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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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권위 권위가 땅에 떨어져 있다.인권위는 '62주년 세계인권선언 기념식'에서 여고생 김은총 양 등에게 인권상을 수여할 예정이었지만 김은총양은 “현 위원장은 고등학생인 나도 느낄만한 인권감수성도 가지지 못한 것 처럼 보인다"며 "여러위원들이 사퇴를 촉구하는데 목소리에 한번도 귀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상을 줄 자격이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수상을 거부했고 이에 다른 상 수상자들 역시 현 위원장이 있는 인권위는 수상할 자격이 없다면 도미노 처럼 수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뉴스에 나온 바 있다.

MB정부 들어 인권에 대한 인식이 약해지면 인권 문제가 뒤로 후퇴하고 있다는 평이 대다수 인 것 같다.그런데 사람들에게 인권이 무어냐고 물으면,그리고 어떤 면에서 인권이 후퇴했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대답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싶다.나 역시도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대답할 자신이 없는데 왜냐하면 그것에 대한 생각을 전혀 안하고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권이라면 주로 진보진영에서 말하는 단어로 추상적이고 전투적(?)인 느낌-정부의 인권정책에 대해 강하고 항의하고 비판을 하다보니 마찰을 자주 빚어서 그런 것 같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자타가 공인하는 영화광 김두식 교수가 쓴 인권에 관한 책 불편해도 괜찮아
는 “또 인권이야?” 혹은 “인권은 늘 뻔한 소리”라는 섣부른 판단을 불식시키고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영화광인 김교수는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약 80여편에 이르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인용하며 촌철살인의 말솜씨로 인권을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있어 나 처럼 인권에 대해서는 정말 대한민국 평균이하의 상식과 관심을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무 개념이 사람에게도 이런 책도 있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인권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주는 책이다.

불편해도 괜찮아는 총 9장으로 청소년,성소수자,여성 폭력,장애인,노동자 차별,양심적 병역거부,표현의 자유,인종 차별,인종 학살에 대해 말하는데 사실 어찌보면 상당히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을 상당히 안불편하게 재미있게 풀어 내고 있는데 이 책을 다 읽게 되면 인권에 대한 생각이 사뭇 달라짐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이 책은 작가의 취미인 영화를 빗대어 많은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용감한 그리스 인들에 대한 장대한 서사시였던 300-스파르타의 용사 300명이 페르시아의 10만 대군을 맞아 조국을 지키고자 혈투를 벌인 영화-에 대해서도 저자는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영화의 흐름에 몸을 싣고 괴물들을 마구 무찌르는 ‘팬티만 입은 근육맨’들에 열광하는 동안,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위험한 조류에 동조하게 됩니다. 예쁜 여성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라가 강해져야 하고, 나라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강한 군대를 가져야 하고, 강한 군대를 갖기 위해서는 강한 아이들만 낳아서 키워야 합니다. 나라를 강하게 만드는 데 불필요한 약자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버리면 됩니다. 강한 군인이 될 자질이 없는 자는 살 가치도 없으니까요. 이런 선택을 보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인권감수성의 출발점입니다. ‘불편의 세계’에 눈을 뜨면,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본문중에서..책 뒤표지에 있는 글)

결국 우리가 열광하면선 봤던 영화 300은 화려한 영상 뒤에 “인종주의, 여성과 장애인 차별”이 도사리고 있으며, “영화의 흐름에 몸을 싣고 ‘팬티만 입은 근육맨’들에 열광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위험한 조류에 동조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 관람객에게 울퉁 불퉁한 근육과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 300이란 영화가 사실 인종주의,여성차별,장애인 차별이 있다는 사실을 책에서 지적 받고 영화의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면이 없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영화에서 악을 상징하는 페르시아측 인물들 중에는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장애인들이 많으며 스파르타측에서는 불구로 태어나 스파르타 법을 어기고 자식을 살리고자 타국으로 망명한 부모님의 한을 풀어드리고자 스파르타 왕에게 전투 참여를 요청하지만 거부당하는 장애인 에피알테스 역시 마지막에는 비겁하게 조국을 배반하는 인물로 그려져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은연중에 조장하고 있었더 것이다.그리고 여성은 스파르타 왕비인데 왕의 출정을 도우고자 원로원 의원과 자는데 이거 역시 아름답게 포장했지만 여성을 비하하는 장면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여러 영화중에 오아시스,똥파리,색 계,호텔 르완다드을 이미 본적이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장애인 인권, 맞고 사는 여성의 인권,검열 문제, 국가의 폭력(제노사이드)에 대해서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하 내가 나도 모르게 이런 차별에 은연중에 익숙해 져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는 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공감하면서 읽게 되고 몰랐던 이야기는 아하 이런 뜻이 있구나 하면서 새삼 얼굴이 붉어졌다.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제목은 참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장애가 있어 살아가기에 불편하기는 하지만 괜찮다는 의미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그간 알게 모르게 장애가 있는 이들에 대한 편견을 깨닫고 마음이 불편해진것에 대해 자책하지 말라고 역설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장애란 정상과 다른 비정상적인 것이란 의미가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남들과 약간 다른 특징을 가진 것을 의미할 뿐인데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선입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기에 많은 장애인들이 그런점에 불편함을 가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인권은 아마 역지사지가 아닌가 싶다.역지사지는 상대방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이해하라'는 뜻으로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황금률, 유교의 恕(서) 사상과도 상통하는 의미인데 한마디로 말하면 요즘 흔히하는 상생이란 말이다.
과연 우리는 상대방과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사회 전반적으로 갈등과 반목이 깊어지고 있고 갈등과 증오, 차별이 횡횡하는 현재의 우리 모습은 나 혼자 살기에도 급급해 남에 대한 배려와 이해-특히 보통 사람과 다른 소수 약자-가 없었다고 생각된다.
나 살기도 힘든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뭐 필요하냐는 생각이 이런 차별에 대한 의식을 알게 모르게 조장하지 않았나 싶다.
학교에서 학생이나 성소수자,장애인,다른 인종의 사람등도 우리와 똑같은 권리를 가진 인간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들이 결코 이상한 것은 아니다.말 그대로 '다름'이 결코 '틀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

불편해도 괜찮아는 인권이란 다소 묵직한 주제를 영화를 통해 아주 재미있게 말하고 있어 이런 주제를 싫어하는 사람도 아주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특히 자신의 경험담이 녹아있는 1부 네멋대로 해라는 이 책중에서 제일 재미있는데 중간 중간에 나오는 저자의 박학한 지식을 자랑하는 듯한 역사 관련 이야기는 책에 대한 몰입도를 다소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어 좀 아쉽다.

이 책은 자신은 남에 대해 절대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자부하는 모든 이들이 읽어야 될 만한 책이다.그리고 그중에서도 동성애자 차별 반대하는 학부모 단체의 주요 간부님들이나 특정 종교와 연관되어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처벌을 주장하는 기독교의 목사님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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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불꽃이 된 노동자 한겨레 인물탐구 5
오도엽 지음, 이상규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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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태일, 불꽃이 된 노동자는 한겨레 인물 탐구 시리즈로 나온 책으로 어린이들과 함께 전태일의 삶과 죽음, 더불어 ‘노동자’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지난 11월 13일은 전태일이 1970년 11월 13일 서울 청계천 6가 평화시장 구름다리 앞에서 근로기준법 책을 가슴에 꼬옥 안은 채 온 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성냥불을 당기고 순식간에 온 몸이 타오르는 불길 속에 휩싸인채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꼭 돌아오겠다…." 절규하며 외치다 죽은지 꼭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날 전태일의 죽음에 대해 시인 이은봉은 그의 시 '사랑이여'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불더미 속으로
잘 익은 살내음 속으로
그는 갔다 손을 흔들며
어금니를 깨물며 그는 갔다
환한 얼굴로

이젠 당신의 십자가
당신의 기름진 아랫배
편치 못하리라 어떤 모습으로든
그가 돌아온다
뜨거운 함성이 돌아온다

그의 잘 익은 근골 속으로
타는 눈물이 흐른다
기쁨이 흐른다
노동으로 단련된 구릿빛 내일이
사랑이 흐른다 일찍이 어디
이처럼 벅찬 그리움이 있었더냐
아흔 희망이 있었더냐

우리들 성긴 밥상 위로
보라, 그의 구수한 광대뼈가 돌아온다
떡으로 밥으로
다수운 고깃국이 돌아온다.
진수성찬이 돌아온다."


22세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노동자가 대우 받는 세상이 되길 꿈꾸며 불길이 되어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나갔지만 40년이 지난후에도 비정규직 800만 시대에 여전히 노동자가 대우받는 세상은 되지 못했다.

이 책은 청계천 여공들의 열악한 근로 조건에 항의하다 분신 자살한 전태일의 삶을 초등 학생들에게 보다 쉽게 들려주기 위해서 노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현장에서 전하는 르포 작가이기도 한 오도엽 시인은 부산 금샘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 겨리에게 준 편지를 바탕으로 겨리의 친구들과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네루가 자신의 딸 인디라 간디에게 인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듯이 겨리에게 40년전 치열한 삶은 살다가 죽어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 대해서 담담하지만 따스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한다.

<소설속 아빠와 딸 겨리>

전태일은 가난한 노동자의 맏아들로 태어나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의 피복점 보조로 취업해 14시간 노동을 하며 당시 차 한잔 값이던 50원을 일당으로 받고 일한다.이후 재봉사로 일하다가 어린 여공들이 적은 월급과 열악한 환경,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는 것을 보며 근로기준법을 공부하며 사업주의 부당한 노동 탄압에 대항하며 노동 운동을 벌이다 결국 온 몸에 석유를 끼얹고 불을 붙이고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평화시장 앞을 달리다 “배가 고프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쓰러져 병원으로 죽게된다
전태일은 비록 초등학교 중퇴가 전부인 학력이었지만 이처럼 당시 청계천 여공들에 대한 헌신적으로 노동자 인권운동을 펼쳤기에 “전태일이 없었다면 한국 노동자들의 인권은 수십 년 뒤에나 존중받았을 것”]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인물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근 현대사의 부끄러운 치부이기에 그리고 내 자식은 단순한 노동자를 시키지 않을거야 하는 부모들의 마음으로 인해 사실 이 책은 쉽사리 아이들이 읽을 수 없는 책일 거란 생각이 든다.게다가 커피 한잔 가격에 하루 종일 노동을 해야하는 자기 또래의 아이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이들을 위해 분신 자살을 선택한 전태일의 삶에 대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현재의 아이들이 과연 이것을 이해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저자는 노동자, 사용자, 근로기준법, 파업, 분신 등 어린이책에서 꺼내기 쉽지 않은 부분을 아빠가 딸에게 이야기하듯 부드럽게 풀어내고 있어 이런 류의 노동 관련 책들에서 느낄수 있는 격함을 완화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현재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전태일의 일기나 편지, 노동청에 제출한 진정서 등 다양한 문건이 인용되어 이야기의 사실성을 확보하고 있다.그리고 책속에 들어있는 70년대의 몇 몇 흑백의 사진과 펜으로 그린 단색의 삽화가 텍스트와 함께 어울어져 이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60~70년대 한국의 모습을 그린 삽화와 사진>

<60~70년대 청계천의 모습,2천년대의 인위적인 복개모습이 아니라 서민의 삶이 있었던 생생한 모습이다>

<청년시절 전태일의 모습>

솔직히 이 책을 아이들이 스스로 사서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 했듯이 전태일이 분신한지 40년이 흘렀지만 2010년 현재도 노동자들의 분신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10월 30일 KEC 노동자 김준일 씨가 분신한데 이어 11월 20일에는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노동자 황인하 씨가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대통령이 자랑하듯 G20의 의장국이 된 나라,곧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가 주장하는 나라에서 아직도 이런 노동자들의 분신과 관련된 뉴스를 읽고 초등학교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현대는 모든 부의 80%가 상위 20%가 갖는 20:80시대다.아마 앞으로 가면 갈수록 이런 상황은 더욱 고착화 될것이다.그리고 앞으로 자라나는 많은 아이들의 대부분은 누군가 혹은 어느 기업의 근로자가 될 것이다.많은 부모들이 그들 스스로가 노동자(근로자)이면서 노동자, 노동운동이라고 하면 두려워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이들이 부모보다 더 나은 직업, 더 풍족한 삶을 위해 부모들은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어린 아이들은 역시 더 나은 삶을 위해 꿈과 희망을 품어야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될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아이들도 알아야지만 되지 않을까 싶다.

전태일의 일기에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어떤 이웃의 고통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 반드시 지녀야 할 도리다. 이것이 인간의 과제다."라는 글귀가 나온다.이 책은 과연 우리 아이들이 이웃의 고통을 모르는 그런 아이들도 자라는 것이 과연 옳은가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전태일에 관한 이야기로는 현재 어른들이 읽을 수 있는 전태일 평전이 있다.우선 부모가 이 책을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전태일, 불꽃이 된 노동자를 읽어 보게 한 뒤 서로 느낀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것이란 생각이 든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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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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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거의 장르 소설과 몇 몇 인문학 책만 읽다 보니 윤미네 집이 나왔는지도 몰랐다.
사실 이 책을 아는 이는 참 드물 거란 생각이 든다.아마도 이번 알라딘 리뷰 대회에 책 관련 리뷰를 쓰시는 분들 중에서도 자신이 읽은 책을 찾다가 윤미네 집이란 제목을 보고 직접 클릭을 하지 않았다면 아니 소설이나 아동용 같은 책이 왜 인문/사회/역사/과학/예술/종료 항목에 있는지 혹시 의아해 하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얼핏보면 윤미네 집은 아동용 동화책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지만 아빠가 딸아이의 탄생부터 결혼까지를 담은 사진집으로 한 여인의 이십 몇 년의 삶이 고스란히 한권의 사진집 속에 녹아들어 있다고 보면 되는데 이 책은 지금은 작고하신 토목공학자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대학 교수로 제자들을 키워내는 전몽각 전 성균관대 부총장이 딸인 윤미가 태어나서 시집갈 때까지 모습을 26년 동안(1964년부터 1989년까지) 아버지의 애정어린 눈길을 담은 사진집이다.

<2010년판 윤미네 집은 1990년판과 책 표지만 약간 다를뿐 나머지는 대동소이하다>

사진집이란 내가 자주 쓰는 말이지만 우리 출판계에서는 거의 루키 리그라고 보면 되는 분야라고 할 수있는데 워낙 찾는 이가 드물다 보니 책이 나와도 비매품이거나 주로 사진 관련 지인들끼리 나누어서 사다 보니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책이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그런다 보니 아주 유명한 작가의 사진집이 아닌 경우는 오히려 헌책방에서 찾는 경우가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역시 저자가 딸인 윤미씨를 출가시킨 이후 1990년에 1000부 한정으로 출간했는데 아무래도 개인적 성격이 강한 사진집이다 보니 대부분이 지인들에게 증정용으로 나누어 지고 일부만 판매된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책 소개에서도 나왔다 시피 20년전에 절판된 한 아이의 아빠가 어찌보면 어설프게 찍은 딸의 사진집이 입 소문을 타고 사진을 하는 많은 이들이 헌책방을 전전했다고 하는데-솔직히 이런 일은 일반 독자들은 잘 이해가 안 갈지도 모르겠다-,추리 소설에 빠졌던 독자들이라면 2003년에 재간되기 전까지 동서 추리 문고를 구하기위해 전국의 헌책방을 전전했기에 다소 이해가 가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사진을 하는 많은 이들이 그렇게 구할려고 헌책방을 전전했던 윤미네 집은 과연 어떤 책이었을까?
나는 지금은 사진 활동을 뜸하게 하고 있지만 한동안 정말 열심히 사진을 찍으로 돌아다닌 떄가 있어다.대학에서도 사진 동아리를 열심히 들락 날락 거리면서 아버지의 오랜된 니코멘타FTN에 50mm 렌즈를 달과 참 여기 저기로 사진을 찍던 때가 있었다.그때 알고 지내던 사람중에 지금도 취미 생활로 열심히 사진을 찍는 친구가 있는데 한 몇 년전에 좋은 책을 구했다고 한번 보러오라고 연락이 와서 본 책이 바로 윤미네 집으로 1990년에 나와 바로 절판된 책인데 우연히 구했다며 나 한테 보여주었다.
나도 사진을 찍으면서 윤미네 집에 대한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물은 그 당시에 처음 봤는데 빼어난 구도도 번쩍이는 아이디어도 선명한 화질도 없지만 딸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 본 한 아버지의 부정을 강하게 느낄수 있었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사진사들은 보통 여친이나 가족 사진을 주로 이쁘게 찍으려고들 많이 하거나 무언가 남에게 보여주려고 뭔가 특별난 피사체가 없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떤 주제를 붙잡고 늘어지는 끈기가 부족한 편이다.
그런데 전몽각 부총장의 윤미네 집은 태어나서 시집갈 때까지 딸의 모습을 찍은 한 아마추어 사진가 끈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따뜻한 시선이 사진 곳곳에 담아 있었다.

<갓 태어난 윤미의 모습>

<뚫어져라 엄마를 쳐다보는 윤미>

그리고 20년 이상 딸이란 피사체를 찍은 아빠의 부정과 끈기가 담긴 사진집이란 것외에도 이 책의 의의는 한국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중산층 생활 모습이 사진 곳곳에 담겨 있는데 단칸방에서 시작한 ‘윤미네 집’ 살림살이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 뿐 아니라 서울이 변해가는 모습까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기록물이라 할 수있다.


<식구가 늘어난 윤미네 집.이젠 윤미도 동생들이 생겼다>

<학교에 가는 윤미.그때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다>

<지금은 찾아보긴 힘든 마을 어귀 풍경.윤미네 가족이 모두 마실을 나와있다>

<윤미와 아빠 정몽각 부총장의 사진.아빠 사진사는 사진찍느라 얼굴이 안보이지만 거울을 찍어 드물게 윤미와 아빠가 함께 찍혔다.저기 카메라는 최초의 SLR인 아사히 펜탁스.상당히 비싼 가격으로 당시에는 재산 목록1호 였던것이 카메라다>

이 책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꼭 무언가 튀는 사진이 아닌 평범한 가족 사진이라도 꾸준히 찍는다면 한 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작품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진집이지만 200페이지 내외에 28,000원이라는 가격과 흑백의 사진들 때문에 이 책의 진가를 알지 못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크게 어필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엄마의 젖을 먹는 모습,엄마와 함께 자는 모습,머리를 빗는 모습,뛰노는 모습,밥 먹는 모습 등 일상 모습들을 흑백으로 담은 사진들은 소박하지만 딸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아버지의 사랑이 진하게 묻어난 이 책의 가치를 아는 아마추어 아빠 사진가들은 이 사진집을 찾지 않을까 싶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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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2015-03-04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련하네요.
 

하나.
어제 일 컴퓨터를 수리 하려고 택시를 탔는데 얼만정도 가다가 민방위 훈려에 걸렸읍니다.
민방위 훈련이 보통 20분 걸리는데 글쎄 택시 기사 아저씨께서 미터기를 멈추지 않네요.저도 처음에는 몰랐다가 미터기를 보니 글쎄 계속 요금이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요.그래서 기사님께 말하니 택시는 시간 거리 병산제라 정체등으로 멈추어 있어도 미터기는 계속 올라간다고 하네요.그거야 누구나 다아는 사실이지만 이건 민방위 훈련이잖아요 하고 옥신각신하다가 얼마 안되는 거리에 지하철이 있어 그냥 내려서 지하철로 갔습니다.
시간 거리 병산제는 차가 정체로 서있어도 운임이 계속 계산되는 제도인줄은 알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로 해야되는 것이 아닌가요? 그리고 이런 경우 미터를 끄는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실제 그런지 궁금합니다.

둘.
연평도 피격후 처음 맞이하는 민방위 훈련.정부는 북한의 기습적의 포격에 대비해서 이번 민방위 훈련에선 처음으로 지상의 시민들을 지하철이나 인근 건물의 지하로 대피시키는 훈련을 실시 했죠.그래선지 딴 떄와는 달리 공무원들이 나와서 계도를 하더군요.그런데 많은 분들이 갈 길 바쁜데 자꾸 사람 붙잡는다며 화를 내면서 가든 길을 가시더군요.
연평도 피격시 많은 분들이 허겁 지겁 대피소를 찾았지요.연평도는 그래도 북과 상당히 대치해 있어 주민들이 유사시에 대한 마음가짐이 있어 그 정도였는데 어제 훈련시 시민들의 태도를 보니 만약 북한의 장사포가 서울에 떨어질 때 상당히 혼란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불상사야 없어야 되겠지만 요즘 북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으니 좀 귀찮더라도 이런 훈련을 잘 받아 놓는 것이 만일을 위해 좋겠지요.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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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1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방위 훈련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MB 정권이 미덥지 않아서 이런 시기에 이렇게 대대적으로 한다는 자체가
무슨 다른 맘이 있지 않나 하는 의심만 생기고..

머 그랬습니다, 어제. 이렇게 신뢰가 안 되서야. ㅠ

21cpark1 2014-12-16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민방위 대피훈련 시간(10분간)에는 택시시간 요금을 받으면 부당요금에 해당되어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또 택시는 주행버튼-지불버튼-빈차버튼이 있는데 민방위 훈련시간에는 지불버튼을 눌러서 시간요금이 올라가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다음에 택시를 탈때는 참고하세요.
 
베란다 채소밭 - 상추, 콩나물, 딸기부터 수박까지 웬만한건 다 키워먹는 베란다에서 가꾸기 시리즈 1
박희란 지음 / 로그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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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온 여파로 올 한해 채소값 널뛰면서 농민들 역시 농사로 힘들었지만 도시의 서민들의 다른해 보다 몇배 오른 채소값 때문에 낳은 고통을 당했었다.
우스갯 소리로 상추값 폭등해서 고기를 상추에 싸서 먹는 것이 아닌 상추를 고기에 싸서 먹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는데 실제로도 상추 1근에 8000원에 육박하다보니 친구들과 오랜만에 삽겹살을 먹으면서 쥔장에게 상추 좀 더 주세요 했다가 손님 차라리 삼겹살을 더 드릴게요 하는 말을 들었을 정도니 말이다.배추도 마찬가지여서 태풍 곤파스와 집중 호우의 여파로 가격이 폭등하면서 배추값이 2~3만원으로 올라 김치가 아닌 금치라 불리면서 대거 중국산 배추까지 들어왔을 정도니 말이다.

거기다가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닌데 중국산 저질 식품이나 비양심적인 판매자의 범법행위 등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스스로 변별력을 키우기가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그래선지 야채 대란과 웰빙 열풍을 타고 베란다나 옥상 혹은 야외 텃밭에 개인적으로 야채를 기르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직접 키운 채소나 과일은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해 먹는 것보다 건강에 이롭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집안의 공기정화나 조경에도 도움을 주기에 불경기도 이기고 건강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고 한다.

내가 사는 빌라의 옥상에도 텃밭이 있다.쥔장 할아버지께서 왕년에 농사 좀 지으시다 보니 심심 풀이로 옥상에 화분에 갖다 놓고 거기에 배추 10포기를 길러 11월 초인가에 김장을 담그셨다.덕분에 나역시 김장을 좀 도와드리고-뭐 배추 나른 것이 전부지만- 막 담근 맛 좋은 김치와 돼지 수육 그리고 막걸리를 쥔장 할아버지아 거하게 먹었다.그러면서 요즘 야채값이 많이 올라서 걱정인데 옥상에 뭘 더 길러야 하는 말을 들어 좀 도움이 될까하고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발견한 것이 바로 바키의 베란다 채소밭이란 블로그였다.몇번 클릭을 해보니 이 분야에선 꽤 유명하신 가정 주부로 따끈 따끈한 책도 출간 했다고 한다.쥔장 할아버지께서 인터넷을 못하는 관계로 일단 어떤 책인가 싶어 서점으로 고고씽하여 책을 얼른 집어 들고 열심히 읽어 본 기억이 난다.

일단 책을 보니 사진과 더불어 자세한 설명이 있어 나 같은 농사에 무관한 생 초보도 쉽게 베라다에서 야채를 재배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은 책이다.그것은 상추, 배추, 콩나물 등의 각종 채소는 물론 딸기, 수박, 블루베리 등의 과일까지 웬만한 식재료들을 모두 자급자족으로 해결한다는 베란다 농사의 달인인 저자 박희란 역시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아서 그녀가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몸으로 익힌 베란다 농사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책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속에는 대파,콩나물처럼 키우기 쉬운 채소부터 아니 이런 것도 집에서 키울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열무,아욱,당근과 어떻게 자라는 지도 솔직히 잘 모르는 수박까지 집 베란다에서 기를 수 있다고 하니 실생활에서 우리가 먹는 채소들은 거의 베란다에서 다 기를 수가 있는 것이다.게다가 베란다 채소밭을 가꾸기 전에 알아야 할 지식들고 함께 일조량, 흙, 물주기 등 초보자가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나 베란다 채소밭 가꾸기의 기초적인 부분을 아주 세심하게 설명하고 있다 .
게다가 대파-난이도 하,방울 토마토-난이도 중 이런 식으로 품목마다 난이도, 재배시기, 물주기, 수확시기, 연속수확의 가능 유무가 TIP으로 함께 표시되어 베란다 채소 가꾸기에 상당히 많은 도움 줄 것 같다.

베란다 채소 가꾸기는 단순히 집에서 채소를 가꾸어 가계 살림에 도움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흙을 보기 힘든 도심의 아파트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채소 이름을 하나씩 가리키고 함께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 훌륭한 체험학습 장이 된다는 장점도 있다.
지구 온난화로 계속 이상 기온이 될거라는 예측이 있다.집 안에서 채소를 가꾸는 재미와 아이의 교육적 효과 및 가정 경제에 도움과 안전한 먹거리의 확보라는 일석 4조의 효과를 주는 웰빙 집안 농사를 이 책 베란다의 채소밭를 보면서 따라해 보면 어떨까 싶다.
나도 언젠가 나만의 집을 갖는다면 저자처럼 멋진 베란다 정원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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