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노아님께 이어 받아서~

평안히 지내셨습니까?

  그건 제게 허락된 게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얼마 동안은요. 간혹 울적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독서 좋아하시는 지요?

  좋다, 싫다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매일 먹는 밥을 좋아하냐고 잘 묻지 않는 것처럼.

그 이유를 물어 보아도 되겠지요?

  밥 먹듯이 물 마시듯이 해야하는 게 독서인 거 같아요. 왜 책을 읽는지, 책을 읽는게 즐거운지 어떤지 잘 모르면서도 손엔 어느새 책을 잡을 때가 있거든요. 읽는다는 밥처럼, 물처럼 우리가 굳이 애쓰고 의식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들이잖아요. 독서는 책을 먹고 마시야 하는 게 아닐까 해요.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읽나요?


  한 5~7권 정도. 책을 많이 못 읽는 타입이에요. 워낙에 느려터지고, 읽다가 졸리면 덮어버리고 그냥 자고, 워낙에 천천히도 읽고, 좋게 말하면 꼼꼼하게 읽으려고 한다는 거. 일주일에 책 한 권씩은 꼭 읽자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읽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주로 읽는 책은 인문학 분야의 서적들이에요. 사회과학 분야도 책들도 손이 가긴 하는데, 잘 읽는 거 같지는 않고요. 인문학 분야에서도 문학이나 역사, 철학 서적들을 주로 접하고, 특히 시와 시 비평, 문학 비평, 문학 이론서들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독서 생활은 이런 관심과는 좀 다르게 이뤄지는 것 같아요. 좀더 읽기 편하고 쉬운 것들을 먼저 읽게 되고, 정작 읽어야 할 것들은 뒤로 미루고, 결국은 먼지만 쌓이고...ㅋㅋ 간혹 바둑관련 서적들도 읽어요.

당신은 책을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글쎄요. 아까 밥이니, 물이니 했는데, 어쩌면 (여자)친구 같다고나 할까요. 까탈도 많고 심심하기도 한 저와 불평없이 잘 놀아주니까요.

당신은 독서를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讀書, 是人間第一件淸事." 정약용 선생의 말씀인데요, 독서는 인간이 하는 일들 중에 제일 맑은 것이라는 뜻이래요. 독서는 그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은 독서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독서에 대한 어떤 편견들이 알게 모르게 내면화 되어 있는 거 같아요. 옛날부터 독서는 한가한 선비들이나 하는 거라는 인식이 아직도 있지 않나 싶어요.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면, 뭐 대단한 것 하는 것처럼 비꼬는 듯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이런 인식들을 차분히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먹고 살만해서 책 읽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아야 하니까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 아니 인간이라는 것은 먹고 살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고 읽는 것이 인간이라는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고도 봐요.

책을 하나만 추천 하시죠?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박민영, 『책 읽는 책』, 지식의숲, 2005.

 

 

 

그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뭐 특별할 것 없는 책인데요. 제게는 뭔가 남달랐던 거 같네요. 독서생활에 자극을 줬다고나 할까요. 독서를 해야하긴 하겠는데, 뭔가 막연하고 잘 안 되실때, 어떤 자극제가 될 수 있는, 독서 방법에 관한 책이라고나 할까요. 독서 초심자들에게 권합니다. 『독서의 기술』을 많이 찾아보시는 것 같은데, 그게보다 이 책이 좀더 낫지 싶어요.

만화책도 책이라고 여기시나요?

  책이어야 하고, 또한 책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ㅋㅋ 무슨 얘긴지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저는 만화책은 거의 읽지 않습니다만(『고스트 바둑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것은 빼고) 만화책은 보다 만화라는 장점과 특색을 살려 책과는 또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면에서 아직은 책이라고 봐야죠.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비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비문학을 더 많이 읽게 되는 듯해요. 한 6:4 정도. 문학비평이나 문학이론서를 문학에 포함하면 말이죠.

판타지와 무협지는 "소비문학"이라는 장르로 분류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소비문학'이라는 말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대개 본격문학이라 자랑하는 것도 '소비'가 안되서 문제이니까요. 모든 문학은 '소비문학'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판타지와 무협지를 거의 읽지 않지만, 여기에서 무엇인가 배울 것도 있고, 이런 장르가 보완해야할 점들도 아직은 많다고 생각이 되네요.

당신은 한 번이라도 책의 작가가 되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정식 출판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친구 2과 함께, 시집을 만들어서 200부 낸 적이 있어요. ㅋㅋ 그럴싸하게 돈들여 만들었었답니다.  

만약 그런 적이 있다면 그때의 기분은 어떻던가요?

  민망하기도 했었는데, 재밌고 좋았던 거 같아요. 우선 낭만 있잖아요...ㅋㅋ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백석(을 빼 먹었네요..이런) 외 기타 한국 시인들, 박노자, 가라타니 고진, 고종석, 황석영 기타 등등

좋아하는 작가에게 한 말씀 하시죠?

 
어여어여 좋은 책들 많이들 내 주세요...

이제 이 문답의 바톤을 넘기실 분들을 선택하세요. 5명 이상, 단 "아무나"는 안됩니다.

  아직 안 쓰신 분들께 독촉하겠습니다...ㅎㅎ
  로쟈님, 바람구두님, 부리님, 이매지님, 드팀전님, 나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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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5-09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기세덱님 시를 쓰셨군요!

조선인 2007-05-0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태우스님은 이미 하셨답니다. 부리님으로. *^^*

마노아 2007-05-0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쟈님 부르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안 떨어졌어요. 멜기세덱님이 포문을 열어주시는군요^^ 그나저나 시집이라니, 정말 낭만적이에요^^ 시인 멜기세덱~!

프레이야 2007-05-0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쓰시군요. 어쩐지 시에 대한 분석이 남다르다 생각했어요. ^^
부리님은 쓰셨어요. 제 바통을 받아서~

로쟈 2007-05-09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안 하면 제재가 따르나요?..

멜기세덱 2007-05-0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대학때 잠시 시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그것뿐이에요. 저는 시쓰는 재주가 없는것만 확인했어요...ㅋㅋ
FTA 반대 조선인님> 부리님도 하셨다는데요, 마태우스님 글을 안 보이던데요?
마노아님> 그래서 절 지명하셨군요...ㅋㅋ 전 당돌하니까요..ㅋㅋ
배혜경님> 그냥 장난삼아였어요. 시쓰기나 시읽기나 너무 허접하기만 하답니다.
로쟈님> 설마요? 그냥 궁금해서요...ㅎㅎ

2007-05-10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05-1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TA 반대 조선인님> 음~ 그럼 비밀이 숨겨져 있었군요...ㅎㅎ

이매지 2007-05-11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홍. 이제사 확인했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