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틀 지남에 따라, 나는 뼈저리게 참 슬픔을 알게 되었다. 하쓰요와의 교제는 단 9개월뿐이었지만, 사랑의 깊이나 열렬함은 그 날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 30년의 생애에 많은 슬픔을 맛보아 왔지만, 하쓰요를 잃었을 때처럼 깊은 슬픔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19살에 아버지를, 그 이듬해에 누이동생 하나를 잃었는데, 본래 성격이 유약한 나는 그때에도 꽤 슬퍼했지만, 하쓰요의 경우와는 비교도 안 되었다. 사랑이란 묘한 것이다. 세상에 비할 바 없는 기쁨을 주기도 하고, 또 인간 세상에 있어 가장 큰 슬픔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실연의 슬픔이라는 것을 모르는데, 어떤 실연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참을 수 있을 것이다. 실연이라는 상태에서는 상대는 타인이다. 그러나 우리는, 둘 다 깊이 사랑하고 온갖 장애를 상관하지 않았다. 그렇다, 내가 잘 쓰는 표현처럼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천상의 복숭앗빛 구름에 싸여서 몸도 영혼도 녹아 합쳐져 완전히 하나가 되어 있었다. 어떤 육친이라도 이렇게 하나로 될 수는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하쓰요야말로 평생에 단 한 번 만난 나의 분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하쓰요가 지금은 없어져 버렸다. 병에 걸려 죽었다면 차라리 간호할 틈이라도 있었을 텐데. 나와 기분 좋게 헤어지고 나서 겨우 10시간 남짓 한 사이에, 그녀는 말 못하는 슬픈 납인형이 되어 내 팔에 누워 있다. 더구나 무참히 살해되어서……. 누군지도 모르는 놈에게 저 귀여운 심장을 처참하게 찔려서…….-.쪽
"범죄는 말이야, 교묘해지면 교묘해질수록 능숙한 마술처럼 돼. 마술사는 말이야, 밀폐된 상자의 뚜껑을 열지 않고 속 물건을 꺼내는 기술을 알고 있어. 알겠지? 마술에는 수가 있어. 구경꾼들에게는 전혀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이 마술사에게는 아무 문제가 안 되는 거야. 이번 사건이 곧 밀폐된 마술 상자야. 실제로 보지 않고는 모르지만, 경찰은 소중한 마술의 수를 빼놓은 거야. 그 수가 바로 눈앞에 있어도 생각의 방향이 고정되어 버리면 전혀 알아 내지 못하는 법이야. 마술의 수 같은 것은 대개 구경꾼 앞에 드러나 있는 법이야. 그것은 말이야, 아마 출입구라는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는 곳일 거야. 그러나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면 매우 큰 출입구야. 마치 확 열어 놓은 것 같은 거야. 잠그지도 않고, 못을 빼거나 부수거나 할 필요도 없어. 그런 곳은 확 열어 놓았는데도 아무도 닫지 않는 법이지. 하나하나, 생각할수록 정말 우스꽝스럽단 말이야. 시시한 일이야. 그러나 의외로 맞지 않는 것도 아냐. 마술의 수는 언제나 시시한 것이니까." 탐정이란 왜 그렇게 변죽만 울리는지, 유치한 연극기가 많은지……. 지금도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리고 화가 치민다. 만약 미야마기 고키치가 자신이 변사를 당하기 전에 아는 것을 모두 나에게 털어놓아 주었다면 일이 그렇게 까다롭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셜록 홈즈나 뤼팽이 그랬듯이, 그는 뛰어난 탐정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으로 자기 재능을 뽐내고 싶은 마음에서였는지, 그도 역시 사건에 관여하면 보통 그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변덕스럽게 변죽을 울리는 것 외에는 추리의 힌트조차도 옆 사람에게 나타내지 않았다.-.쪽
"가령 말이야. 대수(代數) 문제를 풀 경우, 아무리 해 보아도 풀 수 없을 때, 밤새도록 풀어도 끄적거린 종이만 많아질 뿐일 때, 이것은 불가능한 문제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어떤 순간에 같은 문제를 전혀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보니 힘들이지 않고 쉽게 풀어지는 일이 있어. 그것이 풀리지 않은 것은 어떤 주문(呪文)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지. 사고력의 맹점 같은 것 때문에 애를 먹은 거지.-.쪽
이 범죄는 아이가 생각해 낸 것이 아니라, 배후에 다른 사람이 숨어 있어. 진짜 악마는 숨어 있는 거야. 아이는 단지 잘 훈련된 자동 기계에 불과했어. 얼마나 기발한, 그러나 소름끼치는 착상인가? 10살짜리 어린아이가 하수인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고, 비록 알았다 하더라도 어른과 같은 형벌은 받지 않아. 날치기 두목이 순진한 소년을 앞잡이로 쓰는 것과 같은 착상을 확대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아이니까 꽃병 속에 숨겨 안전하게 옮길 수도 있었고, 조심성 있는 미야마기 씨를 마음놓게 할 수도 있었던 거야. 아무리 훈련을 받았다 하더라도 초콜릿에 집착하는 순진한 아이가 과연 살인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할지도 모르지. 그런데 한 아동 연구가는 아이들이 의외에도 어른에 비해 비상한 잔인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어. 개구리의 생가죽을 벗기거나, 뱀을 반죽음시켜 놓고 좋아하는 것은 어른이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 특유의 반응이야. 그리고 이 살생에는 전혀 아무런 이유도 없어. 진화론자의 설에 따르면, 아이는 인류의 원시 시대를 상징하고 있어서 어른보다 야만스럽고 잔인하다는 거야. 그런 아이를 자동 살인기계로 택한 범인의 나쁜 지혜에는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지. 자네는 아무리 훈련시킨다 하더라도 10살쯤 된 아이를 이토록 교묘한 살인자로 만들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 하긴 매우 어려운 일이야. -.쪽
기쓰짱도 제가 병신이라는 것을 확실히 확실히 알고 있답니다. 기쓰짱과 히데짱은 이것을 이야기하는 동안엔 싸우지 않습니다. 슬픈 이야기만 한답니다. 제일 슬펐던 것을 씁니다. 어느 날 반찬으로 모르는 물고기가 나왔습니다. 나중에 스케하치 씨에게 물고기 이름을 물었더니, 문어라고 했습니다. 문어는 어떤 모양으로 생겼느냐고 물었더니 발이 여덟 개 있는 흉측한 모양의 물고기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인간보다 문어를 더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손발이 여덟 개 있습니다. 문어 머리는 몇 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머리가 두 개 있는 문어와 같습니다. 그때부터 문어 꿈만 꾸었습니다. 진짜 문어의 모양을 모르기 때문에 작은 저 같은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모양의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서는 그런 모양의 것이 많이 바닷물 속을 걸어다녔습니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 저는 몸을 둘로 자르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잘 살펴보니, 제 몸의 오른쪽 반은 얼굴도 손도 발도 히데짱의 생각대로 움직여지는데, 왼쪽 반은 얼굴도 손도 발도 조금도 히데짱의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왼쪽에는 기쓰짱의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몸을 반으로 잘라 버린다면 한 사람의 제가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케하치 씨나 오토시 씨처럼 따로따로 히데짱과 기쓰짱이 되어, 마음대로 움직이고 생각하고 잠잘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요.-.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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