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는 것을 핑계삼아 침대에 배를 붙이고 데굴데굴 구르며 책을 읽었다. 역시 비오는 날 음침할 때는 추리소설류가 아주 휙휙휙 잘 넘어가니까..ㅋ

가가형사시리즈 다 끝내주고 (이건 뭐..범인을 내가 추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ㅠㅠ) 뭐 볼까 하다가 오랜만에 미미여사의 초기 장편소설인 '퍼펙트블루'와 하드보일드풍인 하라료의 '내가 죽인 소녀'를 집어들었다. 미미여사야 워낙 내가 신뢰하고 좋아하는 작가인지라 믿고 고른 거였는데, 초기라고는 해도 비교적 짜임새있고 역시나 슬픈 이야기를 묘하게 밝게 끝내는 재주를 다시한번 보여주더라는. 하라료는 챈들러를 흉내낸 책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좀 더 괜챦은 모습을 보여주어 놀랐다. 이 정도의 짜임새와 이야기 구성을 만들어낸다는 게 쉬운 일인가 말이다.

그나저나 두 권의 책은 각기 다른 주제를 얘기하고 있으나 (하나는 야구를 하고 하나는 음악을 하는)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은 것이었다. 우연히도 비슷한 결말을 내고 있어 (이런다고 스포일러라고 하진 않겠죠?) 하나를 읽고 나니 다른 하나의 결말이 조금 예상이 되어 김이 샌 면도 없지 않으나 스토리가 탄탄해서 그런 것을 실망으로 여길 새도 없이 잘도 읽었다.

결말에 대해서 얘기하기는 그렇긴 하지만, 암튼 뭐랄까.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을 지키는 방법이란 가지각색일 것인데, 그것을 제 3자에게 납득시킨다는 것은 때론 많이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납득시키려고 하는 일은 아니겠으나, 그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그들이 택한 길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게 된다. 흠..결말 말하지 않고 얘기하려니 좀 힘들구만. 암튼 두 작품다 강추다.

지금 미미여사의 책들이 내 앞에 읽지 않은 채 놓여진 것이 '낙원', '가모우저택살인사건', '크로스파이어'다. 읽기 시작하면 그만두질 못할까봐 (세 작품다 두 권씩 분권되어 나왔지 뭔가) 아예 집지도 못하고 있고 혹은, 이걸 어느날 날잡아 편한(!) 마음으로 다 읽어버려야지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느라 의도적으로 멀리하고 있다. '퍼펙트블루'를 읽으니 그 마음이 조금 허물어지려고 하다가 다시 다잡았다. 나중에 나한테 '상'으로 줘야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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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9-07-13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류가 많죠.
저는 하라 료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비연 2009-07-13 17:29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 작품 보고...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나오면 고민않고 바로 사게 될 것 같아요~

머큐리 2009-07-13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여사야 저도 이미 인정하고 있지만...하라 료라...자꾸 유혹하지 마세요...ㅠㅠ

비연 2009-07-13 19:47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유혹당하셔야 합니다..흐흐흐~ 절대 아셔야 하는 작가임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겹다.

정말 너무 많이 써댔고 우리나라에 너무 많이 번역되어 나왔고 또 너무 많이 드라마 영화화되었다.
그래서 이름만 봐도 지겹다. 무슨 작가가 조립라인 있는 공장도 아니고 어떻게 그리 다작을 하는 건지. 내가 책장에 꽂아둔 (정말 안산다 안산다 하면서 몇 권 고른) 책만 해도 한두권이 아니다. 그래서 아무리 히가시노 게이고를 선전해도 절대 책사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하곤 했다. 이거 넘 다작이야. 작가가 이렇게 속의 에너지를 다 들어내놓고서야 제대로 된 책이 나올리 없어 라는 조금 웃긴 고집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덜컥 4권을 구매했다. 철푸덕.
무려 4권. 안 사려고 발버둥치다가 결국 2권씩 나누어 샀다. 그냥 한번에 다 살 것을. 괜한 짓했다.



 

 

 

 

 

 


 

 

 

 

 

 

 

 

 

가가 형사시리즈. 흑.

이미 이전에 '악의'와 '붉은손가락'이 지어진 연대를 무시하고 마구 나왔던 것을 읽어버렸던 것이고 그래서 여기 나오는 가가 교이치로라는 형사의 매력에 조금 끌리고 있던 차, 다 번역해서 현대문학에서 낸다니..이거 덥썩 안 물 수가 없었다. 나의 이 정성을 안 것인지, '히가시노 게이고 예약 이벤트' 에서 당첨이 되어서 10,000원의 적립금을 받기도 했다는...흐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나오는 형사 중에 가장 좋은 형사가 가가 형사다. 이름도 희한하지 가가, 가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특별히 주인공을 특정화하여 글 쓰는 건 지양하는 작가다. 말하자면 무슨 시리즈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이거지. 그럼에도 두 명의 탐정 혹은 형사를 만들어내었으니 그 중 하나가 이 가가 형사이고 또 하나가 그 유명한 갈릴레오 어쩌구다 (이름 까먹었다)...

내가 가가 형사에게 반한 건 '붉은 손가락'에서였다. 가가 형사 시리즈의 이제까지 나온 것 중 가장 최근작인데, 이 마지막 대목에서 눈물 핑~ 하는 바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거지. 뭐랄까. 좀 따뜻한 느낌이랄까. 인간적인 느낌이랄까.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잃지 않음에도 인간에 대한 애정이랄까 하는 것을 가지고 있는 이 형사가 난 좋다. 그래서 그 지겹기 짝이 없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임에도 4권을 몽땅 구매한 것이다 이거다..ㅜㅜ

지금 두 권 읽었다. 순서대로..'졸업', '잠자는 숲'. 괜챦다. 뭐 대단한 필력이나 엄청난 트릭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가가 형사가 대학시절을 거쳐 형사에 입문하여 지내는 모습 자체가 좋다.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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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9-07-09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중에 한권 구입햇어요,,ㅎㅎ
둘중 누군가가,,책이요

비연 2009-07-10 09:39   좋아요 0 | URL
아..저도 지금 그 책 읽고 있습니다^^

물만두 2009-07-0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축하드려요^^

비연 2009-07-10 09:39   좋아요 0 | URL
만두님 감사^^ 10,000원 들어오니 또 다른 책 뭐 살까 궁리되네요..ㅋ

머큐리 2009-07-09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부족한 듯한데...게이고 신간에는 계속 손이 가게 되지요...이해됩니다..

비연 2009-07-10 09:4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정말 읽고 나면 허탈하기도 한데..계속..^^;;;
 

 

 

 

 

 

 

 

몸살기가 있어서 주말에 집에서 빈둥거리며 책 한 권 읽는다는 게 이것.
기시 유스케의 글이라...괜챦지 않을까 하고 봤는데...흠. 왜 이렇게 찝찝하고 밥맛이 없어지는 건데? 나는 이런 류의 소설 정말...안 맞는 것 같다는. 덕분에 점심도 안 먹고 열심 봤는데 결국 저녁 먹을 식욕까지 깡그리 없어져서 망연자실 앉아 있다는. 그렇다고 책이 후진 건 아니고, 책 자체는 읽을 만한데 말이다. 내용이 좀...상큼한 걸로 읽을걸. 후회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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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2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랜만에 쌓아둔 책들 머릿속에 집어넣어보았다.
데굴데굴 읽어대는 책은 어찌나 재밌는지 말이다.

  

1. 아지즈 네신,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내가 좋아라 하는 터키작가 아지즈 네신의 유배생활 경험기?. 일종의 에세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나는 이 작가가, 어렵게 커서 어렵게 살았지만 모든 것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독특한 재주가 있어서 너무나 좋아한다. 우울하게 고통스럽게 묘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입에서는 폭소를 터지게 하고 마음으로는 아릿함을 느끼게 하는 글을 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글도 유배생활동안 만난 사람들의 얘기를 (정말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 계속 벌어짐에도) 너무나 재미있게 쓰고 있다.


2. 아리스가와 아리스 '절규성살인사건'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들은 아주아주 절묘한 트릭을 구사한다거나 무지하게 재밌다거나 한 건 아닌데 이상하게 사서 보게 된다. 뭐랄까. 좀 편하다고나 할까. 이 책은 히무라와 아리스 콤비가 무슨무슨살인사건이라고 붙은 사건 다섯개를 풀어나가는 단편집인데, 그냥 읽을 만 하다. 사실 첫번째의 '흑조정살인사건'과 다섯번째의 '절규성살인사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다음에도 이 작가의 책이 나오면 사볼까? 흠..아마 사보게 될 것 같다.


3. 히가시노 게이고 '예지몽'
 

 

 

 

 




 



아뭏든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상한 작가다. 너무 다작인 작가는 딱 질색인 나인데, 가끔씩은 사보게 되는 작가이다. 이 책은 일드 '갈릴레오'에서 나온 에피소드들과 거의 일치해서 다 아는 내용임에도 읽으면서 꽤 재밌었다. 사실 알고보면 그렇지 않으나 인간의 예지력이라든가 신비라든가 이런 느낌을 강렬하게 가지게 하는 책이다.


4. 찰리채플린 '나의 자서전' 
 

 

 





 






다 읽었다. 매일 저녁에 조금씩 읽어나갔는데 천 페이지 분량의 책을 덮으니 책에 대한 느낌도 느낌이지만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암튼 잘 읽었다. 내가 생각했던 찰리 채플린보다 훨씬 천재적이고 철학이 있는 영화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디킨즈의 '올리버 트위스트'에나 나올법한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낸 찰리 채플린이 성공이라는 것을 하게 된 데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자신의 천재력과 좋은 사람과의 만남 등이 잘 결합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의 천재성은 그냥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많이 놀라며 읽었다. 나중에 한번 리뷰를 쓰고 싶은 책 중의 하나다.  


주말에 데굴거리며 4권 정도 읽었구만. 뭐 이런 날도 당분간은 없을 거라 생각하니 좀 아쉽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추리소설도 읽고 해서 기분은 좋다..ㅋ 지금은 무엇을 읽고 있는고 하면..


5. 윌리엄 월킨 콜린스 '흰 옷을 입은 여인'  


 

 

 

 

 

  

 

한참 전에 사두고 이제야 드는 책이다. 디킨스가 극찬을 했다는데, 어떤  책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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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9-06-15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호러물스럽습니다~~ 사진들이~~~
예지몽은 좀 땡기던데, 한 번 봐야겠어요~^^
주말 정말 알차게 보내셨어요~~ 부러워요^*^

비연 2009-06-15 11:09   좋아요 0 | URL
올려놓고 보니 정말..호러물스럽네요..ㅋㅋㅋㅋ
예지몽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에요. 재미도 있구요.

전호인 2009-06-1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의 데굴데굴 독서야말로 신선놀음인가요?
ㅋㅋ

비연 2009-06-15 11:09   좋아요 0 | URL
완전 신선놀음이라는..ㅎㅎ

머큐리 2009-06-1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지즈 네신 책이 많이 땡기는데요...ㅎㅎ

비연 2009-06-15 11:09   좋아요 0 | URL
아지즈 네신의 책은 무엇이나 적극 추천이에요~
유머러스하면서도 인생을 관통하는 무엇인가를 던지는 책이죠~

무해한모리군 2009-06-1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지즈 네신은 참 유머러스하죠.. ^^

비연 2009-06-15 11:10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도 아지즈 네신 좋아하시나요? ^^

무해한모리군 2009-06-16 01:06   좋아요 0 | URL
네 좋아욧!!

비연 2009-06-16 12: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저두욧!
 

 

   

 

 

 

 

 


 

리영희선생의 '대화' 책을 다 읽었다. 하루에 아주 조금씩 잠자기 몇 페이지 읽는 것으로 책에 대한 욕구불만을 해소하곤 했었는데 장장 730페이지가 넘는 책이 어느새 끝나버렸다. 처음엔 이게 재밌을라나 이런 생각을 했다. 왜냐구? 자서전이라는 게 그렇다. 정말 분석적이고 자기에 대한 성찰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뭐랄까..나이든 사람들의 자기자랑 허세로 끝나거나 어쩌면 매우 감상적인 내용이 되기가 쉽기 때문에 좀 뜨악해지는 면도 없지 않아서였다. 이 책은, 물론 리영희선생이 자신의 시대적 역할에 대해서 자화자찬 비슷한 말씀도 많이 하시지만 그게 이상하다거나 과하다고 느껴지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 게다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가장 역동적인 역사의 한복판에서 지식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한 사람의 일생이 가감없이 잘 담겨져 있었고, 리영희선생의 evidence-based approach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감정적으로 이거다 아니다 이편이다 저편이다라고 싸잡아 얘기하기에 앞서 철저하게 자료를 분석하고 그에 입각해서 결론을 내리는 자세는 정말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이제 여든줄이실텐데, 이런 어른은 더 오래 사시면서 우리에게 좋은 길을 인도해주셔야 하지 않겠는가. 건강하시길..바라면서 책 마지막 장을 덮는다.

그리고, 리영희선생이 감옥에서 여러 책을 섭렵하던 중 가장 마음에 남았다는 찰리채플린의 자서전을 집어들었다. 이 책의 분량도 만만치 않아서, 무려 1,000페이지에 가깝다..오호! 찰리채플린이라고 하면 그저 희극배우라만 일갈하여 생각하는 나로서는 (물론 조금 다른 측면들도 알고는 있으나) 이 책이 내게 줄 메세지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요즘처럼 팍팍한 일상에서는 그저 이런 짬짬독서가 주는 기쁨이 전체 기쁨의 60%이고 맛난 거 먹는 기쁨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그래도 머리를 쉬지 않고 돌릴 수 있는 책이라는 존재가 내 벗으로 있어 주어서 살만한 인생이다. 정말, 좋다. 하긴, 아까 먹은 탕수육과 삼선짬뽕도 좋았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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