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평생 모르는 사이로 살아야 한다.
나로부터 조혈모세포를 받아갈 사람이 누군지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서로 알게 되었을 때 있게 될 부작용을 걱정해서란다(대가관계의 형성이나 2차 기증 의사 철회 등등).
글쎄다. 그렇게 하는 이유도 충분히 수긍이 가지만, 적당히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서로 알려 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어디에 사는지도 아무 것도 모른다. 그래서 연락을 하려면 협회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편지 등을 주고 받을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협회에서는 홍보물에 기증자와 수혜자의 기고글을 실을 때도 서로 알아볼 수 있을 만한 근거가 될 만한 단어는 뺀다고 한다. 특히, 수술한 시기를 알 수 있는 숫자가 그것일 게다. 비혈연 기증 수술의 경우 한달에 몇건 되지 않고, 기증자와 수혜자가 같은 날 수술을 하기에 그렇다(내 경우는 오전에 수술해서 뽑아낸 것을 곧바로 차로 운반하여 다른 병원에서 환자에게 투입되었다고 했다).
내가 아는 거라곤...
건강검진을 받을 때, 우연히 지나치다 차트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나에 관한 것도 들어 있었지만,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의 자료는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보았다. 전부 다...그런데, 전부 다는 나이와 성별 뿐이었다.
Age 18 / Sex F
많이 건강해졌다면 얼마나 예쁠 나이인가 ? 인생에서 가장 예쁠 나이인데...
내게서 받은 조혈모세포로 나와 같은 피를 만들어서 살아가고 있을 그가 부디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누구보다도 더 오래 살길 빌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