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증 등록 이유 ?
99년이었댄다. 기증 등록을 한 것은 기억나지만, 시간이 흐르니 정확한 때를 잊고 살다가, 실제 기증 의사를 묻는 전화를 받고 나서야 언제인지를 다시 알게 되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 성덕바우만의 얘기를 티비에서 본 후인 것 같다. 세상에, 남에게 도움되는 일이라곤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몸으로 때울 수 있는 일이니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각시랑 같이 갔다가, 각시는 건강에 대한 문진에서 부적합하다고 해서, 나만 등록했다. 등록 절차 ? 가서 종이 한장에 뭐 적고, 피 한대롱 뽑았다. 끝.
암튼, 등록은 그렇게 했다.
2. 넘 신기하지 않아 ?
지난 해 5월초쯤 손전화로 연락이 왔다. 첨에는 뭐 보험이나 물건 파는 전화인 줄 알았을까, 아님 등록 사실을 잊고 있어서 첨 듣는 단어라고 생각해서일까 암튼, 잘 알아듣지 못하다가 전화건 쪽에서 다시 한번 말해주고서야 제대로 알아들었다.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세상에나, 나랑 유전자인지 뭔지 잘 몰라도 형제라도 잘 안맞는다는 게 일치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정확히 말해 조직적합성항원(HLA)형이 일치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난 자세한 건 모른다. 비혈연자 시이에서는 비혈연자간에 HLA형이 일치할 확률은 수천~ 수만명 중에서 겨우 1명 정도가 일치한다고 한다. 확률이기에 기증자 많으면 많을수록 확률은 높아질테지)
3. 반복되는 질문 ?
첫 전화에서 코디(환자와 기증자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해 주는 사람이다)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증 의사는 있으시죠 ?"
"넵"
"사실은요, 실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기증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주위의 반대도 있구요. 만약, 기증하겠다고 해서 수술 준비를 다 마친 다음에 기증 의사를 철회하면, 그 환자는 죽거든요. 그러니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해요"
"넵"
그 질문은, 첫 전화 후 며칠 지난 다음 우리 사무실에 최종 일치 여부를 위한 검사용으로 피를 한대롱 또 뽑으로 올 때도 반복되었다.
그리고, 한달을 기다렸다. 그 최종 일치 여부를 판가름할 검사는 대만에서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단다.
처음, 기증 등록을 할 때 보건복지부 예산(검사비용)이 부족해서, 아무리 기증자가 많아도 다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들었다.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 지금도 그렇다면, 이 나라에서 사는 것 더 싫어진다. 무기 만들고 사는데 드는 돈 좀 팍 줄이고, 놀고 먹는 국해의원 몇 잘라버리고 이런 데다 좀 써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