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평전 - 권위와 신화의 옷을 벗은 인간 공자를 찾아서
안핑 친 지음, 김기협 옮김, 이광호 감수 / 돌베개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공자란 인물은 그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청나라의 멸망으로 유교로 대표되는 전 근대적 봉건 왕조 국가가 멸망하기까지 수 천년간 중국의 정치,사회 제도, 문화와 역사의 구조 등 중국의 어제와 오늘을 만드는 초석을 다진 인물임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그건 중국 문화의 영향권 아래 있던 동 아시아 국가 모두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로 한국도 마찬가지다.조선시대까지 국내에는 공자를 모시는 사당이 무수히 많았고 많은 선비들이 공맹의 도에 무조건적으로 매달려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공자는 20세기 들어와서 화석화된 존재였다.공자의 유교는 민주주의와 상반되는 봉건 왕조 체제를 지탱하는 이념으로 매도되었고,동 아시아 국가에서 근대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그는 서서히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그리고 공자의 모국인 중국에서마저 공산당 정부가 수립되면서,특히 구체제 파괴’를 독려하며 문화 혁명을 일으켰던 마오쩌둥의 시대에 공자는 철저히 파괴되고 매장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공자는 화려하게 되 살아났다.자본주의가 상당히 진행된,그래서 백만장자도 1억명 이상이라는 중국은 경제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빈부 격차가 심각하게 증대됨에 따라 상당한 정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중국 공산당은 덩 샤오핑의 개방 개혁 정책으로 13억 인민의 ‘먹는 문제’를 해결했지만 빈부•지역 격차, 서구문명의 범람, 소수 민족 문제 등으로 사회는 여전히 불안하고 더 이상 공산당의 정치 이념만으로 중국 대중을 설득할 수 없어졌고 이념보다는 돈이라는 가치관의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공산주의 이념과 더불어 중국 민족을 하나로 묶을 소프트웨어로 공자를 선택하게 된다.중국 사회가 점차 이성을 회복하면서 공자와 유학에 대한 재평가와 연구가 이루어 졌고 감정이 배제되자 공자 비판이 사라지게 된다. 덩샤오핑이 집권한 79년부터는 국가 차원에서 취푸의 공자묘를 재건되었고,94년 9월 공산당 중앙서기처는 대중학술단체인 중국공자기금회를 만들었으며 99년 장쩌민 국가주석은 중국공자기금회와 유네스코가 공동으로 거행한 ‘공자 탄신 2550주년 기념 학술토론회’ 참가자들을 접견했다.가장 하이라이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으로 공자의 3000제자들이 논어 경전을 암송하며 등장하는데 본격적인 공자 부활의 상징적인 이벤트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 대중 사이에서도 이중톈과 위단이 중국중앙방송의 교양프로그램 ‘백가강단’이 커다란 인기를 얻을 정도로 공자는 국민적인 스타로 되돌아 온다.

그런데 우리는 공자라는 인물에 대해서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그에 대해서는 논어등의 책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다.사실 제자들이 후대에 저술한것이자만 그의 작품으로 알려진 논어나 그의 유학 사상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연구서등이 출간되었지만 공자란 인물 그 자체를 파헤친 책은 드문 편이다. 이제까지 이천년이니 더 전에 나온 사마천의 공자전은 공자의 삶에 대한 가장 믿을 만한 기록으로 여겨졌을 정도다.

중국의 이런 공자 열풍을 타고 인간’ 공자 본연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오랜 시공을 거슬러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공자를 만나려고 시도한 학자가 있는데 서양에 중국사를 대중적으로 소개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저명한 중국학자인 조너선 스펜스의 아내이기도 한 안핑 친이다.
저자가 인간 공자를 재 구성하기 위해 논어,춘추좌씨전,맹자,순자,장자 등 수많은 문헌을 통해 공자의 삶을 파헤치고 곽점본이나 상해박물관의 죽간 등 최근 발굴된 고고학 자료까지 활용하면서 가장 믿을 만한 인간 공자의 모습을 복원해냈다.

공자 평전은 '권위와 신화의 옷을 벗은 인간 공자를 찾아서'란 부제에 알 수 있듯이 공자의 삶에 중점을 두었는데 54세의 공자가 고향인 노나라를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해 그 후 자신의 도덕적 정치적 가르침을 폈기 위했던 14년간의 방랑 생활과 귀환 이후 노나라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던 죽기 전 5년간의 만년 모습을 마치 독자들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직접 돋보기를 들고 살펴 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자에 대해서 느끼게 된 것은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만 있던 동아시아 3국이유교의 위대한 성인으로 추앙하던 공자는 어찌보면 허상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공자는 14년간 4개국-사기에서는 7개국이지만 작가의 연구조사 결과는 4개국이라고 한다-항상 그가 논하던 인과 예는 즉각적인 기술이나 전쟁에 승리할 수 있는 부국 강병의 이론이 아니어서 그 당시 군주들이나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했기에 여기 저기로 떠돌아 다닐수 밖에 없었고 그런 스승을 모시는 제자들은 그를 따르기 힘들다고 속으로 불평을 할 정도로 요령부득의 당시로서는 명성을 얻기 힘든 사람이었다.
하지만 책속에서는 그런 공자의 솔직 담백한 모습들이 드러나 있다.어찌보면 “인간 공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저자는 공자에게서 권위의 옷을 홀랑 벗겼다고 할 수 있어 오리려 논어등에 보였던 유교 시대의 근엄한 공자의 모습보다 훨씬 친밀하게 현재의 독자들에게 다가선다.

사실 이 책을 읽기전에 주윤발을 주인공으로 한 공자란 영화를 본적이 있다.공자의 일생이 너무 압축되어 있어 그 내용을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영화속 내용이 고스란히 책속에 있어 읽기가 무척 수월했었다.
공자 평전은 자로,안희와 같은 공자의 제자들과 그 밖의 역사적 인물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있고 공자 시대의 사회역사적 배경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우리가 얼핏 예상하는 딱딱한 인문서적이 아니므로 읽는게 겁을 낼 필요는 없다.정 부담스럽다면 영화 공자를 비디오로 빌려보고 공자에 대해 흥미가 생긴다면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마치 영화의 장면과 오바래핑되면서 쉬이 읽을 수 있기 떄문이다.
중국을 비롯해 다시금 전세계에 불어닥치는 공자 열풍을 이해하고 인간 공자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필히 일독을 해야될 저서라고 여겨진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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