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일보 04월 04일자에는 도시 한복판의 "Sky Farm"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58층짜리 건물 하나에다 태양과 풍력을 이용하여 병충해 걱정없이 1년 내내 농사를 지어 3만 5천명이 먹을 식량이 나온다고 한다. '공중농경' 또는 '수직 농경'이라 불리는 이 신개념의 농사는 미 컬럼비아대 환경학과의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가 고안했다. 이 스카이 농장은 실내에서 완벽히 중앙통제돼 병충해의 위험을 낮출 수 있고 유기농 재배도 가능하다. 날씨의 영향에서 자유로워 흉작도 피할 수 있고, 소비 지역인 도시에 위치해 농산물 수송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지구의 식량 생산량은 이미 지금 인구의 두 배인 120억 인구를 먹여살릴 정도의 생산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5초마다 한 명 씩 기아로 굶어 죽고 있으며 매 3분마다 한 명씩 비타민 A의 결핍으로 시력을 상실한다. 세계 인구의 7분의 1인 8억 5000만 명이 치명적인 영양 결핍 상태에 놓여 있다. 해마다 우리들은 이 지구라는 별 위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어린이 무덤을 만들고 있다. 그 어떤 환경 재앙보다도 그 어떤 전쟁보다도 더 많은 수의 어린이들이 그저 먹을 것이 없다는 이유로 무덤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1970년 11월 칠레의 대통령이 된 아옌데는 소아과 의사 출신의 정치인이라서 유아기의 비타민 및 단백질 부족이 소년 소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배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971년 스위스 베베이의 네슬레 본사는 칠레 민주정부와의 협력을 모두 거부했다. 당시의 미국의 닉슨대통령과 키신저가 아옌데 정권의 사회주의적 개혁정책을 꺼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옌데 정권의 개혁정책이 성공한다면 미주대륙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1973년 9월 11일 CIA는 피노체트를 도와 대통령궁으로 침입하여 아옌데를 살해했다. 그리고 칠레는 아옌데 정권이 들어서기 전처럼 수만명의 아이들이 다시 영양실조로 배고픔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p99~102

  부르키파나소의 예를 보면, 프랑스로부터 독립된 직후 세계은행의 통계에 의하면 170개국 중 124위, 1인당 국민소득 164위였다. 남부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토의 대부분은 경작하기 어려운 땅이었다. 경작가능한 땅 중에서도 25%만이 경작되었고, 곡물수확량은 헥타르당 540kg에 불과했는데 이는 프랑스의 경우 헥타르당 4883kg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것이었다. 이웃나라와 같이 부르키파나소도 부패한 관료밑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38000명의 관료가 국가예산의 70%이상을 자신들의 급여로 챙겼다. 이 때 젊은 혁명가인 상카라는 '자주관리정책'을 채택하여 국내의 30개 행정구를 자치제로 전환하고는 주민들 자신이 그 지역을 다스리게 했다. 관리도 직접 뽑을 수 있게 했고, 도로 건설이나 수도 사업 보건의료사업 등 자신들의 실제 생활에 필요한 공공 서비스를 실시해 나가도록 했다. 행정구역 설정은 대체로 각 종족들의 거주지와 일치토록 했다. 철도건설사업, 인두세 폐지, 개간가능한 토지의 국유화의 정책은 4년도 지나지 않아 농업생산량을 크게 늘이고 도로와 상수도 건설 농업교육 등으로 국민들은 식량 자급자족의 새시대를 맞게 되었다. 부르키파나소의 경험은 이웃나라 대통령들에게도 큰 압박으로 다가갔고 무엇보다도 제국주의였던 프랑스의 일부세력과 다국적농업의 이해관계와 대립했다. 그래서 상카라는 결국 동지이자 참모였던 콤파오레에 의해 살해되고 말았다.

-p137~148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에 보면 15억 소를 키우기 위해 소모되는 식량은 인구 전체를 먹여살리고도 남는 양이라고 나온다. 세계 식량과 농산물을 둘러싼 금융자본가들의 권력에 의해 대공황 판의 '풍요속의 빈곤'이 21세기의 지구 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소는 배불리 먹고 사람은 굶게 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물론 내가 소에게 유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안에 갇혀서 배불리 먹는 삶이 절대로 부럽지 않으니까!) 세계시장에서 식량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수확량, 수송경비의 변동, 투기적 거래, 세계시장의 수요 같은 요소가 영향을 미치지만 투기적 거래에 의한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고 그 사각지대인 빈곤지대에 사는 어린이들의 생명은 풍전등화의 운명이 되고 만다.

  우리들은 기아를 흔히 식량 생산량의 한계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잘못 알아왔다. 하지만 이 책은 '기아'라고 하는 세계적 현상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상품화되는가를 전세계적 자료를 취합하여 상세하고 본질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우리들의 직접적인 도움만으로는 세계 구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 개인적으로는 목숨이 까딱 까딱 넘어가는 환자 앞에서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하고 원인을 따지기 이전에 액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비록 우리들이 건네는 작은 돈이 아이들에게 10%만이라도 직접 닿을 수 있다면 그래서 한 아이라도 살리는 생명의 밥 한 공기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90%의 낭비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선 우리의 호주머니를 살펴 돈을 꺼내어야 한다. 능력껏..

  다음으로 직접적인 구호활동의 한계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유럽 연합의 다국적 기업은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과 세금감면으로 아프리카의 농산물의 3분의 1가격으로 농산물을 수출한다. 아프리카의 부지런하고도 근면한 농민들은 하루 15시간씩 뼈빠지게 일해도 절대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는 구조이다. (나쁜 xx!) 이것이 다국적기업의 이윤논리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을 인간적으로 만들어내는 정치구조와 사회구조의 개혁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인간이 제기한 문제는 인간이 해결할 수 있다는 맑스의 교훈처럼 우리들이 모여 만든 구조와 조직의 개혁 역시 우리들의 손으로 이루어내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나는 이 불가항력적으로 맞닥뜨리는 절망의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원하는 바가 있다. 너무 오만해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이 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이미 자주적이고 혁명적인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들을 지배하는 독재자가 있다면 일부는 권력과 총을 쥔 자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그 지배를 수용하고 있는 자들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그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의 변화야말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이것이 빠진 외부적 구호는 단지 그들을 또 다른 노예적 삶에 순종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부디 그들이 처한 환경에 대항하여 인간적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게 의식의 혁명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그들이 결코 물질적, 육체적으로는 몰라도 영혼으로는 꺾지 못할 우리 마음의 봄은 아닐까?

P.S : 이 책을 더디 읽는 시간동안 나는 우울했다.

  뒤에 읽는 사람이 있다면 빨리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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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2:00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
 
 
비로그인 2007-04-2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의 페이퍼에 이어, 잘 읽었습니다.

달팽이 2007-04-2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체셔고양이님.
이 좋은 봄날 하늘에 우울의 먹구름이 덮혔습니다.
비록 다국적 기업이
봄날의 꽃들을 모두 꺾는다해도
봄기운을 어쩌지 못하겠죠?
봄기운 속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혜덕화 2007-04-27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의 봄, 미국 민중사, 또 제목도 긴 다른 책들도 사 두고는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뷰를 읽는 것으로 우선은 독서를 대신할까 합니다. 남회근 대사의 논어를 읽고 있는 중이고 이누아님의 추천으로 선관책진과 참나를 읽고 있는 중입니다. 우선 사량으로라도 화두에 대한 지식적인 접근이라도 하려고 앉았는데, 쉽게 넘어가지 않는 책이네요. 님의 글을 보니 문득 어느 시가 떠오릅니다.
"벚꽃 가지를 아무리 잘라 보아도 벚꽃이 보이지 않더니
어느 봄, 벚꽃이 가득 피었다."
정확하게 기억하는 선시는 아니지만 누군가의 게송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봄 기운을 꺽지는 못하겠지만, 얼어죽을 봄 꽃들을 생각하면 가슴아픕니다.

프레이야 2007-04-27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과 지배의 손에 길들어 있는 사람들의 의식의 개혁부터 촉구해야한다는 달팽이님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그러기엔 너무나 벽이 높다는 생각을 하면 더 암울합니다. 원인을 따지고 있기 이전에 행동부터 하자는 말, 기억해야겠어요. 하지만 그것으로도 근본적
해결은 어려우니 또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열변을 토하며 또박또박 말하는 것 같은
님의 리뷰, 잘 읽고갑니다.

달팽이 2007-04-27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기도가 왜 중요한 것인지,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혜경님/이 우울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볼까요?
이 봄날이 무심치 못합니다. 제게..

파란여우 2007-04-27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하죠. 우울하기만 한게 아니라 열도 나지요..
근데 정말 달팽이님 리뷰는 흔들림없이 쓰셨습니다요.

달팽이 2007-04-27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가끔은 이런 책 안 읽고 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연민과 사랑 아닌 분노와 흥분이 나를 태우고 있을 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음 속의 선함을 해치지 않으면서
세상의 문제를 받아들이고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가
여전히 삶의 화두같은 것으로 남습니다.
파란 그대의 빛깔에 마음이 좀 내려갑니다. ㅎㅎ

짱꿀라 2007-04-28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적 재해 뿐만이 아니라 더 심각한 것은 고위 지도층에 부정부패와 선진국들의 잘못된 경제관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달팽이 2007-04-29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공감합니다. 산타님..
그래서 기아의 문제를 사회과학적 접근에서는 주로 민주주의의 문제로 결론을 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가 의식적으로 깨어있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처럼 삶이 더욱 개인주의적이고 직접적인 욕망 추구만이 지배적인 세상에서요..

yongkyukim 2007-04-3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달팽이 2007-04-3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용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