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 청소년들아, 연암을 만나자 만남 1
박지원 지음, 리상호 옮김, 홍영우 그림 / 보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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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연암 박지원에 대해서 아마도 처음 들은 것은 바로 중 고등학교 시절역사 책에서 였을 것이다.그 때 배운 지식을 생각해보면 박지원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그의 호인 연암, 실학자,실용주의, 실사구시, 북학파,열하일기 정도가 되겠는데 아마 시험에 나온다고 달달달 외었던 기억이 난다.

열하 일기는 박지원이 지은 연행기로 총 26권 10책으로 연암집에 수록되어 있는데 그가 44세 때인 1780년(정조 5)에 삼종형 명원(明源)이 청나라 고종 건륭제의 칠순 잔치 진하사로 베이징[北京]에 가게 되자 자제군관의 자격으로 수행하면서 곳곳에서 보고 들은 것을 남긴 일종의 기행문이다.

허준에 대해 쓴 소설 동의 보감에 보면 당시 중국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멀고도 힘들어서 장사로 돈을 벌거나 일생에 한번 외국 문물을 보려고 마음 먹지 않는 이상 고위 관리가 안니면 상당히 힘들었다고 하는데 박지원은 팔촌형 팔촌 형 박명원의 비공식 수행원에 불과했지만 다섯 달(1780년 5월25일~10월27일) 동안 어렵게 얻은 기회를 유람이나 즐기면서 허투루 날리지 않고 청나라의 문물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살피면서 후대에 귀중한 유산을 남기는 위대한 기회로 삼아 조선후기의 걸작 <열하일기>를 탄생시켰는데 당시 사회 제도와 양반 사회의 모순을 신랄히 비판하는 내용을 독창적이고 사실적인 문체로 담았기 때문에 위정자들에게 배척당했고, 따라서 필사본으로만 전해진 책이다.

열하 일기는 크게 2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1~7권은 여행 경로를 기록했고 8~26권은 보고 들은 것들을 한 가지씩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박지원은 열하 일기를 통해 이용후생을 비롯한 북학파의 사상을 역설하고 동시에 구태의연한 명분론에 사로잡혀 있는 경색된 당시 양반 사회의 사고 방식을 효과적으로 풍자하기 위해 사실과 허구의 혼입이라는 복합 구성을 도입했는데 즉 여정과 관련시켜 삽입해놓은 일화들은 보고 들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필요에 따라 박지원 자신이 창작한 것도 있으니 우리가 잘아는 호질과 허생전이다.열하 일기에 수록된 호질은 중국인의 작품임을 빙자해 공격의 화살을 피하면서, 백이/숙제 사당 참관기와 함께 양반 사회의 모순과 명분론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박지원은 당시 양반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도 그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대놓고 하지 못하고 중국에서 들은 이야기라는 식으로 비꼬아 돌려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열하 일기를 읽다보면 박지원이 얼마나 꼼꼼이 보고 들은 것을 기록했는지 잘 알 수 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마치 박지원이 걸아간 길이 영화를 보듯이 눈앞에 펼쳐진다고 느낄것이다.
그러면서 박지원은 열하 일기 속에서 당대의 국제 정서를 모르는 우물안 개구리 같은 조선 선비 사회와 명이 망한지도 130년이 지난 후인데도 아직도 숭정 연호를 쓰는 소중화 사상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사실, 어른들 중에서도 열하일기를 제대도 정독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국내에서도 많이 번역되어 있긴 하지만 한자투의 어려운 문장이 독서의 즐거움을 뺴앗고 웬지 전문가만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여기도록 접근의욕을 막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보리에서 나온 <열하일기>는 1950년대 북한 학자 리상호가 완역한 작품을 청소년들 눈높이에 맞게 다시 펴낸 것이다.그래서 부제도 ‘청소년들아, 연암을 만나자’로 달았다고 한다.

열하일기에는 연암 가까이에서 여행을 도운 마부 창대와 마두 장복이, 길동무 어의 변계함과 상방비장 정 진사부터 중국에서 만나 일반 서민들인 필부들의 모습이 생기있게 그려지고 있는데 아마도 청소년용으로 각색을 하면서 좀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이들이 모습이 더욱 더 부각 되지 않아나 싶다.

<연암의 주변을 함께한 인물들>
그리고 21세기의 김홍도라고 지칭되는 홍영우의 그림이 연암이 북경과 열하 여행을 눈으로 따라가면서 그린 중국의 산천과 풍경 모습을 더욱 더 실감나게 하고 있어 책에 대한 몰입도를 배가 시켜주고 있다.

<연암의 여행 그림.당시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에서는 쓰이고 있지 않은 ‘투미하다, 푼더분하다, 희읍스름하다, 엄벙뗑, 멍멍히, 헨둥하다, 청처짐하다’ 등 풍부한 우리 옛말을 사용함으로써 우리 뇌리에서 잊혀진 아름다운 우리 옛말의 아름다음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청소년의 눈 높이에 맞추고 축약해서 1권으로 내다 보니 실제 연암이 생각했던 부분은 삭제되고 여행 중에 겪은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책이 구성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한문을 국문으로 옮겼을 때 느껴지는 어색한 부분과 한자어가 많이 섞여 있어 읽기 어려운 부분들을 읽기 편하고 쉽게 다듬고 긴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각주를 넣고, 어려운 말이나 표현은 본문에 최대한 풀고 삽화까지 곁들여서 청소년들이 고전이라고 경기들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어려운 우리 고전을 한글로 쉽게 풀었기에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쉽게 일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그리고 이 청소년용 열하 일기를 완독하면 다음에는 제대로 된 번역본에 한번 도전함이 어떨까 싶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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