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천사 판타지 라이브러리 8
마노 다카야 지음, 신은진 옮김 / 들녘 / 2000년 6월
품절


르네상스 이후 여러 학문들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악마를 쫓아내는 학문도 생겨났다. 데모놀로지(Demonology), 또는 사타놀로지(Satanology)라고 불렸으며, 관련 학문 장르로는 철학, 신학, 오컬티즘 등 상당히 광범위했다.
데모놀로지가 출현한 이유는 매우 진지했다, 기독교 신학에서 '악=악마'라는 자리매김은 커다란 테마였다. 사회 시스템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악이라는 개념 또한 복잡해져서 정리할 필요성이 생겼고, 사람들이 '악마'라는 존재를 친근하게 느끼게 된 결과 데모놀로지가 부각되었다.
두말할 것 없이 오컬티즘(Occultism, 신비학)의 대두가 악마의 존재를 클로즈업시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컬티즘이란 예로부터 내려오는 비밀 지식을 의미하는데, 점성술이나 강령술, 마술, 연금술 등을 뜻한다.
악마는 원래 천상계에서 신과 함께 살았던 천사였다. 타락천사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신으로부터 엄중히 금지되어 있던 '우주의 비밀'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이 비밀이야말로 오컬티즘이 찾고 있는 것이었다. 초능력, 기적, 미래 예지, 그리고 비금속을 황금으로 변화시키는 것 등 이 모든 것이 '우주 비밀'의 해명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천사에게는 이 비밀을 알아내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신의 명령에 따라 인간에게 비밀을 누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악마에게 접근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악마 불러내는 방법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점차 악마학이 발전하게 되었다.-.쪽

기독교가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각지에서 큰 세력을 갖고 있던 여신들이었다. 기독교가 마을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그녀들에게 제사를 지내던 신전이 파괴되었다. 뒤를 이어 그녀들의 '우상'이 단에서 끌어내려져 모독을 당한 다음 파괴되었다.
특히 여신이 적대시되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그녀들이 '지모신'의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모신'이란 어떤 존재였을까? 고대인에게 농업은 식물의 생명 재생의 신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대지를 괭이로 일구고 그곳에 씨앗을 뿌리면, 싹이 나와 성장을 하고 마침내 결실의 시기가 찾아온다. 그후 식물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봄이 찾아오면서 식물은 대지를 뚫고 올라와 생명의 신비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이런 신비한 힘을 대지의 여성적 원리, 즉 지모신에게 구했던 것이다.
지모신 신앙은 세계 각지에 존재했지만 오리엔트에서는 특히 융성했다. 지모신은 농경에 관계가 깊은 여신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풍년을 기원하는 갖가지 의식을 거행했다. 그것은 물론 생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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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밭이며, 남성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농경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 관념을 오리엔트 사람들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천상계에 사는 식물신인 남성이 죽자 그것을 슬퍼한 여성이 온갖 과정을 거쳐 남성신을 부활시킨다는, 일련의 이야기로서 정형화시켰던 것이다. 이 같은 얘기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될까? 사람은 여성의 태내에서 태어나는 것이 분명한데, '여성=대지'라고 생각하면 죽을 때도 다시 여성의 태내로 돌아가는 셈이 된다. 즉, 유골이 대지에 묻히면 썩어서 흙으로 환원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대지는 생식과 함께 죽음을 담당하고, 재생시키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셈이다. 매달 찾아오는 월경, 나아가서는 유골이 썩어가는 그릇으로서의 대지, 또 저승에 은근한 세력을 갖는 것도 여신의 '더러운 본성'인 것이다. 기도교측에서 지모신을 공격한 이유는 더 있었다. 우선 지옥은 지모신의 신체 내부에 있는 대지의 깊숙한 곳에 존재한다. 게다가 기독교의 신은 '아버지'라고 불리는 천상계의 지배자였다. 오리엔트 신화에서 천상계의 신은 대지의 여신에게 적대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복당하는 존재였다. 말하자면 남성 원리와 여성 원리라는 도식 안에서 여성인 지모신들이 집요하게 학대당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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