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거의 장르 소설과 몇 몇 인문학 책만 읽다 보니 윤미네 집이 나왔는지도 몰랐다. 사실 이 책을 아는 이는 참 드물 거란 생각이 든다.아마도 이번 알라딘 리뷰 대회에 책 관련 리뷰를 쓰시는 분들 중에서도 자신이 읽은 책을 찾다가 윤미네 집이란 제목을 보고 직접 클릭을 하지 않았다면 아니 소설이나 아동용 같은 책이 왜 인문/사회/역사/과학/예술/종료 항목에 있는지 혹시 의아해 하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얼핏보면 윤미네 집은 아동용 동화책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지만 아빠가 딸아이의 탄생부터 결혼까지를 담은 사진집으로 한 여인의 이십 몇 년의 삶이 고스란히 한권의 사진집 속에 녹아들어 있다고 보면 되는데 이 책은 지금은 작고하신 토목공학자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대학 교수로 제자들을 키워내는 전몽각 전 성균관대 부총장이 딸인 윤미가 태어나서 시집갈 때까지 모습을 26년 동안(1964년부터 1989년까지) 아버지의 애정어린 눈길을 담은 사진집이다. <2010년판 윤미네 집은 1990년판과 책 표지만 약간 다를뿐 나머지는 대동소이하다> 사진집이란 내가 자주 쓰는 말이지만 우리 출판계에서는 거의 루키 리그라고 보면 되는 분야라고 할 수있는데 워낙 찾는 이가 드물다 보니 책이 나와도 비매품이거나 주로 사진 관련 지인들끼리 나누어서 사다 보니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책이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그런다 보니 아주 유명한 작가의 사진집이 아닌 경우는 오히려 헌책방에서 찾는 경우가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역시 저자가 딸인 윤미씨를 출가시킨 이후 1990년에 1000부 한정으로 출간했는데 아무래도 개인적 성격이 강한 사진집이다 보니 대부분이 지인들에게 증정용으로 나누어 지고 일부만 판매된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책 소개에서도 나왔다 시피 20년전에 절판된 한 아이의 아빠가 어찌보면 어설프게 찍은 딸의 사진집이 입 소문을 타고 사진을 하는 많은 이들이 헌책방을 전전했다고 하는데-솔직히 이런 일은 일반 독자들은 잘 이해가 안 갈지도 모르겠다-,추리 소설에 빠졌던 독자들이라면 2003년에 재간되기 전까지 동서 추리 문고를 구하기위해 전국의 헌책방을 전전했기에 다소 이해가 가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사진을 하는 많은 이들이 그렇게 구할려고 헌책방을 전전했던 윤미네 집은 과연 어떤 책이었을까? 나는 지금은 사진 활동을 뜸하게 하고 있지만 한동안 정말 열심히 사진을 찍으로 돌아다닌 떄가 있어다.대학에서도 사진 동아리를 열심히 들락 날락 거리면서 아버지의 오랜된 니코멘타FTN에 50mm 렌즈를 달과 참 여기 저기로 사진을 찍던 때가 있었다.그때 알고 지내던 사람중에 지금도 취미 생활로 열심히 사진을 찍는 친구가 있는데 한 몇 년전에 좋은 책을 구했다고 한번 보러오라고 연락이 와서 본 책이 바로 윤미네 집으로 1990년에 나와 바로 절판된 책인데 우연히 구했다며 나 한테 보여주었다. 나도 사진을 찍으면서 윤미네 집에 대한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물은 그 당시에 처음 봤는데 빼어난 구도도 번쩍이는 아이디어도 선명한 화질도 없지만 딸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 본 한 아버지의 부정을 강하게 느낄수 있었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사진사들은 보통 여친이나 가족 사진을 주로 이쁘게 찍으려고들 많이 하거나 무언가 남에게 보여주려고 뭔가 특별난 피사체가 없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떤 주제를 붙잡고 늘어지는 끈기가 부족한 편이다. 그런데 전몽각 부총장의 윤미네 집은 태어나서 시집갈 때까지 딸의 모습을 찍은 한 아마추어 사진가 끈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따뜻한 시선이 사진 곳곳에 담아 있었다. <갓 태어난 윤미의 모습> <뚫어져라 엄마를 쳐다보는 윤미> 그리고 20년 이상 딸이란 피사체를 찍은 아빠의 부정과 끈기가 담긴 사진집이란 것외에도 이 책의 의의는 한국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중산층 생활 모습이 사진 곳곳에 담겨 있는데 단칸방에서 시작한 ‘윤미네 집’ 살림살이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 뿐 아니라 서울이 변해가는 모습까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기록물이라 할 수있다. <식구가 늘어난 윤미네 집.이젠 윤미도 동생들이 생겼다> <학교에 가는 윤미.그때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다> <지금은 찾아보긴 힘든 마을 어귀 풍경.윤미네 가족이 모두 마실을 나와있다> <윤미와 아빠 정몽각 부총장의 사진.아빠 사진사는 사진찍느라 얼굴이 안보이지만 거울을 찍어 드물게 윤미와 아빠가 함께 찍혔다.저기 카메라는 최초의 SLR인 아사히 펜탁스.상당히 비싼 가격으로 당시에는 재산 목록1호 였던것이 카메라다> 이 책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꼭 무언가 튀는 사진이 아닌 평범한 가족 사진이라도 꾸준히 찍는다면 한 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작품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진집이지만 200페이지 내외에 28,000원이라는 가격과 흑백의 사진들 때문에 이 책의 진가를 알지 못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크게 어필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엄마의 젖을 먹는 모습,엄마와 함께 자는 모습,머리를 빗는 모습,뛰노는 모습,밥 먹는 모습 등 일상 모습들을 흑백으로 담은 사진들은 소박하지만 딸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아버지의 사랑이 진하게 묻어난 이 책의 가치를 아는 아마추어 아빠 사진가들은 이 사진집을 찾지 않을까 싶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