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문기담 - 추리편 김내성 걸작 시리즈
김내성 지음 / 페이퍼하우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2009년은 국내 최초의 본격 추리 소설작가로 평을 받고 있는 김내성이 태어난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외국 같으면 아마 떠들썩하게 문단에서 여러 행사를 진행하고 신문등에도 특집 기사가 나왔을 테지만 역시 장르 소설을 B급 장르로 취급하는 국내 문단의 현실상 그냥 저냥 지나가게 되었다.
추리 소설 애독자라면 김래성은 한국어로 씌어진 추리 소설뿐만이 아니라 모든 장르 소설의 비조라고 여킬테지만 일반 독자들이라면 아마도 청춘 극장의 작가로 인식할 것이다.대체로 김래성이 추리 소설을 썼을때는 해방전이었고 해방이후에는 추리소설 대신 연애 소설을 주로 썼기때문인데 그의 대표적 작품인 청춘 극장이 1950년대 당시에 워낙 공전의 히트를 친 작품이기 때문이다.

김래성의 추리 소설은 마인 한 작품만 국내에 알려져 있었는데 이후 일본어로 쓰여진 타원형 거울이 발굴되어 국내에 소개되면서 김내성의 탐정 소설은 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이후 2009년에 판타스틱에서 김내성의 단편을 몇권 소개한후 동 출판사에서 다시 마인 및 김내성의 단편집인 연문기담과 백사기가 출간되었다.

추리 단편집 연문기담에는 연문기담,타원형의 거울,가상범인,벌처기,비밀의 문등 총 5편의 작품이 있는데 1930년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작품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타원형 거울은 일본어로 쓰여진 김래성 최초의 추리 소설인데 자신이 살인 용의자로 몰렸다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사건이 추리 잡지에 공모전으로 열리자 주인공 유시영이 자신의 무죄를 세상에 알리고자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데 실제로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지는데 작가의 첫 추리 소설임에도 그 과정이 상당히 논리적인 작품이다.

가상 범인은 김내성이 창조한 국내 최초의 명탐정 유불란이 처음 등장하는 단편인데 이 작품에선 유불란은 탐정이 아닌 탐정소설가로 사랑하는 여인이 쓴 살인 누명을 벗기기 위해 그 사건을 다룬 연극 대본을 쓰고 (자신이 추리한) 진짜 범인에게 그 연극에서 연기를 하도록 시켜 연인의 누명을 벗겨주지만 범인의 계략에 말려 저도 모르게 연인을 살해 하고 만다.
특이하게도 이 작품에서 유불란의 무죄를 밝히고 진범을 밝혀내는 것은 유불란이 아니라 검사여서 명탐정의 첫 등장치고는 좀 어설프기 그지없다.
책속에서 유불란으로 하여금 살인을 저지르게 만드는 신비한 범죄 집단이 나오는데 아마도 그것은 30년대 일본 추리 소설의 대부 란포의 영향을 받아서가 아닌가 싶다.
이후 유불란은 마인에서 찌질한 탐정 소설가가 아닌 명탐정으로 환골 탈태하여 홈즈 못지않는 추리력을 발휘하는데 아쉽게도 이후에는 일본의 전쟁에 도움을 주는 스파이로 변신하게 되고 해방 이후 그런면에서 부담을 가진 김래성의 절필로 국내 첫 명탐정의 맥은 아쉽게도 끊어지고 만다.

연문기담은 어찌보면 추리 소설의 겉모양을 띤 연애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랑하는 남자를 쟁취하고자 기지를 발휘하는 한 여인의 모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앞서 말한대로 김래성은 한국 현대 추리 문학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분인데 그의 작품이 탄생 100년이 되서야 겨우 단편집 형식으로 우리 앞에 소개되는 점이 어찌보면 창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연문기담은 30년대와 40년대에 걸쳐 발표된 초기작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김내성 스스로도 “나의 추리작가로서의 가장 작열된 정열이 한곳에 결정된 창작”작품들이라고 평하며“작품마다 추리문학에의 순수한 정열이 불꽃처럼 약동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을 정도니 상당한 수준작으로 지금 시각에서 봐도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으로 만약 김래성이 해방 이후에도 추리 소설을 계속쓰고 일찍 돌아가지 않으셨다면 국내 문학계에서 추리 소설은 아마 또다른 대접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친일 의혹을 받고 있는 마인이후 김래성 추리 소설들도 번역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Good:전설적인 한국 추리 소설 시조의 작품을 읽은 기쁨.
Bad:마인의 명탐정 유불란은 어딜가고 찌질이 유불란이 나오냐.
Me:마인도 읽었다.김래성의 나머지 작품은 누가 출간해 주지 않나?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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