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골수) 기증 수술 경험담 - 등록과 검사 2004/09/13 16:18

1. 기증 등록 이유 ?

 

99년이었댄다. 기증 등록을 한 것은 기억나지만, 시간이 흐르니 정확한 때를 잊고 살다가, 실제 기증 의사를 묻는 전화를 받고 나서야 언제인지를 다시 알게 되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 성덕바우만의 얘기를 티비에서 본 후인 것 같다. 세상에, 남에게 도움되는 일이라곤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몸으로 때울 수 있는 일이니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각시랑 같이 갔다가, 각시는 건강에 대한 문진에서 부적합하다고 해서, 나만 등록했다. 등록 절차 ? 가서 종이 한장에 뭐 적고, 피 한대롱 뽑았다. 끝.

 

암튼, 등록은 그렇게 했다.

 

2. 넘 신기하지 않아 ?

 

지난 해 5월초쯤 손전화로 연락이 왔다. 첨에는 뭐 보험이나 물건 파는 전화인 줄 알았을까, 아님 등록 사실을 잊고 있어서 첨 듣는 단어라고 생각해서일까 암튼, 잘 알아듣지 못하다가 전화건 쪽에서 다시 한번 말해주고서야 제대로 알아들었다.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세상에나, 나랑 유전자인지 뭔지 잘 몰라도 형제라도 잘 안맞는다는 게 일치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정확히 말해 조직적합성항원(HLA)형이 일치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난 자세한 건 모른다. 비혈연자 시이에서는 비혈연자간에 HLA형이 일치할 확률은 수천~ 수만명 중에서 겨우 1명 정도가 일치한다고 한다. 확률이기에 기증자 많으면 많을수록 확률은 높아질테지)

 

3. 반복되는 질문 ?

 

첫 전화에서 코디(환자와 기증자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해 주는 사람이다)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증 의사는 있으시죠 ?"

 

"넵"

 

"사실은요, 실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기증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주위의 반대도 있구요. 만약, 기증하겠다고 해서 수술 준비를 다 마친 다음에 기증 의사를 철회하면, 그 환자는 죽거든요. 그러니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해요"

 

"넵"

 

그 질문은, 첫 전화 후 며칠 지난 다음 우리 사무실에 최종 일치 여부를 위한 검사용으로 피를 한대롱 또 뽑으로 올 때도 반복되었다.

 

그리고, 한달을 기다렸다. 그 최종 일치 여부를 판가름할 검사는 대만에서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단다.

 

처음, 기증 등록을 할 때 보건복지부 예산(검사비용)이 부족해서, 아무리 기증자가 많아도 다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들었다.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 지금도 그렇다면, 이 나라에서 사는 것 더 싫어진다. 무기 만들고 사는데 드는 돈 좀 팍 줄이고, 놀고 먹는 국해의원 몇 잘라버리고 이런 데다 좀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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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09-1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아무리 기증자가 많아도 다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들었다"고 한 말은 부정확하다. 자세히 이야기하면,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고 싶은 사람은 먼저 A4 한 장 정도 되는 질문지의 여러 가지 문항에 답을 해야 하는데, "예"로 답한 경우가 단 하나만 있어도 아예 기증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다. 기증을 신청한 사람의 피를 한 대롱 뽑아 여러 가지 검사와 분석을 해놔야 하는데, 한 사람의 혈액을 조사하는 비용이 30만원이라고 한다. 질문지의 문항에 "예"로 답한 경우가 있더라도 꼭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있어 기증을 할 수 없는 사람의 피를 조사하느라 공연히 예산을 낭비하게 될까 봐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예산이 넉넉하다면 기증 의사가 있는 사람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아영엄마 2004-09-1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기 힘든 일인데... (각시가 님이시죠? ) 존경스러움을 품고 갑니다..전 아직 헌혈 한 번 못해본 사람이라...^^;;;

내가없는 이 안 2004-09-1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수술을 앞두고 마음을 바꾸는 사람도 적잖은 모양이네요. 각자가 다른 이유에서겠지만 일단 마음은 있어도 실행까지는 용기가 절실한 일일 테니 말이죠. 아무튼 용기있는 분이시다.

조선인 2004-09-1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기쁜 일이네요.
저도 95년인가 신청을 해두긴 했지만, 아직까지 연락온 적이 없어요.
혹시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연락이 안 닿은 건 아닌가 싶어
얼마전에 헌혈할 때 여쭈어봤더니,
평생 가도 연락 안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만큼 희귀한 인연을 만났으니, 분명 숨은아이님 옆지기에게도 복일 겁니다. ^^

urblue 2004-09-15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훌륭한 일 하시네요. 그 용기 부럽습니다. (저도 헌혈 한 번 해 본적 없다는...)

숨은아이 2004-09-1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데, 하는 생각에 흔쾌히 동의하긴 했지만, 이 사람이 수술 후 한동안 오래 앉거나 누워 있으면 엉치가 뻐근하다고 하니까(걸을 때가 가장 편하대요) 조금 걱정되긴 하데요. 하지만 한 달 후쯤에는 말짱해졌어요!
이안님 : 기증하기로 정해지면, 기증받을 환자의 몸에서 피를 다 빼낸대요. 새로운 조혈모세포가 들어가서 혈액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말이죠. 환자의 몸에서 피를 다 빼놨는데, 그때가서 기증 안 하겠다고 하면 이 환자는 꼼짝없이 죽게 된대요.
조선인님 : 네, 그때 한동안 가슴 두근거리며 지냈답니다. 저도 덩달아~
유아블루님 : 저도 헌혈 딱 한 번 해봤을 뿐이에요. 요새는 저혈압이라 헌혈을 받아주지도 않는답니다. ^^

chika 2004-09-1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때부터 빈혈끼가 있다는 핑계로 헌혈한번 안해봤습니다... 그리고 골수기증...피뽑을때 그 끔찍한 아픔을 들은다음엔 겁나서 못합니다.... 이건 정말 건강한 아무나 할 수 있는일이면서도 진정한 사랑이 있는 사람만이 실행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을 합니다. 와~ 정말 훌륭하네요!

숨은아이 2004-09-1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 피 뽑을 땐 별로 안 아파요. 처음 따끔할 뿐. 수술 전에 맞는 항생제 주사가 아프지요.

물만두 2004-09-15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고 싶은데 할 수 없어 무지 속상했어요...

숨은아이 2004-09-1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 저도요...

숨은아이 2004-09-1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쫌 부실하군요,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