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 46~50에 출제된 지문은 과학제재, 과학사 관련 글이다. 과학사의 뒷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는 짧은 글로, 대부분의 문제가 쉽고 간단히 풀어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출제되었다.

[46~5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894년, 화성에 고도로 진화한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 화성의 지도들에 나타난, ‘운하’라고 불리던 복잡하게 얽힌 선들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화성의 ‘운하’는 1878년에 처음 보고된 뒤 거의 30년간 여러 화성 지도에 계속해서 나타났다. 존재하지도 않는 화성의 ‘운하’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천문학자들

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까?

19세기 후반에 망원경 관측을 바탕으로 한 화성의 지도가 많이 제작되었다. 특히 1877년 9월은 지구가 화성과 태양에 동시에 가까워지는 시기여서 화성의 표면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밝게 보였다. 영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그린은 대기가 청명한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섬으로 가서 13인치 반사 망원경을 사용해서 화성을 보이는 대로 직접 스케치했다. 그린은 화성 관측 경험이 많았으므로 이전부터 이루어진 자신의 관측 결과를 참고하고, 다른 천문학자들의 관측 결과까지 반영하여 당시로서는 가장 정교한 화성 지도를 제작하였다.

그런데 이듬해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인 스키아파렐리의 화성 지도가 나오면서 이 지도의 정확성이 도전받았다. 그린과 같은 시기에 수행한 관측을 토대로 제작한 스키아파렐리의 지도에는, 그린의 지도에서 흐릿하게 표현된 지역에 평행한 선들이 그물 모양으로 교차하는 지형이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키아파렐리는 이것을 ‘카날리(canali)’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해협’이나 ‘운하’로 번역될 수 있는 용어였다.

절차적 측면에서 보면 그린이 스키아파렐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우선 스키아파렐리는 전문 천문학자였지만 화성 관측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는 마데이라 섬보다 대기의 청명도가 떨어지는 자신의 천문대에서 관측을 했고, 배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8인치 반사 망원경을 사용했다. 또한 그는 짧은 시간에 특징만을 스케치하고 나중에 기억에 의존해 그것을 정교화했으며, 자신만의 관측을 토대로 지도를 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승리는 스키아파렐리에게 돌아갔다. 천문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존경받는 천문학자였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대다수의 천문학자들은 그들이 존경하는 천문학자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지형을 지도에 그려 넣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스키아파렐리의 지도는 지리학의 채색법을 그대로 사용하여 그린의 지도보다 호소력이 강했다. 그 후 스키아파렐리가 몇 번 더 ‘운하’의 관측을 보고하자 다른 천문학자들도 ‘운하’의 존재를 보고하기 시작했고, 이후 더 많은 ‘운하’들이 화성 지도에 나타나게 되었다.

일단 권위자가 무엇인가를 발견했다고 알려지면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관측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척도로 망원경의 성능보다 다른 조건들이 더 중시되던 당시 분위기에서는 이러한 오류가 수정되기 어려웠다. 성능이 더 좋아진 대형 망원경으로는 종종 ‘운하’가 보이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운하’ 가설 옹호자들은 이것에 대해 대형 망원경이 높은 배율 때문에 어떤 대기 상태에서는 오히려 왜곡이 심해서 소형 망원경보다 해상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해명’하곤 했던 것이다.


46.  위 글의 제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천문학과 지리학의 만남: 화성 지도

② 설명과 해명: 그린과 스키아파렐리

③ 과학의 신화: 화성 생명체 가설

④ 과학사의 그늘: 화성의 운하

⑤ 과학의 방법: 경험과 관찰

문항 46은 주어진 글의 중심 화제, 즉 글의 요지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하는 문제이다. 글의 요지와 중심 화제를 파악하면 간단히 그 글의 제목을 달수 있겠다. 주어진 지문의 중심 제재(화제)는 '화성의 운하'이다. 화성의 운하과 관련된 천문학자들의 오류와 에피소드 들을 담고 있으면서 과학사에 있어서의 오류와 왜곡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소 비판적인 견지를 보이고 있다고 파악할 수 있으므로, 가장 적절한 제목은 ④ '과학사의 그늘 : 화성의 운하'가 되겠다.

47.  ㉠의 근거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보이는 대로 직접 그림

② 지리학의 방식대로 채색함

③ 더 높은 배율의 망원경을 사용함

④ 다른 관측자의 관측 결과를 반영함

⑤ 관측 조건이 더 양호한 곳에서 관측함

 

47번은 주어진 지문에서 진술된 내용의 근거를 찾을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글에서 "㉠절차적 측면에서 보면 그린이 스키아파렐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라는 진술의 근거를 찾는 데는 그리 어려움이 없을 듯 하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② "지리학의 방식대로 채색함"이다. "지리학의 채색법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스키아파렐리였고 그것은 "그린의 지도보다 호소력이 강했다."는 진술을 찾을 수 있다.

48.  위 글의 사례와 <보기>의 유사점이 아닌 것은?

 

<보 기>

 

 

 

 

17세기 초 갈릴레이는 당시로서는 배율이 가장 높은 망원경을 사용하여 달을 관측한 뒤, 달에서 산과 계곡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갈릴레이는 이 발견을 토대로 전통적으로 믿어 왔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도전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따르면 달은 천상계의 물체이므로 완전한 구형이어야 했던 것이다. 당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추종자들은 갈릴레이의 망원경이 달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는 것을 믿을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반대는 더 높은 배율의 망원경이 개발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천상계의 완전성 개념이 무너질 때까지 수십 년간 지속되었다.

① 망원경에 대한 불신이 개입된 점

② 천상계의 완전성 개념이 논란이 된 점

③ 관측 결과의 수용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

④ 천체의 지형에 대한 관측을 소재로 한다는 점

⑤ 권위자의 주장이 오류를 지속시키는 힘이 되었다는 점

 

문항 48은 <보기>를 주고 제시된 지문과의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유사점으로 볼 수 없는 것은 ②다. "천상계의 완전성 개념의 논란"은 주어진 지문에서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49.  위 글을 읽은 독자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관측에서 사용하는 과학 장비의 우수성이 논쟁에서 승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군.

②과학적 관찰 결과가 이론의 진위를 판단하는 기준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군.

어떠한 표현 방식을 채택하는가에 따라 과학적 주장의 설득력이 달라지기도 하는군.

④과학자들과 일반 대중의 인식 차이로 인해 과학적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는군.

지금 널리 받아들여지는 과학 이론도 미래에는 틀린 것으로 밝혀질 수 있겠군.

 

49번에서는 제시된 지문을 읽은 독자의 반응을 추측해 보는 것이다. 적절하지 못한 것은 ④가 된다. 제시된 지문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과학자들과 일반 대중의 인식 차이로 인"한 것이 아니다.

50.  글쓴이의 의도가 직접 드러나도록 ㉡을 바꾸어 쓴다고 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경이롭게도                 ② 굉장하게도

③ 기발하게도                 ④ 갑작스럽게도

⑤어처구니없게도             

 

50번 문맥상에서 사용된 어휘를 의미를 알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정답은 ⑤으로, '놀랍게도'는 당시 과학자들이 "성능이 더 좋아진 대형 망원경으로는 종종 '운하'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해명'이 전혀 타당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어처구니없게도'로 바꾸어 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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