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내 2
체루야 살레브 지음, 김혜은 옮김 / 푸른숲 / 2002년 7월
절판


과정의 끝이라구요? 시작이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하죠? 믿기 어려워하는 그에게 소하라는 미소지으며 말한다, 그건 당신에게 달린 문제예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삶의 조건들을 지금 변화시킨다면 미래까지 함께 바꾸는 셈이죠, 당신의 육체를 한번 보세요, 그녀의 시선이 미끄러지듯 그의 벗은 가슴을 지나 허리에 두른 붉은 수건에 머문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우리 몸의 중심에 축적돼요, 그리고 모든 지옥의 근원은 발바닥에 있죠, 분노는 그곳으로 모여들어요, 욕망의 근원은 척추에서도 아랫부분이에요, 욕정도 그곳에 살고 있죠, 그런가 하면 탐욕의 근원은 목 안에 있어요. 우리는 당신 몸의 이런 부위에 쌓인 부정적인 요소들을 정화하는 작업을 함께 하는 거예요, 이런 것들은 보통 인간의 사후에 이루어지는 과정이지만 당신의 경우는 지금 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요.-.쪽

김이 펄펄 오르는 냄비를 들여다보며 나는 힘겨워진 이 삶을 마침내 놓아도 되기까지 몇 년이 남았을까 생각한다, 형기를 세는 사람처럼 침울하게, 적어도 십 년은 버텨야 해, 나는 실망한다, 노가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아이 때문에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아이에게 증오를 느끼게 한다, 하루 그리고 또 하루 이어지는 불면의 밤들, 노가만 아니었더라면 나는 수면제로 위를 채우고 벌써 이 고통에 끝장을 선사했을 것이다, 사랑을 빼앗기고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그가 한 짓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그의 사랑이 입혀진 나의 피부를 벗겨내버렸다, 항상 느낄 수는 없었다 해도 그 사랑의 존재는 더 없이 중하고 엄연했다, 지구의 자전처럼, 거의 느끼지 못한다 해도 그것은 엄연히 존재하지 않는가? -.쪽

나는 소리를 죽여 야엘에게 말한다, 하바가 알면 나를 당장 해고할지도 모르지만 말하겠어요, 그러니까 정확히 일 주일 전에 남편이 나를 떠났어요.
야엘은 마치 윙윙거리는 모기떼를 막으려는 듯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터져나오는 경악을 가둔다, 소리 없이 낙담하며 나머지 손은 배 위에 얹는다, 자신에게 남은 것도 아기뿐이라는 듯, 나는 야엘에게 다가가 내 손을 그녀의 손 옆에 나란히 얹으며 말한다, 미안해요, 그저 내 사생활일 뿐, 당신 일과는 전혀 무관해요, 난 다만 살아가면서 자신을 위해 내리는 결단이 동시에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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