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옛날에 어떤 친구가 알려준 건데, 내가 외국인이라고 치고 우리나라 지명(地名)을 영문으로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예를 들면 이렇다.
Seosan...........................................................................[스오사안.서산]
Yecheon.........................................................................[이에치언.예천]
Gyeryong........................................................................[기에리옹.계룡]
누구나 쉽게 앙드레 김이 될 수 있다. 이 놀이는 지명이 복잡할수록 신난다.
Changnyeong.................................................................[차앙니엉.창녕]
Kuryongpo......................................................................[쿠리옹포.구룡포]
Pyeongchang..................................................................[피엉차앙.평창]
차 타고 어디 멀리 갈 때 지루하면, 이정표를 영문으로 읽어본다. 놀라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 놀이를 나만 하는 줄 알았더니 아닌가 보다. 밤 늦게 퇴근하고 녹초가 되어 TV를 켜니 뜻밖에도 "태왕사신기"의 최민수 씨가 이 놀이의 참맛을 보여주고 있다. "츠엉리오옹, 주우자악, 배액코오, 히언무우" 하는 그의 대사를 듣고 있노라면, 혹시 대본에서 그의 역할만 알파벳으로 표기되어 있나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따라하는 즐거움은 있지만.

(알게 된 지는 오래지만, 처음으로 나에게 웃음을 주는 최민수 씨.)
나처럼 즐거웠던 걸까? 매거진t의 최지은 기자가 아주 흥미롭고 까다로운 녹취를 시도했다.
수우천년 동안 예에언에 따르으면 쥬우신의 와앙이 태어나아는 나알 쥬우신의 벼얼이 비이잋나고오 흐아늘의 시인무울도 깨애어난다고오 했다아. 쥬우시인 벼얼이 비이잋난 나알 쥬우신와앙이 태어느안다고했다아. 쥬우시인와앙이 태애어나알 때 처엉료옹 배액호오 혀언무우 주자악 네 개애의 시인무울도 깨어나알 것이드아. 시인무울의 비잋으은 흐아느을에 드아앟고오 강을 저억신다아 하아니이 세에사앙 끄읕까지 퍼져지퀴는 화아천회 혀엉제들아 네 개애의 시인물을 츠아앚아오라아. 고구리어 배액제에 시인라 마알갈 거어란 지금은 흐읕어진 옛 쥬우신의 나라들로 드알려라. 흐아늘이 내린 시인물으을 우리 화아천이 취해야아 한다아. (수천년 동안 예언에 따르면 쥬신의 왕이 태어나는 날 쥬신의 별이 빛나고 하늘의 신물도 깨어난다고 했다. 쥬신 별이 빛난 날 쥬신왕이 태어난다고 했다. 쥬신왕이 태어날 때 청룡 백호 현무 주작 네개의 신물도 깨어날 것이다. 신물의 빛은 하늘에 닿고 강을 적신다 하니 세상 끝까지 퍼져 지키는 화천회 형제들아 네 개의 신물을 찾아오라. 고구리어 백제 신라 말갈 거란 지금은 흩어진 옛 쥬신의 나라들로 달려라. 하늘이 내린 신물을 우리 화천이 취해야 한다.)
- 매거진t "캐릭터 사전" 태왕사신기 대장로 편. http://www.magazinet.co.kr/Articles/article_view.php?article_id=46831&page=1&mm=002005000 에서 일부 인용.
무한도전의 여섯 남자에, 최민수 씨에, 최지은 기자에... 나에게 큰 웃음 주시는 분들이 참 많다. 부쩍 그분들께 고마운 요즘이다. 이럴 땐 모름지기 웃어야 하는 법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