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왜 댁은 때 아닌 시각에 우리 마님의 동정심을 요구하는 거죠? 내일 알맞은 시간에 다시 오세요."
마티니에르가 아래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아래쪽에서 대답했다.
"운명이 번개처럼 내려쳐 죽음의 파멸을 가져올 때, 때와 시간을 가리던가요? 오직 한순간에만 구원이 가능한데 그 도움을 미뤄도 되겠어요? 문을 여세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온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채 쫓겨다니는 이 비참한 사람에 대해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마시고요. 나는 끔찍한 운명에 위협받는 사람입니다. 다가오는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주인마님의 구원을 간청하는 겁니다."-.쪽
"Un amant, qui craint les voleurs,
n'est point digne d'amour."
"도둑을 두려워하는 이,
연인을 사랑할 자격이 없나니."
왕은 긴 장광설의 시를 일거에 압도하는, 이 몇 마디 말에 내포된 기사도 정신에 놀라 소리쳤다.
"성 디오니시오스를 걸고 맹세하건대, 그대의 말이 옳소, 스퀴데리 양! 죄 없는 자와 죄 있는 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맹목적인 방책으로 비겁함을 보호해선 안 될 거요. 아르장송도 라 레니도 각자 자신의 의무나 잘 수행하라지!"-.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