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아이들이 어디로 갔을까
하청호 지음 / 북랜드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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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제대로 보고싶으면 12월의 나무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본래의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을 보면 비로소 나무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다. 봄, 여름에는 잎과 꽃에 가리고 가을에는 단풍에 가린다. 그러니까 나무의 참 모습은 12월에 보아야 한다.
조용히 해탈의 모습으로 서 있는 저 나무는 사실 커다란 불덩이다. 여름날 뜨거운 햇살을 나무줄기 속에 차곡차곡 쟁여 놓았다. 그 지순한 열정을 자신의 내면에 깊이 감추고 있는 것이다. 저기 나무 한 줄기를 베어내어 불을 붙여 보라. 그러면 나무 속에 있는 불덩이들이 소리치며 뛰쳐나올 것이다. 이것도 성자의 마음이다. 가슴속에 있는 뜨거운 열정을 조용히 삭이며 침묵 속에 자기를 성찰하는 것이다.
이 겨울 은총처럼 눈이라도 내리면 앙상한 가지 위엔 하얀 눈이 면사포처럼 덮일 테고 나무들은 순백의 아름다움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랑을 하겠지. 그러기에 새봄에는 아기 같은 새순이 트고 꽃이 피겠지. 밤의 한기가 뼛속으로 파고든다. 벤치에서 일어서며 문득 나도 저 비탈의 감나무가 되어 성자처럼 서 있고 싶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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