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MBC 100분토론에 서울대 모 교수의 말이 많은 관심을 끌었고, 그 다음날 그를 옹호하는 동료의 글 또한 그랬다.
동료 교수는 "어느 좋은 중, 고등학교에서 국사 공부를 했는지"라고 하면서 "역사공부를 더 하던지, 아니면 자기를 칼로 찌르라"고 했다. 아주 소신에 찬 발언이라 칭찬을 해 주어야 하나 ? 칼맞을 생각을 할 정도로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로 치는 좋은 학교인 서울대에서, 제일 머리 좋다는 학생들을 가르쳐서 그런지 몰라도, 중, 고등학교도 좋은 데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글쎄다. 내가 "좋은" 중,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난 국사를 더럽게 싫어했다.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할 틈이 없고, 그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그런 시험용 국사 교과서를 달달 외워야 하니 그게 재미가 있겠는가 ? 아무튼, 난 알아주는 좋은 고등학교를 나오지 못했고, 게다가 국사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그를 칼로 찔러야 할 일만 남았나 보다.
자본주의의 막다른 길인 제국주의적 모습을 통해,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식민지 국가를 수탈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제 시대에 철도를 만들고 한 것이라는 사실은 그들은 보지 못한 모양이다. 그리고, 70년대 기생관광을 통해서라도 돈을 벌어들여 국가 체제와 국가 권력을 유지해야 했던 박정희의 추악한 모습은 왠지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의 눈에는 그들 중 일부가 자발적으로 기생이 되었다는 점과 결과적으로 박정희 때 수치적 경제 발전은 이루어졌다는 것만 보일 것 같다.
그렇게 보면, 어떤 사실의 발견을 역사 공부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 그들 역시 사실을 제대로 보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
그런데, 그들은 눈으로 드러나는 수치(사실)만을 진실이라고 믿은 것뿐일까 ? 그것을 해석할 만한 역사 의식은 없거나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사실을 무시하는 것도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마치 사실만이 객관적인 잣대인양 목적 의식없이 함부로 역사와 현실을 재단하는 것도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마치 객관적인 것처럼 말하면서 그 뒤에는 엄청난 목적 의식을 숨기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보기에 그들이 그렇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 사실만을 강조하는 것, 그것도 자기들이 숨기고 있는 목적 의식에 의해 걸리진 사실만을. 단순히 우리 보고 그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것, 그것만을 말하고 싶었을까 ? 일제식민지근대화론 또는 그 아류의 학문적 성과를 단순히 알리고 싶었을까 ?
예를 들어, 일제시대 때 공업이 발전한 사실이 있다. 수치상으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그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그런 사실을 지적하는데 멈추려 했느냐는 말이다.
그는 그런 사실을 통해, 식민국가에 있었던 국가통제적, 강압적 경제 정책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요소가 있다는 점을 밝힌 다음, 해방 이후 국가 억압적 정치, 경제 구조 또한, 수치적으로 드러나는 경제 발전이므로, 결국 모두 긍정하자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
더 나아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치로 드러나는 경제 발전만 이루어지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과 억압 구조는 모두다 무시되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마지막으로, 그들이 속한 대학이 서울대학교라는 점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일제 시대 '경성제국대학'이었고, 식민사관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했을 지식인들을 양성했던 곳, 그리고 지금도 권력의 최상층을 형성하는 집단들이 졸업한 학교...서울대 출신으로 꽉 들어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최근 결정과 판결 내용은 단순히 볼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서울대 역시 기득권 내지는 기득권을 향한 발판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오만이라고나 할까 ? 그런 그들과 그들의 생각을 상당히 흡수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기득권을 형성해 나가는 것을 한동안 계속 지켜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