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친구 녀석을 찾으려고 한 적이 있었다. 같은 학교에 다녔던 녀석.
그 고등학교에는 기숙사가 있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는 절대 아니었다. 그렇다면 ???!!! 이른바 명문고 만들기=서울대 많이 보내기를 위한 기숙사였다. 선발기준은 간단하다. 2학년 성적이 전교 26등안에 있어야 한다. 문과, 이과를 구분하였으니, 꼭 52명이 들어간다. 그 중 기숙사에 들어가기를 거부한 학생이 있으면, 그 다음 성적자가 들어가게 된다(처음에는 그렇다. 그러나, 도중에 누군가 기숙사를 나가면, 치맛바람의 영향으로 그 룰은 여지없이 깨진다).
집이 시골이어서 도시로 유학을 온 학생들은, 기숙사가 여러모로 도움을 주었다. 자체 식당도 있었고, 침대방, 독서실 등이 완변하게 갖추어져 있는 곳인데다가 학교 안에 있으니 교통비까지 아낄 수 있으니 말이다. 시골에 사는 우리 엄마 버거운 기숙사비(대략 월 10만원)도 마다하지 않으신 것은 아마도 내가 서울대 가기를 바라신 모양이다.
그 녀석은 집이 나주였는데, 기숙사에 살았다. 적당히 받아들일만 하면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강제받은 걸 싫어하는 나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한테 많이 두들겨 맞았다(그 이유가 뭐가 됐던 맞아도 그냥 웃어버리는 내가 그 선생님들은 얼마나 미웠을까 ? ). 그런 내가 그 순진한 녀석 옆에 있었으니 그 녀석도 덩달아 혼난 적도 있었다. 불쌍한 녀석.
한 번은, 자율학습 시간에 그 녀석을 꼬드겨 기숙사로 시험 문제지 들고 갔다가 돌아와 보니, 빈자리 가방 수거를 담당한 학생 주임이 다녀간 모양이다. 가방 찾으러 갔다가, 고 3학생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말을 학생 주임으로부터 듣고 말았다.
"너 같은 자식은 대학 꼭 떨어져. 두고 봐"
그래서일까. 그 녀석은 대학에 떨어졌다. 내가 온갖 세상 고민 혼자 다 짊어지고 사는 것처럼 그렇게 정신없이 대학 1학년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대규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갔던 다른 학교에서 우연히 그 녀석을 만났다. 한끼 점심을 하고 난 후, 그 녀석과 헤어졌고 그 다음에는 그 녀석을 만나지 못했다.
몇년이 지나 그 녀석을 찾으려고 그 학교 동문회, 학생회 등에 수소문을 해 보았지만 그 이름이 없다는 의외의 답을 얻었다. 학교찾기로 유명한 사이트에서 같은 이름을 발견해서 메일을 보냈지만 수신도 하지 않았다. 무작정 검색어에 그 친구 이름을 넣어 보았지만, 역시 찾을 수 없었다.
그 녀석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그리고 대개의 사람들처럼 살고 있다면, 아이를 기르는 아빠가 되어 있을 게다.
내가 왜 친구하면 그 녀석이 기억나는지 그 이유를 말해보라면 할말이 별로 없다.
그냥... 그 녀석이 생각날 뿐이다.
그냥... 다시 한번 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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