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5는 문학제재로 판소리「적벽가(赤壁歌)」의 한 대목이 출제되었다. 이부분은 삼국지를 통해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내용으로 내용 이해에 큰 무리는 없었을 듯 하다. 판소리의 특성, 곧 여러 장르적 복합성의 측면에서 충실히 이해하고 있다면 전반적으로 문제해결에 지장이 없을 듯하다. 판소리가 가지는 복합 예술적 요소들을 보다 다양하게 문제화하여 출제하는 것이 필요할 듯 하다.

[41~4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중모리] 창황분주 도망을 갈 제 새만 푸루루루루 날아 나도 복병인가 의심하고, 낙엽만 퍼뜩 떨어져도 추병인가 의심하여, 엎어지고 자빠지며 오림산 험한 산을 반생반사 도망을 간다.

(나) [아니리] 조조(曹操) 가다 목을 움쑥움쑥하니 정욱(程昱)이 여짜오되,

“승상님 무게 많은 중에, 말 허리에 목을 어찌 그리 움치시나이까?”

“야야, 화살이 귀에서 앵앵하며 칼날이 눈에서 번뜻번뜻 하는구나.”

“이제는 아무 것도 없사오니 목을 늘여 사면을 살펴보옵소서.”

“야야, 진정으로 조용하냐?”

조조가 목을 막 늘여 좌우 산천을 살펴보려 할 제, 의외에 말 굽통 머리에서 메추리 표루루루 하고 날아 나니 조조 깜짝 놀라,

“아이고 정욱아, 내 목 떨어졌다. 목 있나 봐라.”

“눈치 밝소. 조그만한 메추리를 보고 놀랄진대 큰 장끼를 보았으면 기절할 뻔하였소그려.

조조 속없이,

“야 그게 메추리냐? 그놈 비록 자그마한 놈이지만 냄비에다 물 붓고 갖은 양념 하여 보글보글 볶아 놓으면 술안주 몇 점 참 맛있느니라만.”

“입맛은 이 통에라도 안 변하였소그려.”

조조가 좌우 산천을 살펴보니,

(다)[중모리] 산천은 험준하고 수목은 총잡한데, 골짜기 눈 쌓이고 봉우리 바람 칠 제, 화초 목실 없었으니 앵무 원앙이 그쳤는데 새가 어이 울랴마는, 적벽 싸움에 죽은 군사 원조(怨鳥)라는 새가 되어 조 승상을 원망하여 지지거려 우더니라. 나무 나무 끝끝트리 앉아 우는 각 새 소리. 도탄에 싸인 군사, 고향 이별이 몇 해런고. 귀촉도 귀촉도 불여귀라, 슬피 우는 저 초혼조. 여산 군량이 소진하여 촌비 노략 한때로구나, 소텡 소텡 저 흉년새. 백만 군사를 자랑터니 금일 패전이 어인 일고, 입삐쭉 입삐쭉 저 삐쭉새. 자칭 영웅 간곳없고 도망할 길을 꾀로만 낸다, 꾀꼬리 수리루리루 저 꾀꼬리. 들판 대로를 마다하고 심산 숲 속에 고리각 까옥 저 까마귀. 가련타 주린 장졸 냉병인들 아니 들랴, 병에 좋다고 쑥국 쑥쑥국. (중략)

처량하구나 각 새 소리. 조조가 듣더니 탄식한다.

“울지를 말아라. 너희가 모두 다 내 제장 죽은 원귀가 나를 원망하여서 우는구나.”

(라)[아니리]탄식하던 끝에 ‘히히히, 해해해’ 대소하니 정욱 기가 막혀,

“여보시오 승상님, 근근도생 창황 중에 슬픈 신세 생각지 않고 무슨 일로 웃나이까?”

조조 대답하되,

“내 웃는 게 다름 아니라 주유(周瑜)*는 꾀가 없고 공명

(孔明)*은 슬기 없음을 생각하여 웃노라.”

(마) [엇모리] 이 말이 지듯 마듯 오림산곡 양편에서 고성 화광이 충천, 한 장수가 나온다. ㉣얼굴은 형산백옥 같고 눈은 소상강 물결이라. 이리 허리 곰의 팔, 녹포엄신 갑옷, 팔척 장창 비껴들고 당당위풍 일 포성, 큰 소리로 호령하되,

“네 이놈 조조야. 상산 명장 조자룡(趙子龍)을 아는다 모르는다? 조조는 닫지 말고 창 받으라!”

말 놓아 달려들어 동에 얼른 서를 쳐, 남에서 얼른 북을 쳐, 생문으로 내리닫아 사문에 와 번뜻! 장졸의 머리가 추풍낙엽이라. 예 와서 번뜻하면 저 가 뎅기령 베고, 저 와서 번뜻하면 예 와 뎅기령 베고, ㉤백송골이 꿩 차듯, 두꺼비 파리 차듯, 은장도 칼 베듯, 여름날 번개 치듯 흥행행 쳐들어갈 제, 피 흘러 강물 되고 주검이 여산이라.

- 「적벽가(赤壁歌)」 -

*주유: 조조의 위나라와 적대 관계에 있던 오나라의 대장군.

*공명: 제갈량(諸葛亮). 위나라와 적대 관계에 있던 촉나라의 군사(軍師).


41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1점]

①봄빛이 완연한 산속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②군사를 다 잃은 조조가 정욱과 단둘이 도망가고 있다.

③조조는 숲에 숨어들어 적의 추격으로부터 벗어난 상태이다.

조조는 큰 낭패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허세를 버리지 않고 있다.

⑤조조는 전쟁 통에 죽은 장졸들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항 41일에서는 주어진 지문과 내용이 일치하는 것을 고르는 문제이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면 쉽게 해결 가능하다. 글(다)에 "골짜기 눈 쌓이고"에서 보이듯이 계절적 배경은 겨울이다. 따라서 ①의 '봄빛이 완연'은 잘못이다. 또한 (다)에서 조조는 정욱과 함께 몇몇의 군사들을 데리고 도망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②의 설명도 틀렸다. (마)에서 조조는 여전히 추격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고, (다)에서는 조조가 죽은 병사들에 대해 탄식하고 있음을 볼 수 있어 ③과 ⑤의 설명도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정답은 ④가 되겠다.

42 (나)와 (마)를 비교하여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나)에서는 (마)에 비해 상황이 희극적으로 연출되어 골계미가 살아나고 있다.

(마)는 (나)에 비해 작중 상황이 급박하여 정서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③(나)에서 인물 간의 갈등이 해소되는 데 비하여, (마)에서는 인물 간의 갈등이 고조된다.

(나)는 주로 인물 간의 대화에 의해, (마)는 주로 서술자의 서술에 의해 사건이 진행된다.

(나)가 산문적 표현에 가까운 데 비하여, (마)는 노래로 부르기에 적합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42번은 글(나)와 (마)의 차이, 즉 판소리가 가지는 이야기적 요소와 음악적 요소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나)는 아니리로 이야기적 요소가 강하고, (마)는 음악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적절하지 않은 설명은 ③으로, (나)에서 인물 간의 갈등이 해소되고 있지 않으며, (마)에서도 인물 간의 갈등이 고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나)나 (마)에는 인물 간의 갈등 양상을 딱히 구분짓기는 어려울 듯 하다.

4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주변인물을 통해 중심인물의 부정적 면모를 드러낸다.

②㉡: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 수용자의 공감을 유도한다.

③㉢: 반어적 표현을 통해 상황의 반전을 암시한다.

④㉣: 관습적인 표현을 활용하여 인물의 특성을 묘사한다.

⑤㉤: 비유적 표현의 반복을 통해 리듬감과 생동감을 살려낸다.

 

43번에서는 서술된 표현의 문맥적 맥락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정답은 ③으로 "탄식하던 끝에 '히히히, 해해해' 대소하니"를 반어적 표현으로 볼 수 없다. 상황의 반전를 암시한다고도 보기 어렵다.

44 <보기>에 비추어서 (다)의 ‘새타령’을 해석한 의견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새타령’은 「적벽가」에서도 절창으로 꼽힌다. 새 모습 묘사와 새 소리 표현에 생동감이 넘쳐, 이름난 광대가 이 대목을 부르면 새가 날아들 정도였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새의 울음을 표현한 말소리들이 서사적 상황과 절묘하게 연결되면서 전쟁 상황에 얽힌 의미를 표출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도탄에 싸인 군사, 고향 이별이 몇 해런고’에 이어지는 ‘귀촉도 귀촉도’라는 울음소리는 ‘귀촉’의 뜻인 ‘고국으로 돌아감’과 연결되어 고향에 돌아가기를 원하는 군사들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흉년새가 ‘소텡 소텡’ 하고 우는 것은 ‘소댕(솥뚜껑)’이나 ‘솥이 텅 빈 것’과 연결되어, 식량 문제로 고생하는 군대의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겠어.

②삐쭉새가 ‘입삐쭉 입삐쭉’ 하고 우는 것은 ‘삐쭉대다’와 연결되어, 대군을 잃고 한심한 처지가 된 조조를 비웃는 의미를 담아냈다고 할 수 있겠네.

‘꾀꼬리 수리루리루’라는 울음소리는 ‘꾀’라는 말과 연결되어, 도망갈 궁리를 짜내기에 분주한 조조를 희화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

까마귀가 ‘고리각 까옥’ 하고 우는 것은 까마귀가 ‘효조(孝鳥)’라는 사실과 연결되어, 군사들이 부모를 그리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어.

‘쑥국 쑥쑥국’이라는 울음소리는 ‘쑥’의 약효와 연결되어, 병에 시달리는 군사들의 고통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겠군.

 

44번에서는 <보기>의 새타령의 일부분에 대한 해석을 주고 나머지 부분에 대한 해석을 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적절치 않은 것은 ④으로 까마귀가 '고리각 까옥'하고 우는 것은 "들판 대로를 마다하고 심산 숲 속"을 헤메이는 처지를 까마귀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군사들이 부모를 그리는 상황을 나타낸 것"으로는 볼 수 없다.

45 위 글의 내용으로 보아, (마)에서 ‘조조’가 처한 상황을 나타내기에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범을 피하니 이리가 앞을 막는다.

②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③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④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⑤ 병 주고 약 준다.

 

45번. 글(마)에서는 추격을 벗어났다고 생각한 조조가 갑작기 적들을 맞게되어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 장면이다. 이 상황에 가장 적절한 표현으로는 주어진 선지 중에서는 ①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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