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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은 헌책이다 - 함께살기 최종규의 헌책방 나들이
최종규 글 사진 / 그물코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한때 전국의 헌책방을 돌아다니적이 있었는데 아마 알라딘에서 함께살기란 이름으로 블로그 활동하신 분이 가장 헌책방을
많이 다니신분이라고 여겨지는데 개인적으로 이분뒤를 이어 아마 2~3번째로 헌책방을 많이 다니지 않았을까
감히 추정해 본다.
내 서재에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이른바 국내 문학계에서 B급이라고
부르는 장르소설분야에 매력을 느끼는데 요즘과 달리 이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선 추리소설이나 과학소설들이 그닥 많이 간행되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처럼 나역시도 70년대 나온 동서추리나
삼중당추리문고 혹은 이미 절판된 과학소설들을 구하기위해 서울에 있는 헌책방들을 찾아다녔고 그러다보니 전국에 있는 헌책방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서울의 헌책방하면 흔히들 동대문 헌책방 거리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동대문 헌책방들은 대체로 3~5평 남짓하다보니 원하는 책을 헌책방 쥔장님께 부탁해서 찾기는 쉬울지 몰라도 차분히 무슨 책이 있나 살펴보기는
불가능-좁은 가게에서 책을 살핀다고 있으면 아무래도 쥔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수 없다-하기에 개인적으론 대학가에 있는 헌책방이나 나름 대형 헌책방을 선호하는 편이다.
대형 헌책방이래야 대략 20~30평 규모정도이니 아무래도 요즘 대세인
알라딘 헌책방에야 비할수는 없으나 그래도 문고본을 필두로 50~70년대의 책도 상당수 있고 비록 컴퓨터로 책을 찾을수는 없지만
그 나름 분야별로 정리가 되 있어 은근히 책을 찾는 재미가 쏠쏠한데 그 대표적인 곳들이 용산의 뿌리서점이나 신촌의 숨어있는 책,연대앞 정은 서점이나 외대앞 신고서점들이 아닌가 싶다.
요즘은 여러가지 개인 사정으로 헌책방을 거의 다니지 않고 있는 편인데-사실
그간 동네서점과 헌책방등에 구입한 수 많은 책들 때문에 방안에 책이 가득차 발을 제대로 뻗지 못해 잠자리가 불편한 지경이라 오히려 알라딘 중고서점을
이용해 책을 하나 둘씩 팔고 있는 형편이다-,작년말에 정말 오래만에 연대앞을 지나가면서 정은 서점을
들렸다.
그런데 정은서점이 있던 자리가 휑하니 비어있는 것이 아닌가! 재작년에
매장을 찾았을적에 쥔장할아버지께서 장사가 안되는데다 임대료가 높아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신 기억이 나는데 결국 문을 닫게 되신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했는데 문을 닫기 전에 몇번이라고 더 찾아올것을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제 헌책방은 사양산업이 아닌가 싶다.사실 기존의 헌책방 쥔장 어르신들은
나이가 무척 많이 드셨는데 내가 아는 일부 사장님등은 고령으로 돌아가셨고 자제분들에게 물려주고 싶어도 이를 원하지 않고 해서 하나 둘씩 사라진다고
여겨진다.
게다가 책을 잘 읽지 않는 추세와 새것 같은 책들을 찾는 사람들 덕분이 몰라도 중고책 DB와 마차 일반 서점 같은 느낌의 알라딘 헌책방의 위세에 서울에 있는 많은 헌책방들이 문을 닫고 있다고 여겨지는데
이는 어쩔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아닌가 싶다.
사라져버린 정은 서점을 보면서 새삼 다시 책박스를 뒤져 꺼내 읽은 책이 바로 모든책은 헌책이다란 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국의 헌책방을 소개한 이 책은 헌책방 정은 서점이 문을 닫은 것처럼 현재 절판된 책이다.헌책방을 소개한 책은 절판되고 그 책이 소개한 헌책방은 문을 닫고……….ㅜ.ㅜ
개인적으로 내가 헌책방을 찾아다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책의 저자 최종규씨 덕분이다.동대문 헌책방등 서울의 몇군데 헌책방만을 알던 나는 인터넷을 뒤지다 최종규씨가 손으로 그린 지도 그림덕분에 서울에 상당히 많은 헌책방이 여기 저기 숨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지도 그림을 출력해 헌책방을
하나씩 찾아 다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후 우연찮게 서점에서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집어들게 되었는데 책 안에 내가 익히 아는-종이가 너덜거릴정도로 쥐고 다녔던- 지도 그림이 있는 것을 보고 이
책의 저자가 바로 내 헌책방 순례의 길을 열어준 분이구나 하는 생각에 얼른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는 단순히 헌책과 헌책방에 대해서 나열한 책이 아니다.물론
이 책의 나온 헌책방을 알려주는 일종의 지도일수도 있으나-2015년 현재 시점에서 이 책에 소개한 헌책방중
일부는 이미 문을 닫은 곳도 있을수 있다-,이 책은 헌책과 헌책방을 사랑한 저자의 헌책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개념이 묻어있는 책이라고 할수 있다.
이 책은 수도권지역에 있는 책방을 위주로 정리를 하면서 부산, 청주, 대전 등등의 헌책방도 몇몇 소개하는데 저자가 방문한 헌책방에서 본 책들을 소개하면서 책방 주인들과의 대화, 헌책방 사진등이 있어
독자로 하여금 마치 내가 그 헌책방에 있는 느낌을 들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헌책방을 소개하고 헌 책을 알려주는 그런 단순한 책은 아니다.이 책의 두번째 목차인 둘 : 자주 묻는 헌책방 이야기에는 저자의
헌책방에 대한 사랑과 나름의 철학이 오롯이 들어나 있다.
특이하게 이 책은 헌책방과 관련된 여러가지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 저자 나름대로 독자들에게 설명해 주고 있는데
예를 들면 헌책방은 언제 문을 열고 닫히는지,헌책방에서 산 책을 반품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려주고 있다.그리고 헌책방을 방문하는 독자들이 헌책방과 헌책에 대해 나름대로 지켜야할 예의에 대해서도 알려주면서 헌책이 단순히
남이 읽다버린 책이 아니라는 점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는 책을 좋아하는 분들,그리고 이미 서점에서 품절되어
찾을수 없는 책들을 찾게 도와주는 안내서라고 할수 있다.이책은 헌책방을 찾아나선 이들에게 귀중한 지도라고
할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저자의 문체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저자가 젊어서부터 인터넷등에 개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올린 글들을 갈무리해서 책으로 엮었기에 뭐랄까
너무 장황하단 느낌이 든다.저자는 보다 많은 정보를 주려고 했을지 몰라도 혹 당황한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이 든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는 현재 절판된 상태인다.개인적으로 이 책이 새롭게
보완되서 개정판이 나오길 기대하지만 과연 개정판이 나올수 있을까는 회의적이다.
일단 이 책의 저자는 현재 전남의 시골마을에서 도서관을 운영중이신데,이
책을 지었을 당시에는 총각이어서 전국의 헌책방을 홀가분하게 다닐수 있었지만 이제는 한 가족의 가장이기에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아마도 달라진 헌책방계의 환경이 아닌가 싶다.이
책이 쓰여졌을 90년후반부터 이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젊거나 나이가 들었거나 상관없이 헌책방을 찾는
이들은 헌책방의 퀴퀴한 분위기에도
아랑곳없이 찾는 책을 위해 헌책방
구석구석을 뒤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2015년 현재 알라딘 중고서점이 활성화 되는 것에서 알수
있듯이 헌책방을 찾는 많은 이들이 보다 깨끗한 분위기에 보다 편하게 새책 같은 느낌의 헌책방만을 찾기에 이 책의 개정판이 만일 나온다고 해도 예전처럼
이 책을 손에 들고 동네 헌책방을 찾아 나서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현대는 프렌차이즈의 판치는 시대다.시장통 통닭이 수 많은 프렌차이즈
치킨집으로 바뀌고 그 많던 동네 빵집이 이제는 파리바케트와 뚜레쥬르로 대체되고 있다.동네 이발소도 동네
분식점도 이제는 모두 프렌차이즈로 바뀐 상태다.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 프렌차이즈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프렌차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보다 적은 비용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수 있기 때문이다.이는 헌책방업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알라딘과 같은 프렌차이즈 대형 헌책방이 계속 생겨나게 된다면 결국은 우리 근처에 있던 동네 헌책방들은 아마 하나둘씩
사라질 것이고 그건 아마도 시대의 흐름이기에 어쩔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때 절판된 추리소설과 과학소설을 찾고자 헌책방을 전전했던 입장에서 본다면 헌책방 업계가 프렌차이즈화
되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그건 마치 개성없은 프렌차이즈 빵집의 단단팥빵 먹는 것 같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저자가 개정판을 내놓을 의향이 없다면 나라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과연 헌책방 관련 책을
구매할 독자들이 있을지 정말 궁금해 진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