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부터 부정적인 말을 쓰려니까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게 되는데 (저 고양이 얼굴에 인상이라니) 나는 '심부름'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심부름'의 사전적 의미는 '남이 시키는 일을 하여 주는 일'이지만, 대체로 이 단어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하여 주는'보다는 '시키는'에 방점이 찍히게 마련이다. 내 경우는 누가 굳이 시킨 게 아니면 딱히 하고 싶진 않은 일들이 심부름의 대상이었으므로 좋은 느낌이 들기가 어렵다. '심부름'의 항목이란 게 대체로 시키는 이가 하기 귀찮은 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귀찮은' 이게 중요하다. 귀찮은데 안 할 수 없는 일. 누구한테 '시키고' 싶은 일. 적어도 내 기준으로 '심부름'에는 상하관계가 내재돼 있다.

*

어제의 술자리는 회사 밖에서 어떤 상을 받으신 모 이사님의 한턱 자리였다. 열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축하의 말을 전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고 웃고 떠들고 심각하고 하느라 다들 바빴다. 자리도 무르익고 시간도 늦고 해, 슬슬 일어나려는 찰나에 게스트가 왔다. 지금은 퇴사한 OB 선배로, 우리 회사를 워낙 오래 다녔던데다가  지금도 한번씩 우리 회사 일을 외주로 해서 우리와 얽힌 것도 많고, 모임의 주인공 이사님과 친분도 상당하니 그 자리에 초대된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간단히 한잔 하고 가려던 것이 2차까지 이어졌다. 어쩌다 보니 내가 그 선배 옆에 앉았고 선배는 가운데 자리를 차지한 셈이 되었다. 나는 전에 그 선배에게 간단히 인사를 드린 적이 있지만 제대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고, 어제의 자리에는 입사한 지 3개월 된 직원이 둘 있었으므로, 그 둘도 선배에게 인사를 했다. 가만 보니 선배는 둘에게 인사를 받고는 슬쩍 말은 놓았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초면에 반말, 제일 싫어요!) 자리 주인 다음의 연배로서 다른 이사님들께 "(성도 빼고) 누구 씨" 하며 반말을 하는 판이니 초면까지 따질 순 없었던 걸까?   

이런 분들의 특징답게 선배는 목소리도 팔 동작도 컸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 아는 사람이 많아서 그랬겠지만 꼭 이 회사에 함께 다니고 있는 분이 오신 것 같았다. 좌우를 넘나들며 대화하시는 것까진 좋은데, 바로 옆의 나는 귀도 아프고 팔에 맞을까봐 무섭기도 하고 그랬다. 대화의 내용은 대체로 현재 이사님들(선배에겐 "누구 씨") 무시하기,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모르고 이사님들과 그 선배만 기억하는 옛날의 사건사고, 그리고 새로 온 사람들한테 함부로 말하기였다. 나는 점점 불편했고 인상은 더 구겨졌다. (이 예쁜 얼굴이!!!)

그런데 가만 보니까 이 선배가 나한테는 반말을 안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거의 말을 안 시킨 것이지만 여하간 그랬다. 거의 모든 것이 드러나는 내 표정 때문이겠지, 생각하고 있는데 그 선배가 불쑥 물었다. "저기... 몇 살이에요?" (올것이 왔구나.) 몇 살이라고 얘기했더니 단박에 돌아오는 대답은 "응, 내 조카 또래네." (역시) 체했을 때처럼 속이 불편했다. 이미 술맛은 떨어진 지 오래. 내가 별 말 없이 계속 인상을 구기는 데 열중하자 선배는 다시 몸을 돌려 다른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던 선배가 맞은 편에 앉아 있던, 3개월 전 입사와 동시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배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담배심부름을. 그때 나는 갑자기 알게 되었다. 그 선배는 여자고, 나도 여자고, 맞은 편의 후배는 남자라는 사실이 현재 구도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걸. 머릿속이 수세미가 됐다. 뭐야, 성이 다른 후배에게 더 함부로 하는 것은 그 옛날옛날에 살았다는 마초들의 근성 아닌가?

심부름을 '받은' 후배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지나갔겠지)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옆에서 누가 웃으면서 "후배 씨는 담배 연기 질색인데? 가기 싫을 거예요"라고 말했으나 선배가 눈을 부릅뜨는데 할 말이 없었다. 담뱃값 달란 거냐, 이제 돈 버니까 그 돈으로 사와라, 라는 말에(제발제발 농담이겠지) 예예, 하면서 후배가 일어나는데 나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한참 뒤 돌아온 후배는 난감한 얼굴로 나를 보면서 "선배 근데 나 지금 정말 돈 없는데." 한다. (제 표정은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대로예요.) 내가 눈을 꼭 감자, 당황한 후배가 얼른 덧붙인다."돈 주시면 제가 사올게요." 그래서 내가 일어났다. "나도 담배 사야 하니까 내가 사올게." 나중에 생각해보니 대꾸가 그리 기지 넘치진 않았지만 난 적어도 '심부름'을 하고 싶진 않았다. 일이 이렇게 진행되는 동안 표정이 불편한 사람은 모두 세 명이었다.  나, 그리고 '입사 3개월' 두 사람. 젠장.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선배에 대한 존경과 배려와 후배에 대한 애정과 공감으로, 술꾼 대 술꾼으로 그렇게 만나서들 놀 순 도저히 없는걸까? 그런 세상은 언제 올까? 남자가 많은 회사에서 고군분투했을 젋은 시절의 그 선배가 있었기에 오늘 내 자리가 있을 테니 선배로서 대우하지 않겠다는 게 아닌데.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선배로선 그렇게 "쎄게" 나갈 수밖에 없었으려니 생각하니 한편 안쓰럽기도 하고,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난 허탈함에 그런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배는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가부장적인 태도라는 게 남녀 모두 조심해야 한다는 걸 환기하자니 이토록 험한 세상에서 정신 놓지 않고 여태 살아온 내가 새삼 기특하다. (긴 긴 긴 글의 끝은 언제나 그렇듯 엉뚱한 결론.)

 

 

 

 심부름 말 (김수정 글 백보현 그림, 상출판사)

심부름을 갈 때마다 자길 태워주는 말을 가진 소년의 환상적인 심부름 이야기. 물론 이 경우의 심부름은 "미션"이지만. 말의 비례가 좀 불안한 컷이 몇 컷 있지만 그 상상의 내용은 매우 따뜻한 그림책. 이토록 험한 세상, 내게도 이런 말 한 마리 있었으면 좋겠구나. (글 길게 써놓고 창피하니까 괜히 책 얘기)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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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7-12-0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냐옹~

네꼬 2007-12-07 13:00   좋아요 0 | URL
야옹야용, TurnLeft님 오래간만이에요. (살랑살랑)

Mephistopheles 2007-12-0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방 늙은이로 전락하기 싫은 마지막 안간힘이라고 봐주면 장땡인 것을...^^

네꼬 2007-12-07 13:00   좋아요 0 | URL
-_- 근데 어쩐지 그 선배한테 안된 마음도 들었어요. 에혀.

라로 2007-12-0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네꼬님~ 심부름말대신 심부름X를 찾으심이 빠르실듯~=3=3=3

네꼬 2007-12-07 13:01   좋아요 0 | URL
응? 뭘까 뭘까, 심부름X는? 쫓아가서 물어봐야지! =3=3=3

마늘빵 2007-12-0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네요. 저는 이미 나갔건 그렇지 않건 무조건 선배라고 초면에 반말하는 것도 얼굴 찌그러진답니다. 대학 때 과 엠티를 딱 한번 갔는데, 아주 기분이 안좋았죠. 술 잔뜩 취한 선배가 와서는 선배가 어떻고 후배가 어떻고 주저리주저리 말하면서 나의 동의를 구하는데, 입으로는 네, 네, 하면서 어찌나 기분 나쁘던지. -_-

네꼬 2007-12-07 13: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 그런 선배들 보고 있노라면, 야 진짜 긴장하고 살아야지, 스스로 훈련하지 않다가 나도 저렇게 될라 싶다니까요. 나이가 조금 많고 많이 많고의 문제가 아니구요. -_- 게다가 담배 심부름이라니, 내겐 거의 충격적인 수준이었어요.

비로그인 2007-12-0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불문하고,
성인들 사이의 말과 행동은 상호 존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시시콜콜 연배를 따져 반말, 높임말을 정하는 것은 오래된 한국적 폐습이지요.
모두 다 같이 미국식으로 평준화하든지 모두 올리든지 하는 것이 좋겠지요.
저는 서양식이 싫어서 항상 존칭을 사용합니다.
나이어린 사람에게 존칭을 써서 거북하거나 곤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답니다.
상호 존칭를 사용하며 술을 마시면 술자리의 분위기가 난잡해지지 않는 장점이 있지요.
하하.
다음부터는 그런 분과는 같이 술자리 같이하지 말아요, 네꼬님.


네꼬 2007-12-07 13:06   좋아요 0 | URL
선비 같은 한사님. 저는 이래서 한사님이 좋아요. 저도 모두 올리든지 모두 내리든지 하는 게 속 편하겠단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건 너무 헷갈리고 까딱하면 본의 아니게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땐 낮춤말과 높임말 사이에서 묘한 애정도 생기니... 역시 중요한 건 말보다도 마음의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난잡한 술자리' 피하겠습니다. 점잖은 고양이들과 놀겠어요. (^^)

비로그인 2007-12-07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초면에 반말하는 사람 제일 싫어!! ㅡ.,ㅡ
내 기준에서는, '친한 사이 = 반말', '안 친한 사이 = 존댓말' 이기도 하지만,
어쩔 때는 (계속 존중해주고 싶을 때는) 반말하기가 무척 쑥쓰럽던데...(긁적)
어쨌든, 불편한 자리에서의 네팡이 한 일은 잘하신거에요.(쓱쓱쓱- 등 쓰다듬기) ^^
그리고 덕분에 좋은책도 알게 되고~

네꼬 2007-12-07 13:08   좋아요 0 | URL
'친한 사이 = 반말', '안 친한 사이 = 존댓말'
ㅋㅋ 역시 지구의 언어를 '배워서' 쓰는 우리 엘신님다워요. (역시 어학은 외우는 게 쵝오.) ㅋㅋ 이런 얘길 하는 엘신님의 표정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등을 쓰다듬어준다는 솔직한 표현을! (그래요, 강아지나 사람이면 머리를 쓰다듬겠지만.... ^^ 좋댄다.)

비로그인 2007-12-08 15:25   좋아요 0 | URL
아~? 제 표현이 틀렸나요? 틀린건가요! ㅜ_ㅜ (어디가?)
등...쓰다듬기는....엄,,그러니까 잘했다는 의미...

비로그인 2007-12-0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에 대해 한 마디- 쓴 사람이 가장 힘든 법입니다. 읽는 사람은 그다지 힘 안들어요. 그러니 미안해하지 마세요. 대신 제가 고마워하며 읽을게요,예쁜 네꼬님....

네꼬 2007-12-10 15:03   좋아요 0 | URL
하하핫. 언제나 다정하신 승연님, 고맙습니다.
하지만 짧게 쓰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게 진짜 좋은 페이퍼인데...
전 내공이 너무 부족해요. =_=

보석 2007-12-0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식으로라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고 싶은 거..라고 애써 좋게 생각하고 싶지만 상쾌한 풍경은 아니네요. 그래도 네꼬님이 잘 처신하신 것 같아요.

네꼬 2007-12-10 15:04   좋아요 0 | URL
앗 보석님, 오래간만이에요.
저도 그렇게.... 애써 생각했는데, 영 비린내가 가시질 않더라구요. -_-
좀더 재기발랄한 방법은 없었을까요? ㅠ_ㅠ

마노아 2007-12-07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한 사람과 함께 하는 회식 싫어요.ㅡ.ㅡ;;;
반말 높임말이 딜레마 될 때가 있죠. 우리나란 또 빠른 00이런 식으로 학교 일찍 들어간 사람들이 어중간해지잖아요. 이래저래 저도 존댓말이 좋아요. 오늘 컨디션은 괜찮아요, 네꼬님?

네꼬 2007-12-10 15:05   좋아요 0 | URL
저녁 시간을 내 의지대로 보내지 못하는 것만도 맘 상할 판에
원치 않는 자리라서 더 울적했어요. 저도 우리 나라의 빠른 어쩌고 재수한 어쩌고 이런 거 너무 애매해서 싫어요. 그냥 서로 높여주면 딱 좋겠는데. 엥-
(오늘은 건강검진 하고 왔어요. 괜찮아요 괜찮아)

치니 2007-12-07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나에게 초면부터 반말하는 것도 싫지만, 별로 말 놓고 싶지도 않은데 내가 언니라는 이유로 자꾸 말 놔달라는 부탁 듣는 것도 싫어요.
아으, 우리나란 왜 이리 나이랑 성별이 중요한 걸까요!

웽스북스 2007-12-07 19:36   좋아요 0 | URL
치니님 말에 완전 완전 동감이요!

네꼬 2007-12-10 15:07   좋아요 0 | URL
치니님.
아으- (아으, 간만의 속 시원한 감탄사 아으!
그러게 말이에요, 안 그래도 중요한 게 넘 많은 판에!!! (저도 '선배'라 불러야 할 사람이 '언니'라 부르는 것 좀 불편해요. 난 그의 '언니'일 생각이 별로 없는데 말예요.)

웬디양님.
퍼스나콘이 예쁜 웬디양님, 안녕하세요? 우리 셋이 동감이네요. 계 합시다! (응? 이건 아닌가?)

세실 2007-12-08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호감가는 사람이 반말 하는건 괜찮은데,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반말 하면 바로 욕 나오죠. "저게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ㅎㅎ" 물론 속으로만요.
술자리에서 목소리 크고, 반말하고, 동작 큰 사람 젤 싫어요.

네꼬 2007-12-10 15: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 엄밀히 말하면 "저게 날 언제 봤다고 반말하고 난리야?"죠.
ㅋㅋ
이건 오래전 혈기방장 네꼬 씨일 때 일인데요, 전 저보고 "내 셋째 동생 같아서" 말 좀 놓겠다는 아저씨한테 "응, 그럼 나도 말 놓는다?"한 적이 있어요.
=3=3=3

2007-12-15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0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뜬한 잠 창비시선 274
박성우 지음 / 창비 / 200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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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을 자는 동물이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고 산 적이 있다. 실제로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살기 위해서, 목숨을 내놓고 체온을 낮추고 잠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얘길 어디서 듣고는 또 숙연해져서 그 생각을 접었지만,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고 속으로는 그래도 계속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겨울잠, 겨울잠 자고 싶어. 세상에 왜 겨울이 있는 걸까? 크리스마스 캐럴만 아니라면 세상에 겨울이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캐럴을 여름에 들어도 되잖아? 필요하다면 봄, 여름, 가을 중에 한 계절을 포기해도 좋으니 겨울만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나는 겨울이 싫다. 그래도 겨울에 (캐럴 빼고) 딱 하나 좋은 것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따뜻한 곳에 모여 앉게 되고, 좋으나 싫으나 몸을 붙이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는 것. 어쩌면 체온보다 따뜻한 것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아무래도 겨울과 어울리니까.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어서 우물에 미숫가루를 털어넣었다가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삼학년)는, 낄낄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로 말문을 여는 박성우의 시집 『가뜬한 잠』은 문태준 시인의 말마따나 “보태지 않되 친절하다.” 나 같은 허풍쟁이 고양이는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담백하고 소박한 언어들로 조곤조곤 들려주는 그의 시들은, 그 솔직함 때문에 시라기보다 이야기에 가깝게 느껴진다.

사탕을 흘리면 대충 주워먹던 촌뜨기가 호텔에서 선을 보다가 떨려서 커피를 떨어뜨렸을 때 ‘그녀가 내민 냅킨이 코앞까지 왔지만 서도 그보다 빠른 것은 제 혓바닥이었습니다’ 하는 빙긋, 웃음나는 이야기(버릇), ‘신발의 반도 안되는 보폭으로 걸음을’ 떼 화단으로 가서 ‘손자에게 밥 먹이듯’ 남은 밥과 숭늉을 나무들에게 주고 거길 얼씬대는 고양이를 돌아보며 ‘예끼, 웃는’ 노인 이야기(도원경), ‘오지 않은 한 명의 하객’ 아버지를 만나러 가느라 신혼 여행을 포기했던 이의 ‘네 번이나 속옷을 벗어던’진 신혼 첫날밤 이야기(신혼 첫날),  ‘오지 않는 잠을 부르러 강가로 나가 물도 베개를 베고 잔다는 것을 안다’는 알듯 모를듯한 이야기(물의 베개)까지. 조곤조곤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가만 그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니, 시인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좋은 귀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된다. ‘김일무선’이라는 동네 전파사에서 늙은 주인에게 낡은 선풍기를 받아와,


머리맡에 라디오 켜듯 선풍기 틀고 엎드려
왜 하필 김일무선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을까
육칠십 년대에는 제법 근사하기도 했겠지?
어림짐작으로 주파수를 맞춰보면서 나는
서른다섯 내 나이 무렵의 김일씨에게 전파를 날려보았다
치익 치지직 치직 운이 좋게도 답신이 왔다
시를 쓰다가 그냥저냥 늙은 나는
서른다섯을 건너는 가전제품수리공 김일씨와
무선으로 교신을 나누며 찜통더위를 식혔다

-「김일무선」부분 

이러는 시인이다. 그래서 그는 한여름 꽃들의 소리도

니 뺨이 더 뻘겋다 니 뺨이 더 뻘겋다 뒷마당 장독대에는 분홍 주홍 빨강 봉숭아꽃들이 시끌벅적하니 피어올랐다

-「식은밥단술」부분 

듣는다. 그리고 제 속에서, 고추처럼 아무리 짜내도 맵기만 한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가 나는 것도 잘 듣는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들리다) 

이제 곧 12월이다. 겨울은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는 누구나 몸과 마음을 덥힐 필요가 있다. 아랫목 이불에 옹기종이 붙어 앉아서 귤이라도 까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거다. 우리 언 발을 언 손을 녹여 줄 따뜻한 시를, 읽자.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나를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턱을 괴고 엎드려 내 이야기를 들어줄 그 시집이 여기에 있다. 겨울잠이 아니라 ‘가뜬한 잠’으로 우리의 겨울을 나게 해줄 시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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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꼬님을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from 마지막 키스 2007-12-04 00:06 
    실제로 네꼬님을 라디오처럼 틀어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지 못해 저는 네꼬님을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라고 생각만 하며 네꼬님께서 추천하신 시집을 읽었습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어요. 삼학년을 읽다가 어머 너무 좋아, 했고 곧 이 시를 발견했지요. 이 시는 어쩐지 알라딘의 혜경님도 무척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행         
 
 
치니 2007-11-27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너무 멋진 리뷰에요. 가뜬한 잠, 너무 자고 싶어요. ㅠㅠ

네꼬 2007-11-28 08:58   좋아요 0 | URL
가뜬한 잠, 제목이 참 좋지요? 아아 저도 그런 잠 자고 싶어요. 제가 세 시간만 자고도 가뜬할 수 있는(말이 되나?) 방법 알게 되면 꼭 알려드릴게요. 꼭!

다락방 2007-11-28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감탄이 나올만한 리뷰로군요.
이 한권이면 되겠구나, 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해버리고 말았어요.

정말 아름다운 리뷰예요.

네꼬 2007-11-28 09:00   좋아요 0 | URL
와 그런데 나는 다락님이 오늘따라 부쩍 반가워요. 왤까.

다락님은 제게 이 한장의 앨범을 소개해주셨잖아요.
전 그런 다락님 한분이면 되는 걸요.
: )

코코죠 2007-11-28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다들 "와아-" 하는 감탄사로 말문을 여는지 알 것 같아요. 이 한마디면 될 것 같아요. 저 이 시집 살래요. 그래서 올겨울에 발을 동동 거리며 조곤조곤히 읽어가야지...

네꼬 2007-11-28 09:01   좋아요 0 | URL
엇1 완전 예쁜 오즈마님이다. *_* (<-여전히 눈은 이렇다는.)

오즈마님이 읽으시면 더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올 것 같아요. 시집에서, 오즈마님 서재에서. 기대되는걸요!

다락방 2007-11-28 12:49   좋아요 0 | URL
저두요, 저도 이 시집 살래요.
그래서 올겨울에 발을 동동거리며 조곤조곤히 읽는 또 한사람이 될래요.

:)

네꼬 2007-11-29 09:03   좋아요 0 | URL
다락님, 내가 있는데 왜 발을 동동 굴러요. 내 고양이 이불 빌려 드릴게. ♡

nada 2007-11-2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이지 겨울엔 누구나 시를 읽어야 해요. 시는 "알듯 모를듯한" 게 매력이잖아요. 한 편의 시처럼 네꼬님을 자꾸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글..

네꼬 2007-11-28 09:03   좋아요 0 | URL
시는 알듯 모를듯한 게 매력이라니. 아, 이젠 어떤 시집도 두렵지 않겠어요. 갑자기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습니다. 저를 좀 더 들여다봐 주세요. (들이민다) 빙글빙글 웃는 얼굴을 언제든지 보여드릴게요!

비로그인 2007-11-28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퇴근길에 송골매 기타리스트였던 그 누구더라(콧수염 친구)
하여간 그 DJ께서 미수가루가 먹고싶어 우물에 사카린하고 풀었다가
뺨을 맞았다는 얘기를 하시던데..
미숫가루 사건의 주인공이 박성우 시인이군요.
엉뚱한 데가 있는 분인 거 같습니다.
보통사람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천상 시인인가봅니다.
서점에 가서 이분의 시들을 읽어봐야겠어요.


네꼬 2007-11-29 08:53   좋아요 0 | URL
하하하, 배철수 아저씨요?
저도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무지 좋아한답니다. 근데 그런 방송을 하셨던가요?
^^

박성우 시인은 이번에 신동엽창작상을 받았지요.
보니까 얼굴이 아주 까맣고 눈빛이 아주 깊은 시인이었어요.
(그리고 쫌 귀엽기도 했음. 하하하.)

mong 2007-11-28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겨울 겨울잠자러 가게되면...
(해마다 12월이 다가오면 이생각만으로 하루하루 한숨으로 -_-)
이시집을 베고자야겠어요
자는동안 네꼬님 꿈을 꾸게되지 않을까나

네꼬 2007-11-29 08:54   좋아요 0 | URL
몽님. 어쩜 그리 적절한 이모티콘을 가지셨나요!
노오란 몽님이 저 얼굴을 해가지고(!) 겨울잠을 잘 땐 이 시집을 베겠다,
꿈에 고양이가 나오겠다, 이런 말씀을 하시다니.
자꾸만 웃게 되잖아요! 으핫.

비로그인 2007-11-28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는 아무래도 겨울과 어울리니까" ^^

내가 이 마을에 들어와서 나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
조금씩 나를 부드럽게 해주는 책,시집들을 만나게 된다는 겁니다.
바로 네팡과 같은 이웃들로 인해.
난 이 시인처럼 사물을 표현하는 것이 좋아요. 눈에 특별한 렌즈를 달고서 바라보고 쓴
이 시들은 내게 '뚜껑'이 될 것 같습니다. (웃음)

고마워요.

네꼬 2007-11-29 08:56   좋아요 0 | URL
아니 나의 쿠션이 오셨네!

저는 시를 잘 몰라서 그냥 더듬더듬 읽습니다. 그것도 내키는 대로요.
근데 저 위에 꽃양배추님 말씀이, 알 듯 모를 듯한 게 시 읽기의 매력이라 하시니
한결 위안이 되네요.
알 듯 모를 듯한 외계인 엘신님.
그러고 보니 그래서 엘신님이 매력적이었구나!

비로그인 2007-11-29 14:03   좋아요 0 | URL
엥? 그렇다면 어디..나를 시로 표현해봐요, 나의 네팡. ㅡ_ㅡ (훗)

네꼬 2007-11-29 18:34   좋아요 0 | URL


머리맡에 안테나를 켜고 엎드려
그의 이름은 왜 엘신인가 생각한다
치지직 칙칙 전파가 통했다
우주에서 잘 나가는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말 배우고 사느라 고생이구나
나는 외국어 배우는 심정으로 책을 읽는
한 마리 고양이가 되어
외계인 발치에서 가르릉거린다.

-네꼬, <외계인 엘신 씨께 바침>


=3=3=3



비로그인 2007-11-30 10:5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마음에 드는군요!! 자, 고양이 전용 생선통조림~ ^^
그런데 말이죠, 왜 갑자기 가가멜(엘신)과 아즈라엘(네꼬)가...
생각이 나죠...( -_-)
이거, 후루루룩 담아갑니다.

네꼬 2007-11-30 22:19   좋아요 0 | URL
히힛, 성공!
: )

urblue 2007-11-28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로긴하기 귀찮아 추천은 못 합니다. 나중에 할게요. ^^;
그래도 좋은 리뷰 읽었으니 인사는 하고 가야할 것 같아서요.

네꼬 2007-11-29 08:57   좋아요 0 | URL
하하하. 고맙습니다.
파란 반투명인간(?)과 "로긴하기 귀찮아"하는 말씀은 참 잘 어울리네요.
고맙습니다.
: )

urblue 2007-11-29 11:08   좋아요 0 | URL
핫핫. 다시 와서 추천 누르고 갑니다.

네꼬 2007-11-29 18:35   좋아요 0 | URL
어므나, 그 귀찮다는 로긴을, 해버리셨네!
: )
고맙고 쑥스러워요. 히힛.

프레이야 2007-11-29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당장 담아가요. 한권이면 충분한거죠?^^
김일은 프로레슬러이기도 하죠. 전설적인 박치기대왕.ㅎㅎ
울아빠의 젊음이 바쳐진 가게 '우주전파사'가 생각나요. 서른다섯 가전제품수리공
김일씨와 어느 부분 닮아있네요. 아빠는 왜 '우주'라는 이름을 지었을까요. 위에 계신
엘신님이 갑자기 생각나요.ㅋㅋ 외계엘신님..

네꼬 2007-11-29 08:59   좋아요 0 | URL
저도 생각한 것은, 혹시 그 전파사에서 고친 TV로 온 동네 사람들이 김일 선수의 경기를 본 것을 자랑삼아 그런 간판을 내건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전파사 아저씨의 이름이 김일이라면 그것 참 대단한 자부심이고요. 근데 혜경님, '우주전파사'이야기 아주아주 흥미로운데요! 우주로 전파를 쏘아올리는 전파사! (제가 아는 버스 회사 중에 '우주투어'도 있어요. 응? 이건 아닌가?) 엘신님 어디 계세요? ㅋㅋ

로쟈 2007-11-2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했습니다.^^

네꼬 2007-11-29 09:01   좋아요 0 | URL
깜짝이야!
으앗, 로쟈님의 추천이라니, 이런 대칭찬이!
저 왜 두근두근하지요? (주책이야! =_=)



마늘빵 2007-11-29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내가 한눈 파는 사이에 요런 일이! 나도 시가 땡기는 날이 왔으면...

네꼬 2007-11-30 22:18   좋아요 0 | URL
제가 시를 읽으면 어, 그런가 보다인데
아프님이 시를 읽으면..... 너무 지적으로 보일 것 같아요.
읽지 마세요. -_-

비로그인 2007-11-30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추천해도 감동받으실건가요?
멋진 리뷰 읽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네꼬 2007-11-30 22:18   좋아요 0 | URL
승연님, 그런 말씀만으로도 감동입니다.
: )

마노아 2007-11-3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북적이는 서재라니~ 네꼬님의 인기가 한눈에 들어와요. 리뷰를 읽으니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나도 이 대열에 합류해요~

네꼬 2007-12-03 08:43   좋아요 0 | URL
에구, 마노아님 인기를 따르겠습니까? -_- 전 마노아님 서재 한번 가면 넋을 놓고 오는걸요! ♬

Mephistopheles 2007-12-0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의 리뷰를 읽고 있으면 분명 네꼬님도 초특급 삐끼 임이 틀림없음을 다시 한번 알게 된다지요...

네꼬 2007-12-04 09:57   좋아요 0 | URL
흐음- 메피님 때문에 본 영화가 몇 편인데, 저한테 초특급 삐끼라 하실 건 아닌 것 같은데...!!

이매지 2007-12-1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네꼬님 축하드려요 >ㅁ<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도 읽어보고 싶군요 :)

네꼬 2007-12-12 12:05   좋아요 0 | URL
어므나, 이매지님한테 이런 말씀을 들으니 어쩐지 (많이) 으쓱이에요!
(^^) 고맙습니다-

마늘빵 2007-12-11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축하해욤. :)

네꼬 2007-12-12 12:06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하핫. 독서쟁이 아프님.
: )

코코죠 2007-12-12 0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축하해요. 나두 이 시집 샀다요 히히. 읽고 나서 어땠는지 얘기해드리러 올게요.

네꼬 2007-12-12 12:06   좋아요 0 | URL
"샀다요." 나 이 말투, 완전히 좋아하는데!!
오즈마님의 감상 정말로 궁금해요. 내게 오지 않아도 어딘가에 써두면 달려가 읽을게요.
고마워요. : )

멜기세덱 2007-12-1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축하드려요...저는 시를 이렇게 멋지게 읽는 사람을 사랑한답니다...ㅋㅋ

네꼬 2007-12-12 12:07   좋아요 0 | URL
멜기세덱님, 안녕하세요? (^^) 그럼, 저, 사랑해주시는 건가요? "ㅋㅋ"라니, 농담이신 건가요? (방긋 + 침울 + 집착)

다락방 2007-12-1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축하해요~
꺅 >.<

네꼬 2007-12-12 14:25   좋아요 0 | URL
꺅! 내겐 다락님을 보는 게 >.< 요렇게 되는 일인걸!!!
고마워요. ♡

프레이야 2007-12-13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네꼬님, 당선 축하드려요^^

네꼬 2007-12-20 01:36   좋아요 0 | URL
제가 네꼬가 맞긴 맞는데, 귀여운진 쫌..... (긁적. 부끄. 긁적긁적)
고맙습니다. (이거 원 부끄러워서...)

마노아 2007-12-1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축하해요~ 역시 우리들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니까요^^

네꼬 2007-12-20 01:37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눈에 띄게 웃기긴 하죠.
글쎄요, 여기저기 숨어서 글 읽는 고양이들 격려차원에서
포상한 게 아닐까 싶은데... ^^;;; 고맙습니다. (조오~탠다.)
 

"출렁이는 우선주, 지금이 살 때" 라는 헤드카피를 ▶ "출렁이는 우주선, 지금이 살 때"로 읽었다. (응? 이젠 집집마다 우주선 사는 시대? 엘신님께 전화할 뻔.)

메신저 대화명 중에 있는 "파주댁" ▶ "피주먹"으로 읽었다. (너 무슨 일 있니? 물어볼 뻔.)

집안 일로 정시 퇴근하면서 옆자리 친구에게 "오늘은 그대를 버리고 가. 미안해." 친구 왈, "내일 주워" ▶ "내일 죽어"로 들었다. (이거 동료끼리 너무 하잖아? 원망할 뻔.)

잘못 읽거나 잘못 들은 말들을 종합해보건대, 도피심리+ 울분+ 불안함으로 네꼬 씨가 지금 아주 털이 까칠하다. 왤까 생각해보니, 집에서 밥을 못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집 밥. 집에서 지어 먹는 밥. 나는 터잡고 살아야 하는 사람인데, 도무지 집에서 보낼 시간이 없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더라? 오늘 출근하다가 문득 생각해봤다. 목요일쯤 됐나? 근데 왜 내 차가 카풀이 안 됐지? 아...............일요일. (쿠궁) 야근과 특근을 연속하다 보면 "아 나 진짜 열심히 일해요!" 하는 마음보단 솔직히 "내가 사실은 일을 너무 못하는 걸까?" 자괴감이 든다. 나머지 공부하는 심정으로 오늘도 야근 중. 털썩.

월화수목금금금 / 또는 월월월화수목, 이런 식으로 일한 게 어언 두어 달. "네꼬"라고 불러주는 다정한 이웃들을 만나지 못해 더더욱 까칠까칠해진 네꼬 씨. 앞으로 열흘만 더 바쁜 다음에 돌아오겠습니다. 저 안 보인다고 잊지 말아주세요. ㅠㅠ 

열흘 뒤 제 로망은 다음의 모습입니다. 

  

제목: 무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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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11-1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흘
열흘
열흘
열흘
열흘
열흘
열흘
열흘
열흘
(열번 맞나?아앗, 아홉번이구나 한번더.)
열흘
그럼 저도 열흘 있다 올래요. 치~
저 무료한 일상에 저 살짝 끼워주세요.
날이 추우니깐 호오, 호오, 입김 불어줄게요.

기운내요, 네꼬님 :)

네꼬 2007-11-12 13:00   좋아요 0 | URL
응? '열흘' 말고 '네꼬' 이렇게 열 번 써주지....ㅠㅠ 그러다가 그만 "열번 맞나?"에서 또 그만 너무 좋아해버렸어요. 기운 낼게요. 우리 따뜻한 다락님.

Mephistopheles 2007-11-12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가 뉘셨죠.? =3=3=3=3=3=3=3
(하긴 저도 그랬어요 월화수목금금금은 쉽사리 날짜관념을 잊어버리게 해주죠..^^)

네꼬 2007-11-12 13:01   좋아요 0 | URL
어째... 메피님은 뭔가 이런 종류의 반응을 하실 것 같았어요. 제가 예상한 답은 이거였는데. "누구시더라아?" (^^) 우린, 서로를 너무 잘 아는 것 같아요~

치니 2007-11-12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기다려져요, 열흘.
저 사진 정말 최고! 가지런히 모은 앞발 좀 봐요.

네꼬 2007-11-12 13:02   좋아요 0 | URL
저 앞발, 정말 덥석 잡고 싶어요. (개 손목을 덥석 잡는 고양이라니.. 쫌 이상하네~)

무스탕 2007-11-12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담배가게 아가씨'가 아닌 '담배가게 멍멍이'로 생각이 되는... ^^
열흘 후에 서재에 회오리가 안 불기만 해봐욧!!
(바빠도 식사는 제때 잘 챙기세요오오~~~)

네꼬 2007-11-12 13:03   좋아요 0 | URL
역시 아시는군요! 식사 말이에요. 꼬박꼬박 잘 먹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욥!

마늘빵 2007-11-12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렁이는 우주선, 지금이 살 뺄 때" -_- 이렇게 읽었어요.

네꼬 2007-11-12 13:04   좋아요 0 | URL
어므나, 우리 회사 클레어 씨도 그렇게 읽었는데!!!!!

보석 2007-11-1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곤이 지나치니 착시현상이.. 그런데 정말 절묘한 착각이에요.^^ 보면서 엄청 웃었어요. 얼른 열흘이 지나가길 바랍니다.

네꼬 2007-11-12 13:04   좋아요 0 | URL
절묘하죠. 개인적으로는 "파주댁->피주먹"이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퍼스나콘 색깔 참 예쁜데요, 보석님!)

비로그인 2007-11-1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네꼬 2007-11-12 13:05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저도 한사님 안 잊었어요. ㅠ_ㅠ 얼마전의 한사님처럼 서재 문을 잠시 닫을까, 혼자서 생각도 했습니다. ㅠㅠ

비로그인 2007-11-1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님께서 쓰신 두 개의 문장들을 비교해도 똑같아 보였어요.

네꼬 2007-11-12 13:05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하하! 최고의 댓글인데요!!!!! 쎈스쟁이! >_<

프레이야 2007-11-1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냥 열흘씩이나요?? 전 네꼬얌 으로 읽었어요.ㅎㅎ

네꼬 2007-11-26 12:58   좋아요 0 | URL
왈왈! 저 왔어요! (네꼬얌. ㅋㅋ)

nada 2007-11-12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그 출렁이는 우주선. 저도 사고 싶어요. 착시조차 귀여운 당신!

네꼬 2007-11-26 12:59   좋아요 0 | URL
그런 우주선, 제가 사면 꼭 태워 드릴게요. 최소한 열 번은 무료로 태워 드릴게요. 약속해요.

비로그인 2007-11-12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엇, 저도 우주선을 사둬야겠구나..하고 들어왔는데

네꼬 2007-11-26 12:59   좋아요 0 | URL
-_- 죄송합니다. 본의아니게 낚시질을... 쿨럭.

마노아 2007-11-1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의 무료한 일상을 저도 꼭 기원할래요. 살아서만 돌아오셔욧(>_<)

네꼬 2007-11-26 13:00   좋아요 0 | URL
아직 일상이 무료하진 못하지만, 심정적으로는 천하태평입니다. 아주 건강하게 살아 있어요. 음하하하하.

Heⓔ 2007-11-12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
네꼬
네꼬
네꼬
네꼬
네꼬
네꼬
네꼬
네꼬
네꼬
음...근데 네꼬를 열번쓰다가..어느 순간 네꺼로 읽었어요...;
아.
그리고 저도 출렁이는 우주선, 지금이 살 때 <- 이렇게 읽었어요...
왜 똑같은 걸 두번이나 쓰셨지? 라고 갸우뚱했음;;;
암튼 열흘뒤에 뵈요!
아니구나. 이제 아흐레뒤에 뵈요!

네꼬 2007-11-26 13:00   좋아요 0 | URL
히이
히이
히이
열 번을 쓰려니까 쫌 무섭.....;;;;
저의 착시에 동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하핫. 저, 왔어요.

2007-11-12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6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4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6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1-1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아지야 나 좋아? 나 좋아? 나 좋아? 나 좋아? 좋아좋아? "
모르는 강아지를 봐도 이렇게 외쳐댈 외계인 엘신은, 그만 사진에 꽂혀 버렸다죠.ㅋ
우주선! 긴장했습니다. =_=

네꼬 2007-11-26 13:05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강아지만 예뻐라하시면 나.. 나.. 나.. 질투해요. 알면서!!
ㅋㅋ
엘신님이 어디 "외쳐대"기만 하겠습니까?
아마 백 미터 떨어진 데서도 달려올걸!
"이야~ 개다! 개!" 하면서. (^^)
 

이건 옛날에 어떤 친구가 알려준 건데, 내가 외국인이라고 치고 우리나라 지명(地名)을 영문으로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예를 들면 이렇다.

Seosan...........................................................................[스오사안.서산]

Yecheon.........................................................................[이에치언.예천]

Gyeryong........................................................................[기에리옹.계룡]

누구나 쉽게 앙드레 김이 될 수 있다. 이 놀이는 지명이 복잡할수록 신난다.

Changnyeong.................................................................[차앙니엉.창녕]

Kuryongpo......................................................................[쿠리옹포.구룡포]

Pyeongchang..................................................................[피엉차앙.평창]

차 타고 어디 멀리 갈 때 지루하면, 이정표를 영문으로 읽어본다. 놀라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 놀이를 나만 하는 줄 알았더니 아닌가 보다. 밤 늦게 퇴근하고 녹초가 되어 TV를 켜니 뜻밖에도 "태왕사신기"의 최민수 씨가 이 놀이의 참맛을 보여주고 있다. "츠엉리오옹, 주우자악, 배액코오, 히언무우" 하는 그의 대사를 듣고 있노라면, 혹시 대본에서 그의 역할만 알파벳으로 표기되어 있나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따라하는 즐거움은 있지만.

 



(알게 된 지는 오래지만, 처음으로 나에게 웃음을 주는 최민수 씨.)

 

나처럼 즐거웠던 걸까? 매거진t의 최지은 기자가 아주 흥미롭고 까다로운 녹취를 시도했다.

수우천년 동안 예에언에 따르으면 쥬우신의 와앙이 태어나아는 나알 쥬우신의 벼얼이 비이잋나고오 흐아늘의 시인무울도 깨애어난다고오 했다아. 쥬우시인 벼얼이 비이잋난 나알 쥬우신와앙이 태어느안다고했다아. 쥬우시인와앙이 태애어나알 때 처엉료옹 배액호오 혀언무우 주자악 네 개애의 시인무울도 깨어나알 것이드아. 시인무울의 비잋으은 흐아느을에 드아앟고오 강을 저억신다아 하아니이 세에사앙 끄읕까지 퍼져지퀴는 화아천회 혀엉제들아 네 개애의 시인물을 츠아앚아오라아. 고구리어 배액제에 시인라 마알갈 거어란 지금은 흐읕어진 옛 쥬우신의 나라들로 드알려라. 흐아늘이 내린 시인물으을 우리 화아천이 취해야아 한다아. (수천년 동안 예언에 따르면 쥬신의 왕이 태어나는 날 쥬신의 별이 빛나고 하늘의 신물도 깨어난다고 했다. 쥬신 별이 빛난 날 쥬신왕이 태어난다고 했다. 쥬신왕이 태어날 때 청룡 백호 현무 주작 네개의 신물도 깨어날 것이다. 신물의 빛은 하늘에 닿고 강을 적신다 하니 세상 끝까지 퍼져 지키는 화천회 형제들아 네 개의 신물을 찾아오라. 고구리어 백제 신라 말갈 거란 지금은 흩어진 옛 쥬신의 나라들로 달려라. 하늘이 내린 신물을 우리 화천이 취해야 한다.) 

- 매거진t "캐릭터 사전" 태왕사신기 대장로 편. http://www.magazinet.co.kr/Articles/article_view.php?article_id=46831&page=1&mm=002005000 에서 일부 인용.

 

무한도전의 여섯 남자에, 최민수 씨에, 최지은 기자에... 나에게 큰 웃음 주시는 분들이 참 많다. 부쩍 그분들께 고마운 요즘이다. 이럴 땐 모름지기 웃어야 하는 법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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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신기루 2007-10-18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에 추천!!ㅋㅋ
그 멋진 유승호가..!! 크흑ㅠ_ㅠ

네꼬 2007-10-18 20:50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렇죠? 저도 아주 눈물 나요. ㅠ_ㅠ

비로그인 2007-10-18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거 재밌다!!

네꼬 2007-10-19 08:28   좋아요 0 | URL
직접 보면서 확인하는 게 제일인데. (^^)

다락방 2007-10-18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태왕사신기 안봐서 최민수아저씨가 어떻게 네꼬님을 웃겨주시는지는 잘은 모르겠고, 그렇지만 어쨌든,

유승호가기껏커서배용준이되다니!

완전소중한 멘트예요.
네꼬님의 머릿속엔 뭐가 들었을까? 어쩜 이렇게 제가 자꾸 반하게 되는 말들만 하실까요?
완전소중 네꼬님:)

네꼬 2007-10-19 08:30   좋아요 0 | URL
저도 잘 안 보는데, 퇴근 시간하고 딱 맞아서 (슬프죠? ㅠㅠ) 가끔 보게 돼요. 에이, 다락님이 최민수 씨의 연기를 직접 보셔야 다음에 나랑 더 재밌게 놀 텐데. 흉내 내기 놀이.

우리 승호는.....새옹지마. 이로써 배용준의 아역으로 전락(!)하는 위험에서 벗어났잖아요. ㅠㅠ

향기로운 2007-10-19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페이퍼를 읽기 시작하면서 얼핏 최민수를 떠올렸더만 진짜네요^^;; 좀 전에 애들아빠가 태왕사신기 볼때 잠시 봤는데.. 최민수 많이 달라졌더라구요. 말이며 표정이며..^^;;; 앙드레 김 저리가라이지 싶어요^^

네꼬 2007-10-19 08:32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저랑 동거녀는 최민수 씨가 대사를 할 때마다 따라하고 놀아요. 아마 우리 웃으라고 그러시지 싶어요.
: )

하하혜경 2007-10-1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민수 아자씨가 저렇게 웃기는 줄 이제 아셨수?ㅎㅎ
전요, 영화 홀리데이 보면서 민수아자씨의 저 독특한 발성 땜시 아주 우스워 죽는 줄
알았어요. 눈에 힘 좀 빼시지. 그래도 그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나름^^
태애와앙사쉰기이는 안 보지만, 지난 주에 차앙니엉은 다녔왔다우~~

네꼬 2007-10-19 09:57   좋아요 0 | URL
그러게 전 몰랐는데, 나중에 홀리데이를 케이블에서 해주는 걸 보니까 우와 그때부터 준비를 하셨더라구요. 하하하하하. 차앙니엉, 잘 다녀오셨어요? 우히힛.

보석 2007-10-19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태그에 추천 꾹! 승호군 보고 있음 이대로만 자라다오..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정말 완소!>_<(나이값 못하고 주책<-)

네꼬 2007-10-19 09:59   좋아요 0 | URL
자자 우리 모두 유승호 군 앞에선 나이를 잊기로 해요. 그저 모두 행복하기로 해요. : ) (동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늘빵 2007-10-19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이제 최민수 따라하기 열풍.

네꼬 2007-10-19 09:59   좋아요 0 | URL
아프님 버전도 궁금. 기대하겠음. ㅋㅋ

마늘빵 2007-10-19 17:10   좋아요 0 | URL
네에꼬오오느으은 바아아보오오다아아.

네꼬 2007-10-20 15:03   좋아요 0 | URL
뭣이? >.<

비로그인 2007-10-1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서재 문을 다시 열었답니다.
아이 대학입시문제가 대략 해결되었답니다. 하하


네꼬 2007-10-20 15:03   좋아요 0 | URL
와, 참 기쁜 소식이에요! 이 댓글 보자마자 한사님 서재에 달려갔다 왔어요.
: )

무스탕 2007-10-19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니윰~♡ 태그 짱입니다옴~!!
(아웅~~ 너무나 반가버서리 마구마구 부비부비 할짝할짝 고릉고릉 하고 싶어요... ㅜ.ㅜ)

네꼬 2007-10-20 15:04   좋아요 0 | URL
아이고 부비부비 할짝할짝 고릉고릉이 제 살에 딱 와닿습니다요.
히힛. 이것 참 간지럽고 기분 되게 좋은데요!!! ♡

어머 2007-10-1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이거 진짜 잼있네요 ^^
"츠엉리오옹, 주우자악, 배액코오, 히언무우"

네꼬 2007-10-20 15:05   좋아요 0 | URL
어머님, 안녕하세요?
(응? 원래 이러라고 '어머'라고 지으셨어요?)
전 어머님의 닉네임이 잼있는데요! ^^ 반갑습니다!

아영엄마 2007-10-20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는 안 보지만 님 페이퍼가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 (잠시 '츠엉리오옹'이 뭐지?? 했습니다. )

네꼬 2007-10-22 20:07   좋아요 0 | URL
이제 드라마를 보시면 제가 왜 이런 페이퍼를 썼는지 아실 거예요. ^^ 아이엉으엄마님. 하하핫.

비로그인 2007-10-22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님의 도메인 이름이 챗(chat)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글이 재미있었나 봐요.

2007-10-22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7-10-24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울 아들 안 보면 큰일 나는지 알고 보는 요즘 드라마잖아요??헤헤..

치니 2007-10-2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태그가 젤 큰 웃음을 주네요.

산사춘 2007-11-06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에꼬오...니이이임... 챗, 느무 잼있잖아요.

네꼬 2007-11-1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느려터진 답장.
댓글을 달기가 민망해서 여기로 해결합니다.
여러분.
여러분.
보고 싶었던 여러분.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눈물 바다)
 
땅따먹기 청년사 고학년 문고 6
최진영 지음, 김홍모 그림 / 청년사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그럴 만한 사정들

개와 고양이와 닭과 참새와 쥐는 마당을 두고, 사람들은 아파트 지을 땅을 두고 어디까지가 자기 영역인지 다툰다.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이들과 동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기술하는 이 동화는 신뢰할 만한 결론을 주진 않지만 ‘야, 그러고 보니까 정말 그럴 수 있겠네’ 하게 한다. '해묵은 주제'라는 건 '당연히 진부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해를 묵혀가며 고민할 만큼 중대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소중한 성과를 주었다. 대충 얼버무려 "사이 좋게 삽시다"가 아니라, 내 처지 네 처지 우리 처지를 함께 고민한다는 점이 좋다. 이를테면 사냥을 하는 동물은 그런 대로, 집에서 사는 동물은 그런 대로,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직면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 동화의 성과는 그런 것이다.

 

2. 채식하는 집고양이

 

무엇보다 등장인(동)물 각자의 개성을 살린 말투는 눈에 띄게 훌륭하다. 특히 엄마 아빠 아들 참새의 아침 인사 부분이 압권. 어찌나들 수다스러운지, 읽기만 해도 귀가 아프다. 한국 어린이문학사상 가장 시끄러운 장면으로 기록될 만하다. 또 하나의 장점은 이 책 속의 고양이 ‘모질이’의 캐릭터가 이룬 쾌거(!)다. 모질게 사냥하라고 ‘모질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엄마 아빠의 바람이 무색하게, 이 들고양이는 고기를 입에도 못 댄다. 억지로 새 고기를 입에 대려 하면 구역질이 나오는 채식주의자 고양이로서 쥐포 등 건어물에만 조금 관심을 가질 뿐이다. 특이한 건, 자유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여러 동화 속의 집고양이들과 달리, 들고양이가 무리에서 독립하여 떳떳하게 집고양이가 된다는 점(전형성아 저리 가라!). 이것은 모질의 스스로의 ‘선택’이어서 빛난다. 모질이는 들고양이 시절, 고양이는 당연히 사냥을 하는 거라고 배워왔지만, 더 많은 동물들과 ‘놀고’ 싶고 자기 식으로 살아가고 싶어서 결심을 내린 것이다. 모질이의 엄마 아빠도 쿨하게 이 사실을 인정해준다. 엄마 아빠 고양이가 마지막 밤에 모질이를 떠나는 장면은 뭉클했다. 이제 우리 동화는 모험하는 고양이가 아니라 선택하는 고양이를 가질 만큼 여유가 생겼다. 므흣하다~ 
 


3. 개와 사람을 가리지 않는 유머감각

 

평소에 "웃기는 것은 선(善)한 것이다"라는 개인 신앙을 갖고 사는 나로선, 썩 맘에 드는 장면이 몇 번 나왔다. 예를 들어, 강아지를 사달란 말을 다시 꺼낼 속셈으로 “저 까치 소리 좀 들어봐요, 엄마, 아빠. 까치가 울면 집안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던데. 음, 이건 우리 집에 아주 예쁜 강아지가 온다든지……” 하고 운을 떼는 딸에게 “옆집 까치야.” 하고 짧게 잘라 치는(!) 아빠의 말솜씨! 또 평소엔 “으르렁” “컹컹” “멍멍” 하고 짖다가 웃을 땐 “헝헝” 소리를 내는 속깊은 누렁이 씨는 정말 완소! (본문의 그림이 얼마나 훈훈한지, 이걸 보고 웃지 않을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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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7-10-11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삐뚤어졌나봐요.마지막 문장에 "안 웃으면,안 웃으면!.........쿠키 더 주실거요?"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꼬 2007-10-12 14:03   좋아요 0 | URL
삐딱한 공주님. ㅋㅋ 전 이래서 좋아해요. ♡

보석 2007-10-1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책이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입니다.^^

네꼬 2007-10-12 14:04   좋아요 0 | URL
앗 보석님. 고맙습니다. (^^) 사실 횡설수설 거친 리뷰인데 우선 써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적어두었어요. (부끄)

전호인 2007-10-1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책읽을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 이런 리뷰가 올라오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에궁!~

네꼬 2007-10-12 14:05   좋아요 0 | URL
저도 요새 무지 분주해요. 사실 평소엔 게을러서 책을 잘 못 읽는데, 꼭 이럴 때 읽고 싶어진다는 거....뭔지 아셔요? 그나저나 오래간만이어요 전호인님!

치니 2007-10-12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중학생이 되어버렸지만 아들에게 꼭 사주고싶어졌어요. ^-^ 네꼬님이야말로 자꾸 이러시면 안돼요 -_- 이번달에만 알라딘 주문을 세번이나 이미 했단 말예요.

네꼬 2007-10-12 14:08   좋아요 0 | URL
이러시면 안돼요 씨리즈의 강력한 선두주자님! (^^)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으니까 중학생이 읽어도 틀림없이 재미있을 거예요. (자기검열 : 퍽! 니가 무슨 어른이냐?)

프레이야 2007-10-1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답게 떼굴떼굴 구르는 서평 느무 좋아요.^^
모질이도 맘에 들어요. 집고양이가 되고픈 채식주의냥 들고양이..ㅎㅎ
추천!

네꼬 2007-10-15 08:47   좋아요 0 | URL
떼... 떼굴떼굴..... (쿠궁) 얼마전 "지금도 둥글하시잖아요?" 라고 도O공주님께 지적받은 제 얼굴... 떼굴떼굴.... ;;;;;

그러나 결론은 칭찬이란 걸 알고 정신을 수습해 좋아합니다. (^^) 왕단순.


지나가는, 2013-01-25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기다 지금 댓글을 적어도 확인하시는지 몰라서 좀, 자신은 없지만 ^^; 혹시 우리 아동 문학 책들 중 해외(유럽어권)에 번역 수출된 것들이 있나요? 특히 이 책, 번역해서 외국 친구들에게도 나눠 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인 것 같아서요(아직 읽지 못했지만, 리뷰만 보더라도!).
아는 분이 프랑스인과 결혼해 지금 파리에 살고 계시는데,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지는 못하더라도 한국 책을 읽히고 싶어하셔서요, 혹시 아동 문학을 사랑하는 네꼬님이라면 수출된 책들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아실까 싶어 댓글 남겨봅니다.
늘 좋은 글 좋은 리뷰 감사히 잘 읽고 있습니다.

네꼬 2013-03-15 20:47   좋아요 0 | URL
때를 너무 놓쳤네요. ㅠㅠ 이랬는데도 이 댓글을 보실지 저야말로 의문입니다. ㅠㅠ

유럽 쪽에 소개된 책들이 간혹 있는 것으로 아는데, 대체로는 매우 '한국적'인 책, 그러니까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거나 고전이거나 하는 책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직 우리 동화가 해외에 많이 소개되진 않아서 딱히 거론할 만한 책이 없네요. ㅠㅠ 다만 프랑스라면, "명혜"라는 창비 동화가 번역된 걸로 아는데, 혹시 여전히 관심이 있으시다면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번역도 잘 되었다고 들은 것 같아요. 너무 늦게 답 드려서 죄송해요. ㅠㅠ 오래 서재를 닫아 두어서... ㅠㅠ 그리고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