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골수) 기증 수술 경험담 - 그는 누굴까 ? 2004/09/16 19:22

서로 평생 모르는 사이로 살아야 한다.  

 

나로부터 조혈모세포를 받아갈 사람이 누군지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서로 알게 되었을 때 있게 될 부작용을 걱정해서란다(대가관계의 형성이나 2차 기증 의사 철회 등등).

 

글쎄다. 그렇게 하는 이유도 충분히 수긍이 가지만, 적당히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서로 알려 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어디에 사는지도 아무 것도 모른다. 그래서 연락을 하려면 협회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편지 등을 주고 받을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협회에서는 홍보물에 기증자와 수혜자의 기고글을 실을 때도 서로 알아볼 수 있을 만한 근거가 될 만한 단어는 뺀다고 한다. 특히, 수술한 시기를 알 수 있는 숫자가 그것일 게다. 비혈연 기증 수술의 경우 한달에 몇건 되지 않고, 기증자와 수혜자가 같은 날 수술을 하기에 그렇다(내 경우는 오전에 수술해서 뽑아낸 것을 곧바로 차로 운반하여 다른 병원에서 환자에게 투입되었다고 했다).

 

내가 아는 거라곤...

 

건강검진을 받을 때, 우연히 지나치다 차트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나에 관한 것도 들어 있었지만,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의 자료는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보았다. 전부 다...그런데, 전부 다는 나이와 성별 뿐이었다. 

 

Age  18 / Sex  F 

 

많이 건강해졌다면 얼마나 예쁠 나이인가 ? 인생에서 가장 예쁠 나이인데...

 

내게서 받은 조혈모세포로 나와 같은 피를 만들어서 살아가고 있을 그가 부디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누구보다도 더 오래 살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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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9-17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마지막인가요? Age 18 / Sex F 부분에서 괜히 울컥하네요. 정말 옆지기님 말대로 그녀가 부디 건강하게 즐겁게 오래 살길 빌어봅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숨은아이 2004-09-17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쓸 내용이 더 남았다고 합니다... ^^;

비로그인 2004-09-17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말 놀랐어요. 사람 울컥하는 지점이 어쩜 그리 똑같다지요? 이안님께 드리는 말. ^^

호랑녀 2004-09-17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모를 최악의 경우 하나때문에 선의 아흔 아홉이 희생되어야 하는 것...
이게 과연 최선인지 가끔 생각합니다.
그 아가씨... 어디서든 잘!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건강!하게 살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옆지기님은 가끔(?) 느끼지만 참 훌륭하신 분입니다.

urblue 2004-09-17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네요. 18살 예쁜 아이에게 도움이 되어서.

숨은아이 2004-09-1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레날린느님 : ^^;
호랑녀님 : 이 칭찬을 그대로 전해주면 이 사람이 기고만장해지는데... ^^;;
블루님 : 기증받은 조혈모세포가 잘 안착되었다는 이야기까진 들었는데, 그 후엔 모르겠어요. 건강해졌겠지요?

조선인 2004-09-1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고만장해져도 상관없어요. 옆지기님은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는 듯.
물론 옆지기의 옆지기는 더 훌륭하다죠?

숨은아이 2004-09-17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 글쎄, 종합판으로 하나 쓸 일이지 일케 쉬엄쉬엄 쓰네요. ^^
조선인님 : 고맙습니다. (소곤소곤 : 하지만 좀 피곤한 사람이기도 해요. 투덜이 스머프에 수다쟁이에 떼쟁이에...)

내가없는 이 안 2004-09-17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레날린느님, 저도 같이 울컥. ^^
그런데 숨은아이님, 저 오노요코의 경이가 어델로 갔대요? 두리번두리번.

tarsta 2004-09-1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TV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군요..!!!
마음과 행동을 똑같이 한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았을텐데요.
부군과 숨은아이님 두 분 다 멋지십니다.

숨은아이 2004-09-18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 사악 사라졌어요. ^^
타스타님 : 저는 모... (..)a

내가없는 이 안 2004-09-18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너무하셨다. 심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는데... ^^

숨은아이 2004-09-18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심이지요. 호호.
 

조혈모세포(골수) 기증 수술 경험담 - 건강검진 2004/09/15 16:34

 

대만으로 보낸 검사 결과가 나왔다. 일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바로 이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식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

 

기증자의 건강도 중요하고,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이기에 반드시 건강검진을 해야 한단다.

 

이제부터는 몸 조심해야 한다. 담배도 함부로 피워대서도 안되고, 술도 함부로 마셔도 안된다. 몸을 다치는 사고를 당해서도 안된다.

 

과거에 등록한 자료와 내 의사를 통해 기증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환자와 가족들은 최종 검사 결과에 또한 많은 기대를 하고 있겠지만, 어쨌든 이제 기증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오로지 내 의사와 내 건강 정도에 따라 달린 것이니,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신촌 세브란스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다시 몇차례 피도 뽑고 소변검사도 하고 심전도 검사도 하고 기타 등등 검진을 했다.

 

믈론, 이 때 비용도 모두 환자가 부담한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느냐고 코디에게 슬며시 물어보았지만,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코디랑 함께 점심 먹고 나오는 길에 뜻밖에 약을 하나 받았다.

 

빈혈약...

 

꼭 챙겨 먹으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수술을 위해서 피 뽑기를 두차례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자기 피를 뽑아놓고 수술 도중 혹시라도 필요하면 그 피를 넣어야 하기에. 물론, 다른 사람 피를 넣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자기 피가 제일 좋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빈혈약을 먹어 보게 되었다.

 

검사 결과는 좋았다. 아주 건강하단다.

 

다행이다.

 

등록된 자료로 1차 확인, 최종 확인, 건강검진 결과 양호...이 모든 것들은 곧바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달되었을 테고, 그 때까지 내 의사가 변함없음 또한 그랬을 것이다. 나에게는 별 일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그것들이 기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검사 결과에 따라 나는 두 차례 피를 뽑고 수술 날짜를 기다렸다.

 

그 기간 동안 술도 담배도 이제는 내가 많이 좋아하는 고기도 먹지 않았다. 정말 정말 몸 조심해야 하니까, 그렇게 관리해야 좋은 조혈모세포를 뽑을 수 있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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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9-16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 번에 끊어서 글을 올리실 건가 보네요. 좋은 경험담 읽게 되는군요. 자극받습니다. ^^

2004-09-16 0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09-16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와아.......와.......^____^

숨은아이 2004-09-16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 이 사람이 한꺼번에 안 쓰네요. ^^
속삭이신 님 : 저야 글 퍼다 나르는 일밖에... ^^
진/우맘님 : 재미있죠? 수술 전에 얼마나 조심조심했다구요. 어디 부러져서 입원하거나 하면 안 된다고.
 

조혈모세포(골수) 기증 수술 경험담 - 등록과 검사 2004/09/13 16:18

1. 기증 등록 이유 ?

 

99년이었댄다. 기증 등록을 한 것은 기억나지만, 시간이 흐르니 정확한 때를 잊고 살다가, 실제 기증 의사를 묻는 전화를 받고 나서야 언제인지를 다시 알게 되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 성덕바우만의 얘기를 티비에서 본 후인 것 같다. 세상에, 남에게 도움되는 일이라곤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몸으로 때울 수 있는 일이니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각시랑 같이 갔다가, 각시는 건강에 대한 문진에서 부적합하다고 해서, 나만 등록했다. 등록 절차 ? 가서 종이 한장에 뭐 적고, 피 한대롱 뽑았다. 끝.

 

암튼, 등록은 그렇게 했다.

 

2. 넘 신기하지 않아 ?

 

지난 해 5월초쯤 손전화로 연락이 왔다. 첨에는 뭐 보험이나 물건 파는 전화인 줄 알았을까, 아님 등록 사실을 잊고 있어서 첨 듣는 단어라고 생각해서일까 암튼, 잘 알아듣지 못하다가 전화건 쪽에서 다시 한번 말해주고서야 제대로 알아들었다.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세상에나, 나랑 유전자인지 뭔지 잘 몰라도 형제라도 잘 안맞는다는 게 일치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정확히 말해 조직적합성항원(HLA)형이 일치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난 자세한 건 모른다. 비혈연자 시이에서는 비혈연자간에 HLA형이 일치할 확률은 수천~ 수만명 중에서 겨우 1명 정도가 일치한다고 한다. 확률이기에 기증자 많으면 많을수록 확률은 높아질테지)

 

3. 반복되는 질문 ?

 

첫 전화에서 코디(환자와 기증자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해 주는 사람이다)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증 의사는 있으시죠 ?"

 

"넵"

 

"사실은요, 실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기증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주위의 반대도 있구요. 만약, 기증하겠다고 해서 수술 준비를 다 마친 다음에 기증 의사를 철회하면, 그 환자는 죽거든요. 그러니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해요"

 

"넵"

 

그 질문은, 첫 전화 후 며칠 지난 다음 우리 사무실에 최종 일치 여부를 위한 검사용으로 피를 한대롱 또 뽑으로 올 때도 반복되었다.

 

그리고, 한달을 기다렸다. 그 최종 일치 여부를 판가름할 검사는 대만에서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단다.

 

처음, 기증 등록을 할 때 보건복지부 예산(검사비용)이 부족해서, 아무리 기증자가 많아도 다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들었다.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 지금도 그렇다면, 이 나라에서 사는 것 더 싫어진다. 무기 만들고 사는데 드는 돈 좀 팍 줄이고, 놀고 먹는 국해의원 몇 잘라버리고 이런 데다 좀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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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09-1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아무리 기증자가 많아도 다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들었다"고 한 말은 부정확하다. 자세히 이야기하면,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고 싶은 사람은 먼저 A4 한 장 정도 되는 질문지의 여러 가지 문항에 답을 해야 하는데, "예"로 답한 경우가 단 하나만 있어도 아예 기증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다. 기증을 신청한 사람의 피를 한 대롱 뽑아 여러 가지 검사와 분석을 해놔야 하는데, 한 사람의 혈액을 조사하는 비용이 30만원이라고 한다. 질문지의 문항에 "예"로 답한 경우가 있더라도 꼭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있어 기증을 할 수 없는 사람의 피를 조사하느라 공연히 예산을 낭비하게 될까 봐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예산이 넉넉하다면 기증 의사가 있는 사람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아영엄마 2004-09-1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기 힘든 일인데... (각시가 님이시죠? ) 존경스러움을 품고 갑니다..전 아직 헌혈 한 번 못해본 사람이라...^^;;;

내가없는 이 안 2004-09-1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수술을 앞두고 마음을 바꾸는 사람도 적잖은 모양이네요. 각자가 다른 이유에서겠지만 일단 마음은 있어도 실행까지는 용기가 절실한 일일 테니 말이죠. 아무튼 용기있는 분이시다.

조선인 2004-09-1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기쁜 일이네요.
저도 95년인가 신청을 해두긴 했지만, 아직까지 연락온 적이 없어요.
혹시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연락이 안 닿은 건 아닌가 싶어
얼마전에 헌혈할 때 여쭈어봤더니,
평생 가도 연락 안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만큼 희귀한 인연을 만났으니, 분명 숨은아이님 옆지기에게도 복일 겁니다. ^^

urblue 2004-09-15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훌륭한 일 하시네요. 그 용기 부럽습니다. (저도 헌혈 한 번 해 본적 없다는...)

숨은아이 2004-09-1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데, 하는 생각에 흔쾌히 동의하긴 했지만, 이 사람이 수술 후 한동안 오래 앉거나 누워 있으면 엉치가 뻐근하다고 하니까(걸을 때가 가장 편하대요) 조금 걱정되긴 하데요. 하지만 한 달 후쯤에는 말짱해졌어요!
이안님 : 기증하기로 정해지면, 기증받을 환자의 몸에서 피를 다 빼낸대요. 새로운 조혈모세포가 들어가서 혈액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말이죠. 환자의 몸에서 피를 다 빼놨는데, 그때가서 기증 안 하겠다고 하면 이 환자는 꼼짝없이 죽게 된대요.
조선인님 : 네, 그때 한동안 가슴 두근거리며 지냈답니다. 저도 덩달아~
유아블루님 : 저도 헌혈 딱 한 번 해봤을 뿐이에요. 요새는 저혈압이라 헌혈을 받아주지도 않는답니다. ^^

chika 2004-09-1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때부터 빈혈끼가 있다는 핑계로 헌혈한번 안해봤습니다... 그리고 골수기증...피뽑을때 그 끔찍한 아픔을 들은다음엔 겁나서 못합니다.... 이건 정말 건강한 아무나 할 수 있는일이면서도 진정한 사랑이 있는 사람만이 실행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을 합니다. 와~ 정말 훌륭하네요!

숨은아이 2004-09-1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 피 뽑을 땐 별로 안 아파요. 처음 따끔할 뿐. 수술 전에 맞는 항생제 주사가 아프지요.

물만두 2004-09-15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고 싶은데 할 수 없어 무지 속상했어요...

숨은아이 2004-09-1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 저도요...

숨은아이 2004-09-1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쫌 부실하군요, 우리... ^^
 

7월 5일부터 매주 월요일, 12회(1주 1회 2시간씩) 진행하는 천자문교실에 다녔다. 풀로엮은집(www.puljib.org)이란 데서 주최한. 벌써 다음주면 쫑인데, 그동안 한 번도 배운 걸 정리하지 않았다. 언제나 다음 수업 전에는 복습을 하고 가야지, 하지만 일주일이 왜 그리 빨리 가던지. ㅠ.ㅠ 안 되겠다 싶어서 오늘부터 틈틈이 정리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첫 번째 강의 때 마구 필기한 것을 다시 깨끗한 공책에 복기했다. 이렇게 정리한다고 해도 다 기억할 리 없으므로(--;) 한 차례 강의에 한두 가지만이라도 서재지인들과 나누며 오래 남기도록 하자.

***

현빈(玄牝)이란 암컷이나 여자의 생식기를 뜻하는데, 이때 쓰이는 "현(玄)"은 단지 "검다"는 뜻이 아니라, "깊고 아득하다"는 뜻, 곧 "현빈"이란 "만물을 안는 그윽한 곳"이란 뜻이라고 한다. 이 말은 전에 잠깐 한 적이 있는데, 천자문교실에서 배운 것이므로 여기 한 번 더 쓴다. 색채를 가리킬 때에도, 흑(黑)이 까만색이라면, 玄은 검붉은 빛을 뜻한다.

***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詩經)]은 공자가 편찬했는데, 주나라 때까지 민간에 널리 퍼졌던 노래나 조정에서 만들어 퍼뜨린 시, 제후들이 왕에게 바친 시들 중에서 300여 편을 추린 것이다. 고대에는 채시관(采詩官) 직책을 받은 사람이 여러 지방을 다니며 민간에서 부르는 노래를 수집해서, 여론을 수렴했다. 곧 민심이 민요로써 나타났기에, 백성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그 지방의 수령이 일을 평화롭게 잘하는지, 백성을 수탈하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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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9-14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정리해주실 거죠? 재밌게 읽었어요. 전 천자문 책 사놓고 아직까지 몇 페이지 진도나가지도 못했어요. ㅠ.ㅠ

반딧불,, 2004-09-1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자 제가 참 좋아합니다.
그윽한 뜻이 참 많지요.


숨은아이 2004-09-1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 넵, 틈틈이 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공부하는 책은 진도가... -ㅂ-;;
반딧불님 : 저는 이번에 강의를 들으면서 비로소 알았답니다. ^^
 

친구 찾기 2004/09/10 12:27

고등학교 때 친구 녀석을 찾으려고 한 적이 있었다. 같은 학교에 다녔던 녀석.

 

그 고등학교에는 기숙사가 있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는 절대 아니었다. 그렇다면 ???!!! 이른바 명문고 만들기=서울대 많이 보내기를 위한 기숙사였다. 선발기준은 간단하다. 2학년 성적이 전교 26등안에 있어야 한다. 문과, 이과를 구분하였으니, 꼭 52명이 들어간다. 그 중 기숙사에 들어가기를 거부한 학생이 있으면, 그 다음 성적자가 들어가게 된다(처음에는 그렇다. 그러나, 도중에 누군가 기숙사를 나가면, 치맛바람의 영향으로 그 룰은 여지없이 깨진다). 

 

집이 시골이어서 도시로 유학을 온 학생들은, 기숙사가 여러모로 도움을 주었다. 자체 식당도 있었고, 침대방, 독서실 등이 완변하게 갖추어져 있는 곳인데다가 학교 안에 있으니 교통비까지 아낄 수 있으니 말이다. 시골에 사는 우리 엄마 버거운 기숙사비(대략 월 10만원)도 마다하지 않으신 것은 아마도 내가 서울대 가기를 바라신 모양이다.

 

그 녀석은 집이 나주였는데, 기숙사에 살았다. 적당히 받아들일만 하면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강제받은 걸 싫어하는 나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한테 많이 두들겨 맞았다(그 이유가 뭐가 됐던 맞아도 그냥 웃어버리는 내가 그 선생님들은 얼마나 미웠을까 ? ). 그런 내가 그 순진한 녀석 옆에 있었으니 그 녀석도 덩달아 혼난 적도 있었다. 불쌍한 녀석.

 

한 번은, 자율학습 시간에 그 녀석을 꼬드겨 기숙사로 시험 문제지 들고 갔다가 돌아와 보니, 빈자리 가방 수거를 담당한 학생 주임이 다녀간 모양이다. 가방 찾으러 갔다가, 고 3학생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말을 학생 주임으로부터 듣고 말았다.

 

"너 같은 자식은 대학 꼭 떨어져. 두고 봐"

 

그래서일까. 그 녀석은 대학에 떨어졌다. 내가 온갖 세상 고민 혼자 다 짊어지고 사는 것처럼 그렇게 정신없이 대학 1학년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대규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갔던 다른 학교에서 우연히 그 녀석을 만났다. 한끼 점심을 하고 난 후, 그 녀석과 헤어졌고 그 다음에는 그 녀석을 만나지 못했다.

 

몇년이 지나 그 녀석을 찾으려고 그 학교 동문회, 학생회 등에 수소문을 해 보았지만 그 이름이 없다는 의외의 답을 얻었다. 학교찾기로 유명한 사이트에서 같은 이름을 발견해서 메일을 보냈지만 수신도 하지 않았다. 무작정 검색어에 그 친구 이름을 넣어 보았지만, 역시 찾을 수 없었다.

 

그 녀석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그리고 대개의 사람들처럼 살고 있다면, 아이를 기르는 아빠가 되어 있을 게다.

 

내가 왜 친구하면 그 녀석이 기억나는지 그 이유를 말해보라면 할말이 별로 없다.

 

그냥... 그 녀석이 생각날 뿐이다.

 

그냥... 다시 한번 보고 싶을 뿐이다.

 

 
    

   마주보며말하기 2004/09/10
학력고사를 얼마 앞두고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판매소 직원이 고등학생이냐고 물었다. 그 순진한 녀석, 그렇다고 말해 버렸다. 그래서, 그냥 돌아와야 했다. 왜 ? 미성년자 입장불가였으니까...다음에 다시 가서 보고야 말았다...아마 그런 내가 옆에 있어서 그 녀석이 대학에 떨어졌나 보다..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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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9-1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옆지기님 글인가요?
음..광주라..
어딜까...

내가없는 이 안 2004-09-10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3 때 양철북 보러 가선 대학생이라고 속이고 들어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 옆에 한 친구가 있었죠. 물론 둘 다 전기시험 다 떨어지고... 핫핫핫.

숨은아이 2004-09-1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 넵. 광주 변두리 농촌이죠.
이안님 : 이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