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은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 이 책을 쓴 루이스 세풀베다에 대해 글을 쓰고 싶은데, 요새 이 사람 책을 안 읽어서 가물가물합니다. 그래도 늘 기억하고 싶어, 예전에 어느 모임에 올렸던 글을 옮겨옵니다. 이 사람이 쓴 <파타고니아 특급 열차> <외면>은 사놓고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시아에서 나왔던 <세상 끝으로의 항해>는 열린책들에서 <지구 끝의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2003년에 다시 나왔는데,  두 책의 첫머리 번역이 판이해,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루이스 세풀베다Luis Sepulveda에 대해서는
제가 술자리에서 한두 번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 작가 좋아한다고 이곳에서 한 마디 하고 싶어서
집에서 사무실로 책을 가져다 놓은 게 벌써 몇 달인데,
오늘 지겨운 교정을 끝마치고 짬이 난 김에
모니터 옆에 쌓여 있는 세풀베다의 책들을 보고는
그렇잖아도 지저분한 내 자리 오늘 좀 치워 보자 하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그런데 몇 달 전엔 이 작가에 대해 뭔가 써 보자는
열정이 있었는데 역시 무슨 일이든 마음 먹었을 때 해야지
지금 뭐라도 하려니 반짝하니 떠오르는 말도 없고
쑥스럽군요. 허허...

편집인 선후배 여러분께 특별히 영양가 있는 글이 되진 않겠고,
그냥 저 혼자 게시판을 즐기는 의미에서 적습니다.

제가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Un viejo que leia novelas de amor]
이란 책을 알게 된 건 1996년이군요.
천리안의 한 얌전한 동호회(얌전하다는 건 전혀 활발하지
못하다는 이야깁니다. ^^;)에 누군가 이 책을 읽어 보라고
추천하는 글을 짤막하게 올렸습니다.

제목이 마음에 든 저는 이 책을 사러 장백(고대 정대 후문의
장백은 드디어 완전히 망하게 된 모양입니다. 올해 다시 조합운동을
추진했는데, 학생인 후배들의 몸부림은 그저 몸부림으로 남고...)
에 갔습니다. 책꽂이 한 구석에 간신히 한 권 꽂혀 있더군요.

세풀베다가 1989년에 쓰고 예하에서 1993년에 낸 그 책은
제가 그 후에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려고
교보에서 한번 더 샀을 때도 초판이었습니다.
제가 제목만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다른 내용이었지요.

남아메리카와 아마존의 슬픈 생명력이 넘치는 책,
보잘것없으되 오만하고 포악한 인간에 대한 회의를
아주 인상 깊게 가르쳐 준 책입니다.
소설에서 '노인'은 연애소설(우리가 흔히 로맨스소설이라고 하는
겁니다)을 읽는 게 유일한 낙인데, 그건 그 소설들이
"때때로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줄 정도의 아름다운 말로
사랑을 이야기"하기 때문이지요.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을 읽고 세풀베다에 반해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혹 번역되어 나온 게 없을까
찾다가 시아출판에서 95년에
[세상 끝으로의 항해]가 나온 것을 찾았어요.
원제 Mundo del fin del Mundo를 직역하자면
'세상 끝의 세상', '지구 끝의 세계'쯤 된다는군요.
역시 1989년 작품입니다.

칠레라는 나라, 솔직히 초등학교 시절 "세계에서 권투를 제일 잘하는 나라"
"칠레" 따위 우스갯소리로만 알았던 나라, 이 나라에서 남미 혁명운동에
참여했고, 그 덕분에 망명한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는
그 긴 나라 남쪽에 남극 바다가 있다는 걸 가르쳐 주었어요. 

번역과 책 장정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힘 있는 소설을 쓰는 세풀베다의 면모를 한편으로
잘 보여주어 기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마 절판되었을 겁니다.
작가 이름은 '세뿔베다'로 표기했더군요.

그리고 작년에 바다출판사에서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1996)가 나왔습니다.
환경동화, 혹은 철학동화로 소개되었는데...
'행동하는 지성'이라는 그다운 동화이지만
사실 좀 손을 편하게 놀린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 책도 작가 이름을 '세뿔베다'로 표기했습니다.

저는 세풀베다의 책이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데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던 차라, 바다는 장사를 잘하는 출판사로 알고 있기에
이 [갈매기...]는 어떻게 좀 널리 알려질까 싶었는데
그렇게 크게 성공한 것 같진 않아요.

그리고 올해 열린책들에서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
[귀향] [감상적 킬러의 고백]이 한꺼번에 나오더군요.
아, 이제야 세풀베다의 책이 한국에서 제대로 출판사를 찾았는가...
뭐, 열린책들에서 국내에서 최초로 소개되는 작가라고
잘못 알리는 바람에(열린책들의 담당자가 일부러 그랬을지는 모르겠어요.
정말 그 사람 본인도 몰랐던 건 아닐까?
하지만 예하에서도 시아출판, 바다에서도 모두 정식 계약해 출간했던 건데)
또 국내 유수한 일간지 출판 담당 기자들이
열린책들의 말 그대로 기사를 써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지만,
전 사실 그 논란을 보면서
세풀베다를 아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있었구나 싶어
오히려 반가웠답니다.

열린책들의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은 사 보지 않아서
예하의 책과 번역을 비교해 보진 못했어요.

1994년 작품 [귀향]은 원제가 '투우사의 이름Nombre de Torero'라는군요.
책 읽는 과정은 좋았지만 남미 혁명사에 제가 얼마나 무식한가
실감했어요. 그렇다고 혁명사를 알아야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오히려 독일과 칠레의 오늘을,
마치 고슴도치가 새끼를 안듯 아프게 포용하는 소설입니다.

무엇보다 한 사람에게 자기 자신의 순수를 걸고
집착하면서도 정작 그 사람 옆에 있지는 않으려고 도피하던
인간의 약함이... 그리고 그 약함을 극복해 보려고
한 걸음 내딛는 가냘픈 용기가... 
아, 이 사람은 인생을 알겠지요.

[감상적 킬러의 고백]은 좀 낯설었어요.
(원제는 '감상적인 킬러의 일기'라네요. 1996년 작품.)
'흑색소설'이란 게... 뭔진 잘 몰라도 암튼 그 어법을 채택했다나
뭐라나... 이 책에선 이 표제작보다 뒤에 실린 [악어](1997)가
제겐 더 좋았어요. 원제는 '야카레'라고...본문에 나오는 악어 종류의 이름이에요.

'당신 역시 부르주아를 죽도록 증오하는 또 하나의 부르주아일 뿐'이라는 콘트레라스의 말.
모처럼 아프게 찔러 주는 글귀였습니다.

여기까지예요. 그런데 역시 첫정이 무서운지,
세풀베다의 작품으로는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이 최고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네요.

하나 빼먹었는데, [귀향]의 말미 부분에 기막힌 글귀가 하나 있네요.

"우리는 삶 앞에서 왜 죽음의 황금빛 섬광만 바라보았는지."

귀향의 주인공, 후안 벨몬테가 새로이 출발하는,
아니 도리어 자기 본연의 사랑에게 돌아가는 발걸음에 담은 생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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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茶母], 장성백, 길 2004/08/11 15:25

1. 드라마 [다모]

 

내가 처음으로 이 드라마 괜찮다 싶다 말한 게 [다모]였다. 또 처음으로 관련되는 카페에 가입했으며, 또 처음으로 OST에다가 DVD를 샀으며, 또 처음으로 만화(방학기, 드라마와는 많이 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까지 샀다. 또 처음으로 같은 드라마를 세번 보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책을 읽기 시작했으며, 처음으로 손에 잡은 책이 [장길산]이다.

 

14부로 짧게 만들어진 것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간혹 들 정도로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솔직히 그리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연기를 잘하는 조연 배우들은 빼고, 주연 배우들 중에서는 하지원이 제일 나은 듯 싶다).

 

[다모]는 매회마다 한장면 한장면,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하는 수많은 글들을 매일 쏟아낼 만큼, 매우 흥미로운 드라마였다. 나는 그 글들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졌었다.

 

제목은 [다모](조선여형사)인데, 내용에는 [다모]는 없는 드라마였다(방학기의 만화는 다모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그려져 있다). 그 내용을 그저 세남녀간의 사랑 다툼 정도로만 본다면, 그저 그런 멜로 드라마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볼 수 있겠다.

 

 

2. 장성백

 

 

작가(감독이었을 지도)는 특히, 장성백이라는 인물에 대해 심혈을 기울이려 한 흔적은 엿보인다. 작가가 체게바라와 장길산을 한데 섞은 인물이 장성백이라 말한 적이 있었고, 무삭제 DVD판을 내놓을 때도 역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장성백에 대한 관심에 비해서 드라마 속의 장성백은 체게바라도 장길산도 아니었다. 엉성하기 그지 없는, 머리 속에 든 것은 별로 없는, 그렇다고 머리 속에 뭘 집어 넣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별로 없는, 그저 그런 화적패 두령(그러나, 말은 좀 멋있게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 나마 장성백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은, 작가가 둘에 관한 책을 읽었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을 갖게는 했으나 체게바라의 무엇을, 장길산의 무엇을 그가 가지고 있었는지가 의문스럽다. 

 

그럼에도 장성백에게 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그가 꿈꾸는 세상은 아름답지 않는가 ?

 

 

3. 길

 

 

조세옥(좌포청 포도대장)이 벼랑끝에 몰린 장성백에게 “네놈의 길은 길이 아닌 길을 걸어온 게다”하자 장성백이 “길이라는 것이 어찌 처음부터 있단 말이오, 한사람이 다니고 두사람이 다니고 많은 사람이 다니면 그 것이 길이 되는 법, 이 썩은 세상에 나 또한 새로운 길을 내고자 달려왔을 뿐이오”라고 말한다. 

 

아무튼, 그는 패배자로 죽었고, 그의 머리는 저잣거리에 반역죄 괴수로 효수되었을 것이나, 그를 죽인 승리자는 그 후로도 계속, 그리고 지금도 어쩌면 앞으로도 그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또 다른 장성백을 죽이고 승리자가 되었으며, 될 지도 모른다.

 

장성백이 간 길...그리고 또 다른 장성백이 가야 할 길....

 

그리고,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뭘까 ?


   마주보며말하기 2004/08/11
장성백의 말의 원전은 루쉰의 소설 [고향]이라고 합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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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8-1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구나... 그 말 기가 막히게 멋있어서, 어딘가에서 얻어왔을 거라는 생각은 했죠.
한때는 만화책을 보면서, 소설책을 보면서 좋은 글들을 베껴두기도 했는데, 아마 그 작가도 그러다 써먹었나봐요 ^^

숨은아이 2004-08-12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장성백은 정말 말만 멋있게 하는 두령이었죠. ^^
 
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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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978년 작, 아니면 1982년 작. <빵굽는 타자기>에 이 책을 썼을 때의 정황과 이 책의 출판 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처음 쓰고 나서 4년 만에야 출판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1978년에 쓴 것을 1982년에 출간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열린책들에서 나온 이 책 <스퀴즈 플레이(Squeeze Play)>는 그 초판본을 가지고 만든 게 아니고, 1997년 <빵굽는 타자기(원제 hand to Mouth)> 속에 묶여 재출간된 것을 번역한 것입니다.

<빵굽는 타자기>  독후감에도 썼듯이, 그 책을 읽고는 이 사람의 소설이 땡겨서 이 사람의 책을 사 모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빵굽는 타자기>를 읽은 지 거의 1년이 지나서야 이 책을 읽었네요. 폴 오스터의 많은 작품 중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이것이 그가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작가가 땡긴다 싶으면, 그 사람의 작품들을 되도록 발표 순서(아니면 집필 순서)에 따라 읽습니다. 그 사람이 작가로서 성장한 과정을 따라가고 싶어서예요.

<빵굽는 타자기>를 읽을 때도 재치 있는 문체에 탄복했는데, <스퀴즈 플레이>, 이 책은 재기가 넘쳐 농담으로 가득한 듯합니다. 탐정소설로서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읽은 추리소설이나 탐정소설의 폭이 좁아, 비교 대상이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느낌만을 말하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작년에 케이블TV에서 스포츠 도박에 관한 영화 <Big Shot>(2002)을 봤기 때문에 그다지 충격적이진 않았지만요. 하지만 이 소설은 1980년대 초반에 발표됐으니까, 2002년의 영화를 미리 신경 쓸 수 없었겠지요.

그런데 그 재기 발랄함보다, <빵굽는 타자기>에서 엿볼 수 있었던 그의 20대, 그의 20대가 낳았으리라 짐작되는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더 은근하게 파고듭니다. 그리고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인 탐정과 전처 사이의 일, 아버지에 대한 브라이언 콘티니의 애증과 슬픔을 보면, 이 소설의 집필과 출간 사이에 작가에게 일어났던 일-힘겨운 생활고, 이혼, 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이 떠오릅니다. 소설 속 탐정에게 이토록 감정 이입이 되는 탐정소설이 또 있나요.

이를테면, 사회에서 남과 상대하다 보면, 나 자신을 위해 남을 압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나 자신은 어떤 기분일까요.

"한 사람의 목숨이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대화가 피냐토에게 나쁜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나 자신이 싫어졌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밀고 나갔다."-88쪽  

"내 인생이 실로 난장판이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비로소 내 인생을 바꿀 수 있기라도 한 듯이, 어떤 면에서는 나 스스로 결혼 생활을 파괴하려고 남몰래 애쓰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나 자신을 가엾게 여기고 싶었고, 결국은 멋지게 소원을 이룬 셈이다."-93쪽

"내 인생에 넌더리가 났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 나 자신에게 한 모든 일에 넌더리가 났다. 나는 파괴자가 되었고, 내가 누군지도 더 이상 알 수가 없었다."-175쪽

그리고 폴 오스터는 영상으로 구현될 수도 있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나중에 그가 영화 작업에 뛰어든 것도 이런 능력 때문이 아닐까요. 소설을 읽다 보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르는 문단이 있어요. 하나를 들어보죠.

"내가 지나갈 때는 투수가 막 공을 던진 참이었고, 그 공을 치려고 타자가 방망이를 뒤로 빼고 있었지만,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보기도 전에 그곳을 지나쳐 버렸다. 학교의 벽돌담이 내 시야를 가로막았다. 그것은 시간 속에 얼어붙은 한순간이었고, 공중에 떠 있는 하얀 공의 형상은 영원한 기대의 환상처럼 내 마음속에 남았다."-85쪽

이 사람의 소설을 계속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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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08-08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글 올리고 오타 고치기도 전에 벌써 보시다니... (전에는 오타가 거의 없었는데 2, 3년 전부터는 영... --;) <폐허의 도시>, 제가 사논 책 중에 있군요. 기억할게요. 고맙습니다. ^^

내가없는 이 안 2004-08-1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빵굽는 타자기 리뷰를 보고 얼른 폴 오스터 작품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며칠 지나 이렇게 또 그의 작품을 올리시니 참... 그의 작품을 하나쯤 읽고 코멘트를 달고 싶었는데 아직 시간이 여의치 않으니 미리 코멘트 답니다. 강력추천이란 게 있음 제가 클릭할 텐데요... ^^

숨은아이 2004-08-1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의 "강력추천"이란 말씀에 힘이 불끈 솟는데요. ^^
 

노조 탄압 수단...가압류..... 2004/08/02 18:22

노조가 파업을 하고 나면 회사는 고소나 고발, 가압류, 손해배상, 해고 등등을 해댄다. 그 이유는 노조가 법을 위반하거나 불법 파업을 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헌법은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하위법에서 노동3권을 철저히 가로막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법과 제도가 이런 상황을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감히 나는 말하고 싶다.

 

게다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논리가 대법원의 입장(설마 ? 정....말....이다. 대법원 2003.7.8. 2002도7225 사건의 판결문을 보시라..대법원 판사가 경총 회장인 것같다는 느낌을 난 지울 수가 없었다)이다 보니, 파업에 대한 책임은 엄하기 그지 없다.

 

가압류가 어떻게 악용되는지 예를 들어 보자.

 

1. 발전노조 사건

 

발전노조가 2002년도에 파업한 적이 있다. 그에 대해 사용자(발전회사는 모두 5개)는 400억원이 넘는 손해가 있다면서 가압류를 신청했고, 판사는 그냥 인정해 주었다. 참, 그 판사 대단하다. 더하기 빼기만 잘 해도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을까 ? 손해가 무엇인가 ? 잃은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은 것도 손해라고 하는가 ? 일 안해서 팔아 먹을 것을 못만들었다면 그것이 잃은 것의 대표적인 예일 테고, 대신 일 한해서 임금 안 주게 되었다면 그것이 얻는 것의 대표적인 예일 텐데, 더하기 빼기 해서 뒤의 것이 더 크다면, 가압류 신청은 어찌 해야 돼 ? 기각해야 되지....근데, 그걸 안해 보고 무조건 결정문 날리는 거야...........조합비, 조합원들 임금, 심지어는 보증인의 재산까지 가압류 해대면 이후 조합활동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 ? 그렇기에 가압류 결정은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발전노조의 경우 어떻게 됐을까~~~~~요 ? 3개 회사가 손해배상 청구(본안소송)을 했는데, 2개는 기각(즉, 손해가 없다), 나머지 하나는 회사가 소송을 취하(즉, 소송 절차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법원에 표시하는 것)하겠다고 한 것이 최근까지 있었던 소송 결과......

 

근데, 재미있는 것은, 소송 제기해놓고 나중에 가서 취하하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을 했다가는 큰일 당한다네...소송에 응한 상대방(피고)도 소송에서 이기려고 할 것인데, 이쪽에서 맘대로 하다 말다 하면 저쪽은 열받겠지...하여, 상대방이 준비기일에 출석하거나 준비서면 등을 제출해 버리면, 소송 취하도 함부로 못한다네..그래야 공평하니까...상대방의 동의가 있어야만 취하도 가능하단 말이지...

 

발전노조가 피고가 되었고 발전회사 중 1개가 취하한다고 했는데, 발전노조가 동의를 안해버렸으니, 회사는 꼼짝없이 결론(주문)이 기각인 판결문을 받아봐야 할 테지...샘통이다...

 

2. 인천지하철노조 사건

 

2003년에 파업을 했던 인천지하철의 경우 또한 예를 들면, 회사가 1억 2천만원의 손해를 봤다고 소송을 시작했는데, 결국 인정된 것은 3000만원 정도...다른 때는 야근이다 특근이다 해도 야근수당 정도만 주더니, 파업할 때는 파업 참여 안한 사람들한테 1인당 10만원씩인가를 더 챙겨주었다나 뭐라나...그리고, 그걸 손해라고 해서 청구한 거야....

 

물론, 여기서도 더하기 빼기는 전혀 못하더군....배울만큼 배웠다는 사람(누구게 ?)이 소송을 시작하면서 왜 더하기 빼기는 못할까 ? 헐~

 

가압류 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한 넘은 누구냐 하면 말이지...학실히.....강간 산업.....그렇게 나로서는 잘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해대던 넘이 정권 잡았을 때부터다...그 후로 통계 자료를 보니 해마다 가압류 금액은 늘어나지만, 들여다 보면 10%대 내지는 20%대 정도나 제대로 인정되는 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조가 가압류, 손해배상 청구 등이 정부와 사용자가 짜고 치는 신종 노조 탄압 도구라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지 않나 ?

 

가압류는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후 가압류가 풀리더라도 그 동안에 재정적 압박으로 채무자가 나가 자빠질 가능성도 있다. 조합비는 100% 다 가압류되고, 월급도 반이 가압류 되어 버린 상태에서 제대로 활동이 가능할까 ? 그렇다면 사용자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해진다. 단순히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노조가 없어지지 않는 한 천천히 받을 수도 있다(예를 들어 위 인천지하철 사건에서 3000만원의 손해가 맞다면, 월 100만원씩 3년에 걸쳐 노조로부터 받으면 되지 않을까 ? 근데, 왜 뭐가 급하다고 곧바로 해고자의 퇴직금까지 가압류를 해대냐 말이지..노조가 없어지길 바라는 건가 ? 아니라면 노조는 계속 있을 텐데, 그러면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야...) 그리고, "아 ! 앞으로 파업하면 이렇게 험한 꼴 당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조합원 개개인들이 가지게 될 것이고, 보증은 일가 친척이 서주는 경우가 많으니 가족까지 나서서 말릴 수밖에 없으니,

 

가압류 하나로 이렇게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 제도인가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 젤 위에서 다 말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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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 웬만하면 하지 마.... 2004/07/24 00:51

웬만하면(가능하면)  결혼하지 마라...

 

사귀는 사람이 있어서 결혼이라는 것을 고민하면서 결혼에 대해 내게 묻을 때, 그에게 나는 그렇게 말해준다.

 

그에게 내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비교적 단순하다.

 

먼저, 위에서 말하는 그는 성별로 보면 여성임을 미리 밝힌다. 왜 여성에게 그런 말을 하게 되는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비교적 단순하다고 한 이유는, 대한민국에 사는 수컷인간(남성)에 의해 여성은 모든 것들에 있어 종속적인 위치에 있게 되는데, 결혼이라는 또 하나의 굴레를 더 뒤짚어 쓰려 하느냐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대한민국의 수컷인간들이 들으면 섭할 지 모르니, 굳이 덧붙이자면 전세계 수컷인간들도 다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수컷인간들은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 무감각하며, 여성들의 차별에 대한 항의에 대해 귀기울이지도 않을 뿐더러 열심히 설명을 해도 이해하지도 못한다.

 

나는 그 대부분의 수컷인간의 범주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낫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실제 대화를 하거나 생활 속에서 과연 내가 그 어느 정도마저 벗어낫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스스로더 의문을 가질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예전에 나는 집안 일을 하면서 무의식 중에 그거는 내가 "해줄께"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 때 우리 각시는 "줄께"라는 말에 대해 지적하기 시작했다.

 

집안 일은 남성이던 여성이던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집안 일은 여성들의 몫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가정, 사회 등으로부터 배워왔고 그 결과 남성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당연한 생각이 말로 표현되는데, 바로 "해준다" 또는 "준다"라는 말이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해준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가 ?

 

뒤통수를 세게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분명 난 그런 느낌을 받았다(남성들이 만약 지금 여자친구 또는 각시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정말 결혼을 진짜 해야 하나 ?  결혼 ? 특히 이성간의 결혼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에서 이성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이성과 결혼을 시켜야할까 ? 결혼을 하게 됨으로서 자기 생활을 송두리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할까 ? 만약 당신이 그런 처지에 있음에도 당신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난 결혼생활도 하나의 삶의 방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스스로 생각하는 삶의 방식이 있고, 그 삶의 방식에 결혼이 끼여들 여지가 없는 사람이라면 결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그리고 그런 사회를 온전한 사회의 모습으로 여기는 대부분의 남성들 중 어느 하나를 골라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내 결론은 당연하게도 "여성들이여, 웬만하면 결혼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너무 좋아서 같이 살고 싶은데, 그래서 결혼한 나에게 도움말을 부탁했는데 그런 말을 하는 나도 그리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웬만하면 하지 말라는 말은 곧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보라는 말이기도 하고, 그것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좋은 감정으로 무엇인가를 대할 때는 그 무엇의 좋고나쁨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마음의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냉정하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정말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하라고...

 

그런 뜻이라면 좀 좋게 말하지, 그렇게 말하면 아무튼 기분이 안좋잖아요..그런가 ?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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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07-25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치만 시누이 앞에서까지 그런 말을 하면 내가 곤란해진단 말야. T_T

숨은아이 2004-07-25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내가없는 이 안 2004-08-0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늘 제가 말하는 대사인데 님 집에선 옆지기님이 하시는군요. 오호~ 전 딸이 크면 조금씩 대놓고는 아니지만, 슬며시 말해주고픈 생각입니다. ^^

숨은아이 2004-08-01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에 따르는 의례적인 관습들... 특히 결혼식은 정말 부모님을 위한 형식이란 생각을 많이 했지요. 자연스레 가족으로서 가까워지고 서로를 위해 뭔가 하고픈 마음이 우러나는 관계가 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결혼했다 하면 으레 부과되는 의무들... 하지만 이안이가 컸을 땐 결혼이 좀더 행복한 시대가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