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쌓아둔 책들 머릿속에 집어넣어보았다.
데굴데굴 읽어대는 책은 어찌나 재밌는지 말이다.
1. 아지즈 네신,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내가 좋아라 하는 터키작가 아지즈 네신의 유배생활 경험기?. 일종의 에세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나는 이 작가가, 어렵게 커서 어렵게 살았지만 모든 것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독특한 재주가 있어서 너무나 좋아한다. 우울하게 고통스럽게 묘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입에서는 폭소를 터지게 하고 마음으로는 아릿함을 느끼게 하는 글을 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글도 유배생활동안 만난 사람들의 얘기를 (정말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 계속 벌어짐에도) 너무나 재미있게 쓰고 있다.
2. 아리스가와 아리스 '절규성살인사건'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들은 아주아주 절묘한 트릭을 구사한다거나 무지하게 재밌다거나 한 건 아닌데 이상하게 사서 보게 된다. 뭐랄까. 좀 편하다고나 할까. 이 책은 히무라와 아리스 콤비가 무슨무슨살인사건이라고 붙은 사건 다섯개를 풀어나가는 단편집인데, 그냥 읽을 만 하다. 사실 첫번째의 '흑조정살인사건'과 다섯번째의 '절규성살인사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다음에도 이 작가의 책이 나오면 사볼까? 흠..아마 사보게 될 것 같다.
3. 히가시노 게이고 '예지몽'
아뭏든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상한 작가다. 너무 다작인 작가는 딱 질색인 나인데, 가끔씩은 사보게 되는 작가이다. 이 책은 일드 '갈릴레오'에서 나온 에피소드들과 거의 일치해서 다 아는 내용임에도 읽으면서 꽤 재밌었다. 사실 알고보면 그렇지 않으나 인간의 예지력이라든가 신비라든가 이런 느낌을 강렬하게 가지게 하는 책이다.
4. 찰리채플린 '나의 자서전'
다 읽었다. 매일 저녁에 조금씩 읽어나갔는데 천 페이지 분량의 책을 덮으니 책에 대한 느낌도 느낌이지만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암튼 잘 읽었다. 내가 생각했던 찰리 채플린보다 훨씬 천재적이고 철학이 있는 영화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디킨즈의 '올리버 트위스트'에나 나올법한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낸 찰리 채플린이 성공이라는 것을 하게 된 데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자신의 천재력과 좋은 사람과의 만남 등이 잘 결합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의 천재성은 그냥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많이 놀라며 읽었다. 나중에 한번 리뷰를 쓰고 싶은 책 중의 하나다.
주말에 데굴거리며 4권 정도 읽었구만. 뭐 이런 날도 당분간은 없을 거라 생각하니 좀 아쉽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추리소설도 읽고 해서 기분은 좋다..ㅋ 지금은 무엇을 읽고 있는고 하면..
5. 윌리엄 월킨 콜린스 '흰 옷을 입은 여인'
한참 전에 사두고 이제야 드는 책이다. 디킨스가 극찬을 했다는데, 어떤 책인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