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구두 2 - 사과 향기
정연식 지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9월
절판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절룩 절룩..

보이지 않는 공포는 보이는 공포를 초월한다.

어느나라에선가 사형수를 대상으로 어떤 실험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형을 집행하는 방으로 사형수를 데려가 길다란 널판지 위에 ‡또陟貂?꼼짝도 못하게 묶어 눈과 입을 막은 뒤 사형 집행관이 이런 말을 한다.
"당신에겐 죽음의 고통을 죽이기 위해 특별히 동맥을 끓는 방법을 쓰기로 했소."

그런후, 한쪽 팔 아래에 피를 받는 양동이를 내려놓는 소리를 들려주고 칼등으로 동맥을 끓는 시늉을 내 준 뒤 다시 양동이에 규칙적으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를 들려준다.
두 눈과 입이 가려진 사형수의 예민해진 귀에 들리는 소리는 점점 죽어가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집행관들이 주고 받는 말소리와(이를테면, "피가 마구 쏟아지는군. 곧 끝나겠어." 같은) 자신의 피가 양동이 속으로 쉼없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뿐.
불가항력의 사형수는 결국 양동이에 떨어지는 물소리를 자신의 몸에서 피가 빠져 떨어지는 소리로 착각해 스스로 죽게 되더라는 이야기...
포박 당하여 두 눈이 가려진 채 그 복도를 걷게되는 동안에 주위의 여러 방들로부터 들려오던 온갖 소리들과 그들의 주고 받는말, 그리고 질질 끌리며 들려오던 나의 발자욱 소리는 분명 사형수의 팔 아래로 떨어지던 핏소리, 바로 그것이였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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