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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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권위 권위가 땅에 떨어져 있다.인권위는 '62주년 세계인권선언 기념식'에서 여고생 김은총 양 등에게 인권상을 수여할 예정이었지만 김은총양은 “현 위원장은 고등학생인 나도 느낄만한 인권감수성도 가지지 못한 것 처럼 보인다"며 "여러위원들이 사퇴를 촉구하는데 목소리에 한번도 귀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상을 줄 자격이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수상을 거부했고 이에 다른 상 수상자들 역시 현 위원장이 있는 인권위는 수상할 자격이 없다면 도미노 처럼 수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뉴스에 나온 바 있다.

MB정부 들어 인권에 대한 인식이 약해지면 인권 문제가 뒤로 후퇴하고 있다는 평이 대다수 인 것 같다.그런데 사람들에게 인권이 무어냐고 물으면,그리고 어떤 면에서 인권이 후퇴했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대답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싶다.나 역시도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대답할 자신이 없는데 왜냐하면 그것에 대한 생각을 전혀 안하고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권이라면 주로 진보진영에서 말하는 단어로 추상적이고 전투적(?)인 느낌-정부의 인권정책에 대해 강하고 항의하고 비판을 하다보니 마찰을 자주 빚어서 그런 것 같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자타가 공인하는 영화광 김두식 교수가 쓴 인권에 관한 책 불편해도 괜찮아
는 “또 인권이야?” 혹은 “인권은 늘 뻔한 소리”라는 섣부른 판단을 불식시키고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영화광인 김교수는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약 80여편에 이르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인용하며 촌철살인의 말솜씨로 인권을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있어 나 처럼 인권에 대해서는 정말 대한민국 평균이하의 상식과 관심을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무 개념이 사람에게도 이런 책도 있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인권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주는 책이다.

불편해도 괜찮아는 총 9장으로 청소년,성소수자,여성 폭력,장애인,노동자 차별,양심적 병역거부,표현의 자유,인종 차별,인종 학살에 대해 말하는데 사실 어찌보면 상당히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을 상당히 안불편하게 재미있게 풀어 내고 있는데 이 책을 다 읽게 되면 인권에 대한 생각이 사뭇 달라짐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이 책은 작가의 취미인 영화를 빗대어 많은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용감한 그리스 인들에 대한 장대한 서사시였던 300-스파르타의 용사 300명이 페르시아의 10만 대군을 맞아 조국을 지키고자 혈투를 벌인 영화-에 대해서도 저자는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영화의 흐름에 몸을 싣고 괴물들을 마구 무찌르는 ‘팬티만 입은 근육맨’들에 열광하는 동안,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위험한 조류에 동조하게 됩니다. 예쁜 여성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라가 강해져야 하고, 나라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강한 군대를 가져야 하고, 강한 군대를 갖기 위해서는 강한 아이들만 낳아서 키워야 합니다. 나라를 강하게 만드는 데 불필요한 약자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버리면 됩니다. 강한 군인이 될 자질이 없는 자는 살 가치도 없으니까요. 이런 선택을 보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인권감수성의 출발점입니다. ‘불편의 세계’에 눈을 뜨면,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본문중에서..책 뒤표지에 있는 글)

결국 우리가 열광하면선 봤던 영화 300은 화려한 영상 뒤에 “인종주의, 여성과 장애인 차별”이 도사리고 있으며, “영화의 흐름에 몸을 싣고 ‘팬티만 입은 근육맨’들에 열광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위험한 조류에 동조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 관람객에게 울퉁 불퉁한 근육과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 300이란 영화가 사실 인종주의,여성차별,장애인 차별이 있다는 사실을 책에서 지적 받고 영화의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면이 없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영화에서 악을 상징하는 페르시아측 인물들 중에는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장애인들이 많으며 스파르타측에서는 불구로 태어나 스파르타 법을 어기고 자식을 살리고자 타국으로 망명한 부모님의 한을 풀어드리고자 스파르타 왕에게 전투 참여를 요청하지만 거부당하는 장애인 에피알테스 역시 마지막에는 비겁하게 조국을 배반하는 인물로 그려져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은연중에 조장하고 있었더 것이다.그리고 여성은 스파르타 왕비인데 왕의 출정을 도우고자 원로원 의원과 자는데 이거 역시 아름답게 포장했지만 여성을 비하하는 장면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여러 영화중에 오아시스,똥파리,색 계,호텔 르완다드을 이미 본적이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장애인 인권, 맞고 사는 여성의 인권,검열 문제, 국가의 폭력(제노사이드)에 대해서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하 내가 나도 모르게 이런 차별에 은연중에 익숙해 져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는 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공감하면서 읽게 되고 몰랐던 이야기는 아하 이런 뜻이 있구나 하면서 새삼 얼굴이 붉어졌다.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제목은 참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장애가 있어 살아가기에 불편하기는 하지만 괜찮다는 의미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그간 알게 모르게 장애가 있는 이들에 대한 편견을 깨닫고 마음이 불편해진것에 대해 자책하지 말라고 역설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장애란 정상과 다른 비정상적인 것이란 의미가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남들과 약간 다른 특징을 가진 것을 의미할 뿐인데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선입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기에 많은 장애인들이 그런점에 불편함을 가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인권은 아마 역지사지가 아닌가 싶다.역지사지는 상대방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이해하라'는 뜻으로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황금률, 유교의 恕(서) 사상과도 상통하는 의미인데 한마디로 말하면 요즘 흔히하는 상생이란 말이다.
과연 우리는 상대방과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사회 전반적으로 갈등과 반목이 깊어지고 있고 갈등과 증오, 차별이 횡횡하는 현재의 우리 모습은 나 혼자 살기에도 급급해 남에 대한 배려와 이해-특히 보통 사람과 다른 소수 약자-가 없었다고 생각된다.
나 살기도 힘든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뭐 필요하냐는 생각이 이런 차별에 대한 의식을 알게 모르게 조장하지 않았나 싶다.
학교에서 학생이나 성소수자,장애인,다른 인종의 사람등도 우리와 똑같은 권리를 가진 인간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들이 결코 이상한 것은 아니다.말 그대로 '다름'이 결코 '틀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

불편해도 괜찮아는 인권이란 다소 묵직한 주제를 영화를 통해 아주 재미있게 말하고 있어 이런 주제를 싫어하는 사람도 아주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특히 자신의 경험담이 녹아있는 1부 네멋대로 해라는 이 책중에서 제일 재미있는데 중간 중간에 나오는 저자의 박학한 지식을 자랑하는 듯한 역사 관련 이야기는 책에 대한 몰입도를 다소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어 좀 아쉽다.

이 책은 자신은 남에 대해 절대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자부하는 모든 이들이 읽어야 될 만한 책이다.그리고 그중에서도 동성애자 차별 반대하는 학부모 단체의 주요 간부님들이나 특정 종교와 연관되어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처벌을 주장하는 기독교의 목사님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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