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선생의 '대화' 책을 다 읽었다. 하루에 아주 조금씩 잠자기 몇 페이지 읽는 것으로 책에 대한 욕구불만을 해소하곤 했었는데 장장 730페이지가 넘는 책이 어느새 끝나버렸다. 처음엔 이게 재밌을라나 이런 생각을 했다. 왜냐구? 자서전이라는 게 그렇다. 정말 분석적이고 자기에 대한 성찰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뭐랄까..나이든 사람들의 자기자랑 허세로 끝나거나 어쩌면 매우 감상적인 내용이 되기가 쉽기 때문에 좀 뜨악해지는 면도 없지 않아서였다. 이 책은, 물론 리영희선생이 자신의 시대적 역할에 대해서 자화자찬 비슷한 말씀도 많이 하시지만 그게 이상하다거나 과하다고 느껴지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 게다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가장 역동적인 역사의 한복판에서 지식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한 사람의 일생이 가감없이 잘 담겨져 있었고, 리영희선생의 evidence-based approach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감정적으로 이거다 아니다 이편이다 저편이다라고 싸잡아 얘기하기에 앞서 철저하게 자료를 분석하고 그에 입각해서 결론을 내리는 자세는 정말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이제 여든줄이실텐데, 이런 어른은 더 오래 사시면서 우리에게 좋은 길을 인도해주셔야 하지 않겠는가. 건강하시길..바라면서 책 마지막 장을 덮는다.

그리고, 리영희선생이 감옥에서 여러 책을 섭렵하던 중 가장 마음에 남았다는 찰리채플린의 자서전을 집어들었다. 이 책의 분량도 만만치 않아서, 무려 1,000페이지에 가깝다..오호! 찰리채플린이라고 하면 그저 희극배우라만 일갈하여 생각하는 나로서는 (물론 조금 다른 측면들도 알고는 있으나) 이 책이 내게 줄 메세지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요즘처럼 팍팍한 일상에서는 그저 이런 짬짬독서가 주는 기쁨이 전체 기쁨의 60%이고 맛난 거 먹는 기쁨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그래도 머리를 쉬지 않고 돌릴 수 있는 책이라는 존재가 내 벗으로 있어 주어서 살만한 인생이다. 정말, 좋다. 하긴, 아까 먹은 탕수육과 삼선짬뽕도 좋았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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