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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 5회 알라딘 리뷰 대상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이 들어있다.문학/만화 작품중에 정말 몇권 안되는 추리 소설인데,선정작품중에 의외로 로맨스계열의 환타지풍 소설 선정에 허걱했던 나에게는 정말 제대로 된 선정이다라고 말할 몇 작품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실 2000년대 출판되었다가 표지를 바꾸어 다시 나온 작품이다.따라사 굳이 09년 리뷰 대회에 선정될 작품인가하는 의문이 남는다.왜냐하면 현재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총 57권정도 출간되었으며 2009년 한해만도 9권이나 출간 되었기에 게이고의 작품이 리뷰 대상에 선정된 것을 인정할 만 하지만 왜 백야행인가 하는 점에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백야행이 현재까지 출간된 그의 작품중에서 작품성에서 수위를 달린다고 하더라도 과연 10년에 출간된 작품을 굳이 리뷰 대상으로 올릴 필요가 있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건 아마도 현재 한석규,손예진,고수 주연의 백야행이 스크린에서 상영되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알라딘 입장에서도 영화화된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질 테고(사실 히가시노의 작품은 장르소설/추리소설 매니아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일반 독자들은 모를수도 있다),여기에 리뷰대회 작품으로 선정된다면 아마도 판매에 더 유리할거라는 마케팅적 발상이 개입되어 선정되지 않았다 싶다.
워낙 오래전에 읽은 작품이라 세세한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질 않아서 일단 수박 겉핣기 식으로나마 리뷰를 해야겠다.
히기시노 게이고는 방과후로 등단한 이후 수십권의 작품을 쓴 작가인데 많은 소설을 쓰다보니 역시 작품간 편차가 존재하는 편인데 작가의 작품중 백야행처럼 900페이지에 육박하는 3권짜리 장편 추리 소설은 이거 하나가 아닌가 여겨진다.
방대한 분량이다보니 수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이거 외국 소설이다 보니 등장인물 외기도 힘든다.이런 장편의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은 인물들의 이름이 잘 기억되질 않아서 책속의 내용에 몰입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여러 사건들이 나열되어 상당히 읽기가 복잡하다고 할수 있다.하지만 이런 페이지의 부담감을 작가는 스피드한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로 독자들이 단숨에 읽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하고 있다.
줄거리는 전당포 주인 기리하라의 죽음에서 시작된다.몇 명의 용의자가 있었지만 혐의가 불충분해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되고 십 수년의 세월이 흘러 공소시효가 지나갔지만 이 사건의 담당자였던 전직 형사 사사가키는 계속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그러는 사이 각종 기묘한 범죄들이 일어나게 되면서 그런 와중에 소설속 두 주인공의 료지와 유카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그 다음은 직접 읽어보시길…
백야행은 3권의 분량이다 보니 읽다보면 전체 줄거리를 생각하지 못하고 작가의 이야기속을 따라가게 되는데 책 속의 몇가지 사건이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복선에 의해서 하나로 묶어지면 나중에 아하 이런 이야기였구나 하고 감탄을 하게된다.결말을 보면 뭔가 가슴 한편이 아리면서 묵진한 느낌을 받게되는데 작가 스스로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완성시킨 작품” 이란 말할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라고 할수 있다.
작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들어난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미스터리 소설이란 측면에서 보게 되면 아쉬운 감도 적지 않이 있다.백야행에는 미스터리 특유의 혹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서터리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반전이 없다.
소설속 두 주인공인 유키호와 료지는 서로 거의 만나지 않을 정도로 연관성이 적지만 책을 읽다보면 둘의 관계를 암시하는 힌트를 얻을수 있고 후반으로 갈수록 범인을 추측할수 있어 본격 미스터리를 원한 독자라면 실망할수 있다고 여겨진다.
백야행은 읽는 사람에 따라 미스터리 소설이 될수도 있고 슬픈 로맨스 소설이 될수도 있는 작품이다.변태적 아버지와 바람을 피우는 어머니를 가진 료지,자신을 팔아 한몫 보려는 어머니를 가진 유키호,그런 부모를 가져선지 서로의 아픈면을 공유하게 된 료지와 유키호.
만약 책속에 살인이라는 키워드만 없었다면 이들의 이야기는 그냥 통속적인 멜로 소설로 변질될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백야행을 처음 본 독자거나,일본 추리 소설을 잘 접하지 않은 분들이란면 아마도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일본 미스터리 소설은 기발한 소재를 개발하는구나,무언가 일본 사회의 어두운 문제를 파헨친 작품이다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것 같다.하지만 일본 추리 소설을 다수 본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속에서 텐도 아키라의 영원의 아이나 미야베 마유키의 모방범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다.개인적으론 특히 영원의 아이와 백야행은 정말 서로 비슷한 느낌의 책이라고 할 수있다.비밀을 공유한 아이들이 십 수년의 세월이 흐른후 살인사건을 통해 다시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백야행은 사회의 부조리를 자주 다룬 일본 특유의 추리 소설인 사회파 추리 소설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이 책을 읽다보면 예전에 읽었던 모리무라 세이치의 증명 삼부작(인간의 증명,야성의 증명,청춘의 증명)이 생각난다.특이한 퍼즐 추리는 없지만 우리의 일상사를 돋보기로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작품이기 때문이다.
백야행은 모방범이나 영원의 아이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나,추리 소설이란 것을 굳이 인식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강추할수 있는 작품이다.하지만 요즘 나오는 일본의 신 본격 추리소설이나 30~40년대 본격 추리 작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다소 실망할수 있는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 열정을 다해 쓴 작품이라고 하니 읽어도 전혀 후회는 없을 작품이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