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이나 넓은 공간도, 신선한 대기도, 공해로 오염되지 않은 물조차도 젊은이들을 붙들지는 못했다. 젊은이들이 도회지로 떠나버린 부락에는 노인과 어린애들만 남았다. 사람들은 이 어린애들이 자라면 부락을 버린다는 것도 알고 있다. 노인의 절반 이상이 고혈압, 중풍, 심장병, 위장병, 간장병의 어떤 질환을 지니고 있었다. 오랜 과로와 나쁜 식생활이 그들의 햇빛에 노출되고 대지에 젖은 신체를 뼛속 깊이 좀먹고 있었다. 부락민이 줄어도 부락이 존재하는 한 그들의 살림을 꾸려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물둑ㆍ수로ㆍ다리ㆍ도로 등의 공사, 공동건물이나 논길의 제설(除雪) 등, 부락 공동작업의 부담은 남은 자들의 어깨 위에 떠나버린 사람의 몫까지 무겁게 덮치고 있다. 늙고 병든 몸을 채찍질해가며 버텨 나가는 것도 한도가 있다. 갈수록 부락은 더욱 빨리 황폐해갔다. 농작물은 이젠 부락민의 생존을 가까스로 유지할 정도였다. 그리고 부락민들은 해가 지면 등유를 절약하기 위해 서둘러 잠을 잤다. 현대의 무르익은 물질문명도 이 부락만은 피해 간 것 같은 산간벽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진귀했던 모양이다. 겨울에 교통이 두절되는 때 외에는 '일본을 발견하자'의 조류를 타고 때때로 도시에서 여행자가 찾아든다. 여행하는 사람들은 부락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사태는 모른다. 또 알 필요도 없다. 그저 도시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싱싱한 자연 속에 잠깐동안 담갔다 가면 되었다. 냇물에서 단조롭게 노래부르던 물레방아도, 삼나무 껍질 지붕의 농가도, 경사진 밭도, 밤의 등잔불 생활도 그들에게는 가혹한 생활의 표시가 아니라 아름다운 산골짜기의 풍광으로서 그들의 여행 앨범을 장식한다.-.쪽
범인은 후도와 뭔가 관계를 가진 인간임에 틀림없다는 가상을 기본으로 세우고, 후도 마을을 떠난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었다. 마을을 떠난 사람 가운데는 소식이 끊긴 자도 있었다. 그들은 친척, 지기, 또는 관계자를 쫓아서 어떤 희미한 실마리가 있기라도 하면 그들을 끌어당겼다. 겨우 찾아내면 타향에서 병사한 자도 있었다. 또는 부랑자가 되어 폐인이 된 자도 있었다. 황폐한 고향에 남은 자는 살해되고 고향을 떠난 자도 행복하게 된 인간은 아주 드물었다. 그들은 가난한 고향에서 탈출해도 가난으로부터는 영원히 탈출할 수 없는 운명에 처해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가난이라는 지옥 속의, 결국은 덧없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실로 안타까운 수사였다.-.쪽
'도랑 안', '우에마치'의 거주자라는 것은 하시로 시의 지배계급의 신분증이 되었다. 그러나 일반시민은 오바 체제에 대한 반감을 마음 속에 축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3백 년이 넘는 피지배자의 역사에 익숙해 있었다. 요컨대 지배자만 바뀌었을 뿐, 지배받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었다. 시민으로서는 성주가 누가 되든간에 자기의 생활만 보장되면 그만이었다. 오치 모기치가 들고 일어났을 때 시민은 그를 지지했다. 그러나 지지만 했을 뿐 스스로 선두에 서서 혁명의 깃발을 휘두른 것은 아니었다. 고양이 방울을 다는 것은 대찬성이었으나 자기자신이 다는 역할을 맡는 것은 사양하겠다는 자세였다. 여하간에 이 도시에서는 오바 일족의 눈 밖에 나면 살아나갈 수가 없었다.-.쪽
아지사와의 절규는 재차 습격해 온 제3파의 굉음으로 싹 지워져버렸다. 제3파의 공격은 더욱 처절했다. 폭주족이 두 사람을 노리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이유는 몰랐다. 아지사와는 이대로 희롱당하며 살해될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자기 혼자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달아날 수 있지만 요리코를 데리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가 그때 공포를 느낀 것은 폭주족에 대해서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위기를 웃으며 좋은 구경거리로 생각하고 있는 시민들에 대해서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그것은 하시로 시 전체가 적이 될 것 같은 공포였다. 하시로 전체가 폭주족에 위탁하여 아지사와 부녀를 말살하려고 한다는 그런 공포감이 아지사와를 움켜쥐고 있었다.-.쪽
"그룹의 행동은 전원이 같이 하지만 여자를 찾을 때는 언제나 세 사람만 하고 있었어.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야. 1년 전에 우연히 셋이 오토바이를 몰고 다녔을 때 혼자 다니는 여자를 겁탈하고 맛을 들인 거야." "너는 망을 보는 맛을 들였구나." "보스가 돈을 주더군. 좋은 아르바이트였지." "기막히는군. 돈에 쪼들리지는 않을 텐데." "좀더 성능이 좋은 오토바이로 바꾸고 싶었어. 아버지는 500 이상은 사주지 않았단 말이야." 강간을 방조하여 받은 돈을 부지런히 모아서 성능이 좋은 오토바이를 사려고 하는 고교생-그것은 고도화하는 기계문명 속에서 정신만이 미숙한 채 뒤떨어진 가엾은 젊은이의 모습이었다. 그는 최소한 고성능의 오토바이를 타고다니며 뒤떨어진 정신을 되찾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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