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대한 민국에서 만화는 아이들의 학습 열의를 빼앗는 대표적인 악서로 몰렸던 적이 있다.특히 일본의 만화들이 무 분별하게 음성적으로 유통되면서 한국의 창작 만화와 만화가마저도 도매급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일본의 경우 무수히 많은 종류의 만화가 팔리고 있는데 그 중에서 성인용 에로물 만화도 있는가 하면 만화가 아니라 교양 서적으로 분류되어 팔리는 책도 있을 정도로 만화가 상당한 수준의 지위를 차지하는데 반해 아직도 국내에선 만화란 아이들이 보는 것이라 고정 관념이 있는듯 싶다.

하지만 부모님의 눈을 피해서 킬킬 거리면 보았던 세대들이 어느새 부모가 되면서 만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듯 싶다.물론 학습 만화에 우선 국한 되겠지만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나 마법 천자문 시리즈 같은 것은 거의 1,000만권 이상 팔린 슈퍼 베스트 셀러가 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려서 만화를 보면서 자란 세대다 보니 요즘의 20~30대는 자잘한 글보다는 시원한 그림체를 좋아하는 편이다.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서적이 만화로 출간 되는 경우가 늘어났는데 내 기억에 90년 중반에 일본의 경제 상황을 다른 일본 경제 만화를 국내에 번역한 책을 헌 책방에서 본 것 같은데 이제 국내에서도 교양 만화들이 다수 출간되는 것 같다.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이 나오기 전에 만화 김대중이 나왔을 정도이니 이제 만화도 당당히 우리 문학계에 한 자리를 찾이하는 느낌을 받게된다.

우린 나라 교양 만화의 대표적인 작가중의 한 사람이 바로 김태권인데 그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며 중세 이슬람과 유럽의 역사를 현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재해석하여 지식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만화 《십자군 이야기》를 출간 한바 있다.

그런 김태권이 이제 시각을 서에서 동으로 돌려 중국 역사의 최초의 전성기를 연 한나라에 대해서 손을 댔으니 바로 한나라 이야기다.중국을 현대적 의미에서 최초로 통일하여 황제의 발 아래 둔 나라는 시황제의 진나라 이지만 그의 사후 바로 무너졌기에 실질적 의미의 통일 왕조는 바로 한나라로 중앙집권체제와 법치사회 등의 제도뿐아니라 문화와 사상 면에서도 크게 발달시켰다. 서양 문명의 모든 토대가 로마제국에 나왔다면 동아시아의 모든 토대는 한나라에서 나왔다고 해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런 한나라를 10권 분량으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뜻밖에 1권은 진시황제에 대한 이야기다.아마도 한나라를 만든 유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최초의 통일 왕국인 진나라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 이야기 1권을 보면 여불위등이 나와 어디선가 이 책을 이미 읽지 않았나 하는 상당히 익숙한 감을 느끼는데 작가 자신이 초한지와 기타 중국의 고전들을 섭렵하고 썼기 때문이라고 하니 중국의 고전이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는 보기 쉬운 만화 그림에다 작가의 철저한 고증 덕분에 중국 역사에 대한 지식을 쉽게 높일 수 있어서 좋을테지만 이미 중국 고전과 역사를 많이 읽은 사람들한테는 좀 아쉬운 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중국의 고전과 역사를 읽어서 잘 아는 독자들이라도 이 책은 사서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작가의 꼼꼼한 자료 수집과 충실한 고증을 통해 그린 그림이다.이 책의 내용도 충실하지만 특히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복과 병기, 장식품, 머리 모양은 모두 진한시대의 화상석이나 화상전 등 생활사 자료를 연구하고 고증해 구현한 것이라고 하니 활자에서 느끼지 못한 당시 시대상을 만화라는 형식의 그림을 통해서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 그림위의 사진은 전국시대 청동기 명문에 있는 그림이다.작가는 이처럼 당시에 대한 상세한 고증을 하고 있는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만화밑에 그림과 연관된 주석을 달아놓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책의 단점이라면 아마도 바로 김태권의 그림체 일것이다.아무리 좋게 말하고 싶어도 그림체가 어색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데 그건 아마도 작가의 약력을 암만 뒤져봐도 미술이나 그림을 대학부터 전공-저자는 서울대 마학과를 졸업했다-하지 않고 한겨레 일러스트학교를 수료했다고 하니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그림체는 아닐성 싶다.

<내용에 비해 딸리는 그림체가 책에 대한 흡입력을 약화시킨다는 느낌>

이 책은 저자의 한나라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담긴 작품이다.이 책의 성격은 만화라는 형식을 빌린 교양서적이므로 당연히 책의 내용이 중요하겠지만 만화라는 형식상 그 그림도 딸리면 안되는데 어색한 만화체의 그림은 오히려 책을 읽는 몰입을 방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와 내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인데-물론 개중에 이원복 교수같은 특출한 사람이 있기는 하다- 많은 만화가들이 스토리 작가를 별도로 두는 이유를 저자도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아무튼 이 책은 중국 고전에 대해 보다 쉽게 접근하고 이해를 하겠다는 분들에게는 강추하는 작품이다.

by caspi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