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 51~56은 문학 제재다. 계랑의 시조와 조위의 가사, 그리고 국어학자 양주동의 수필이 출제되었다.

계랑의 시조의 경우 익히 잘 알려져 있고, 조위의 가사 또한 유배가사의 하나로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양주동의 수필 또한 쉬운 문장과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 전반적으로 지문 이해도는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51~5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 리(千里)에 외로운 만 오락가락 하노매

- 계랑의 시조 -


(나) 

이 몸이 녹아져도 옥황상제 처분이요

이 몸이 죽어져도 옥황상제 처분이라

녹아지고 죽어져서 혼백(魂魄)조차 흩어지고

공산 촉루(空山髑髏)*같이 임자 없이 구르다가

곤륜산(崑崙山) 제일봉에 만장송(萬丈松)* 되어 있어

바람비 뿌린 소리 임의 귀에 들리기나

윤회 만겁(輪廻萬劫)하여 금강산 학(鶴)이 되어

일만이천 봉에 마음껏 솟아올라

가을 달 밝은 밤에 두어 소리 슬피 울어

임의 귀에 들리기도 옥황상제 처분일세

한이 뿌리 되고 눈물로 가지 삼아

임의 집 창 밖에 외나무 매화(梅花) 되어

설중(雪中)에 혼자 피어 침변(枕邊)*에 시드는

월중 소영(月中疎影)*이 임의 옷에 비치거든

가엾은 이 얼굴을 네로다 반기실까

- 조위, 「만분가(萬憤歌)」 -

*공산 촉루: 사람 없는 산중의 해골.

*만장송: 만 길이나 되는 소나무.

*침변: 베갯머리.

*월중 소영: 달빛에 언뜻언뜻 비치는 그림자.


(다)

우리 집 이웃의 늙은 부부는 늦게야 아들 하나를 얻었는데, 자기네가 목불식정(目不識丁)*인 것이 철천의 한이 되어서 아들만은 어떻게 해서든지 글을 시켜 보겠다고, 어려운 살림에도 아들을 서당에 보내고 노상 “우리 서당 애, 우리 서당 애.” 하 아들 이야기를 했었다. 그의 집 단칸방에 있는 다 깨어진 질화로 위에, 점심 먹으러 돌아오는 예(例)의 서당 아이를 다리는 따뜻한 토장찌개가 놓였음은 물론이다. 그 아들이 ꡔ천자문ꡕ을 읽는데, ‘질그릇 도(陶), 당국 당(唐)’이라 배운 것을 어찌 된 셈인지 ‘꼬끼요 도, 당국 당’이라는 기상천외의 오독을 하였다. 이것을 들은 늙은 ‘오마니’가, 알지는 못하나마 하도 괴이하여 의의(疑義)를 삽(揷)한즉*, 늙은 영감이 분연(憤然)히,

“여보 할멈, 알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쓸데없는 소리 마소. 글에 별소리가 다 있는데, ㉢‘꼬끼요 도’는 없을라고.

하였다. 이렇게 단연(斷然)히 서당 아이를 변호한 것도 바로 질화로의 찌개 그릇을 둘러앉아서였다. 얼마나 인정미 넘치는

태고연(太古然)한 풍경이냐.

사랑에 놓인 또 하나의 질화로는 이와는 좀 다른 풍경을 보였다. 머슴, 소배(少輩)들이 모인 곳이면, 신 삼기, 둥우리 들기에 질화로를 에워싸 한창 분주하지마는, 팔씨름이라도 벌어지는 때에는 쌍방이 엎디어 서로 버티는 서슬에 화로를 발로 차 온 방 안에 재를 쏟아 놓기가 일쑤요, 노인들이 모인 곳이면, 고담 책* 보기, 시절 이야기, 동네 젊은 애들 버릇없어져 간다는 이야기들이 이 질화로를 둘러서 일어나는 일이거니와, 노인들의, 입김이 적어서 꺼지기 쉬운 장죽은 연해 화로의 불돌 밑을 번갈아 찾아갔었다. ㉣그리하여 기나긴 겨울밤은 어느덧 밝을 녘이 되는 것이다.

돌이켜 우리 집은 어떠했던가? 나도 5, 6세 때에는 서당 아이였고, 따라서 질화로 위에는 나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찌개 그릇이 있었고, 사랑에서는 밤마다 아버지의 담뱃대 터시는 소리와 고서(古書)를 읽으시는 소리가 화로를 둘러 끊임없이 들렸었다. 그러나 내가 다섯 살 되던 해에 ㉤그 소리는 사랑에서 그쳤고, 따라서 바깥 화로는 필요가 없어졌고, 하나 남은 안방의 화로 곁에서 어머니는 나에게 ꡔ대학(大學)ꡕ을 구수(口授)*하시게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마저 내가 열두 살 되던 해에 그 질화로 옆을 길이 떠나가시었다. 그리하여 서당 아이는 완전 고아가 되어, 신식 글을 배우러 옛 마을을 떠나 동서로 표박(漂泊)*하게 되었고, 화로는 또다시 찾을 수 없는 어머니의 사랑과 함께 영영 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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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주동, 「질화로」 -

*목불식정: 글자를 한 자도 모를 정도로 무식함.

*의의를 삽한즉: 의문을 제기하니.

*고담 책: 옛날이야기 책.

*구수: 학문이나 지식 따위를 말로 전하거나 가르쳐 줌.

*표박: 일정한 주거나 생업이 없이 떠돌아다니며 지냄.


51.  (가)~(다)의 공통점으로 적절한 것은?

①상황이 개선되리라는 기대가 나타나 있다.

②대상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드러나 있다.

③작품의 바탕에 절대자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④부정적인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⑤일상적 소재를 위주로 하여 삶에 대한 성찰을 보여 주고 있다.

 

51번. 세 글의 공통점을 찾는 문항이다. (가) '이별한 임'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나)에서도 임금으로 추정되는 '임'에 대한 그리움이, (다)에서 질화로를 매개로한 옛 시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 따라서 이것을 공통점으로 지적한 ②의 설명이 정답이 된다.

52.  (가)와 (나)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표현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계절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② 감정을 절제한 표현으로 화자의 처지를 부각하고 있다.

③ 점층적 강조를 통해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④ 동일한 시어를 반복하여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⑤ 단호한 어조로 화자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52번은 (가)의 시조와 (나)의 가사의 표현상 특징을 찾는 문제이다. (가)와 (나)는 모두 '임'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절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②의 설명은 잘못. ③의 점층적 강조도 나타나고 있지 않다. ④의 동일한 시어의 반복은 (가)의 시조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가)에서 "저도 날 생각하는가" (나)의 "네로다 반기실까" 등의 표현으로 미루어 시적화자의 태도는 확신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⑤의 단호한 어조는 잘못이다. (가)에서는 '이화우 흩뿌'리고 '추풍낙엽'의 가을이 (나)에서는 '설중'의 겨울이 계절적 배경으로 설정되어 시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정답은 ①이다.

 53.  (가)의 ‘꿈’과 (다)의 ‘추억’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꿈’과 ‘추억’에는 모두 교훈적 의미가 담겨 있다.

② ‘꿈’의 내용이 현실적이라면, ‘추억’의 내용은 환상적이다.

③‘꿈’과 ‘추억’ 모두 화자의 현실적 고난을 극복하는 계기가 된다.

④‘꿈’이 하나의 대상에 집중된다면, ‘추억’은 다양한 대상과 연관된다.

⑤‘꿈’과 ‘추억’은 모두 화자가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53번. (가)에서의 '꿈'은 '임'과의 만남을 의미하고, (나)에서의 '추억'은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의미한다. 이 들에 교훈적 의미가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①의 설명은 적절하지 못 하다. (가)에서 '임'과의 만남을 꿈꾸는 시적화자의 처지를 볼 때 이 꿈은 현실적이라 하기 어렵다. (나)에서 어린시절의 '추억'은 경험에 바탕하고 있으므로 '환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②의 설명도 잘못이다. '꿈'과 '추억'에서는 현실적 고난을 극복하는 계기를 찾을 수 없다. ③의 설명 또한 적절하지 못하다. 또한 삶에 대한 반성도 보이지 않으므로 ⑤의 설명도 알맞지 않다. 정답은 ④로 (가)에서의 '꿈'은 '임'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나)에서의 '추억'은 어린 시절 전반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54.  (나)의 시어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옥황상제’는 화자가 자신의 처지와 심정을 드러내기 위해 설정한 존재이다.

②‘공산 촉루’, ‘외나무’는 화자의 외로운 심정을 보여 준다.

③‘만장송’, ‘금강산 학’은 임을 향한 화자의 변치 않는 마음이 투영된 대상이다.

④‘바람비 뿌린 소리’, ‘두어 소리’는 임에게 전하고자 하는 화자의 마음을 담고 있다.

⑤‘침변에 시드는’은 임이 처한 현재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문항 54에서는 시어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이다. 정답은 ⑤로, '침변에 시드는'은 시적 화자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므로, '임이 처한 상황'과는 관련 없다.

 55.  ㉠~㉤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한’과 ‘눈물’의 관계를 ‘뿌리’와 ‘가지’에 비유하여 형상화했군.

②㉡: 화자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군.

㉢:아버지가 아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야.

㉣: 겨울밤이 무척이나 길고 무료했다는 뜻이군.

⑤㉤: 화자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

 

문항 55에서는 글에 쓰인 표현에 대한 적절한 감상을 묻고 있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④로, "그리하여 기나긴 겨울밤은 어느덧 밝을 녘이 되는 것이다."라는 표현은 기나긴 겨울밤은 '어느덧' 금방 지나감을 표현하고 있다.

56.  (다)의 ‘질화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글 전체에 통일감을 부여하고 있다.

②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물이다.

③ 가난을 환기하는 소재로 설정되어 있다.

④ 정감이 넘치는 풍경을 연상시키고 있다.

⑤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와 결합되어 있다.

 

56번에서는 양주동의 수필에서 소재인 '질화로'에 대한 설명을 묻고 있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③으로 질화로는 가난을 환기하는 소재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추억을 환기시키는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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