓였음은 물론이다. 그 아들이 ꡔ천자문ꡕ을 읽는데, ‘질그릇 도(陶), 당국 당(唐)’이라 배운 것을 어찌 된 셈인지 ‘꼬끼요 도, 당국 당’이라는 기상천외의 오독을 하였다. 이것을 들은 늙은 ‘오마니’가, 알지는 못하나마 하도 괴이하여 의의(疑義)를 삽(揷)한즉*, 늙은 영감이 분연(憤然)히,

“여보 할멈, 알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쓸데없는 소리 마소. 글에 별소리가 다 있는데, ㉢‘꼬끼요 도’는 없을라고.

하였다. 이렇게 단연(斷然)히 서당 아이를 변호한 것도 바로 질화로의 찌개 그릇을 둘러앉아서였다. 얼마나 인정미 넘치는

태고연(太古然)한 풍경이냐.

사랑에 놓인 또 하나의 질화로는 이와는 좀 다른 풍경을 보였다. 머슴, 소배(少輩)들이 모인 곳이면, 신 삼기, 둥우리 들기에 질화로를 에워싸 한창 분주하지마는, 팔씨름이라도 벌어지는 때에는 쌍방이 엎디어 서로 버티는 서슬에 화로를 발로 차 온 방 안에 재를 쏟아 놓기가 일쑤요, 노인들이 모인 곳이면, 고담 책* 보기, 시절 이야기, 동네 젊은 애들 버릇없어져 간다는 이야기들이 이 질화로를 둘러서 일어나는 일이거니와, 노인들의, 입김이 적어서 꺼지기 쉬운 장죽은 연해 화로의 불돌 밑을 번갈아 찾아갔었다. ㉣그리하여 기나긴 겨울밤은 어느덧 밝을 녘이 되는 것이다.

돌이켜 우리 집은 어떠했던가? 나도 5, 6세 때에는 서당 아이였고, 따라서 질화로 위에는 나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찌개 그릇이 있었고, 사랑에서는 밤마다 아버지의 담뱃대 터시는 소리와 고서(古書)를 읽으시는 소리가 화로를 둘러 끊임없이 들렸었다. 그러나 내가 다섯 살 되던 해에 ㉤그 소리는 사랑에서 그쳤고, 따라서 바깥 화로는 필요가 없어졌고, 하나 남은 안방의 화로 곁에서 어머니는 나에게 ꡔ대학(大學)ꡕ을 구수(口授)*하시게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마저 내가 열두 살 되던 해에 그 질화로 옆을 길이 떠나가시었다. 그리하여 서당 아이는 완전 고아가 되어, 신식 글을 배우러 옛 마을을 떠나 동서로 표박(漂泊)*하게 되었고, 화로는 또다시 찾을 수 없는 어머니의 사랑과 함께 영영 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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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주동, 「질화로」 -

*목불식정: 글자를 한 자도 모를 정도로 무식함.

*의의를 삽한즉: 의문을 제기하니.

*고담 책: 옛날이야기 책.

*구수: 학문이나 지식 따위를 말로 전하거나 가르쳐 줌.

*표박: 일정한 주거나 생업이 없이 떠돌아다니며 지냄.


51.  (가)~(다)의 공통점으로 적절한 것은?

①상황이 개선되리라는 기대가 나타나 있다.

②대상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드러나 있다.

③작품의 바탕에 절대자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④부정적인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⑤일상적 소재를 위주로 하여 삶에 대한 성찰을 보여 주고 있다.

 

51번. 세 글의 공통점을 찾는 문항이다. (가) '이별한 임'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나)에서도 임금으로 추정되는 '임'에 대한 그리움이, (다)에서 질화로를 매개로한 옛 시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 따라서 이것을 공통점으로 지적한 ②의 설명이 정답이 된다.

52.  (가)와 (나)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표현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계절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② 감정을 절제한 표현으로 화자의 처지를 부각하고 있다.

③ 점층적 강조를 통해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④ 동일한 시어를 반복하여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⑤ 단호한 어조로 화자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52번은 (가)의 시조와 (나)의 가사의 표현상 특징을 찾는 문제이다. (가)와 (나)는 모두 '임'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절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②의 설명은 잘못. ③의 점층적 강조도 나타나고 있지 않다. ④의 동일한 시어의 반복은 (가)의 시조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가)에서 "저도 날 생각하는가" (나)의 "네로다 반기실까" 등의 표현으로 미루어 시적화자의 태도는 확신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⑤의 단호한 어조는 잘못이다. (가)에서는 '이화우 흩뿌'리고 '추풍낙엽'의 가을이 (나)에서는 '설중'의 겨울이 계절적 배경으로 설정되어 시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정답은 ①이다.

 53.  (가)의 ‘꿈’과 (다)의 ‘추억’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꿈’과 ‘추억’에는 모두 교훈적 의미가 담겨 있다.

② ‘꿈’의 내용이 현실적이라면, ‘추억’의 내용은 환상적이다.

③‘꿈’과 ‘추억’ 모두 화자의 현실적 고난을 극복하는 계기가 된다.

④‘꿈’이 하나의 대상에 집중된다면, ‘추억’은 다양한 대상과 연관된다.

⑤‘꿈’과 ‘추억’은 모두 화자가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53번. (가)에서의 '꿈'은 '임'과의 만남을 의미하고, (나)에서의 '추억'은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의미한다. 이 들에 교훈적 의미가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①의 설명은 적절하지 못 하다. (가)에서 '임'과의 만남을 꿈꾸는 시적화자의 처지를 볼 때 이 꿈은 현실적이라 하기 어렵다. (나)에서 어린시절의 '추억'은 경험에 바탕하고 있으므로 '환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②의 설명도 잘못이다. '꿈'과 '추억'에서는 현실적 고난을 극복하는 계기를 찾을 수 없다. ③의 설명 또한 적절하지 못하다. 또한 삶에 대한 반성도 보이지 않으므로 ⑤의 설명도 알맞지 않다. 정답은 ④로 (가)에서의 '꿈'은 '임'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나)에서의 '추억'은 어린 시절 전반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54.  (나)의 시어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옥황상제’는 화자가 자신의 처지와 심정을 드러내기 위해 설정한 존재이다.

②‘공산 촉루’, ‘외나무’는 화자의 외로운 심정을 보여 준다.

③‘만장송’, ‘금강산 학’은 임을 향한 화자의 변치 않는 마음이 투영된 대상이다.

④‘바람비 뿌린 소리’, ‘두어 소리’는 임에게 전하고자 하는 화자의 마음을 담고 있다.

⑤‘침변에 시드는’은 임이 처한 현재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문항 54에서는 시어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이다. 정답은 ⑤로, '침변에 시드는'은 시적 화자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므로, '임이 처한 상황'과는 관련 없다.

 55.  ㉠~㉤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한’과 ‘눈물’의 관계를 ‘뿌리’와 ‘가지’에 비유하여 형상화했군.

②㉡: 화자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군.

㉢:아버지가 아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야.

㉣: 겨울밤이 무척이나 길고 무료했다는 뜻이군.

⑤㉤: 화자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

 

문항 55에서는 글에 쓰인 표현에 대한 적절한 감상을 묻고 있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④로, "그리하여 기나긴 겨울밤은 어느덧 밝을 녘이 되는 것이다."라는 표현은 기나긴 겨울밤은 '어느덧' 금방 지나감을 표현하고 있다.

56.  (다)의 ‘질화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글 전체에 통일감을 부여하고 있다.

②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물이다.

③ 가난을 환기하는 소재로 설정되어 있다.

④ 정감이 넘치는 풍경을 연상시키고 있다.

⑤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와 결합되어 있다.

 

56번에서는 양주동의 수필에서 소재인 '질화로'에 대한 설명을 묻고 있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③으로 질화로는 가난을 환기하는 소재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추억을 환기시키는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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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항 46~50에 출제된 지문은 과학제재, 과학사 관련 글이다. 과학사의 뒷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는 짧은 글로, 대부분의 문제가 쉽고 간단히 풀어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출제되었다.

[46~5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894년, 화성에 고도로 진화한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 화성의 지도들에 나타난, ‘운하’라고 불리던 복잡하게 얽힌 선들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화성의 ‘운하’는 1878년에 처음 보고된 뒤 거의 30년간 여러 화성 지도에 계속해서 나타났다. 존재하지도 않는 화성의 ‘운하’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천문학자들

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까?

19세기 후반에 망원경 관측을 바탕으로 한 화성의 지도가 많이 제작되었다. 특히 1877년 9월은 지구가 화성과 태양에 동시에 가까워지는 시기여서 화성의 표면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밝게 보였다. 영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그린은 대기가 청명한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섬으로 가서 13인치 반사 망원경을 사용해서 화성을 보이는 대로 직접 스케치했다. 그린은 화성 관측 경험이 많았으므로 이전부터 이루어진 자신의 관측 결과를 참고하고, 다른 천문학자들의 관측 결과까지 반영하여 당시로서는 가장 정교한 화성 지도를 제작하였다.

그런데 이듬해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인 스키아파렐리의 화성 지도가 나오면서 이 지도의 정확성이 도전받았다. 그린과 같은 시기에 수행한 관측을 토대로 제작한 스키아파렐리의 지도에는, 그린의 지도에서 흐릿하게 표현된 지역에 평행한 선들이 그물 모양으로 교차하는 지형이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키아파렐리는 이것을 ‘카날리(canali)’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해협’이나 ‘운하’로 번역될 수 있는 용어였다.

절차적 측면에서 보면 그린이 스키아파렐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우선 스키아파렐리는 전문 천문학자였지만 화성 관측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는 마데이라 섬보다 대기의 청명도가 떨어지는 자신의 천문대에서 관측을 했고, 배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8인치 반사 망원경을 사용했다. 또한 그는 짧은 시간에 특징만을 스케치하고 나중에 기억에 의존해 그것을 정교화했으며, 자신만의 관측을 토대로 지도를 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승리는 스키아파렐리에게 돌아갔다. 천문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존경받는 천문학자였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대다수의 천문학자들은 그들이 존경하는 천문학자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지형을 지도에 그려 넣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스키아파렐리의 지도는 지리학의 채색법을 그대로 사용하여 그린의 지도보다 호소력이 강했다. 그 후 스키아파렐리가 몇 번 더 ‘운하’의 관측을 보고하자 다른 천문학자들도 ‘운하’의 존재를 보고하기 시작했고, 이후 더 많은 ‘운하’들이 화성 지도에 나타나게 되었다.

일단 권위자가 무엇인가를 발견했다고 알려지면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관측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척도로 망원경의 성능보다 다른 조건들이 더 중시되던 당시 분위기에서는 이러한 오류가 수정되기 어려웠다. 성능이 더 좋아진 대형 망원경으로는 종종 ‘운하’가 보이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운하’ 가설 옹호자들은 이것에 대해 대형 망원경이 높은 배율 때문에 어떤 대기 상태에서는 오히려 왜곡이 심해서 소형 망원경보다 해상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해명’하곤 했던 것이다.


46.  위 글의 제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천문학과 지리학의 만남: 화성 지도

② 설명과 해명: 그린과 스키아파렐리

③ 과학의 신화: 화성 생명체 가설

④ 과학사의 그늘: 화성의 운하

⑤ 과학의 방법: 경험과 관찰

문항 46은 주어진 글의 중심 화제, 즉 글의 요지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하는 문제이다. 글의 요지와 중심 화제를 파악하면 간단히 그 글의 제목을 달수 있겠다. 주어진 지문의 중심 제재(화제)는 '화성의 운하'이다. 화성의 운하과 관련된 천문학자들의 오류와 에피소드 들을 담고 있으면서 과학사에 있어서의 오류와 왜곡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소 비판적인 견지를 보이고 있다고 파악할 수 있으므로, 가장 적절한 제목은 ④ '과학사의 그늘 : 화성의 운하'가 되겠다.

47.  ㉠의 근거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보이는 대로 직접 그림

② 지리학의 방식대로 채색함

③ 더 높은 배율의 망원경을 사용함

④ 다른 관측자의 관측 결과를 반영함

⑤ 관측 조건이 더 양호한 곳에서 관측함

 

47번은 주어진 지문에서 진술된 내용의 근거를 찾을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글에서 "㉠절차적 측면에서 보면 그린이 스키아파렐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라는 진술의 근거를 찾는 데는 그리 어려움이 없을 듯 하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② "지리학의 방식대로 채색함"이다. "지리학의 채색법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스키아파렐리였고 그것은 "그린의 지도보다 호소력이 강했다."는 진술을 찾을 수 있다.

48.  위 글의 사례와 <보기>의 유사점이 아닌 것은?

 

<보 기>

 

 

 

 

17세기 초 갈릴레이는 당시로서는 배율이 가장 높은 망원경을 사용하여 달을 관측한 뒤, 달에서 산과 계곡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갈릴레이는 이 발견을 토대로 전통적으로 믿어 왔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도전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따르면 달은 천상계의 물체이므로 완전한 구형이어야 했던 것이다. 당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추종자들은 갈릴레이의 망원경이 달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는 것을 믿을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반대는 더 높은 배율의 망원경이 개발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천상계의 완전성 개념이 무너질 때까지 수십 년간 지속되었다.

① 망원경에 대한 불신이 개입된 점

② 천상계의 완전성 개념이 논란이 된 점

③ 관측 결과의 수용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

④ 천체의 지형에 대한 관측을 소재로 한다는 점

⑤ 권위자의 주장이 오류를 지속시키는 힘이 되었다는 점

 

문항 48은 <보기>를 주고 제시된 지문과의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유사점으로 볼 수 없는 것은 ②다. "천상계의 완전성 개념의 논란"은 주어진 지문에서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49.  위 글을 읽은 독자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관측에서 사용하는 과학 장비의 우수성이 논쟁에서 승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군.

②과학적 관찰 결과가 이론의 진위를 판단하는 기준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군.

어떠한 표현 방식을 채택하는가에 따라 과학적 주장의 설득력이 달라지기도 하는군.

④과학자들과 일반 대중의 인식 차이로 인해 과학적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는군.

지금 널리 받아들여지는 과학 이론도 미래에는 틀린 것으로 밝혀질 수 있겠군.

 

49번에서는 제시된 지문을 읽은 독자의 반응을 추측해 보는 것이다. 적절하지 못한 것은 ④가 된다. 제시된 지문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과학자들과 일반 대중의 인식 차이로 인"한 것이 아니다.

50.  글쓴이의 의도가 직접 드러나도록 ㉡을 바꾸어 쓴다고 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경이롭게도                 ② 굉장하게도

③ 기발하게도                 ④ 갑작스럽게도

⑤어처구니없게도             

 

50번 문맥상에서 사용된 어휘를 의미를 알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정답은 ⑤으로, '놀랍게도'는 당시 과학자들이 "성능이 더 좋아진 대형 망원경으로는 종종 '운하'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해명'이 전혀 타당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어처구니없게도'로 바꾸어 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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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5는 문학제재로 판소리「적벽가(赤壁歌)」의 한 대목이 출제되었다. 이부분은 삼국지를 통해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내용으로 내용 이해에 큰 무리는 없었을 듯 하다. 판소리의 특성, 곧 여러 장르적 복합성의 측면에서 충실히 이해하고 있다면 전반적으로 문제해결에 지장이 없을 듯하다. 판소리가 가지는 복합 예술적 요소들을 보다 다양하게 문제화하여 출제하는 것이 필요할 듯 하다.

[41~4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중모리] 창황분주 도망을 갈 제 새만 푸루루루루 날아 나도 복병인가 의심하고, 낙엽만 퍼뜩 떨어져도 추병인가 의심하여, 엎어지고 자빠지며 오림산 험한 산을 반생반사 도망을 간다.

(나) [아니리] 조조(曹操) 가다 목을 움쑥움쑥하니 정욱(程昱)이 여짜오되,

“승상님 무게 많은 중에, 말 허리에 목을 어찌 그리 움치시나이까?”

“야야, 화살이 귀에서 앵앵하며 칼날이 눈에서 번뜻번뜻 하는구나.”

“이제는 아무 것도 없사오니 목을 늘여 사면을 살펴보옵소서.”

“야야, 진정으로 조용하냐?”

조조가 목을 막 늘여 좌우 산천을 살펴보려 할 제, 의외에 말 굽통 머리에서 메추리 표루루루 하고 날아 나니 조조 깜짝 놀라,

“아이고 정욱아, 내 목 떨어졌다. 목 있나 봐라.”

“눈치 밝소. 조그만한 메추리를 보고 놀랄진대 큰 장끼를 보았으면 기절할 뻔하였소그려.

조조 속없이,

“야 그게 메추리냐? 그놈 비록 자그마한 놈이지만 냄비에다 물 붓고 갖은 양념 하여 보글보글 볶아 놓으면 술안주 몇 점 참 맛있느니라만.”

“입맛은 이 통에라도 안 변하였소그려.”

조조가 좌우 산천을 살펴보니,

(다)[중모리] 산천은 험준하고 수목은 총잡한데, 골짜기 눈 쌓이고 봉우리 바람 칠 제, 화초 목실 없었으니 앵무 원앙이 그쳤는데 새가 어이 울랴마는, 적벽 싸움에 죽은 군사 원조(怨鳥)라는 새가 되어 조 승상을 원망하여 지지거려 우더니라. 나무 나무 끝끝트리 앉아 우는 각 새 소리. 도탄에 싸인 군사, 고향 이별이 몇 해런고. 귀촉도 귀촉도 불여귀라, 슬피 우는 저 초혼조. 여산 군량이 소진하여 촌비 노략 한때로구나, 소텡 소텡 저 흉년새. 백만 군사를 자랑터니 금일 패전이 어인 일고, 입삐쭉 입삐쭉 저 삐쭉새. 자칭 영웅 간곳없고 도망할 길을 꾀로만 낸다, 꾀꼬리 수리루리루 저 꾀꼬리. 들판 대로를 마다하고 심산 숲 속에 고리각 까옥 저 까마귀. 가련타 주린 장졸 냉병인들 아니 들랴, 병에 좋다고 쑥국 쑥쑥국. (중략)

처량하구나 각 새 소리. 조조가 듣더니 탄식한다.

“울지를 말아라. 너희가 모두 다 내 제장 죽은 원귀가 나를 원망하여서 우는구나.”

(라)[아니리]탄식하던 끝에 ‘히히히, 해해해’ 대소하니 정욱 기가 막혀,

“여보시오 승상님, 근근도생 창황 중에 슬픈 신세 생각지 않고 무슨 일로 웃나이까?”

조조 대답하되,

“내 웃는 게 다름 아니라 주유(周瑜)*는 꾀가 없고 공명

(孔明)*은 슬기 없음을 생각하여 웃노라.”

(마) [엇모리] 이 말이 지듯 마듯 오림산곡 양편에서 고성 화광이 충천, 한 장수가 나온다. ㉣얼굴은 형산백옥 같고 눈은 소상강 물결이라. 이리 허리 곰의 팔, 녹포엄신 갑옷, 팔척 장창 비껴들고 당당위풍 일 포성, 큰 소리로 호령하되,

“네 이놈 조조야. 상산 명장 조자룡(趙子龍)을 아는다 모르는다? 조조는 닫지 말고 창 받으라!”

말 놓아 달려들어 동에 얼른 서를 쳐, 남에서 얼른 북을 쳐, 생문으로 내리닫아 사문에 와 번뜻! 장졸의 머리가 추풍낙엽이라. 예 와서 번뜻하면 저 가 뎅기령 베고, 저 와서 번뜻하면 예 와 뎅기령 베고, ㉤백송골이 꿩 차듯, 두꺼비 파리 차듯, 은장도 칼 베듯, 여름날 번개 치듯 흥행행 쳐들어갈 제, 피 흘러 강물 되고 주검이 여산이라.

- 「적벽가(赤壁歌)」 -

*주유: 조조의 위나라와 적대 관계에 있던 오나라의 대장군.

*공명: 제갈량(諸葛亮). 위나라와 적대 관계에 있던 촉나라의 군사(軍師).


41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1점]

①봄빛이 완연한 산속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②군사를 다 잃은 조조가 정욱과 단둘이 도망가고 있다.

③조조는 숲에 숨어들어 적의 추격으로부터 벗어난 상태이다.

조조는 큰 낭패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허세를 버리지 않고 있다.

⑤조조는 전쟁 통에 죽은 장졸들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항 41일에서는 주어진 지문과 내용이 일치하는 것을 고르는 문제이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면 쉽게 해결 가능하다. 글(다)에 "골짜기 눈 쌓이고"에서 보이듯이 계절적 배경은 겨울이다. 따라서 ①의 '봄빛이 완연'은 잘못이다. 또한 (다)에서 조조는 정욱과 함께 몇몇의 군사들을 데리고 도망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②의 설명도 틀렸다. (마)에서 조조는 여전히 추격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고, (다)에서는 조조가 죽은 병사들에 대해 탄식하고 있음을 볼 수 있어 ③과 ⑤의 설명도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정답은 ④가 되겠다.

42 (나)와 (마)를 비교하여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나)에서는 (마)에 비해 상황이 희극적으로 연출되어 골계미가 살아나고 있다.

(마)는 (나)에 비해 작중 상황이 급박하여 정서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③(나)에서 인물 간의 갈등이 해소되는 데 비하여, (마)에서는 인물 간의 갈등이 고조된다.

(나)는 주로 인물 간의 대화에 의해, (마)는 주로 서술자의 서술에 의해 사건이 진행된다.

(나)가 산문적 표현에 가까운 데 비하여, (마)는 노래로 부르기에 적합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42번은 글(나)와 (마)의 차이, 즉 판소리가 가지는 이야기적 요소와 음악적 요소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나)는 아니리로 이야기적 요소가 강하고, (마)는 음악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적절하지 않은 설명은 ③으로, (나)에서 인물 간의 갈등이 해소되고 있지 않으며, (마)에서도 인물 간의 갈등이 고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나)나 (마)에는 인물 간의 갈등 양상을 딱히 구분짓기는 어려울 듯 하다.

4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주변인물을 통해 중심인물의 부정적 면모를 드러낸다.

②㉡: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 수용자의 공감을 유도한다.

③㉢: 반어적 표현을 통해 상황의 반전을 암시한다.

④㉣: 관습적인 표현을 활용하여 인물의 특성을 묘사한다.

⑤㉤: 비유적 표현의 반복을 통해 리듬감과 생동감을 살려낸다.

 

43번에서는 서술된 표현의 문맥적 맥락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정답은 ③으로 "탄식하던 끝에 '히히히, 해해해' 대소하니"를 반어적 표현으로 볼 수 없다. 상황의 반전를 암시한다고도 보기 어렵다.

44 <보기>에 비추어서 (다)의 ‘새타령’을 해석한 의견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새타령’은 「적벽가」에서도 절창으로 꼽힌다. 새 모습 묘사와 새 소리 표현에 생동감이 넘쳐, 이름난 광대가 이 대목을 부르면 새가 날아들 정도였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새의 울음을 표현한 말소리들이 서사적 상황과 절묘하게 연결되면서 전쟁 상황에 얽힌 의미를 표출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도탄에 싸인 군사, 고향 이별이 몇 해런고’에 이어지는 ‘귀촉도 귀촉도’라는 울음소리는 ‘귀촉’의 뜻인 ‘고국으로 돌아감’과 연결되어 고향에 돌아가기를 원하는 군사들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흉년새가 ‘소텡 소텡’ 하고 우는 것은 ‘소댕(솥뚜껑)’이나 ‘솥이 텅 빈 것’과 연결되어, 식량 문제로 고생하는 군대의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겠어.

②삐쭉새가 ‘입삐쭉 입삐쭉’ 하고 우는 것은 ‘삐쭉대다’와 연결되어, 대군을 잃고 한심한 처지가 된 조조를 비웃는 의미를 담아냈다고 할 수 있겠네.

‘꾀꼬리 수리루리루’라는 울음소리는 ‘꾀’라는 말과 연결되어, 도망갈 궁리를 짜내기에 분주한 조조를 희화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

까마귀가 ‘고리각 까옥’ 하고 우는 것은 까마귀가 ‘효조(孝鳥)’라는 사실과 연결되어, 군사들이 부모를 그리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어.

‘쑥국 쑥쑥국’이라는 울음소리는 ‘쑥’의 약효와 연결되어, 병에 시달리는 군사들의 고통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겠군.

 

44번에서는 <보기>의 새타령의 일부분에 대한 해석을 주고 나머지 부분에 대한 해석을 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적절치 않은 것은 ④으로 까마귀가 '고리각 까옥'하고 우는 것은 "들판 대로를 마다하고 심산 숲 속"을 헤메이는 처지를 까마귀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군사들이 부모를 그리는 상황을 나타낸 것"으로는 볼 수 없다.

45 위 글의 내용으로 보아, (마)에서 ‘조조’가 처한 상황을 나타내기에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범을 피하니 이리가 앞을 막는다.

②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③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④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⑤ 병 주고 약 준다.

 

45번. 글(마)에서는 추격을 벗어났다고 생각한 조조가 갑작기 적들을 맞게되어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 장면이다. 이 상황에 가장 적절한 표현으로는 주어진 선지 중에서는 ①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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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항 37~40은 비문학제재 예술(미술)관련 지문이 출제되었다.

[37~4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많은 미술가들은 대중 매체를 조작이나 선전의 혐의가 있는 것으로 불신하며, 대중문화를 천박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해 왔다. 예를 들어 샌들은 ㉠「자유를 위한 힘찬 일격」이라는 조각 작품에서 힘찬 몸짓으로 텔레비전을 부수고 있는 인물을 형상화하여 대중 매체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그저 전면적인 비난과 거부로는 대중 매체의 부정적 측면을 폭로하거나 비판하려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어렵다. 작품만으로 작가가 왜 그처럼 분개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텔레비전 수상기 몇 대가 부수어진들 대중 매체에는 아무 변화도 없을 것이기에, 이 힘찬 조각은 오히려 무력해 보이기도 한다.

대중 매체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소위 ㉡‘근본주의 회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경향의 미술가들은 회화 예술만의 특성, 즉 ‘회화의 근본’을 찾아내려고 고심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극단으로 추구한 나머지 결국 회화에서 대상의 이미지를 제거해 버렸다. 그것이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는 사진, 영화, 텔레비전 같은 대중 매체를 부정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물이미지와 세상의 여러 모습들이 사라져 버린 회화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주제나 내용을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방식이 중요해졌고, 그 자체가 회화의 주제가 되어 버렸다. 이것은 대중 매체라는 위압적인 경쟁자에 맞서 회화가 택한 절박한 시도였다. 그 결과 회화는 대중 매체와 구별되는 자신을 찾았지만, 남은 것은 회화의 빈곤을 보여 주는 텅 빈 캔버스뿐이었다.

회화의 내용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대중 매체를 성공적으로 비판한 경우는 없었을까? ‘팝 아트’는 대중문화의 산물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그 속에서 대중 매체에 대한 비판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는 특히 ㉢영국의 초기 팝 아트에서 두드러진다. 그들은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그것을 ⓑ맥락이 다른 이미지 속에 재배치함으로써 ⓒ생겨나는 새로운 의미에 주목하였다. 이를 통해 그들은 ⓓ비판적 의도를 표출했는데,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도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후 미국의 팝 아트는 대중문화에 대한 부정도 긍정도 아닌 애매한 태도나 낙관주의를 보여 주기도 하지만, 거기에도 비판적 반응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리히텐슈타인이 대중문화의 하나인 만화의 양식을 본떠 제작한 ㉣「꽈광!」과 같은 작품이 그 예이다.

리히텐슈타인은 색이나 묘사 방법 같은 형식적 요소들 때문에 만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만화가 세계를 ‘어떻게’ 재현하는지에 주목한 것이다. 예를 들어 만화가 전쟁을 다룰 경우, 전쟁의 공포와 고통은 밝고 경쾌한 만화의 양식으로 인해 드러나지 않게 된다. 「꽈광!」에서 리히텐슈타인은 만화에서 흔히 보는 공중전 장면을 4미터가 넘는 크기로 확대하여 과장하고, 색도 더욱 장식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만화의 재현 방

식 자체를 주제로 삼았다. 이 점에서 「꽈광!」은 추상화처럼 형식

에 주목하기를 요구하는 그림이다. 그러나 내용도 역시 작품 감상에 중요한 요소로 관여한다. 관람객들이 「꽈광!」의 폭력인 내용과 명랑한 묘사 방법 간의 모순이 섬뜩한 것임을 알아차릴 때 비로소 작가의 비판적인 의도가 성취되기 때문이다.


 

37.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1점]

①대중 매체에 대한 비판으로는 전면적인 거부가 가장 효과적이다.

②근본주의 화가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영국의 팝 아트는 미국에 비해 비판적 시각이 부족했다.

미국의 팝 아트는 대중문화에 대해 다양한 태도를 보였다.

⑤리히텐슈타인의 미술은 근본주의 회화가 미국에서 성공한 사례이다.

 

37번은 내용 일치 문제이다. 일치하는 것을 찾는 것인데, 정답은 ④이다. 대중 매체에 대한 전면적 거부는 크게 효과를 보지 못 했음을 지문에서 찾을 수 있다. 근본주의 화가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극단적으로 추구하였다.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은 지문에서 찾기 어렵고, ⑤에서는 근본주의 회화가 아닌 '팝 아트'다.

38.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3점]

①㉠과 ㉡은 대상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②㉠과 ㉣은 반전(反戰)을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과 ㉢은 대상의 이미지가 사라진 추상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④㉡과 ㉣은 그리는 방식이 주제가 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⑤㉢과 ㉣은 작품의 의미가 공허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문항 38. ㉡'근본주의 회화에서는 대상을 제외시켰으므로 ①의 설명은 잘못. ㉠자유를 위한 힘찬 일격은 반전을 내용으로 하지 않으므로 ②의 설명도 적절하지 못하다. ㉢영국의 초기 팝 아트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차용하'였으므로 ③의 설명도 알맞지 않다. ⑤에서도 두 작품의 의미가 공허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잘못이다. 정답은 ④.

39.  ⓐ~ⓔ 중, <보기>의 사례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은?

 

<보 기>

 

 

 

 

영국 미술가 해밀턴은 1964년 당시 영국의 정치가 휴 게이츠겔의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내기 위해 「영화 속 괴물 휴 게이츠겔의 초상」을 제작하였다. 그는 이 정치가의 확대된 얼굴 사진을 놓고 그 일부를 공포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 등장하는 유령의 모습처럼 바꾸어, 이 정치가가 비인간적 면모를 감추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하였다.

① ⓐ     ② ⓑ     ③ ⓒ     ④ ⓓ     ⑤ ⓔ

 

문항 39의 <보기>에 주어진 내용을 살펴보면, "공포 영화「오페라의 유령」에 등장하는 유령의 모습"을 차용하고 있으므로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차용에 해당된다. 또한 이것을 '맥락이 다른' 정치가 휴 게이츠겔의 초상에 재배치하고 있으므로 ⓑ에 해당된다. 이것은 "이 정치가가 비인간적 면모를 감추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므로 ⓒ에 해당하며, 여기에는 ⓓ비판적 의도를 표출하고 있다. 여기에서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을 찾기는 어렵다.

40.  관람객의 입장에서 「꽈광!」이 대중문화에 대한 성공적인 비판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명랑한 색감과 만화적 재현 방식 사이의 부조화

② 확대된 크기와 다른 형식적 요소들 간의 충돌

③ 밝은 색채와 세밀한 묘사 방법 간의 불협화음

④ 폭력적 주제와 비판적 의도 간의 불일치

⑤ 재현된 내용과 만화적 양식 간의 모순

 

40번의 문제가 다소 까다롭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문제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배당 점수만큼 쉽게 풀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에서는 "성공적인 비판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묻고 있다. 기존의 만화는 "전쟁의 공포와 고통은 밝고 경쾌한 만화의 양식으로 인해 드러나지 않게" 함으로써 전쟁과 폭력에 대해 왜곡하고 있다. 이는 "재현된 내용과 만화적 양식 간의 모순"에서 기인하는 것으로「꽈광!」은 이것을 역으로 이용하여 대중문화에 대해 성공적인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답은 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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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양심 20인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
노암 촘스키.하워드 진.에드워드 W. 사이드 외 17인 지음, 강주헌 옮김, 데이빗 버사미 / 시대의창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촘스키의 열렬한 추종자처럼 보이는 <시대의창>에서 또하나의 이벤트성, 프로젝트성 책 한 권이 나왔다. 이 책『시대의 양심20인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이하『시대의 양심』)가 그것인데, 이것이 이벤트성, 프로젝트성으로만 치부해 버릴 그런 책은 아니다. 그야말로 쟁쟁한, 우리나라에서 그야말로 인기있는 촘스키를 비롯해서, 에드워드 사이드, 하워드 진 등 전세계적으로 지명도 있는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그것은 이 책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유리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례 그렇듯이, 상업적 목적의 이벤트성 도서들이 그 질적인 측면에서 기대이하였던 것들이 많았던 바, 이 책도 그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오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맨 뒷페이지에 이런 글귀가 있다. "독자를 먼저 생각하는 정직한 출판". 이게 <시대의창> 출판사의 회사로고인가보다. 그리고 또 이런 글귀도 있다. "시대의창이 '좋은 원고'와 '참신한 기획'을 찾습니다."라고. 그런데, <시대의창>이라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그러니까 그렇게 클 거 같지 않은 출판사(출판자본)에서 촘스키의 여러 저작들을 독점적으로 계약하여 출판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보이는 듯도 하다. 어쨌거나 이런 회사의 로고처럼, <시대의창>에서 '좋은 원고' 하나 건져내서 번역해 내놓은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시대의 양심』은 "독자를 먼저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독자에게 좋은 책임에는 틀림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데이비드 바사미언이 미국의 한 지방 방송 프로그램에서 여러 인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것을 간추려 모은 것인데, 그 이름도 쟁쟁한 촘스키, 진, 사이드를 비롯해서, 의외의 인사 대니 글로버, 랄프 네이더 등 내가 알고 있었던, 또는 모르고 있었던 주요 지성들의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거창하게 "세상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은 거반 거짓말에 가깝지만, 또한 약간은 시기가 지난 시류적절치 못한 내용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특히 나에게는 이 책이 참 유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촘스키나 사이드는 너무 유명해서, 우리가 잘 아는 듯 하면서도 잘 모른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난 촘스키의 여러 저작들(특히 <시대의창>에서 내놓은 "촘스키, 세상의 ~"시리즈 등)을 구입해 놓고 있지만 읽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핑계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뻔한 내용일 듯 싶기도하고, 읽기 지루하고 어려울 듯도 해서일 거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책은 그런 점에 있어서 너무 유명해서 우리가 잘 모르는 오늘날 세계의 선각자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지성들의 지적, 인간적 측면들에 쉽게 접근하게 해주는 하나의 출입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리고, 내가 의외의 인물로 칭한 영화배우 대니 글로버의 또 다른 면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을 포함하여,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분야의 여러 지성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장점이 있다.

이 책에서는 특히 미국비판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에 구성된 대부분의 인물들이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해왔고, 아직도 그렇게 해오고 있다. 다만 사이드가 하늘의 부름을 받았을 뿐이다.(이 자리를 빌어 삼가 애도를 표한다.) 그 외 몇몇 분야들에도 우리의 관심을 끌기 충분한 인사들도 포함되고 있다. 20인의 인사들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그런 책인 것이다.

이 책이 의미있기 위해서는 이 책으로써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을 통해 사이드에게로, 진에게로, 아흐메드 라시드에게로, 아룬다티 로이에게로 나아가야만 이 책은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이 책에서 '진실'을 찾기는 무척 어렵다. 아니 제로다. 그들은 '시대의 양심'으로서 때론 날카롭게, 때론 친근하게, 그리고 유쾌하고 명쾌하게, 그러면서도 자신의 삶과 현실을 진지하게, 그러나 너무 짧게 들려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고, 그렇게 아쉬움을 남겨 놓고 외면한다면 이 책은 단순 이벤트, 프로젝트, 이름만 거창할 뿐 남는 것 없는 그런 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단언하건데, 이 책은 '세상의 진실'을 찾으러 떠나보려는 우리들에게 출입구를 작지만 환하게 열어주고 있다. 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의 몫이고, 우리의 몫이리라. 들어가 보시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 책이 분명 그 가치를 다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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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2-07 0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사람들 때문에 미국이 희망이 있는 나라라는 게 싫을 정도입니다.ㅠㅜ
읽어봐야겠군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