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중복리뷰 논쟁을 보면서 그게 무에 대수라고들 그리 열을 내시나 하는 의문이 들었을 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점차 뜨거워지는 논쟁의 뒷자락을 대강 쫓아 훑어보았을 뿐 별반 그 논쟁의 대열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몇몇 지인들이 그 대열에서 고군분투하시기에 말없는 성원을 보낼 뿐이다.

그래도, 여기서, 논쟁의 막바지라고 여겨지는 분위기에서, 이제는 마무리가 되어 다시금 알라딘 마을의 행복지기들의 자리로 돌아와 그 맡은 바 역할을 다 하시옵사 하는 의미에서 나도 몇마디 올리지 않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다.

우선, 몇 마디 알라딘에 미안한 말을 하고 가자. 내가 알라딘에 칩거하기 시작한 것은 근 몇 년이 되지 못한다. 사실이야 버는 돈이 얼마 없어서 책 몇 권 사보기가 힘든 판국에 알라딘을 이용할 기회가 없었으리라.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기 시작한 데에는 무엇보다 인터넷 서점의 각종 할인제도에서 기인한다. 오프라인에 발품팔아 가면서 사온 책을 적게는 몇 십원에서 많게는 몇 천원까지 깎아주니 나로서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지극히 경제적이었던 것이다. 인터넷 서점으로 먼저 접근한 곳은 포털사이트 다*과 연계한 리**라는 곳이었다. 나는 거기가 제일 싼가보다 했는데, 얼마 지나서 알게되니 그렇지만은 않았다.

이후 그래24나 알라딘을 알게되었고, 네**에서 가격비교를 해준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네**의 가격비교는 참으로 유용하게 이용하였다. 필요한 서적들을 찾아서 모아놓고 네**의 가격비교를 이용하여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각종 할인 쿠폰 및 적립금 등을 모두 고려하여)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했다. 이후 알라딘에 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나는 그렇게 경제적 인사는 못되지만, 더 싸게 더 많은 적립금을 주는 곳으로 발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그런 다중적 생활을 하다가 각 인터넷 서점에 쌓이는 적립금들이 별반 효과를 내게 주지 못하다는 판단이 서게 되었다. 도서 구입이 분산되다 보니, 적립금이나 각종 혜택들도 분산되어, 효율적으로 그것을 이용하기가 힘들었다는 판단에서 였다.

그런 가운데, 알라딘의 이런 서재 마을을 알게되어 두루두루 둘러보다가, 나의 도서구입의 많은 부분을 알라딘에서 하다가, 결국에 가서는 알라딘에 칩거를 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보다 효과적인 것도 같고, 이래저래 돌아다니기 귀찮아서이기도 하고, 알라딘 서재의 여러 지인들을 흠모해서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알라딘에서 책을 많이 산다고 알라딘에 자랑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하여간 중복리뷰 논쟁을 보면서 나는 이전의 나의 행각을 돌아보았다. 나는 굳이 알라딘에서 책을 사야만 하는 의무도 제한도 없다. 다만 나는 알라딘의 고객일 따름이다. 알라딘은 나를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서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것일 뿐이다. 난 그것을 이용한 권한도, 그것을 이용하지 않을 권한도 있다. 알라딘이 나한테 뭐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중복리뷰도 이와 비슷하게 생각해 보면 안될까? 나는 알라딘에 고용된 서평노동자(?)가 아니다. 내 서평은 어느 곳에나 내가 원한다면 게재될 수 있다. 다만, 그것에 어떤 법적 제재가 따른다면 난 올리지 않을테지만 말이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나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얼마간의 사례를 준다면 그것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나는 다른 경쟁사에 내 서평을 올릴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뭐 나만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알라딘에서 아무것도 받는 것이 없다. 땡스투를 받지 않았느냐고? 맞다. 나는 땡스투로 현재까지 만원 이상을 받았다. 그런데 그것은 알라딘이 준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알라딘이 주는 게 절대 아니다.

그럼 누가 주는 것이냐? 그건 바로 책을 산 그 구입자가 내게 주는 것을 뿐이다. 내 서평을 참조한 대가로 그 구입자가 내게 주는 것이 이치에 맞는 계산이다. 따져보면 그 구입자가 내게 주는 것도 아닐 수 있다. 땡스투는 말하자면 알라딘의 상업술이다. 책 많이 팔아보자는 상업술일 뿐이지, 알라딘이 서평써주는 사람들 고맙다고 소정의 원고료를 주는 것이 절대 아니다. 어떻게 보면 22% 할인해 줄거 20% 할인해 주고 1%씩 나눠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것을 두고 알라딘을 욕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니까 알라딘에서 땡스투 몇 십원 받았다고 이게 알라딘에 내 서평을 팔아먹은 것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알라딘도 내게 서평을 사간 것이 절대 아닌 것이다. 나는 고객으로서 알라딘의 상업적 전략을 이용한 것이고 그것이 내게 유용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서평을 올리는 것이다. 뭐 그런 교묘한 생각을 가지고 서평을 올리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지 않는 나같은 사람을 누가 또 욕할 수 있느냐? 하면 또 그렇지 않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욕을 한단 말인가? 알라딘에서 내 서평에 원고료 주고 사가면 난 딴데 절대 올리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알라딘에서 나를 고발하고야 말테니까 말이다.

이주의 마이리뷰에 한번도 당선된 적 없지만, 나는 그것도 별 문제가 될일이 아니라고 본다. 이게 뭐 신춘문예도 아니고, 이중 게재를 금지하고 있지도 않으니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돈 몇만원 받지 않느냐? 하는데, 그게 알라딘의 상업 전략과 맞물리기 때문에 주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야 그런 돈 줄 알라딘이 아니다. 내가 알라딘을 완전 매도하는 것 같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알라딘이 장사하는 곳 아닌가? 이게 잘못된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님을 알라딘은 알아주기 바란다.

중복리뷰가 알라딘에 손해가 된다면 알라딘은 법적 제재 또는 규약을 만들면 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평에 대한 대가를 좀 올려야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손해 안된다는 얘기다. 그래24가 이걸로 손해봤으면 진작에 금지시켰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손해보는 것도 아니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지 문제될 일이 아니다.

좀 비약이 될지도 모르지만, 중복 서평이 금지된다면, 알라딘이나 그래24나, 리**에서 같은 책을 판매하는 것도 좀 문제지 싶다. 출판사가 자기 책 팔겠다고 이곳저곳 찔러보는 것과, 내 서평 팔겠다고 이곳저곳 올려놓는 것은 다른 일인가? 출판사는 책 살 사람에게 파는 것이지 알라딘이나 기타 인터넷 서점에 책파는 것이 아니고, 나 또한 책 살 사람들 보라고 서평 올리는 것이지, 알라딘 좋으라고 서평올리는 거 아니지 않는가? 그게 그건데 왜 문제가 된단 말인가?

누군가 논문을 이곳 저곳 팔아먹고 다닌다고 문제라는데, 하긴 그건 문제다. 그렇지만 나는 서평 이곳저곳 팔아먹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내 서평 볼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 싶어 이곳저곳 올려놓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알라딘이 내 서평 사주면 난 다른데 안 올린다. 내 서평의 저작권은 내게 있다. 알라딘 서재를 통해 올릴 뿐이지 그 저작권을 알라딘이 사 간 것이 전혀 아니다. 이것은 알라딘과 나의 계약상에도 명시되어 있으니 뭐가 문제인가? 이곳에서 몇 십원 받아먹었으니 다른데 올리는 것은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닌가하고 반문한다면, 내가 누구 좋으라고 서평쓰는데 하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알라딘의 서평노동자가 아니다. 알라딘에서 월급 안준다. 알라딘에서 월급주면 난 다른데 서평 안쓴다. 사실 알라딘에서 월급을 줄 만큼 내가 서평을 탁월하게 쓰지는 못한다. ㅎㅎ

중복리뷰는 그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서평(책 좋다는 서평이 아니라, 그 책에 대해 유효적절한 정보를 담고 있는 서평이 되겠다.)은 알라딘 이용자도 그래24 이용자도 리** 이용자도 다 볼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서평(수준 이하의 서평일 수도 있고, 출판사 알바가 이곳저곳 책 자랑삼아 올리는 서평들이 되겠다.)이 중복 게재되는 게 문제일 따름이다. 이런 문제는 무엇보다 인터넷 서점 자체적으로 정화시키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겠다.

두서가 없고, 논리가 없다. 여기서 마치면서, 좋은 리뷰를 볼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를 생각해 보고 싶다. 책을 볼 사람이라면 그 책에 대한 좋은 리뷰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꼭 알라딘에 와서만 좋은 리뷰 볼 필요는 없으리라. 그래야 한다면, 그래서 알라딘이 장사가 잘 될 일이라면, 알라딘은 반드시 그 서평들을 큰 돈 주고 살 것이다. 중복리뷰가 문제가 아니라 불량리뷰가 문제일 따름이다.

알라딘의 서재폐인들은 알라딘의 서평노동자가 아님을 선언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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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고독 2007-01-15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

마늘빵 2007-01-1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제 글에 주소붙여넣기 하겠습니다.

승주나무 2007-01-15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선언이었습니다. 그분들의 말을 듣다 보면, 우리가 쓰는 서평에 대한 땡스투가 우리의 계좌로 이체된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땡스투나 적립금도 역시 '도서구매'의 관점에서만 가치를 가지는 것인데. 그리고 리뷰왕이 한 주에 총합 100명 정도씩 뽑히고 거기서 상당수가 중복 리뷰어들이라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겠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의 자본주의보다 독자들의 자본주의를 공격한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잖아요. 잘 읽고 갑니다.

jedai2000 2007-01-15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태까지 나온 글 중 가장 공감가는 글이군요.

물만두 2007-01-15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백배!!!

멜기세덱 2007-01-1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년고독 님> 감사합니다. 아직 전 20여년 쯤 고독했었는데요..ㅎㅎ 공감할 수 있는 알라디너들이 많다는 것이 저의, 그리고 우리의 행복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아프락사스 님> 노고가 많으십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일 뿐인데요...
승주나무 님> 제가 써 놓고도 멋지다고 생각했어요..ㅎㅎ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알라딘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알라딘이 입장을 표명하면 더이상 알라딘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거 같아요. 이자릴 빌어 알라딘의 목소리를 촉구합니다.
jedai2000 님> 행복한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여태까지 제게 달린 댓글 중에 가장 행복한 댓글이었습니다.
물만두 님> 언제나 간단명료명쾌하십니다. 감사백배!!!

비로그인 2007-01-1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합니다. 추천합니다.

멜기세덱 2007-01-16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라 님> 첨 뵙는듯 해요. 감사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