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양심 20인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
노암 촘스키.하워드 진.에드워드 W. 사이드 외 17인 지음, 강주헌 옮김, 데이빗 버사미 / 시대의창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촘스키의 열렬한 추종자처럼 보이는 <시대의창>에서 또하나의 이벤트성, 프로젝트성 책 한 권이 나왔다. 이 책『시대의 양심20인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이하『시대의 양심』)가 그것인데, 이것이 이벤트성, 프로젝트성으로만 치부해 버릴 그런 책은 아니다. 그야말로 쟁쟁한, 우리나라에서 그야말로 인기있는 촘스키를 비롯해서, 에드워드 사이드, 하워드 진 등 전세계적으로 지명도 있는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그것은 이 책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유리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례 그렇듯이, 상업적 목적의 이벤트성 도서들이 그 질적인 측면에서 기대이하였던 것들이 많았던 바, 이 책도 그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오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맨 뒷페이지에 이런 글귀가 있다. "독자를 먼저 생각하는 정직한 출판". 이게 <시대의창> 출판사의 회사로고인가보다. 그리고 또 이런 글귀도 있다. "시대의창이 '좋은 원고'와 '참신한 기획'을 찾습니다."라고. 그런데, <시대의창>이라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그러니까 그렇게 클 거 같지 않은 출판사(출판자본)에서 촘스키의 여러 저작들을 독점적으로 계약하여 출판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보이는 듯도 하다. 어쨌거나 이런 회사의 로고처럼, <시대의창>에서 '좋은 원고' 하나 건져내서 번역해 내놓은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시대의 양심』은 "독자를 먼저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독자에게 좋은 책임에는 틀림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데이비드 바사미언이 미국의 한 지방 방송 프로그램에서 여러 인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것을 간추려 모은 것인데, 그 이름도 쟁쟁한 촘스키, 진, 사이드를 비롯해서, 의외의 인사 대니 글로버, 랄프 네이더 등 내가 알고 있었던, 또는 모르고 있었던 주요 지성들의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거창하게 "세상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은 거반 거짓말에 가깝지만, 또한 약간은 시기가 지난 시류적절치 못한 내용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특히 나에게는 이 책이 참 유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촘스키나 사이드는 너무 유명해서, 우리가 잘 아는 듯 하면서도 잘 모른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난 촘스키의 여러 저작들(특히 <시대의창>에서 내놓은 "촘스키, 세상의 ~"시리즈 등)을 구입해 놓고 있지만 읽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핑계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뻔한 내용일 듯 싶기도하고, 읽기 지루하고 어려울 듯도 해서일 거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책은 그런 점에 있어서 너무 유명해서 우리가 잘 모르는 오늘날 세계의 선각자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지성들의 지적, 인간적 측면들에 쉽게 접근하게 해주는 하나의 출입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리고, 내가 의외의 인물로 칭한 영화배우 대니 글로버의 또 다른 면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을 포함하여,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분야의 여러 지성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장점이 있다.

이 책에서는 특히 미국비판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에 구성된 대부분의 인물들이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해왔고, 아직도 그렇게 해오고 있다. 다만 사이드가 하늘의 부름을 받았을 뿐이다.(이 자리를 빌어 삼가 애도를 표한다.) 그 외 몇몇 분야들에도 우리의 관심을 끌기 충분한 인사들도 포함되고 있다. 20인의 인사들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그런 책인 것이다.

이 책이 의미있기 위해서는 이 책으로써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을 통해 사이드에게로, 진에게로, 아흐메드 라시드에게로, 아룬다티 로이에게로 나아가야만 이 책은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이 책에서 '진실'을 찾기는 무척 어렵다. 아니 제로다. 그들은 '시대의 양심'으로서 때론 날카롭게, 때론 친근하게, 그리고 유쾌하고 명쾌하게, 그러면서도 자신의 삶과 현실을 진지하게, 그러나 너무 짧게 들려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고, 그렇게 아쉬움을 남겨 놓고 외면한다면 이 책은 단순 이벤트, 프로젝트, 이름만 거창할 뿐 남는 것 없는 그런 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단언하건데, 이 책은 '세상의 진실'을 찾으러 떠나보려는 우리들에게 출입구를 작지만 환하게 열어주고 있다. 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의 몫이고, 우리의 몫이리라. 들어가 보시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 책이 분명 그 가치를 다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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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2-07 0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사람들 때문에 미국이 희망이 있는 나라라는 게 싫을 정도입니다.ㅠㅜ
읽어봐야겠군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