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머큐리님이 알라딘 헌책방은 헌책방계의 SSM이다란 글을 올리신 적이 있지요.

아마 알라딘 신촌점을 방문하고 글을 올리신 것 같더군요.저도 그 글을 읽고 신촌점을 다녀왔지요.

신촌은 서울시내에서도 헌책방이 모여있는 몇군데 안되는 지역입니다.신촌역을 중심으로 연대앞에 정음서점,홍대앞에 온고당(흠 근데 온고당은 헌책방에서 디자인 전문서점으로 완전히 변했더군요),노고산동의 숨어 있는 책과 신촌 백화점 맞은편의 도토리 헌책방,신촌에서 동교동 삼거리 가는 사이의 전설의 공씨 책방,그리고 동교동 삼거리에 열린 책방등이 있고 조금 더 넓히면 이대역 부근과 서강대 부근에도 헌책방이 있지요.정음 서점이나 공씨 책방은 나름 수십년간 헌책방을 운영하신 분들이고 숨어 있는 책 역시 출판사 직원이셨던 쥔장이 나름 매장을 키워서 운영하시는 곳입니다.

어떻게 보면 참 경쟁이 치열하면서도 나름 어는 정도 헌책방 상권이 형성된 곳에 알라딘 헌책방 이 들어왔습니다.규모나 책 보유량 및 다양성에 비추어 본다면 솔직히 알라딘 헌책방은 위에 열거한 숨어 있는 책이나 열린 책방,정음 서점등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만 밝고 환한 인테리어,편한 검색환경,쾌적하게 책을 볼수 있는 공간,친절한 종업원들은 기존의 헌책방에선 느낄수 없는 부분들이지요.예전분들이야 헌책방의 느껴지는 눅눅함과 쾌쾌함을 사랑하던 분들이 계셨을지 모르지만 현재라면 알라딘 헌책방의 완승이라고 할 수 있군요.

 

신촌 지역의 헌책방 쥔장들에게 알라딘 헌책방의 입점과 관련해서 살짝쿵 물어보자 그닥 관심이 없어 보이듯이 말했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는 없나 보더군요.하지만 자본으로 따져보면 일종의 공룡이라고 할 수 있는 알라딘에서 종로에 이어 신촌점에 헌책방을 내놓으니 긴장을 하지 않을수 없는 것 같습니다.모 쥔장은 알라딘 헌책방이 들어오면서 매출액이 다소 줄은 것 같다고 걱정어린 말씀을 하십니다.

머큐리님의 말씀처럼 알라딘 헌책방이 과연 어디까지 출점할지는 모르지만 현 상황에서 보자면 개인이 하는 헌책방들은 알리딘 헌책방이 헌책방계의 SSM이라고 느껴질 만하다고 생각됩니다.종로점과 신촌점을 방문해 본 결과 책의 구매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기존의 헌책방의 유입 고객과는 차원이 다른게 많은 분들이 방문함을 알 수 있으니까요.

아마 알라딘 헌책방이 몇군데 더 생기면 기존의 헌책방들 중 다수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지않나 여겨집니다.

그러다보니 알라디너 여러분들 중에도 대형 마트와 동일한 의미인 SSM이란 단어는 싫어하고 반대하면서도 쾌적한 알라딘 헌책방을 무조건 반대만을 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인 태도에 약간 곤혼스럽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실 대한 민국의 헌책방 업계는 상당히 힘든 편이지요.

이 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의 헌책방 거리하면 누구나 동대문 헌책방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50년대부터 형성된 동대문의 헌책방 거리는 가난한 학생들과 책을 읽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메카였다고 하는데 어느샌가 우리 경제가 부흥되고 바쁜 삶에 지쳐가면서 서서히 책을 손에서 놓게 되었네요.

이 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에는 약 100개가 넘는 헌책방이 있었습니다.이때는 막 인터넷 문화가 활성화되던 시기로 주로 책을 좋아하던 PC통신 시대들(흠 아마 지금쯤이면 30세를 훌쩍넘어 중반쯤들 되셨겠네요)이 인터넷으로 옮겨와 헌책방 동우회 비슷한 것을 꾸며 서로 만나 헌책방을 찾고 나름 우정과 책을 나누던 당시 동우회 회원 분들이 나름 발품을 팔아 서울 전지역의 100여 군데의 헌책방을 조사하셨더군요.

알라딘에도 당시 헌책방 동우회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알라디너 된장님이 당시 유명한 헌책방 매니어중의 한분이신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나중에야 그런 헌책방 사이트를 알게 되고(아쉽게도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나서 자료만 남아있을 뿐 회원분들은 거의 사라진 상태였죠),자료실에 있는 헌책방들을 찾아가게 되었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많은 곳들이 문을 닫게 되었던 것 같은데 아마 대략 60%이상 문을 닫은 것 같습니다.

이처럼 현재 살아 남은 헌책방 역시 몇 몇 매장을 제외하면 매장 운영이 힘든곳들이 많은데 알라딘 헌책방이 등장하니 아마 중소 슈퍼들이 대형 마트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과연 알라딘 헌책방이 개인들이 운영하는 헌책방을 모두 없애버릴 헌책방계의 SSM일까요?

한편으론 맞는 말이고 한편으론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만약 알라딘 헌책방이 계속 늘어나게 된다면 아마 서울지역의 웬만한 헌책방은 다 문을 닫지 않을까 싶습니다.지금처럼 헌책방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줄어드는 추세에서 임대료와 기타 전기,수도요금등등을 내면서까지 오프 라인 헌책방을 운영할 곳은 아마 몇군데 되지 않을까 싶네요.뭐 개인적으론 오프 라인 헌책방을 계속 운영할까 말까 고민하는 쥔장들에게 알라딘 헌책방의 지속적인 증가는 문을 닫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을까 싶군요.즉 알라딘 헌책방이란 공룡이 소형 헌책방들을 마구 짓 밟아 고사시키는 것이죠.

 

이처럼 외관상 알라딘 헌책방은 헌책방계의 공룡 SSM임에 틀림없습니다.그럼 알라딘 헌책방의 과연 악의 존재일까요???

앞서 말한대로 헌책방 업계는 헌책방 고객들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오프라인 매장의 운영에 애로점이 많습니다.그러다보니 동대문 헌책방거리에서 수십년간 헌책방을 운영하던 곳도 문을 닫는 추세죠.이처럼 잘 알려진 곳의 헌책방도 문을 닫다보니 동네에 있는 헌책방들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런데 헌책방을 닫는다고 모든 쥔장님들이 헌책방 업계를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인터넷이 활성화면서 많은 분들이 자체적으로 인터넷 헌책방 사이트들을 개설했습니다만 몇곳을 빼고는 관리의 어려움과 찾는 이들이 적어서 온 오프 헌책방을 운영하시더군요.

그러다 북코아를 필두로 알라딘이나 YES24처럼 일반인들이 헌책들을 매매할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습니다.헌책방들한테 이런 사이트는 위기임에 틀림없지만 한편으로 기회로 다가왔지요.자신들이 만든 헌책방 사이트보다는 훨씬 많은 잠재 고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일부 헌책방들은 오프 라인 헌책방을 닫고 인터넷 판매에 주력하시게 되는데 제가 아는 몇몇 헌책방 업주분들이 그러하시더군요.

 

현재 알라딘이나 YES24및 북코아등의 책 판매자들을 보다 보면 예전에 제가 드나들던 헌책방의 이름들을 가끔 보게 됩니다.그래서 들어가보면 책이 수만권이나 되더군요.뭐 개인분중에 수만권의 책을 보유하신 분들이 없진 않겠지만 그 책을 판매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 터이니 아무래도 헌책방 운영자임에 거의 틀림없단 생각이 듭니다.

헌책방 쥔장 입장에서도 알라딘 헌책방의 존재가 오프라인 매장의 문을 닫게 할지 모르겠지만 알라딘 중고샵등과 같은 존재가 생기면서 오히려 새로운 판로가 생겨나서 이쪽으로 판매를 주력한다고 여겨지는군요.아마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비용보다는 10%수수료를 알라딘 측에 주는 것이 더 이익이 남지 않을까 싶어지네요.

 

겉으로 보기에는 알라딘의 정책이 헌책방 업계를 고사시키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측면에서도 본다면 서로 공생하는 관계이기에 너무 비판적니 시선으로 볼 필요까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by caspi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2-04-0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예전에 헌책방 찾아다니며 책본적이 있었는데, 그런것들이 사라져가는 것은 아쉽습니다.
다만 알라딘 헌책방이 하는 역할도 있다는 말씀에는 동감이예요.


카스피 2012-04-01 21:40   좋아요 0 | URL
넵,저역시 알라딘 헌책방의 화사하고 밝은 분위기보다 기존 헌책방의 어둠침침하고(?) 쾌쾌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곳들이 하나 둘씩 사라진다니 마음이 무척 아프더군요ㅡ.ㅡ

맥거핀 2012-04-0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부터 카스피님의 알라딘 헌책방에 대한 고찰(?) 흥미롭게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알라딘 헌책방이 SSM처럼 작용을 하게 될까봐 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이러한 것이 카스피님의 말씀대로 헌책방 전체에 대한 활성화로 이어지게 되면 어떨까 하는 긍정적인 기대를 한편으로는 하고 있습니다. 저만해도 알라딘 헌책방이 생긴 이후로 헌책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앞으로는 되도록 중고책으로만 구매할까 생각중입니다..)

아무튼 알라딘이 좀 더 강자의 입장이니만큼 작은 헌책방들과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의 문제를 조금 더 생각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종로, 신촌은 너무 가까운 듯한 느낌도 있구요. 서울에 굳이 2군데나 필요할까..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카스피 2012-04-01 21:45   좋아요 0 | URL
알라딘 헌책방의 활성화는 기존 헌책방에게는 두가지 악재로 다가 온다고 여겨지는데 첫째는 위에서 열거했듯이 밝고 깨끗가고 친절하며 검색이 잘되는 알라딘 헌책방으로 고객들을 빼앗긴다는 점과 두번째는 알라딘 원클릭 헌책 구매가 헌책방으로 유입되던 재고 물량을 빼앗는 다는 점이죠.
아무튼 알라딘 헌책방은 기존 헌책방에는 위협 요소가 될것임에 틀림 없습니다.다만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것이지는 각각의 헌책방 주인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겠죠.오히려 알라딘 중고샵을 이용해 판매를 활성화 할수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저도 종로나 신촌은 너무 가깝단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차라리 강남에 하나 있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재는재로 2012-04-0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이 지방이라 신촌에는 못가보고 부산점에는 한번 갔다왔는데 동네의 헌집과는 다른 밝은
조명에 인테리어 까지 가족과 함께 나들이 겸 가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장소더라구요
쾌쾌한 냄새와 헌책 특유의 냄사가 공존하던 옛책방은 사라지고 이제는 이런 장소들이
생기는 것도 시대의 흐름이겠죠 하지만 그장소에서만 느낄수 있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가는게 아닐까요 헌책방을 돌아다녀야만 찾을수 있는 품절된책을 얻는 즐거움등 책을 찾는
발품 조차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지//

카스피 2012-04-01 21:47   좋아요 0 | URL
넵,아무래도 알라딘 헌책방은 시대의 흐름이죠.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대형 헌책방이 일본 전국에 퍼져 있다고 하더군요.
이제 기존 헌책방들도 나름대로 개성을 찾지 않으면 힘들게 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