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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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조선일보 04월 04일자에는 도시 한복판의 "Sky Farm"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58층짜리 건물 하나에다 태양과 풍력을 이용하여 병충해 걱정없이 1년 내내 농사를 지어 3만 5천명이 먹을 식량이 나온다고 한다. '공중농경' 또는 '수직 농경'이라 불리는 이 신개념의 농사는 미 컬럼비아대 환경학과의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가 고안했다. 이 스카이 농장은 실내에서 완벽히 중앙통제돼 병충해의 위험을 낮출 수 있고 유기농 재배도 가능하다. 날씨의 영향에서 자유로워 흉작도 피할 수 있고, 소비 지역인 도시에 위치해 농산물 수송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지구의 식량 생산량은 이미 지금 인구의 두 배인 120억 인구를 먹여살릴 정도의 생산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5초마다 한 명 씩 기아로 굶어 죽고 있으며 매 3분마다 한 명씩 비타민 A의 결핍으로 시력을 상실한다. 세계 인구의 7분의 1인 8억 5000만 명이 치명적인 영양 결핍 상태에 놓여 있다. 해마다 우리들은 이 지구라는 별 위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어린이 무덤을 만들고 있다. 그 어떤 환경 재앙보다도 그 어떤 전쟁보다도 더 많은 수의 어린이들이 그저 먹을 것이 없다는 이유로 무덤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1970년 11월 칠레의 대통령이 된 아옌데는 소아과 의사 출신의 정치인이라서 유아기의 비타민 및 단백질 부족이 소년 소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배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971년 스위스 베베이의 네슬레 본사는 칠레 민주정부와의 협력을 모두 거부했다. 당시의 미국의 닉슨대통령과 키신저가 아옌데 정권의 사회주의적 개혁정책을 꺼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옌데 정권의 개혁정책이 성공한다면 미주대륙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1973년 9월 11일 CIA는 피노체트를 도와 대통령궁으로 침입하여 아옌데를 살해했다. 그리고 칠레는 아옌데 정권이 들어서기 전처럼 수만명의 아이들이 다시 영양실조로 배고픔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p99~102

  부르키파나소의 예를 보면, 프랑스로부터 독립된 직후 세계은행의 통계에 의하면 170개국 중 124위, 1인당 국민소득 164위였다. 남부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토의 대부분은 경작하기 어려운 땅이었다. 경작가능한 땅 중에서도 25%만이 경작되었고, 곡물수확량은 헥타르당 540kg에 불과했는데 이는 프랑스의 경우 헥타르당 4883kg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것이었다. 이웃나라와 같이 부르키파나소도 부패한 관료밑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38000명의 관료가 국가예산의 70%이상을 자신들의 급여로 챙겼다. 이 때 젊은 혁명가인 상카라는 '자주관리정책'을 채택하여 국내의 30개 행정구를 자치제로 전환하고는 주민들 자신이 그 지역을 다스리게 했다. 관리도 직접 뽑을 수 있게 했고, 도로 건설이나 수도 사업 보건의료사업 등 자신들의 실제 생활에 필요한 공공 서비스를 실시해 나가도록 했다. 행정구역 설정은 대체로 각 종족들의 거주지와 일치토록 했다. 철도건설사업, 인두세 폐지, 개간가능한 토지의 국유화의 정책은 4년도 지나지 않아 농업생산량을 크게 늘이고 도로와 상수도 건설 농업교육 등으로 국민들은 식량 자급자족의 새시대를 맞게 되었다. 부르키파나소의 경험은 이웃나라 대통령들에게도 큰 압박으로 다가갔고 무엇보다도 제국주의였던 프랑스의 일부세력과 다국적농업의 이해관계와 대립했다. 그래서 상카라는 결국 동지이자 참모였던 콤파오레에 의해 살해되고 말았다.

-p137~148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에 보면 15억 소를 키우기 위해 소모되는 식량은 인구 전체를 먹여살리고도 남는 양이라고 나온다. 세계 식량과 농산물을 둘러싼 금융자본가들의 권력에 의해 대공황 판의 '풍요속의 빈곤'이 21세기의 지구 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소는 배불리 먹고 사람은 굶게 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물론 내가 소에게 유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안에 갇혀서 배불리 먹는 삶이 절대로 부럽지 않으니까!) 세계시장에서 식량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수확량, 수송경비의 변동, 투기적 거래, 세계시장의 수요 같은 요소가 영향을 미치지만 투기적 거래에 의한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고 그 사각지대인 빈곤지대에 사는 어린이들의 생명은 풍전등화의 운명이 되고 만다.

  우리들은 기아를 흔히 식량 생산량의 한계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잘못 알아왔다. 하지만 이 책은 '기아'라고 하는 세계적 현상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상품화되는가를 전세계적 자료를 취합하여 상세하고 본질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우리들의 직접적인 도움만으로는 세계 구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 개인적으로는 목숨이 까딱 까딱 넘어가는 환자 앞에서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하고 원인을 따지기 이전에 액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비록 우리들이 건네는 작은 돈이 아이들에게 10%만이라도 직접 닿을 수 있다면 그래서 한 아이라도 살리는 생명의 밥 한 공기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90%의 낭비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선 우리의 호주머니를 살펴 돈을 꺼내어야 한다. 능력껏..

  다음으로 직접적인 구호활동의 한계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유럽 연합의 다국적 기업은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과 세금감면으로 아프리카의 농산물의 3분의 1가격으로 농산물을 수출한다. 아프리카의 부지런하고도 근면한 농민들은 하루 15시간씩 뼈빠지게 일해도 절대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는 구조이다. (나쁜 xx!) 이것이 다국적기업의 이윤논리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을 인간적으로 만들어내는 정치구조와 사회구조의 개혁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인간이 제기한 문제는 인간이 해결할 수 있다는 맑스의 교훈처럼 우리들이 모여 만든 구조와 조직의 개혁 역시 우리들의 손으로 이루어내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나는 이 불가항력적으로 맞닥뜨리는 절망의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원하는 바가 있다. 너무 오만해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이 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이미 자주적이고 혁명적인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들을 지배하는 독재자가 있다면 일부는 권력과 총을 쥔 자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그 지배를 수용하고 있는 자들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그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의 변화야말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이것이 빠진 외부적 구호는 단지 그들을 또 다른 노예적 삶에 순종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부디 그들이 처한 환경에 대항하여 인간적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게 의식의 혁명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그들이 결코 물질적, 육체적으로는 몰라도 영혼으로는 꺾지 못할 우리 마음의 봄은 아닐까?

P.S : 이 책을 더디 읽는 시간동안 나는 우울했다.

  뒤에 읽는 사람이 있다면 빨리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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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2:00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
 
 
비로그인 2007-04-2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의 페이퍼에 이어, 잘 읽었습니다.

달팽이 2007-04-2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체셔고양이님.
이 좋은 봄날 하늘에 우울의 먹구름이 덮혔습니다.
비록 다국적 기업이
봄날의 꽃들을 모두 꺾는다해도
봄기운을 어쩌지 못하겠죠?
봄기운 속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혜덕화 2007-04-27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의 봄, 미국 민중사, 또 제목도 긴 다른 책들도 사 두고는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뷰를 읽는 것으로 우선은 독서를 대신할까 합니다. 남회근 대사의 논어를 읽고 있는 중이고 이누아님의 추천으로 선관책진과 참나를 읽고 있는 중입니다. 우선 사량으로라도 화두에 대한 지식적인 접근이라도 하려고 앉았는데, 쉽게 넘어가지 않는 책이네요. 님의 글을 보니 문득 어느 시가 떠오릅니다.
"벚꽃 가지를 아무리 잘라 보아도 벚꽃이 보이지 않더니
어느 봄, 벚꽃이 가득 피었다."
정확하게 기억하는 선시는 아니지만 누군가의 게송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봄 기운을 꺽지는 못하겠지만, 얼어죽을 봄 꽃들을 생각하면 가슴아픕니다.

프레이야 2007-04-27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과 지배의 손에 길들어 있는 사람들의 의식의 개혁부터 촉구해야한다는 달팽이님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그러기엔 너무나 벽이 높다는 생각을 하면 더 암울합니다. 원인을 따지고 있기 이전에 행동부터 하자는 말, 기억해야겠어요. 하지만 그것으로도 근본적
해결은 어려우니 또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열변을 토하며 또박또박 말하는 것 같은
님의 리뷰, 잘 읽고갑니다.

달팽이 2007-04-27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기도가 왜 중요한 것인지,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혜경님/이 우울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볼까요?
이 봄날이 무심치 못합니다. 제게..

파란여우 2007-04-27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하죠. 우울하기만 한게 아니라 열도 나지요..
근데 정말 달팽이님 리뷰는 흔들림없이 쓰셨습니다요.

달팽이 2007-04-27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가끔은 이런 책 안 읽고 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연민과 사랑 아닌 분노와 흥분이 나를 태우고 있을 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음 속의 선함을 해치지 않으면서
세상의 문제를 받아들이고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가
여전히 삶의 화두같은 것으로 남습니다.
파란 그대의 빛깔에 마음이 좀 내려갑니다. ㅎㅎ

짱꿀라 2007-04-28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적 재해 뿐만이 아니라 더 심각한 것은 고위 지도층에 부정부패와 선진국들의 잘못된 경제관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달팽이 2007-04-29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공감합니다. 산타님..
그래서 기아의 문제를 사회과학적 접근에서는 주로 민주주의의 문제로 결론을 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가 의식적으로 깨어있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처럼 삶이 더욱 개인주의적이고 직접적인 욕망 추구만이 지배적인 세상에서요..

yongkyukim 2007-04-3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달팽이 2007-04-3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용규님.
 
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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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랭 드 보통을 안 것은 처의 오래된 그의 책 한 권에서부터였다. 사랑에 접근하는 그의 평이하고도 쉬운 글들을 음미하면서 하지만 그리 녹록치 않은 그의 사고와 만나면서 이 사람 '보통' 사람아닌 '보통'이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이 책은 그의 에세이적 글쓰기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그만의 깊은 철학적 사유과정을 거쳐서 나온 생활의 언어들은 마치 똑같은 재료의 채소와 고기로써 정말 맛있고 독창적으로 우리 앞에 나온 요리같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인터넷을 찾아 먼저 본다. 누드의 자세로 창밖을 내다보는 여자. 어느 낯선 도시의 호텔 바의 침침한 듯 하면서도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침대에 앉아 조그마한 책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여자 등 그의 그림은 도시의 복잡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난 세계이다. 또한 일상의 중력상태로부터 벗어나 무중력의 공간을 응시하는 눈빛이 뭔가 내면으로 향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마 낯선 환경속으로 자신을 던져놓는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 속에서 새로운 모습과 빛깔을 발견한다는 것이리라. 그 낯섬이 끌리고 그 내면의 마음의 세밀하게 변하는 상태가 매력적인 그림이다.

  '공항에 가기'는 그의 일상에 대한 포착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가를 보여준다. "지구로 떨어지는 별같다."는 표현과 "그 영원한 이동성은 정체와 속박으로 답답해진 마음에 상상의 평형추를 제공한다." "새로운 시점은 풍경에 질서와 논리를 부여한다." '진정성'에서는 삶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들이 하는 기만의 행위가 실은 아무것도 이루어내는 것이 없음을 풍자적으로 느낄만큼 보여준다. 인연은 기적같이 뜻하지 않은 곳에서 시작되고 나는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낯선 손님처럼 그 일을 맞게 된다. 그럴 때 우리는 아무런 마음의 장애가 없어야 그 결실을 취하지 않겠는가?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가장 위대한 결실과 가장 위대한 기쁨을 수확하는 비결은, 위태롭게 사는 것이다! 너의 도시들을 베수비오 산기슭에다 세우라!" 일과 행복에서는 우리가 일을 행복으로 할 수 있는 조건이 역사적으로 변해왔다는 사실을 나열한다. 그 끝에서 행복은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는 결국 조건없이 주어진 행복으로 나아간다. 어떤 가치와 의미 그리고 기대를 부여하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사실을 발견해낸 것이다. 그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평범하면서도 삶의 깊은 통찰을 통해 어떤 목표에 닿으려고 하는 것, 그것이 그의 글쓰기에 그대로 나타나있다.

  세상 사람들은 당분간 그의 글쓰기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의 글쓰기가 부르주아적인 낭만과 관념의 색채를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황폐해져버린 도시의 정신적 뒤뜰 어딘가에 우리들을 끌어당기는 빛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호퍼의 그림을 통해서 예전에 우리에게 없었던 생각과 의미가 생기듯 그의 글들도 그가 언어에 불어넣은 그의 내면의 힘이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한 일상의 미를 발견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의 책이 다른 책으로 나가는 입구도 되지만 그의 책이 정말 우리 삶의 자리로 현실로 되돌아와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문도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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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18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보통의 책들을 얼마전 사두고 아직 못 읽고 있어요. 이 책이랑 다른 것 세권 더요. 아마 님이 처음 보통의 책으로 만났다는 그 책도요.
위태롭게 살기! 고수해야겠어요.^^

달팽이 2007-04-18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장있게 살기! 겠지요.
저도 배우고 싶군요..
앞으로 몇 권의 책을 더 봐야겠군요...

2007-04-18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짱꿀라 2007-04-18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주 일요일에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오면서 이 책 사가지고 왔답니다. 여기에서 달팽이님의 리뷰를 보게 됩니다.

달팽이 2007-04-18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ㅖ ㄱ ㅕ ㅇ ㄴ ㅣ ㅁ . 서재로 가지요..

산타님/일상의 묘한 인연들이 이야기거리가 됩니다.
저는 님의 페이퍼를 보다가 문득 집에서 책을 뒤적이기도 합니다.ㅎㅎ

프레이야 2007-04-18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일 도착예정이에요^^
 
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지음, 이정환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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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표지에 바이올린 사진이 하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진창현 님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 바이올린 선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의 모습은 바이올린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운명과도 같은 바이올린과의 만남. 하지만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기엔 이미 늦어버린 때의 슬픔을 뒤로 하고 그는 제대로 된 바이올린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친다. 전쟁 후의 극심했던 고통과 배고픔을 뒤로 하고 더욱 캄캄한 앞길을 걸어가기 위해 대한해협을 건너던 소년의 가슴 속엔 바이올린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의 말대로 "물질적인 배고픔은 참을 수 있지만 꿈과 희망의 배고픔은 견딜 수가 없었다."는 것은 우리들에게도 "당신은 영혼의 배고픔에 굶주리고 있지는 않는가? 꿈의 배고픔에 굶주리고 있지는 않는가?"하고 물어온다.

  바이올린 하나에도 온 우주가 담긴다. 나무를 고르기 위해 온 세상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한 나무를 발견하고서도 그것을 그저 버려진 통나무로 만드는 것은 영혼의 집중을 깨뜨리는 한 순간에 저질러지기도 한다. 바이올린을 아는 것은 나무의 나이테를 따라 나무의 숨결을 섬세하게 느껴야 하는 일로부터 시작한다. 바이올린 현을 받치는 받침대의 재질은 물론이거니와 위치와 높이 그리고 바이올린의 표면을 칠하는 니스의 종류와 색깔에 따라 천차만별의 음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그는 온 우주를 한바퀴 돌아야만 했다. 삶의 어떠한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그의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배워야만 한다. 바이올린 하나를 마스터하기 위해 그가 쏟은 열정과 노력들, 세상의 차가운 시선과 외면 속에서도 홀로 꿋꿋하게 헤쳐나가야 하는 적막한 현실, 아무리 절망스러운 현실 속을 뚫고 지나가면서도 그는 바이올린에 대한 꿈 하나로 그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게 된다. 바이올린의 그의 삶의 목표이자 삶 그 자체이다.

  그의 삶 속에서 이정표처럼 주어진 바이올린과의 만남의 순간은 그의 삶을 송두리채 바꾸어버렸다. 과연 그런 삶이 그의 가슴에서 어떤 일을 일으켰던 것일까? 약장수 아저씨의 악기를 따라서 그리고 아이카와 선생의 바이올린과의 만남과 스트라디바리우스와의 떨림의 만남은 그의 인생의 주어진 내면의 길을 밝혀주었다. 그 영혼의 깊은 떨림이 그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삶의 의미였던 어머니를 떠날 수 있었고, 바다를 홀홀단신으로 아무런 보장처도 없이 건넜고,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홀로의 꿈을 꾸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바이올린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가득찼을 때 그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꿈으로 보기도 했고 깊은 고민의 한가운데 갑자기 펑 뚫린 듯이 빈 마음 한가운데로부터 해답을 실마리가 풀려나오기도 했던 것이다.

  그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제작자 콩쿠르 상에 입상하게 되는 순간의 이야기들은 정말 감동적이다. 그의 인생의 한 획을 그으며 이젠 마에스트로로서의 삶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자신의 바이올린 제작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돌아간다. 어느 날 바이올린이 자신의 가슴 속으로 들어온 그 날부터 시작된 바이올린 제작자로서의 삶이 그의 마음을 채워버렸고 그 스스로 전개된 여정의 끝에 와버린 여기서 문득 정신이 들자 주위에서 들리는 박수소리에 정신이 어리둥절해진다. 6개 부문 중의 5개 부문을 그가 차지해버린 것이다. 조국 한국이 그를 낳은 땅이면 일본은 바이올린 제작자인 그를 기른 땅이고 그의 험난하고 어려운 순간마다 도움을 준 미국과 그가 바이올린에 담으려는 선율의 이야기 속에는 아프리카와 유럽과 태평양과 푸른 하늘과 땅과 흙과 푸른 나뭇잎과 빨갛게 노을 든 단풍과 대지와 들판 위로 떠다니는 구름과 바람....그 모든 우주가 필요했다.

  자신의 인생을 한 곳에 담아내는 사람은 우주도 그 속에 담아낼 수 있음을 진창현 님의 삶을 통해 우리는 다시 배운다. 무르익어가는 봄날의 비탈길에서 우주를 흔든 바이올린의 삶 속에 깃든 그의 삶을 배워본다. 다시 책의 표지를 본다. 그의 모습이 바이올린을 닮았다. 없는 바이올린이 어디서 생긴지 모르게 그의 모습과 오버랩되고 있다. 그의 바이올린은 이제 해협만 건너지 않는다. 바다도 은하수도 건너 온 우주에 그의 선율이 울릴 것이다. 우주가 하나의 바이올린 아닌가? 신이 연주하는 바이올린이 있다면 그 선율이 이 우주에 가득히 울리고 있을 것이다. 그 선율이 빛나게 울리고 있다는 증거는 우리들의 가슴이 이렇게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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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4-09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 만에 달팽이님의 리뷰를 모두 봅니다. 매일 느끼는 것이지만 너무 잘쓰십니다.
또 한명의 글의 스승으로 모셔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빌려옵니다. 월요일 이번 시작이 되었습니다. 행복한 한주 되시기를 바랍니다.

달팽이 2007-04-10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찬이십니다.
늘 저는 지인들의 글을 보며 저에겐 표현력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뭐 딱히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지만...
하지만 마음만은 그대들과 나눌 수 있는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김선우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책 제목과 표지를 보고 나는 젊은 날의 잃어버렸던 사랑의 열정을 떠올렸던가? 얼굴만 봐도 싱그러웠고 그림자만 봐도 가슴이 뛰었던 그녀를 생각했던가? 검은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다가오던 그녀에게 바람 한 줄기가 만들어놓은 머릿결의 풍경을 보면서 나는 갑자기 주변의 풍경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있었지. 모든 경물이 흑백처럼 빛을 잃어버렸을 때 오로지 천연의 빛으로 밝은 햇살로 내 눈에 들어온 그녀를 보고 있었다. 이 책의 첫 느낌이 그랬다면 첫 장부터 그 강렬함은 더욱 거세어질지나 그 방향은 불현듯 뒤바뀌어 있다.

  파블로 네루다의 '젊음'에 보이는 입에 들어온 설탕같은 키스들...빗속에서 뒤집어 엎은 램프처럼 탁탁 튀며 타오르는 한창 때...아! 그 때...마냥 하루 하루가 즐겁고 새로웠던 날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이런 열정의 화려한 원색으로만 채워져있지는 않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그녀의 사랑은 변해간다. "봄날은 간다" 에서 사랑이 어떻게 변할 수 있니? 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사랑은 당연히 변하는 것이다. 사랑의 대상도 사랑의 빛깔도 변한다. 사랑이라는 욕망구조의 본래모습을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그 에너지는 변하지 않을런지 몰라도 그것이 입는 옷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래서 그녀는 니체에게로 그리고 장자에게로 먼저 달려갔던 것일까? 극한 절망을 늪을 지나서 사랑의 절망마저도 수용하게 되는 도의 경지로 먼저 닿고 싶었던 것일까?

"살다보면 그렇다네 내 혼이

다른 육체에 머물고 있는 느낌

그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네"

그녀가 장자의 도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잘 모르지만 그녀는 재빨리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삶의 한가운데는 바로 사랑의 자리이다 라고 말한다. 그 사랑이 남녀간의 사랑인 에로스와 생명적 존재 모든 것에 대한 아가페의 사이 어느 지점엔가 놓인 것은 분명하리라. 김소월의 초혼 처럼 처절하고 깊은 사랑과 디킨슨의 삶 이전과 삶 이후의 본래적 에너지에 대한 회귀적 욕망을 거쳐서 그녀는 계속 여정을 이어간다. 만해처럼 절대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의 빛에 물드는가 하면 릴케처럼 예이츠처럼 낭만적이고 봄같은 사랑의 햇살 속에 알몸으로 드러눕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새 사랑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 인생의 지혜에 묻은 사랑의 흔적을 찾아 신비주의로 들어서기도 한다. 루미를 만난 그녀는 이제 사랑의 대상이 곳곳에 현존하고 그것을 통해 신의 현전을 알아차리게 된다.

  삶의 한쪽 끝에는 어떤 사랑의 고통과 상처도 보듬어낼 수 있는 달라이라마를 비롯한 불교적인 사랑과 종교적 사랑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녀의 다른 한쪽의 이상에선 체게바라의 삶처럼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현실적인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더욱 성숙해진 마음의 자리에서 다시 꽃으로 피어난 사랑의 미세하고도 깊은 감정들을 그대로 가슴으로 느끼고 있다. 사랑의 기쁨, 사랑하는 사람의 육체적 접촉과 그 어머니의 품음에 대한 안도감과 보호본능에서 느끼는 편안함, 세상의 모든 이념과 신념을 넘어서 오로지 진실하고도 진정성이 담긴 대상과의 사랑에 올인하는 태도...

  김종삼의 목포항에서 보이는 그녀의 사랑은 "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게 되기를..."바라는 사랑이다. 사랑이 남기는 그 배면의 슬픔과 아픔이 생기고 사라지는 자리에 대한 깊은 응시를 통해서 바라본 사랑의 본체가 다시 그녀를 세상의 드러난 사랑으로 이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쏟아내는 감성적이고 육감적인 시어들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으며 그리 음란하지만은 않다. 이미 40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젊은 방황이 헛되지 않았고 그 치열한 방황이 지금의 꽃물든 가을의 단풍같으면서도 활짝 그 생명의 씨앗을 틔워내는 봄의 생명력도 전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러니 사랑의 진실 앞에서 인생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 사랑의 진정성 앞에 목숨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내 입 속에 들어온 설탕같은 키스들이 더욱 달콤해지고

봄 날같이 지나가버린 내 사랑에 무너지듯 가슴 아파도

더욱 쓸쓸해져만 가는 나의 사랑의 뒷모습도 말없이 아름다워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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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04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살아있는 자의 영원한 화두입니다.


짱꿀라 2007-04-0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님의 말씀도 기억해 둘 아주 훌륭한 말입니다. 달팽이님 서평 잘 읽고 갑니다.
김선우 작가의 작품속에 글자들이 생생이 움직이는 것 같은 그럼 감동을 받고 갑니다.

달팽이 2007-04-05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님/사랑은 우리의 본래모습이자 우리를 움직이는 가장 원초적 동기라고 생각합니다. 한사님의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 불현듯 느껴지는 것은 왠일일까요?
산타님/ 앞으로 김선우라는 또 하나의 기억해 둘만한 한국시인을 만났습니다.

2007-04-05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 2007-04-05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기꺼이 보내드리고 싶어요.
주소를 이곳에 남겨주시면 고맙겠군요.
선생님의 이미지가 불현듯 지나간 이유가 있었군요..ㅎㅎ

2007-04-05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활의 기술 - 인생의 교사 크리슈나무르티가 전하는 영원한 삶의 교과서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박윤정 옮김 / 황금나침반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조심껏 들었다.

그에 대한 아픈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크리슈 나무르티란 로고가 적혀진 책을 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가 쓴 몇 권의 책을 읽었지만 한번도 제대로 읽었던 기억이 없다. 그가 사용하는 개념의 구멍들 속에 빠져 허우적 대다가 책 밖으로 뛰쳐 도망나오기가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책의 표지부터 훑어갔다.

역시 그의 책은 쉽지가 않다.

개념 하나가 나의 뒷발목을 붙든다.

"사랑"이다.

사랑을 하지 말라. 그것은 우리의 집착만을 부풀릴 것이다.

사랑하라 비로소 그대는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될 것이다.

듣는다는 것도 나의 짧은 점프 실력으로 넘지 못하는 말이다.

그가 이렇게 교묘하게 숨겨둔 장치들은 각 장마다 나의 발목을 잡기도 하고,

질퍽한 늪속으로 나를 빨아들이기도 한다.

때로는 날카롭게 날아오는 창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옅은 가스처럼 천천히 나를 질식시키게 만든다.

그의 책을 이번에도 도저히 다 읽어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소득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놓은 덫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그의 책을 들게 될 때에는 그의 장치들에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삶의 질퍽한 구멍.

그 속에 모든 사람들이 빠져 산다.

때로는 자신이 빠져 있는 지도 모르게..

때로는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허둥대는 삶의 질퍽한 늪..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칼날이 순식간에 코를 베어 가기도 하고

온몸 채로 자루 속에 집어던져지기도 한다.

할!

 

다시 당신을 찾겠다.

 

p.s : 번역은 그런대로 읽는데 큰 무리는 없었지만..

제목의 번역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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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7-03-2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덫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경지...아~ 부럽슴다. 쩝쩝...

달팽이 2007-03-2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이가 너무 귀엽습니다. 이카루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